[뉴스 따라잡기] “악귀 씌었다”…세 살배기 숨지게 해

입력 2017.04.17 (08:33) 수정 2017.04.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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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3년 전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세 살 짜리 남자아이입니다.

경기도 부천의 한 백화점 앞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아이의 엄마가 신고를 했습니다.

3년 동안 아이의 행방을 도무지 찾을수 없었는데, 얼마전 경찰이 충격적인 증언을 확보합니다.

아이가 실종된 게 아니라, 살해된 뒤 암매장당했단 겁니다.

진돗개를 숭배한다는 모임, 일종의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아이 엄마조차도 이 끔찍한 일을 은폐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포승줄에 묶인 여성이 상자를 들고, 산을 오릅니다.

상자에서 흰 담요에 쌓인 아이의 모형을 꺼내, 나뭇가지 사이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3년 전 세살 배기 아이를 땅에 묻었던 상황을 현장 검증하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아이를 폭행하고 같은 날 야산에 매장 후 사체를 다시 발굴하고 화장한 사건입니다.”

지난 2014년, 3살 짜리 A군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백화점 횡단보도 앞에서 아이가 사라졌다고 했는데, 좀처럼 단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어머니의 실종신고를 접하고 실종에 맞추어서 계속 아이를 찾는 수사를 하였고 또 한 달 뒤에 실종한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있어서 혹시나 애를 불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입양하지 아니하였는지에 대한 관점에서도 수사하였고…….”

3년째 지지부진한 수사를 이어가던 경찰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집단생활이 있었다는 (증언을 한) 할머니가 전주에 있는 야산에 시체를 매장하였다, 어린이를 전주에 있는 야산에 매장하였다는 진술이…….”

아이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증언.

경찰의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비극이 시작된 건 3년 전.

아이 엄마 최 모 씨는 3살 짜리 A군과 7살 딸을 데리고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로 들어갔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던 곳입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어느 날부터 아줌마들이 이렇게 낯선 아줌마들이 조금씩 모이더라고요. 모이고 나서 소문이 약간 사이비 종교적인 냄새가 난다. 들리는 말에 그런 얘기도 있고…….”

이 빌라에 모인 사람들은 이웃 주민과 자주 마찰을 빚었습니다.

옥상에 정자를 만들어놓고 무언가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 이웃들에게 목격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옥상 정자에다 하얀 옷을 걸어놓고 오는 사람들이 다 절을 하더라고요. 70, 80명이 하루 그렇게 왔다 갔어요. 그렇게 왔다 가고 그러고 나서 저희가 엄청나게 신고도 하고 제가 막 싸우기도 하고 굉장했어요.”

신을 모신다며 공동 공간인 옥상을 점령하다시피 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어떤 여자가 제 이불을 딱 걷어 버렸더라고요. 이쪽으로 딱 옮겼더라고요. 왜 이불을 옮겼느냐고 그랬더니 자기들이 모시는 신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 길을 막았다고 제 이불을 옮겨놨더라고요.”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진돗개를 10마리정도 빌라에 데려와 키웠는데, 개를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개를 누구님, 누구님 그래요. 개 이름이 만약에 보리라면 “보리님 먼저 내려갈까요?” 그러더라고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개를) 안아, 안아. 앞으로 이렇게 안아서 우리가 상전 모신다 그랬었어요. 큰 개는 그냥 끌고 다니잖아. 그런데 이렇게 안고 다니니까 이상하게 보죠.”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진돗개를 영물로 모시며, 진돗개가 짖는 사람은 악귀에 씌였다고 믿는 일종의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었습니다.

<녹취>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진돗개를) 영물로 생각하고 누군가 신이 내렸다고 하면서 순진한 사람들을 미혹시키고 길흉화복을 점치게 하면서 모여서 생활했죠.”

이들 모임의 임원격 역할을 했다는 김 모 씨는 아이가 울거나 소변을 못 가리면, 악귀가 씌였다며 아이를 폭행했다는 게 경찰 조사 내용입니다.

<녹취>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아이가 울고 바지에 오줌 싸고 이럴 때 귀신이 들어서 그렇다고 하면서 폭행했습니다.”

2014년 7월, 점심 준비가 한창이던 중 A군이 칭얼거리며 울자 김 씨는 악귀가 들었다며 밥 주걱으로 아이를 또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폭행으로 아이는 숨을 거뒀습니다.

<녹취>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거실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울자 안방으로 데려가 나무주걱으로 폭행하여 사망케 한 (겁니다.)”

아이가 숨진 뒤, 아이 엄마까지, 사건을 은폐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아이의 시신을 상자 안에 넣고, 전북 완주의 한 야산에 묻었습니다.

범행이 드러날까봐, 시신을 다시 꺼내 화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놓고는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실종 신고까지 했던 겁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보통 상식적으로 어린 애를 잃어버리면 바로 신고를 하는 게 상식인데 이번 사건에서 한 달 뒤에 신고한 것이 굉장히 의심스러웠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경찰에 붙잡힌 뒤에야 뒤늦게 후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진술을 획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 연구위원) : “사이비 종교의 일반적인 패턴이에요. 무슨 이야기냐면 범행을 같이 공모를 해서 저지르고 이것은 종교에 대한 배교자, 배교라면 종교의 교리를 어긋나는 거죠. 이에 대한 처단이자 응징이라고 표현을 하는 겁니다. 종교적 맹신으로 인해서 범행을 같이 모의하고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할 마음이나 양심의 가책에 대한 부분도 차단이 되는 특성이 있거든요.”

경찰은 아이를 숨지게 한 김 씨와 아이 엄마 최 씨 등 관련자 4명을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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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7 08:34:41
    • 수정2017-04-17 09: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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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세 살 짜리 남자아이입니다.

경기도 부천의 한 백화점 앞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아이의 엄마가 신고를 했습니다.

3년 동안 아이의 행방을 도무지 찾을수 없었는데, 얼마전 경찰이 충격적인 증언을 확보합니다.

아이가 실종된 게 아니라, 살해된 뒤 암매장당했단 겁니다.

진돗개를 숭배한다는 모임, 일종의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아이 엄마조차도 이 끔찍한 일을 은폐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포승줄에 묶인 여성이 상자를 들고, 산을 오릅니다.

상자에서 흰 담요에 쌓인 아이의 모형을 꺼내, 나뭇가지 사이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3년 전 세살 배기 아이를 땅에 묻었던 상황을 현장 검증하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아이를 폭행하고 같은 날 야산에 매장 후 사체를 다시 발굴하고 화장한 사건입니다.”

지난 2014년, 3살 짜리 A군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백화점 횡단보도 앞에서 아이가 사라졌다고 했는데, 좀처럼 단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어머니의 실종신고를 접하고 실종에 맞추어서 계속 아이를 찾는 수사를 하였고 또 한 달 뒤에 실종한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있어서 혹시나 애를 불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입양하지 아니하였는지에 대한 관점에서도 수사하였고…….”

3년째 지지부진한 수사를 이어가던 경찰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집단생활이 있었다는 (증언을 한) 할머니가 전주에 있는 야산에 시체를 매장하였다, 어린이를 전주에 있는 야산에 매장하였다는 진술이…….”

아이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증언.

경찰의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비극이 시작된 건 3년 전.

아이 엄마 최 모 씨는 3살 짜리 A군과 7살 딸을 데리고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로 들어갔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던 곳입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어느 날부터 아줌마들이 이렇게 낯선 아줌마들이 조금씩 모이더라고요. 모이고 나서 소문이 약간 사이비 종교적인 냄새가 난다. 들리는 말에 그런 얘기도 있고…….”

이 빌라에 모인 사람들은 이웃 주민과 자주 마찰을 빚었습니다.

옥상에 정자를 만들어놓고 무언가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 이웃들에게 목격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옥상 정자에다 하얀 옷을 걸어놓고 오는 사람들이 다 절을 하더라고요. 70, 80명이 하루 그렇게 왔다 갔어요. 그렇게 왔다 가고 그러고 나서 저희가 엄청나게 신고도 하고 제가 막 싸우기도 하고 굉장했어요.”

신을 모신다며 공동 공간인 옥상을 점령하다시피 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어떤 여자가 제 이불을 딱 걷어 버렸더라고요. 이쪽으로 딱 옮겼더라고요. 왜 이불을 옮겼느냐고 그랬더니 자기들이 모시는 신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 길을 막았다고 제 이불을 옮겨놨더라고요.”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진돗개를 10마리정도 빌라에 데려와 키웠는데, 개를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개를 누구님, 누구님 그래요. 개 이름이 만약에 보리라면 “보리님 먼저 내려갈까요?” 그러더라고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개를) 안아, 안아. 앞으로 이렇게 안아서 우리가 상전 모신다 그랬었어요. 큰 개는 그냥 끌고 다니잖아. 그런데 이렇게 안고 다니니까 이상하게 보죠.”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진돗개를 영물로 모시며, 진돗개가 짖는 사람은 악귀에 씌였다고 믿는 일종의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었습니다.

<녹취>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진돗개를) 영물로 생각하고 누군가 신이 내렸다고 하면서 순진한 사람들을 미혹시키고 길흉화복을 점치게 하면서 모여서 생활했죠.”

이들 모임의 임원격 역할을 했다는 김 모 씨는 아이가 울거나 소변을 못 가리면, 악귀가 씌였다며 아이를 폭행했다는 게 경찰 조사 내용입니다.

<녹취>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아이가 울고 바지에 오줌 싸고 이럴 때 귀신이 들어서 그렇다고 하면서 폭행했습니다.”

2014년 7월, 점심 준비가 한창이던 중 A군이 칭얼거리며 울자 김 씨는 악귀가 들었다며 밥 주걱으로 아이를 또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폭행으로 아이는 숨을 거뒀습니다.

<녹취>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거실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울자 안방으로 데려가 나무주걱으로 폭행하여 사망케 한 (겁니다.)”

아이가 숨진 뒤, 아이 엄마까지, 사건을 은폐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아이의 시신을 상자 안에 넣고, 전북 완주의 한 야산에 묻었습니다.

범행이 드러날까봐, 시신을 다시 꺼내 화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놓고는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실종 신고까지 했던 겁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보통 상식적으로 어린 애를 잃어버리면 바로 신고를 하는 게 상식인데 이번 사건에서 한 달 뒤에 신고한 것이 굉장히 의심스러웠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경찰에 붙잡힌 뒤에야 뒤늦게 후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지형(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 :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진술을 획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 연구위원) : “사이비 종교의 일반적인 패턴이에요. 무슨 이야기냐면 범행을 같이 공모를 해서 저지르고 이것은 종교에 대한 배교자, 배교라면 종교의 교리를 어긋나는 거죠. 이에 대한 처단이자 응징이라고 표현을 하는 겁니다. 종교적 맹신으로 인해서 범행을 같이 모의하고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할 마음이나 양심의 가책에 대한 부분도 차단이 되는 특성이 있거든요.”

경찰은 아이를 숨지게 한 김 씨와 아이 엄마 최 씨 등 관련자 4명을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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