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승계 위해 합병” vs 이재용 “승계 무관”

입력 2017.04.20 (15:20) 수정 2017.04.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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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평가 지표라며 핵심 주주에게 찬성을 설득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같은 행동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합병과 승계는 무관하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오늘(20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재판에서 특검팀은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의 검찰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이 조서에는 삼성물산의 옛 주주인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의 진술이 포함돼 있다. 일성신약은 삼성 합병이 무효라며 소송을 내 삼성과 재판 중이다.

조서를 보면 윤 대표는 "김종중 팀장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이 빨리 승계를 하려 하는데 상속을 통해 승계하면 상속세로 재산의 반이 날아간다'며 이번 합병이 이재용 승계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이 진술에 대해 물어보자 김 전 팀장은 "제 사고 구조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순환출자 금지 때문에 다른 계열사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건강을 볼모 삼아 합병 찬성을 권유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윤 대표는 또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평가라고 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김 전 팀장은 이에 대해 "그 이야기를 한 건 맞다. 제가 볼 때 이 부회장의 판단 능력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그런 이야길 했다"고 답했다. "합병 불발 시 이재용 리더십에 상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윤 대표가 "(김 팀장이) 일성신약이 합병에 찬성하면 개별적인 보상을 해준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특검은 김 전 팀장의 진술을 공개하며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우려고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두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고 승계와 무관하다"고 맞섰다. 미래전략실이 주도적으로 합병을 추진한 게 아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그룹 차원의 지원을 요청해서 'IR(기업설명회)'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김 전 팀장이 일성신약 측에 '이재용 리더십'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김종중 개인 생각"이라며 "이재용은 주주 반대와 사회 논란이 커지자 합병 중단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드시 합병을 성사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의 특검 진술에 대해서는 "삼성과 민사소송 중에 있었으므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허위진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성신약 측이 삼성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확인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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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 “승계 위해 합병” vs 이재용 “승계 무관”
    • 입력 2017-04-20 15:20:53
    • 수정2017-04-20 15:25:59
    사회
삼성그룹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평가 지표라며 핵심 주주에게 찬성을 설득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같은 행동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합병과 승계는 무관하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오늘(20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재판에서 특검팀은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의 검찰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이 조서에는 삼성물산의 옛 주주인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의 진술이 포함돼 있다. 일성신약은 삼성 합병이 무효라며 소송을 내 삼성과 재판 중이다.

조서를 보면 윤 대표는 "김종중 팀장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이 빨리 승계를 하려 하는데 상속을 통해 승계하면 상속세로 재산의 반이 날아간다'며 이번 합병이 이재용 승계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이 진술에 대해 물어보자 김 전 팀장은 "제 사고 구조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순환출자 금지 때문에 다른 계열사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건강을 볼모 삼아 합병 찬성을 권유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윤 대표는 또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평가라고 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김 전 팀장은 이에 대해 "그 이야기를 한 건 맞다. 제가 볼 때 이 부회장의 판단 능력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그런 이야길 했다"고 답했다. "합병 불발 시 이재용 리더십에 상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윤 대표가 "(김 팀장이) 일성신약이 합병에 찬성하면 개별적인 보상을 해준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특검은 김 전 팀장의 진술을 공개하며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우려고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두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고 승계와 무관하다"고 맞섰다. 미래전략실이 주도적으로 합병을 추진한 게 아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그룹 차원의 지원을 요청해서 'IR(기업설명회)'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김 전 팀장이 일성신약 측에 '이재용 리더십'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김종중 개인 생각"이라며 "이재용은 주주 반대와 사회 논란이 커지자 합병 중단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드시 합병을 성사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의 특검 진술에 대해서는 "삼성과 민사소송 중에 있었으므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허위진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성신약 측이 삼성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확인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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