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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리그’에서 ‘1부리그’로!…백지선호, 기적을 이뤘다
입력 2017.04.29 (08:37) 수정 2017.04.29 (08:53) 연합뉴스
한국은 2014년 4월 경기도 고양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이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한라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던 때였다.

르네 파젤 IIHF 회장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꼴찌만 면하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허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대회에서 5전 전패, 승점 0점으로 최하위가 돼 디비전 1 그룹 B(3부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이후 귀화 선수 충원과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데려오라는 IIHF의 다른 조건을 수락해 다행히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따내기는 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 한국에 전패의 수모를 안긴 팀이 바로 헝가리(4-7패), 슬로베니아(0-4패), 오스트리아(4-7패), 일본(2-4패), 우크라이나(2-8패)였다.

그랬던 한국이 올해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불과 3년 전 우리에게 패배를 안겼던 헝가리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3승 1연장승 1패, 2위의 성적으로 '꿈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진출을 이뤄냈다.

2014년만 해도 월드챔피언십에서 뛰었던 세계 랭킹 16위 카자흐스탄도 한국의 제물이 됐다.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12전 13기' 끝에 사상 첫 승리(5-2승)를 거두는 쾌거를 이뤄냈다.

파젤 IIHF 회장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평창에서 망신을 당하면 그걸 허락해준 IIHF도 곤란해진다"며 개최국 자동 출전권 부여에 주저했던 한국이 불과 3년 만에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IIHF가 매년 개최하는 세계선수권은 2012년부터 6개 디비전으로 나뉘어 치르고 있다.

세계 최고 레벨의 16개국이 톱 디비전(월드챔피언십)을 형성하고, 그다음으로 디비전 1이 있다. 디비전 1은 실력에 따라 그룹 A와 B로 나뉜다.

한국의 출발은 디비전 1 그룹 B였다. 3부리그 격이었던 당시 이 그룹에서 1부리그 진출에 성공한 팀은 한국뿐이다. 국제 아이스하키 역사를 통틀어도 이 정도로 단기간에 1부리그로 뛰어오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짧은 역사와 열악한 저변을 떠올리면 더더욱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한국은 남자 등록 선수가 233명뿐이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 출전하는 팀은 3개, 대학팀은 5개에 불과하다.

한국과 세계 랭킹이 가장 가깝고, 이번 대회에서 5전 전패를 당한 우크라이나(22위)만 해도 남자 등록 선수는 2천182명에 달한다.

아이스하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은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무시를 당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젖줄과도 같은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은 1996년 일본팀에 교류전을 요청했으나 실력 차가 크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2003년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출범 당시만 해도 일본에는 상대되지 않았고, 중국에도 뒤졌다.

2003년 11월 아시아리그 출범 개막전에서는 일본의 고쿠도에 1-11로 참패했고, 쿠시로 원정에서는 역시 일본 팀인 크레인스에 3-13으로 크게 졌다.

워낙 기량 차가 많이 나다 보니 일본 팀에 외국인 선수 기용 제한 등 여러 가지 핸디캡을 주고 경기를 치러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은 그러한 수모를 이겨내고 일본 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빠르게 기량 차를 줄여나갔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2013년 1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한국 아이스하키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중 하나가 '핀란드 프로젝트'였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013년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핀란드 2부리그에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10명을 파견해 경험을 쌓도록 했다.

이어 2014년 7월에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선수 출신인 백지선(50·영어명 짐 팩)을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역시 NHL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박용수(41·영어명 리처드 박)가 대표팀 코치로 가세했다.

백 감독 부임과 귀화 외국인 선수의 가세, 그리고 협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합하며 한국 아이스하키는 빠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해 헝가리에서 열린 6개국 친선대회인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일본을 34년 만에 처음으로 꺾었다.

자신감을 쌓아간 한국은 결국 이번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4승 1패로 당당하게 월드챔피언십 진출 티켓을 거머쥐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확인시켰다.

한국은 이제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미국, 스웨덴, 체코, 스위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딛고 이겨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한국은 이제 실력으로도 올림픽에 나설 자격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그동안 아이스하키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알렸다는 점도 큰 소득으로 꼽힌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이제 평창에서 보여줄 '기적'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 ‘3부리그’에서 ‘1부리그’로!…백지선호, 기적을 이뤘다
    • 입력 2017-04-29 08:37:19
    • 수정2017-04-29 08:53:00
    연합뉴스
한국은 2014년 4월 경기도 고양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이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한라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던 때였다.

르네 파젤 IIHF 회장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꼴찌만 면하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허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대회에서 5전 전패, 승점 0점으로 최하위가 돼 디비전 1 그룹 B(3부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이후 귀화 선수 충원과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데려오라는 IIHF의 다른 조건을 수락해 다행히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따내기는 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 한국에 전패의 수모를 안긴 팀이 바로 헝가리(4-7패), 슬로베니아(0-4패), 오스트리아(4-7패), 일본(2-4패), 우크라이나(2-8패)였다.

그랬던 한국이 올해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불과 3년 전 우리에게 패배를 안겼던 헝가리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3승 1연장승 1패, 2위의 성적으로 '꿈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진출을 이뤄냈다.

2014년만 해도 월드챔피언십에서 뛰었던 세계 랭킹 16위 카자흐스탄도 한국의 제물이 됐다.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12전 13기' 끝에 사상 첫 승리(5-2승)를 거두는 쾌거를 이뤄냈다.

파젤 IIHF 회장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평창에서 망신을 당하면 그걸 허락해준 IIHF도 곤란해진다"며 개최국 자동 출전권 부여에 주저했던 한국이 불과 3년 만에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IIHF가 매년 개최하는 세계선수권은 2012년부터 6개 디비전으로 나뉘어 치르고 있다.

세계 최고 레벨의 16개국이 톱 디비전(월드챔피언십)을 형성하고, 그다음으로 디비전 1이 있다. 디비전 1은 실력에 따라 그룹 A와 B로 나뉜다.

한국의 출발은 디비전 1 그룹 B였다. 3부리그 격이었던 당시 이 그룹에서 1부리그 진출에 성공한 팀은 한국뿐이다. 국제 아이스하키 역사를 통틀어도 이 정도로 단기간에 1부리그로 뛰어오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짧은 역사와 열악한 저변을 떠올리면 더더욱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한국은 남자 등록 선수가 233명뿐이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 출전하는 팀은 3개, 대학팀은 5개에 불과하다.

한국과 세계 랭킹이 가장 가깝고, 이번 대회에서 5전 전패를 당한 우크라이나(22위)만 해도 남자 등록 선수는 2천182명에 달한다.

아이스하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은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무시를 당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젖줄과도 같은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은 1996년 일본팀에 교류전을 요청했으나 실력 차가 크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2003년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출범 당시만 해도 일본에는 상대되지 않았고, 중국에도 뒤졌다.

2003년 11월 아시아리그 출범 개막전에서는 일본의 고쿠도에 1-11로 참패했고, 쿠시로 원정에서는 역시 일본 팀인 크레인스에 3-13으로 크게 졌다.

워낙 기량 차가 많이 나다 보니 일본 팀에 외국인 선수 기용 제한 등 여러 가지 핸디캡을 주고 경기를 치러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은 그러한 수모를 이겨내고 일본 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빠르게 기량 차를 줄여나갔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2013년 1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한국 아이스하키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중 하나가 '핀란드 프로젝트'였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013년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핀란드 2부리그에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10명을 파견해 경험을 쌓도록 했다.

이어 2014년 7월에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선수 출신인 백지선(50·영어명 짐 팩)을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역시 NHL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박용수(41·영어명 리처드 박)가 대표팀 코치로 가세했다.

백 감독 부임과 귀화 외국인 선수의 가세, 그리고 협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합하며 한국 아이스하키는 빠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해 헝가리에서 열린 6개국 친선대회인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일본을 34년 만에 처음으로 꺾었다.

자신감을 쌓아간 한국은 결국 이번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4승 1패로 당당하게 월드챔피언십 진출 티켓을 거머쥐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확인시켰다.

한국은 이제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미국, 스웨덴, 체코, 스위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딛고 이겨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한국은 이제 실력으로도 올림픽에 나설 자격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그동안 아이스하키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알렸다는 점도 큰 소득으로 꼽힌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이제 평창에서 보여줄 '기적'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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