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 백인태·유슬기 “우린 운명…K팝페라 알리고파”

입력 2017.04.29 (11:24) 수정 2017.04.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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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테너는 서로를 '운명'이라고 했다.

생일이 9일 차이인 동갑내기에 동향(同鄕)이고 대학 시절 단짝이던 둘은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JTBC 남성 4중창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한 한양대학교 성악과 출신 백인태와 유슬기(이상 31)다.

두 사람은 이 프로그램에서 '인기현상'(백인태, 유슬기, 곽동현, 박상돈)이란 팀으로 준우승한 뒤 최근 씨스타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그룹 '듀에토'(Duetto·이탈리아어로 듀엣)를 결성해 5월 창작곡으로 된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 이들을 비롯해 '팬텀싱어' 출연자들은 이미 각종 공연을 매진키시며 많은 팬을 확보한 상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타쉽에서 만난 백인태와 유슬기는 의욕이 넘쳤다. 릴레이로 진행된 인터뷰에도 지친 기색 없이 서로의 말이 부족하면 보태면서 호흡을 보여줬다.

이들은 "우린 대학 시절 바리톤 고성현 교수님의 제자로 11년 지기 친구"라며 "절실하게 노래하고 싶은 꿈을 함께 이루게 돼 기쁘다. 인정받으면서 뿌듯했고 많은 분에게 노래를 들려줄 환경이 만들어진 게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팬텀싱어'에 동반 출연한 건 유슬기의 제안 덕이었다.

2012년 대학을 졸업한 백인태는 작년까지 4년간 노래 대신 새벽시장에서 일하고 아버지의 마트 사업을 도왔다. 대학원까지 수석을 놓치지 않은 유슬기는 윤민수 등 가수들의 보컬 선생도 했지만 2015년 전역한 뒤 '뭘 하고 살지'라고 고민했다. 그만큼 성악가들이 활동할 시장은 좁았다.

"슬기가 출연을 제안했을 때 한동안 노래를 안 했기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불태워보고 싶었어요. 후회 없이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한번 가보자고 생각했죠."(백인태)

유슬기도 "육군사관학교 군악대에서 전역한 뒤 당장 유학을 갈 형편이 안됐고 다녀와도 자리를 잡을 보장이 없었다"며 "학교 선생이거나 유치원 아이들 레슨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노래할 무대가 그만큼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테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각기 다른 색깔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백인태의 음색이 부드러운 하이톤이 매력이라면, 유슬기의 목소리는 탄탄하게 받치는 중량감이 있어 둘의 소리가 만나도 파열되지 않고 풍성하게 하모니를 이뤘다. 이들이 방송에서 듀엣한 '그란데 아모레'(Grade amore)는 음원사이트의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악가가 대중 가수가 소속된 음반기획사와 계약한 건 의외였다.

스타쉽의 프로듀서 더네임이 '그란데 아모레'를 부르는 둘의 모습을 본 뒤 "엄청난 감동을 느꼈다"며 둘의 한양대 선배인 작곡가 최성일에게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슬기는 "연예기획사에서 우리를 찾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며 "방송이 끝난 뒤 뮤지컬 기획사를 찾아보던 찰나에 연락이 왔다. '팬텀싱어'에서 우승하면 1년간 방송사와 계약하지만 우린 준우승을 해 다른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뜻이 하나로 모이자 앨범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창작곡 4곡에 이탈리아 팝파레 그룹 일볼로의 대표곡 '일 몬도'(IL MONDO)를 리메이크해 총 5곡을 완성했다.

둘은 "한국형 크로스오버 앨범"이라며 "오페라와 팝페라 등 외국곡을 부르다가 우리만의 창작곡이 생겼다는 게 정말 기쁘다"고 강조했다.

앨범에 참여한 최성일 작곡가는 이들이 방송에서 선보인 이탈리아 국민 가수 레나토 제로의 '림포시빌레 비베레'(L'impossibile Vivere)를 듣고서 발성까지 고려해 작업했다.

최성일과 더네임이 공동 작곡한 타이틀곡 '그리움 끝에'는 오케스트라와 록의 크로스오버로,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뮤지컬 넘버를 듣는 듯하다.

또 대중음악적인 멜로디에 70인조 오케스트라 연주가 펼쳐지는 '봄이 분다'와 팝 발라드인 '옆사람', 가곡에 가까운 '2막 1장'까지 영리하게 장르를 조율했다.

이들의 정식 데뷔에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스승 고성현 교수였다.

"교수님이 붙어 다니던 제자들이 노래하는 길이 열렸다고 행복해하셨어요. 인태는 노래를 한동안 하지 않았고 저는 유학을 가지 못해 안타까워하셨거든요.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유슬기)

둘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앞으로 듀에토로 공연하면서 아시아에서 노래 잘하는 팀으로 인정받아 일볼로, 일디보와 겨뤄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슬기는 "K팝이 세계로 뻗어 나갔듯이 K팝페라를 유행시키고 싶다"며 "해외 크로스오버 뮤지션들이 우리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인태는 "'팬텀 싱어'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볼 것인가'란 의문이 있었다"며 "단지 노래하는 게 즐거워 나갔는데 이런 음악을 좋아할 준비가 된 분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새로운 분야는 아니지만 새 길을 개척하는 느낌이다. 실력 있는 래퍼들이 소개되면서 힙합이 주류로 올라왔듯이 우리도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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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텀싱어’ 백인태·유슬기 “우린 운명…K팝페라 알리고파”
    • 입력 2017-04-29 11:24:57
    • 수정2017-04-29 11:25:30
    연합뉴스
두 테너는 서로를 '운명'이라고 했다.

생일이 9일 차이인 동갑내기에 동향(同鄕)이고 대학 시절 단짝이던 둘은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JTBC 남성 4중창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한 한양대학교 성악과 출신 백인태와 유슬기(이상 31)다.

두 사람은 이 프로그램에서 '인기현상'(백인태, 유슬기, 곽동현, 박상돈)이란 팀으로 준우승한 뒤 최근 씨스타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그룹 '듀에토'(Duetto·이탈리아어로 듀엣)를 결성해 5월 창작곡으로 된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 이들을 비롯해 '팬텀싱어' 출연자들은 이미 각종 공연을 매진키시며 많은 팬을 확보한 상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타쉽에서 만난 백인태와 유슬기는 의욕이 넘쳤다. 릴레이로 진행된 인터뷰에도 지친 기색 없이 서로의 말이 부족하면 보태면서 호흡을 보여줬다.

이들은 "우린 대학 시절 바리톤 고성현 교수님의 제자로 11년 지기 친구"라며 "절실하게 노래하고 싶은 꿈을 함께 이루게 돼 기쁘다. 인정받으면서 뿌듯했고 많은 분에게 노래를 들려줄 환경이 만들어진 게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팬텀싱어'에 동반 출연한 건 유슬기의 제안 덕이었다.

2012년 대학을 졸업한 백인태는 작년까지 4년간 노래 대신 새벽시장에서 일하고 아버지의 마트 사업을 도왔다. 대학원까지 수석을 놓치지 않은 유슬기는 윤민수 등 가수들의 보컬 선생도 했지만 2015년 전역한 뒤 '뭘 하고 살지'라고 고민했다. 그만큼 성악가들이 활동할 시장은 좁았다.

"슬기가 출연을 제안했을 때 한동안 노래를 안 했기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불태워보고 싶었어요. 후회 없이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한번 가보자고 생각했죠."(백인태)

유슬기도 "육군사관학교 군악대에서 전역한 뒤 당장 유학을 갈 형편이 안됐고 다녀와도 자리를 잡을 보장이 없었다"며 "학교 선생이거나 유치원 아이들 레슨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노래할 무대가 그만큼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테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각기 다른 색깔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백인태의 음색이 부드러운 하이톤이 매력이라면, 유슬기의 목소리는 탄탄하게 받치는 중량감이 있어 둘의 소리가 만나도 파열되지 않고 풍성하게 하모니를 이뤘다. 이들이 방송에서 듀엣한 '그란데 아모레'(Grade amore)는 음원사이트의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악가가 대중 가수가 소속된 음반기획사와 계약한 건 의외였다.

스타쉽의 프로듀서 더네임이 '그란데 아모레'를 부르는 둘의 모습을 본 뒤 "엄청난 감동을 느꼈다"며 둘의 한양대 선배인 작곡가 최성일에게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슬기는 "연예기획사에서 우리를 찾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며 "방송이 끝난 뒤 뮤지컬 기획사를 찾아보던 찰나에 연락이 왔다. '팬텀싱어'에서 우승하면 1년간 방송사와 계약하지만 우린 준우승을 해 다른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뜻이 하나로 모이자 앨범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창작곡 4곡에 이탈리아 팝파레 그룹 일볼로의 대표곡 '일 몬도'(IL MONDO)를 리메이크해 총 5곡을 완성했다.

둘은 "한국형 크로스오버 앨범"이라며 "오페라와 팝페라 등 외국곡을 부르다가 우리만의 창작곡이 생겼다는 게 정말 기쁘다"고 강조했다.

앨범에 참여한 최성일 작곡가는 이들이 방송에서 선보인 이탈리아 국민 가수 레나토 제로의 '림포시빌레 비베레'(L'impossibile Vivere)를 듣고서 발성까지 고려해 작업했다.

최성일과 더네임이 공동 작곡한 타이틀곡 '그리움 끝에'는 오케스트라와 록의 크로스오버로,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뮤지컬 넘버를 듣는 듯하다.

또 대중음악적인 멜로디에 70인조 오케스트라 연주가 펼쳐지는 '봄이 분다'와 팝 발라드인 '옆사람', 가곡에 가까운 '2막 1장'까지 영리하게 장르를 조율했다.

이들의 정식 데뷔에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스승 고성현 교수였다.

"교수님이 붙어 다니던 제자들이 노래하는 길이 열렸다고 행복해하셨어요. 인태는 노래를 한동안 하지 않았고 저는 유학을 가지 못해 안타까워하셨거든요.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유슬기)

둘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앞으로 듀에토로 공연하면서 아시아에서 노래 잘하는 팀으로 인정받아 일볼로, 일디보와 겨뤄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슬기는 "K팝이 세계로 뻗어 나갔듯이 K팝페라를 유행시키고 싶다"며 "해외 크로스오버 뮤지션들이 우리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인태는 "'팬텀 싱어'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볼 것인가'란 의문이 있었다"며 "단지 노래하는 게 즐거워 나갔는데 이런 음악을 좋아할 준비가 된 분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새로운 분야는 아니지만 새 길을 개척하는 느낌이다. 실력 있는 래퍼들이 소개되면서 힙합이 주류로 올라왔듯이 우리도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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