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위안부 합의…文-아베, 전화 통화 내용은?

입력 2017.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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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위안부 합의…文-아베, 전화 통화 내용은?

[특파원리포트] 위안부 합의…文-아베, 전화 통화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가 11일 25분간의 전화 통화를 통해 여러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역시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모아진 것은 한일간 가장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른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이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할 말은 다한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그리고 미묘하게 다른 양국 정부의 브리핑 내용 속에 숨어 있는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정부가 전하지 않은 문 대통령의 말은?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을 먼저 주제에 올린 것은 아베 총리였다. 첫 인사에서 가장 민감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일견 공격적인 접근으로도 볼 수 있지만, 중국의 시진핑 주석 역시 첫 통화에서 '사드' 이야기를 꺼냈던 만큼 일본 측의 비례(非禮)라고 까지 논하기는 힘들다.

일본 측의 발표를 보면 아베 총리는 "합의는 한일 양국간의 약속이며, 국제 사회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합의를 책임감 있게 실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을 꺼냈다. 한국 측 발표에서는 '양국간 약속','국제 사회의 평가' 등의 언급은 빠진 채 "아베 총리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기반으로 착실히 이행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기본입장을 피력했다"는 식으로만 전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민간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런 국민들의 정서와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일본 측은 문 대통령의 언급 가운데 "정서적으로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부분을 자세히 전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축약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합의 후 한국 국내 여론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며 일본측의 평가(요구)를 그대로 인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한일합의 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은 없었다"

전화통화 자리에 배석했던 하기우다 관방부장관의 설명이다.


양측 공히 자국의 대통령과 총리 발언을 중심으로 발표하는 가운데, 중점을 둔 부분이 달랐음을 알수 있다. 워딩 그대로 전해 국내 여론상황을 나쁘게 할 수 있는 등의 내용과 분위기는 약간의 윤색이 더해져 브리핑 됐는데, 상대방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첫 통화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음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 장관의 브리핑에서도 읽힌다.

일본 기자단 사이에서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에 한국 국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다는 것 등을 언급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25분간의 전화 회담에서, 첫 통화이고 면식도 없는 상황에서 먼저 조기 정상회담의 실현, 북한 문제에의 연계를 최우선으로 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미래지향' 의지 밝힌 양국 정상

한국 측 설명에서는 '미래 지향'이라는 단어가 위안부 합의와 연계돼 나오지만 일본 측 발표에서는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NHK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에 있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국가이며, 한일 관계는 오랜 기간에 걸쳐 양국 관계자가 노력한 결과가 모여, 우호 관계를 쌓아온 결과물이다. 문 대통령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아베 총리가 말하자,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취임 이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내 분위기를 전함과 동시에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다.

이와함께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양측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아가면서 그 와 별개로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과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는 노력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브리핑 내용이다.

어떤 의미에서건 간에 양국 정상이 첫 전화 통화에서 미래지향 의지를 밝혔다는 부분은 상당히 평가할 만하다.

'미래지향'은 한일 관계가 지향해야할 목표로서 단골 처럼 등장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어떤 때는 그냥 정치적인 수사로 그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진정한 노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한일 관계는 어떤 식으로 시작될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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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3 09:00:30
    특파원 리포트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가 11일 25분간의 전화 통화를 통해 여러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역시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모아진 것은 한일간 가장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른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이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할 말은 다한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그리고 미묘하게 다른 양국 정부의 브리핑 내용 속에 숨어 있는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정부가 전하지 않은 문 대통령의 말은?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을 먼저 주제에 올린 것은 아베 총리였다. 첫 인사에서 가장 민감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일견 공격적인 접근으로도 볼 수 있지만, 중국의 시진핑 주석 역시 첫 통화에서 '사드' 이야기를 꺼냈던 만큼 일본 측의 비례(非禮)라고 까지 논하기는 힘들다.

일본 측의 발표를 보면 아베 총리는 "합의는 한일 양국간의 약속이며, 국제 사회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합의를 책임감 있게 실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을 꺼냈다. 한국 측 발표에서는 '양국간 약속','국제 사회의 평가' 등의 언급은 빠진 채 "아베 총리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기반으로 착실히 이행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기본입장을 피력했다"는 식으로만 전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민간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런 국민들의 정서와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일본 측은 문 대통령의 언급 가운데 "정서적으로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부분을 자세히 전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축약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합의 후 한국 국내 여론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며 일본측의 평가(요구)를 그대로 인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한일합의 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은 없었다"

전화통화 자리에 배석했던 하기우다 관방부장관의 설명이다.


양측 공히 자국의 대통령과 총리 발언을 중심으로 발표하는 가운데, 중점을 둔 부분이 달랐음을 알수 있다. 워딩 그대로 전해 국내 여론상황을 나쁘게 할 수 있는 등의 내용과 분위기는 약간의 윤색이 더해져 브리핑 됐는데, 상대방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첫 통화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음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 장관의 브리핑에서도 읽힌다.

일본 기자단 사이에서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에 한국 국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다는 것 등을 언급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25분간의 전화 회담에서, 첫 통화이고 면식도 없는 상황에서 먼저 조기 정상회담의 실현, 북한 문제에의 연계를 최우선으로 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미래지향' 의지 밝힌 양국 정상

한국 측 설명에서는 '미래 지향'이라는 단어가 위안부 합의와 연계돼 나오지만 일본 측 발표에서는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NHK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에 있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국가이며, 한일 관계는 오랜 기간에 걸쳐 양국 관계자가 노력한 결과가 모여, 우호 관계를 쌓아온 결과물이다. 문 대통령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아베 총리가 말하자,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취임 이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내 분위기를 전함과 동시에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다.

이와함께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양측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아가면서 그 와 별개로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과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는 노력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브리핑 내용이다.

어떤 의미에서건 간에 양국 정상이 첫 전화 통화에서 미래지향 의지를 밝혔다는 부분은 상당히 평가할 만하다.

'미래지향'은 한일 관계가 지향해야할 목표로서 단골 처럼 등장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어떤 때는 그냥 정치적인 수사로 그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진정한 노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한일 관계는 어떤 식으로 시작될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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