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인터넷서 유독 페북 느린 이유는…‘돈’ 때문?

입력 2017.05.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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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 모 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에 집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로 대선후보자 토론 방송을 보려다 실패했다. 페이스북 접속까지는 됐지만, 라이브방송만 켜면 화면이 멈추고 접속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최근 IT전문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에서 SK브로드밴드(SKB)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유독 페이스북 접속 장애를 많이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 캡처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 캡처

실제로 클리앙에서 'SKB'와 '페이스북'을 함께 검색해보면 접속이 느려 짜증이 난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대로 SKB의 경쟁사인 'KT' 인터넷망을 쓰는 이들이 페이스북 접속에 불편을 겪는다는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 유독 SK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쓰는 이용자들만 페이스북 접속 지연 등 불편을 겪어야 할까.

캐시서버 신설 협상 결렬, 트래픽 비용 문제 불거져

15일 페이스북과 KT, SKB 등 국내 인터넷사업자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에 본사를 둔 콘텐츠사업자들의 서비스는 국제 인터넷망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다. 이렇게 해서 국내에 서비스가 제공되면, 국내 인터넷사업자(KT, SKB, LGU+ 등)들은 해외 통신사들과 협의해 국제 인터넷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국제 인터넷망을 오가는 데이터 용량이 클수록 속도도 느려질 수 있고, 비용도 커진다. 그러니까 고객도 불편해지고, 사업자들로서는 돈도 더 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통신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 각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해당 서비스의 캐시서버를 둬, 국제 인터넷망을 통하지 않고 곧바로 국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튜브가 여기에 해당한다.

캐시서버는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소 같은 개념이다. 이렇게 하면 속도가 느려지는 부담도 덜고 국제 인턴넷망 사용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캐시서버를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이다. 각 통신사들은 캐시서버를 설치할 때부터 유튜브에 대해서는 이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비용 문제가 지난해 시작된 페이스북과의 협상에서 불거진 것이다.

페이스북이 KT, SKB 등 국내 인터넷사업자에 페이스북 캐시서버 신설을 요청하자, KT는 페이스북의 요청을 받아들여 IDC에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일정 비용을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SKB, LGU+는 비용 등에 이견이 있어 설치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KT에만 페이스북의 캐시서버가 만들어졌고, SKB와 LGU+ 인터넷망 고객들은 국내 KT망을 거쳐 KT 캐시서버를 통해 페이스북을 쓰는 상황이 됐다.

SKB “페이스북이 국내 KT 캐시서버 이용 경로 막아”

그런데 작년 말부터 SKB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트래픽이 몰리면 페이스북 접속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선토론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보려던 박 모 씨가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페이스북이 SKB 이용자가 KT망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경로를 막고, 해외망을 통해서 접속할 수 있도록 하면서 SKB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접속 장애의 책임이 SKB가 아니라 페이스북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 “해외서도 망비용 부담사례 없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트래픽 비용을 부담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유관사업자들과 꾸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에서 내지 않았던 비용을 한국이라고 낼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같은 주장에는 유튜브가 국내 사업자들에게 네트워크 비용을 내지 않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KT에만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일정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인터넷사업자 3사에 동일하게 캐시서버 신설을 요청했는데, KT와만 조건이 맞았고, 나머지 2개사와는 조건이 맞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SKB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지연의 책임이,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SKB 등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KT는 싸게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페이스북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고, SKB와 LGU+는 페이스북이 조금 더 비용 부담하기를 바랐던 것 아니겠냐"며 "국내 인터넷사업자들은 정액제로 고객들에게 돈을 받는 상황에서 데이터 사용량 등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이에 대한 비용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돈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유튜브에 거의 공짜로 캐시서버를 내준 업계에서 이번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협상이 결렬된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SKB 2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사업자와 인터넷망 사업자의 비용부담에 대한 문제로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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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B 인터넷서 유독 페북 느린 이유는…‘돈’ 때문?
    • 입력 2017-05-15 18:24:54
    IT·과학
직장인 박 모 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에 집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로 대선후보자 토론 방송을 보려다 실패했다. 페이스북 접속까지는 됐지만, 라이브방송만 켜면 화면이 멈추고 접속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최근 IT전문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에서 SK브로드밴드(SKB)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유독 페이스북 접속 장애를 많이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 캡처
실제로 클리앙에서 'SKB'와 '페이스북'을 함께 검색해보면 접속이 느려 짜증이 난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대로 SKB의 경쟁사인 'KT' 인터넷망을 쓰는 이들이 페이스북 접속에 불편을 겪는다는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 유독 SK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쓰는 이용자들만 페이스북 접속 지연 등 불편을 겪어야 할까.

캐시서버 신설 협상 결렬, 트래픽 비용 문제 불거져

15일 페이스북과 KT, SKB 등 국내 인터넷사업자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에 본사를 둔 콘텐츠사업자들의 서비스는 국제 인터넷망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다. 이렇게 해서 국내에 서비스가 제공되면, 국내 인터넷사업자(KT, SKB, LGU+ 등)들은 해외 통신사들과 협의해 국제 인터넷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국제 인터넷망을 오가는 데이터 용량이 클수록 속도도 느려질 수 있고, 비용도 커진다. 그러니까 고객도 불편해지고, 사업자들로서는 돈도 더 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통신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 각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해당 서비스의 캐시서버를 둬, 국제 인터넷망을 통하지 않고 곧바로 국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튜브가 여기에 해당한다.

캐시서버는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소 같은 개념이다. 이렇게 하면 속도가 느려지는 부담도 덜고 국제 인턴넷망 사용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캐시서버를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이다. 각 통신사들은 캐시서버를 설치할 때부터 유튜브에 대해서는 이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비용 문제가 지난해 시작된 페이스북과의 협상에서 불거진 것이다.

페이스북이 KT, SKB 등 국내 인터넷사업자에 페이스북 캐시서버 신설을 요청하자, KT는 페이스북의 요청을 받아들여 IDC에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일정 비용을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SKB, LGU+는 비용 등에 이견이 있어 설치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KT에만 페이스북의 캐시서버가 만들어졌고, SKB와 LGU+ 인터넷망 고객들은 국내 KT망을 거쳐 KT 캐시서버를 통해 페이스북을 쓰는 상황이 됐다.

SKB “페이스북이 국내 KT 캐시서버 이용 경로 막아”

그런데 작년 말부터 SKB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트래픽이 몰리면 페이스북 접속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선토론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보려던 박 모 씨가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페이스북이 SKB 이용자가 KT망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경로를 막고, 해외망을 통해서 접속할 수 있도록 하면서 SKB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접속 장애의 책임이 SKB가 아니라 페이스북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 “해외서도 망비용 부담사례 없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트래픽 비용을 부담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유관사업자들과 꾸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에서 내지 않았던 비용을 한국이라고 낼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같은 주장에는 유튜브가 국내 사업자들에게 네트워크 비용을 내지 않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KT에만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일정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인터넷사업자 3사에 동일하게 캐시서버 신설을 요청했는데, KT와만 조건이 맞았고, 나머지 2개사와는 조건이 맞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SKB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지연의 책임이,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SKB 등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KT는 싸게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페이스북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고, SKB와 LGU+는 페이스북이 조금 더 비용 부담하기를 바랐던 것 아니겠냐"며 "국내 인터넷사업자들은 정액제로 고객들에게 돈을 받는 상황에서 데이터 사용량 등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이에 대한 비용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돈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유튜브에 거의 공짜로 캐시서버를 내준 업계에서 이번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협상이 결렬된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SKB 2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사업자와 인터넷망 사업자의 비용부담에 대한 문제로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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