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체납 ‘망신 주기’ 초강수…공항서 압류

입력 2017.05.15 (21:27) 수정 2017.05.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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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고액, 상습 체납자에 대해 이달부터는 해외에서 귀국할 때 내지 않은 세금만큼, 고가 휴대품을 압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금 체납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이른바 망신주기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건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 관심입니다.

김경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

한 남성이 들어서자, 세관원들이 모든 짐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합니다.

<녹취> 인천공항 세관 직원 : "캐리어랑 짐 좀 볼 수 있을까요? 다른 가방도 다 올려주시겠어요? (그건 여기서 가지고 나가는 거거든요.)"

이 여행객은 세금 6억 원을 안 낸 고액체납자입니다.

국세청이 공항세관에 체납자 명단을 통보해 입국시 특별 검사 대상으로 지정된겁니다.

<녹취> 고액 체납자(음성변조) : "(국세 체납이 있어서 검사를 하게 됐는데요. 여행 다녀오신 거예요?) 네. 스페인이요."

휴대품과 수화물 전수검사를 거쳐 고가 물건이 나오면 즉시 압류 절차에 들어갑니다.

공항에서 붙잡힌 또 다른 체납자, 수하물 집중 검사가 이뤄지면서 체납자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집니다.

<녹취> 고액 체납자(음성변조) : "(체납한 건 알고 계셨어요?) 네. 그거 낼 뭐가 아니에요. 한국에서 살기 힘들어서 외국까지 나가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지난 보름간 3억 원 이상 세금을 내지않은 고액 상습 체납자 67명이 입국하다 공항에서 붙잡혀 조사를 받았습니다.

휴대품 중에 미국 달러화를 갖고 있던 체납자 2명은 4백만원 상당의 달러를 현장에서 압수당했습니다.

안 낸 세금은 끝까지 추적당한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녹취> 최정욱(국세청 징세법무국장) : "직접적인 징수 효과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런 제도를 통해서 체납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의식을 좀 더 확산시키는 게 큰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체납자 망신 주기는 세계적인 추셉니다.

미국에서는 체납자의 이웃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의 '망신주기'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국세청 직원과 함께 북 치는 악단이 체납자를 찾아와 동네 주민들에게 망신주는 방식까지 도입됐습니다.

실제 북 치는 악단 도입 이후 세수는 20%나 증가했습니다.

이런 '망신주기' 기법은 평판을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홍성훈(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부 상습 고액 체납자들이 상당 부분의 체납액을 납부하려고 납세자의 행동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 국세청도 명단 공개와 공항 압류 범위를 현재 3억 원에서 2억 원 이상 체납자로 대폭 확대하는 등 이런 추세에 동참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고액 체납자들의 실질적인 세금추징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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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체납 ‘망신 주기’ 초강수…공항서 압류
    • 입력 2017-05-15 21:28:57
    • 수정2017-05-15 21: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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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고액, 상습 체납자에 대해 이달부터는 해외에서 귀국할 때 내지 않은 세금만큼, 고가 휴대품을 압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금 체납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이른바 망신주기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건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 관심입니다.

김경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

한 남성이 들어서자, 세관원들이 모든 짐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합니다.

<녹취> 인천공항 세관 직원 : "캐리어랑 짐 좀 볼 수 있을까요? 다른 가방도 다 올려주시겠어요? (그건 여기서 가지고 나가는 거거든요.)"

이 여행객은 세금 6억 원을 안 낸 고액체납자입니다.

국세청이 공항세관에 체납자 명단을 통보해 입국시 특별 검사 대상으로 지정된겁니다.

<녹취> 고액 체납자(음성변조) : "(국세 체납이 있어서 검사를 하게 됐는데요. 여행 다녀오신 거예요?) 네. 스페인이요."

휴대품과 수화물 전수검사를 거쳐 고가 물건이 나오면 즉시 압류 절차에 들어갑니다.

공항에서 붙잡힌 또 다른 체납자, 수하물 집중 검사가 이뤄지면서 체납자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집니다.

<녹취> 고액 체납자(음성변조) : "(체납한 건 알고 계셨어요?) 네. 그거 낼 뭐가 아니에요. 한국에서 살기 힘들어서 외국까지 나가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지난 보름간 3억 원 이상 세금을 내지않은 고액 상습 체납자 67명이 입국하다 공항에서 붙잡혀 조사를 받았습니다.

휴대품 중에 미국 달러화를 갖고 있던 체납자 2명은 4백만원 상당의 달러를 현장에서 압수당했습니다.

안 낸 세금은 끝까지 추적당한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녹취> 최정욱(국세청 징세법무국장) : "직접적인 징수 효과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런 제도를 통해서 체납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의식을 좀 더 확산시키는 게 큰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체납자 망신 주기는 세계적인 추셉니다.

미국에서는 체납자의 이웃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의 '망신주기'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국세청 직원과 함께 북 치는 악단이 체납자를 찾아와 동네 주민들에게 망신주는 방식까지 도입됐습니다.

실제 북 치는 악단 도입 이후 세수는 20%나 증가했습니다.

이런 '망신주기' 기법은 평판을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홍성훈(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부 상습 고액 체납자들이 상당 부분의 체납액을 납부하려고 납세자의 행동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 국세청도 명단 공개와 공항 압류 범위를 현재 3억 원에서 2억 원 이상 체납자로 대폭 확대하는 등 이런 추세에 동참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고액 체납자들의 실질적인 세금추징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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