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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강남역 살인 1년…여성 더 안전해졌나?
입력 2017.05.18 (17:54) 취재후
"어느 누구도 더는 살해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주변의 한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한 지 1년이 지난 어제(17일),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다시 포스트잇이 붙었다. 각각의 포스트잇엔 저마다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안전한가?" 공통의 문제 의식을 담고 있었다. 추모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1년 만에 다시 포스트잇을 들었다"면서 "계속되는 말하기와 행동으로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남역 살인 1년...얼마나 변했을까?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인 어제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충북 청주의 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술에 취해 있던 남성은 화장실을 가는 여성을 쫓아가 성폭행을 시도했다. 남성이 성폭행을 시도한 화장실은 남녀 공용화장실이었다.

[연관기사] [심층리포트] 강남역 살인 1년…여전히 불안한 여성

사건 이후 정부는 공중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남녀 공용 화장실을 분리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던 화장실은 남녀 출입구가 분리됐고, 화장실 입구에는 '여성 안심 화장실'이라는 팻말과 빨간색 비상벨이 설치됐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건물의 상황은 달랐다. 칸막이 하나로 구분된 남녀공용 화장실은 비상벨도 설치돼 있지 않았고, 입구엔 CCTV조차 없었다. 천장 일부는 뜯겨 나간 상태였다. 화장실 앞에서 만난 한 여성은 "살인사건 이후로 공용화장실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며 "2층엔 화장실이 분리돼 있어 조금 멀더라도 그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 화장실을 둘러본 결과 남녀 공용화장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민간 건물에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 설치하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현행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전체 화장실의 약 3%에 해당하는 '공중 화장실'에만 남녀 화장실 분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해당 기준을 모든 화장실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물론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여성 안전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 필요"

강남역 살인 사건은 조현병 환자의 범행으로 확인됐지만, "여성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은 '혐오 범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범인 김 모(35) 씨와 여성 사이에 원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고, 김 씨가 추행을 시도하는 등의 동기도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이에 대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고,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6개 단체는 어제 1주기 기자회견에서 "여성 폭력과 살해는 일상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서 기인한다"며 "여성을 혐오하는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남녀 공용 화장실 분리, CCTV 설치 등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혐오 범죄'에 대한 처벌 등의 실질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대된 만큼 이를 반영해 법 제도뿐 아니라 인식의 변화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그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일면식이 있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치정'사건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묻지마'범죄로 분류돼 왔다"면서 "사회가 다원화 된 만큼 혐오 범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혐오 범죄인 경우 묻지마 범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이에 대한 경각심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학교에서부터 인권과 평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나와는 다른 성(gender)에 대한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상임대표는 "폭력은 금방 줄어들지 않는다"며 "인권 감수성, 폭력 예방에 대한 교육이 어릴 적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와 꾸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1년 전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은 "우리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을 두고 갈등이 커지는 듯한 모습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동안 침묵해왔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이 표출되고, 갈등을 조정해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취재후] 강남역 살인 1년…여성 더 안전해졌나?
    • 입력 2017-05-18 17:54:25
    취재후
"어느 누구도 더는 살해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주변의 한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한 지 1년이 지난 어제(17일),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다시 포스트잇이 붙었다. 각각의 포스트잇엔 저마다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안전한가?" 공통의 문제 의식을 담고 있었다. 추모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1년 만에 다시 포스트잇을 들었다"면서 "계속되는 말하기와 행동으로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남역 살인 1년...얼마나 변했을까?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인 어제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충북 청주의 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술에 취해 있던 남성은 화장실을 가는 여성을 쫓아가 성폭행을 시도했다. 남성이 성폭행을 시도한 화장실은 남녀 공용화장실이었다.

[연관기사] [심층리포트] 강남역 살인 1년…여전히 불안한 여성

사건 이후 정부는 공중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남녀 공용 화장실을 분리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던 화장실은 남녀 출입구가 분리됐고, 화장실 입구에는 '여성 안심 화장실'이라는 팻말과 빨간색 비상벨이 설치됐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건물의 상황은 달랐다. 칸막이 하나로 구분된 남녀공용 화장실은 비상벨도 설치돼 있지 않았고, 입구엔 CCTV조차 없었다. 천장 일부는 뜯겨 나간 상태였다. 화장실 앞에서 만난 한 여성은 "살인사건 이후로 공용화장실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며 "2층엔 화장실이 분리돼 있어 조금 멀더라도 그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 화장실을 둘러본 결과 남녀 공용화장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민간 건물에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 설치하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현행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전체 화장실의 약 3%에 해당하는 '공중 화장실'에만 남녀 화장실 분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해당 기준을 모든 화장실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물론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여성 안전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 필요"

강남역 살인 사건은 조현병 환자의 범행으로 확인됐지만, "여성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은 '혐오 범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범인 김 모(35) 씨와 여성 사이에 원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고, 김 씨가 추행을 시도하는 등의 동기도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이에 대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고,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6개 단체는 어제 1주기 기자회견에서 "여성 폭력과 살해는 일상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서 기인한다"며 "여성을 혐오하는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남녀 공용 화장실 분리, CCTV 설치 등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혐오 범죄'에 대한 처벌 등의 실질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대된 만큼 이를 반영해 법 제도뿐 아니라 인식의 변화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그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일면식이 있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치정'사건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묻지마'범죄로 분류돼 왔다"면서 "사회가 다원화 된 만큼 혐오 범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혐오 범죄인 경우 묻지마 범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이에 대한 경각심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학교에서부터 인권과 평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나와는 다른 성(gender)에 대한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상임대표는 "폭력은 금방 줄어들지 않는다"며 "인권 감수성, 폭력 예방에 대한 교육이 어릴 적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와 꾸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1년 전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은 "우리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을 두고 갈등이 커지는 듯한 모습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동안 침묵해왔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이 표출되고, 갈등을 조정해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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