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외교관 “올드보이는 현역 귀환 안된다”

입력 2017.05.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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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풍경 1

대통령 선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던 지난 2월 16일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의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을 출범시켰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유력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이 문제가 있다며 총공세를 폈다.

문 전 대표는 안보 불안 이미지를 씻고,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준비된 후보’라는 믿음을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국민아그레망'은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정의용 전 의원이 단장을 맡았다.

주독일 대사를 지낸 황원탁 전 외교안보수석과 주일 대사를 지낸 라종일 전 국가안보보좌관, 이태식 전 주미 대사, 이수혁 전 주독일 대사 등 전직 대사 24명이 합류했다.

지난 2월 16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직 외교관으로 구성된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출범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지난 2월 16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직 외교관으로 구성된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출범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선 전 풍경 2

이에 앞서 지난 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에서 10년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당시 유력 대권주자로서 범여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고, 반 전 총장 귀국과 함께 지원 조직인 '마포 실무팀'이 꾸려졌다.

11명으로 구성된 조직에 ‘외무고시 12회 3인방’으로 불리던 오준 전 주유엔 대사,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김숙 전 주유엔 대사가 참여했고, 김봉현 전 주호주 대사는 총무 역할을 맡았다.

반 전 총장 주변에 외교관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다른 외교관 출신 인사들은 실무팀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대통합과 정치교체라는 큰 꿈을 품고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던 반 전 총장은 20일 만인 2월 1일 오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지지자들과 지원조직인 마포캠프 관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지난 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지지자들과 지원조직인 마포캠프 관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올드 보이 귀환은 퇴행"..."그러지 말란 법 없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 출범 나흘 째인 지난 5월 13일 외교부 직원 내부 통신망에 현직 대사의 글이 하나 올라 왔다.

제목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업공무원제 확립’. 김용호 주 벨라루스 대사가 썼다.

김 대사는 먼저 “언젠가부터 정권 교체기마다 공무원들이 정치권에 줄을 서고 정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의 눈에 ‘영혼 없는 인간’들로 각인되기 시작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리고 “퇴직한 선배 외교관들이 선거판에 끼어들어 정치권에 들어가더니 선거 후 정치인이 아니라 ‘현역’으로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현상”이 “10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대사는 "지난 10년 청와대는 물론 내각에 '올드 보이(Old boy)'들이 귀환해 역사를 과거로 회귀하게 하는 퇴행 현상이 나타났는데 우리 부(외교부)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사의 글은 "올드 보이들은 현역으로 귀환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길을 가거나 원로로서 자문의 역할에 머무는 미덕을 살림으로써 후배들이 언제까지 ‘꺼진불도 다시 보며 살지 않게’ 내버려 둬야 할 것이다"는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른바 '캠프 출신' 전직 외교관들이 ‘친정’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후배들의 정치적 중립 유지, 직업공무원제 확립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용호 주 벨라루스 대사의 게시글김용호 주 벨라루스 대사의 게시글

김 대사의 주장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퇴직 외교관이 대선 캠프를 거쳐 다시 고위 각료로 복귀하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흔하다’

‘장·차관과 안보실장은 특히 정무직 공무원이어서 원래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자리다’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전직 외교관이 그런 자리의 결격 사유가 된다는 조항은 더욱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외교부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김 대사의 문제 제기는 전·현직 외교관과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 큰 반향과 논란을 불러왔다.

더욱이 새 외교부장관이 곧 지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는 터이다.

해당 글은 게시 엿새째인 오늘(18일)까지 1,000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언제까지 '꺼진 불'을 다시 봐야 하는가", "그렇다면 현역만 장차관 하란 얘기인가".

논란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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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외교관 “올드보이는 현역 귀환 안된다”
    • 입력 2017-05-18 18:45:48
    취재K
대선 전 풍경 1

대통령 선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던 지난 2월 16일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의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을 출범시켰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유력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이 문제가 있다며 총공세를 폈다.

문 전 대표는 안보 불안 이미지를 씻고,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준비된 후보’라는 믿음을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국민아그레망'은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정의용 전 의원이 단장을 맡았다.

주독일 대사를 지낸 황원탁 전 외교안보수석과 주일 대사를 지낸 라종일 전 국가안보보좌관, 이태식 전 주미 대사, 이수혁 전 주독일 대사 등 전직 대사 24명이 합류했다.

지난 2월 16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직 외교관으로 구성된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출범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선 전 풍경 2

이에 앞서 지난 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에서 10년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당시 유력 대권주자로서 범여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고, 반 전 총장 귀국과 함께 지원 조직인 '마포 실무팀'이 꾸려졌다.

11명으로 구성된 조직에 ‘외무고시 12회 3인방’으로 불리던 오준 전 주유엔 대사,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김숙 전 주유엔 대사가 참여했고, 김봉현 전 주호주 대사는 총무 역할을 맡았다.

반 전 총장 주변에 외교관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다른 외교관 출신 인사들은 실무팀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대통합과 정치교체라는 큰 꿈을 품고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던 반 전 총장은 20일 만인 2월 1일 오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지지자들과 지원조직인 마포캠프 관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올드 보이 귀환은 퇴행"..."그러지 말란 법 없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 출범 나흘 째인 지난 5월 13일 외교부 직원 내부 통신망에 현직 대사의 글이 하나 올라 왔다.

제목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업공무원제 확립’. 김용호 주 벨라루스 대사가 썼다.

김 대사는 먼저 “언젠가부터 정권 교체기마다 공무원들이 정치권에 줄을 서고 정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의 눈에 ‘영혼 없는 인간’들로 각인되기 시작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리고 “퇴직한 선배 외교관들이 선거판에 끼어들어 정치권에 들어가더니 선거 후 정치인이 아니라 ‘현역’으로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현상”이 “10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대사는 "지난 10년 청와대는 물론 내각에 '올드 보이(Old boy)'들이 귀환해 역사를 과거로 회귀하게 하는 퇴행 현상이 나타났는데 우리 부(외교부)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사의 글은 "올드 보이들은 현역으로 귀환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길을 가거나 원로로서 자문의 역할에 머무는 미덕을 살림으로써 후배들이 언제까지 ‘꺼진불도 다시 보며 살지 않게’ 내버려 둬야 할 것이다"는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른바 '캠프 출신' 전직 외교관들이 ‘친정’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후배들의 정치적 중립 유지, 직업공무원제 확립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용호 주 벨라루스 대사의 게시글
김 대사의 주장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퇴직 외교관이 대선 캠프를 거쳐 다시 고위 각료로 복귀하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흔하다’

‘장·차관과 안보실장은 특히 정무직 공무원이어서 원래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자리다’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전직 외교관이 그런 자리의 결격 사유가 된다는 조항은 더욱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외교부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김 대사의 문제 제기는 전·현직 외교관과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 큰 반향과 논란을 불러왔다.

더욱이 새 외교부장관이 곧 지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는 터이다.

해당 글은 게시 엿새째인 오늘(18일)까지 1,000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언제까지 '꺼진 불'을 다시 봐야 하는가", "그렇다면 현역만 장차관 하란 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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