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급식비’ 미납하면 수치심 주는 美 학교

입력 2017.05.18 (20:39) 수정 2017.05.1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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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학생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급식을 먹습니다.

그런데 급식비를 못 내는 아이들한테 수치심을 안겨주는 일이 생겨서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인지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질문>
이재석 기자. 급식비를 안 내면 밥을 아예 안 준다거나 혼낸다거나 그런 얘긴가요.

<답변>
밥을 아예 안 주는 경우도 적지만 있긴 있구요,

대놓고 혼내거나 그런 건 아닌데, 문제는 어떤 모욕감입니다.

자, 사례를 보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은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사는 한 초등학생의 손목을 찍은 겁니다.

희미하게 뭐라고 쓰여있죠.

'런치 머니', 그러니까 우리 말로 급식비라고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급식비 내라는 얘기입니다.

부모님이 보라고 학교에서 저렇게 도장을 손목에 찍은 겁니다.

또 다른 학교를 볼까요.

이 여성의 딸도 급식비 도장이 찍혔습니다.

급식비가 밀리면 학교에서 도장을 찍는다거나 팔찌를 채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느낄 모멸감이 크겠죠.

물론 아예 밥을 안 주는 경우는 드문데, 급식 대신 간단한 샌드위치만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굶지 않아서 좋긴 하겠지만 친구들이 보면 쟤는 왜 다른 걸 먹지, 하고 눈치를 챌 수밖에 없겠죠.

창피함은 마찬가지인 겁니다.

<녹취> 콤튼(학생) : "창피했어요. 제가 가난하다고 느껴졌어요."

<녹취> 카라 콤튼(엄마) : "아이들은 굴욕감을 느끼고 부모는 마음이 아프게 되죠. 못난 엄마가 된 기분이에요."

급식비를 못 내면 청소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상황이 이러니 미국 언론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보도를 하고 있는 거죠.

<질문>
그렇겠네요.

샌드위치를 먹는다 해도 티가 나는 거니까 말이죠.

그런데 미국은 전면 무상급식이 아닌가 봐요.

<답변>
네, 미국 초중고등학생이 대략 5천만 명쯤 되거든요.

그 가운데 40% 정도만 무상급식 지원을 받습니다.

주로 저소득층이죠.

나머지 60%가 지원을 못 받는데, 여기에도 사정이 안 좋은 학생들이 적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겁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런데 학교 입장에서도 어쨌든 급식비가 다 안 걷히니까 곤혹스러움은 있긴 하겠어요.

<답변>
그렇죠.

학생들을 막 혼내선 안 되는 문제고, 특히 교직원들이 학교와 학생 중간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이 여성은 콜로라도 주의 한 초등학교 식당 직원이었는데요.

2년 전, 급식비를 못 낸 학생한테 급식을 줬다가 해고를 당해서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녹취> 커리 : "1학년 학생이 급식비 못 내서 울고 있었어요. 네, 그래서 제가 줬습니다."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에선 학교 식당 직원이 사직서를 냈습니다.

급식비를 내지 못한 아이한테 급식을 빼앗아야 했던 게 마음에 걸려서 괴로움에 결국 그만둔 겁니다.

<녹취> 콜티스카 : "그 아이한테 치킨을 빼앗고 샌드위치를 대신 줘야 했던 순간이 절대 잊히지 않았어요. 상급자한테 더 이상 못하겠다고 했어요."

적은 사례긴 하지만 몇몇 학교의 경우에는 아예 샌드위치고 뭐고 못 주도록 돼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게 논란이 되고 있다면 좀 다르게 접근하는 학교는 없나요.

<답변>
일부 주이긴 하지만 모욕감을 주는걸 금지하는 주가 있습니다.

뉴멕시코주가 그런데요.

이른바 '런치 쉐이밍 금지법'이 지난달 통과됐습니다.

우리 말로 하면 '부끄러운 점심 금지법'이랄까요.

학생들 몸에 도장을 찍는다거나 청소를 시키거나 하는 모든 행위가 금지됐습니다.

다른 음식을 주지도 않고, 학교와 학부모가 직접 소통하도록 했습니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적어도 눈칫밥 먹이지 말자는 공감대가 조금씩이나마 확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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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8 20:32:33
    • 수정2017-05-18 20:52:38
    글로벌24
<앵커 멘트>

미국 학생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급식을 먹습니다.

그런데 급식비를 못 내는 아이들한테 수치심을 안겨주는 일이 생겨서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인지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질문>
이재석 기자. 급식비를 안 내면 밥을 아예 안 준다거나 혼낸다거나 그런 얘긴가요.

<답변>
밥을 아예 안 주는 경우도 적지만 있긴 있구요,

대놓고 혼내거나 그런 건 아닌데, 문제는 어떤 모욕감입니다.

자, 사례를 보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은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사는 한 초등학생의 손목을 찍은 겁니다.

희미하게 뭐라고 쓰여있죠.

'런치 머니', 그러니까 우리 말로 급식비라고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급식비 내라는 얘기입니다.

부모님이 보라고 학교에서 저렇게 도장을 손목에 찍은 겁니다.

또 다른 학교를 볼까요.

이 여성의 딸도 급식비 도장이 찍혔습니다.

급식비가 밀리면 학교에서 도장을 찍는다거나 팔찌를 채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느낄 모멸감이 크겠죠.

물론 아예 밥을 안 주는 경우는 드문데, 급식 대신 간단한 샌드위치만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굶지 않아서 좋긴 하겠지만 친구들이 보면 쟤는 왜 다른 걸 먹지, 하고 눈치를 챌 수밖에 없겠죠.

창피함은 마찬가지인 겁니다.

<녹취> 콤튼(학생) : "창피했어요. 제가 가난하다고 느껴졌어요."

<녹취> 카라 콤튼(엄마) : "아이들은 굴욕감을 느끼고 부모는 마음이 아프게 되죠. 못난 엄마가 된 기분이에요."

급식비를 못 내면 청소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상황이 이러니 미국 언론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보도를 하고 있는 거죠.

<질문>
그렇겠네요.

샌드위치를 먹는다 해도 티가 나는 거니까 말이죠.

그런데 미국은 전면 무상급식이 아닌가 봐요.

<답변>
네, 미국 초중고등학생이 대략 5천만 명쯤 되거든요.

그 가운데 40% 정도만 무상급식 지원을 받습니다.

주로 저소득층이죠.

나머지 60%가 지원을 못 받는데, 여기에도 사정이 안 좋은 학생들이 적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겁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런데 학교 입장에서도 어쨌든 급식비가 다 안 걷히니까 곤혹스러움은 있긴 하겠어요.

<답변>
그렇죠.

학생들을 막 혼내선 안 되는 문제고, 특히 교직원들이 학교와 학생 중간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이 여성은 콜로라도 주의 한 초등학교 식당 직원이었는데요.

2년 전, 급식비를 못 낸 학생한테 급식을 줬다가 해고를 당해서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녹취> 커리 : "1학년 학생이 급식비 못 내서 울고 있었어요. 네, 그래서 제가 줬습니다."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에선 학교 식당 직원이 사직서를 냈습니다.

급식비를 내지 못한 아이한테 급식을 빼앗아야 했던 게 마음에 걸려서 괴로움에 결국 그만둔 겁니다.

<녹취> 콜티스카 : "그 아이한테 치킨을 빼앗고 샌드위치를 대신 줘야 했던 순간이 절대 잊히지 않았어요. 상급자한테 더 이상 못하겠다고 했어요."

적은 사례긴 하지만 몇몇 학교의 경우에는 아예 샌드위치고 뭐고 못 주도록 돼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게 논란이 되고 있다면 좀 다르게 접근하는 학교는 없나요.

<답변>
일부 주이긴 하지만 모욕감을 주는걸 금지하는 주가 있습니다.

뉴멕시코주가 그런데요.

이른바 '런치 쉐이밍 금지법'이 지난달 통과됐습니다.

우리 말로 하면 '부끄러운 점심 금지법'이랄까요.

학생들 몸에 도장을 찍는다거나 청소를 시키거나 하는 모든 행위가 금지됐습니다.

다른 음식을 주지도 않고, 학교와 학부모가 직접 소통하도록 했습니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적어도 눈칫밥 먹이지 말자는 공감대가 조금씩이나마 확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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