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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와 권리, 경계선은?
입력 2017.05.21 (22:52) 수정 2017.05.21 (23:12)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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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소음이나 진동때문에 편안한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녹취> "공원을 없애지 말아달라는 거에요. 아이들의 쉼터, 진짜 유일한 곳인데."

<녹취> "지금 초등학교가 (기숙사) 바로 앞에 있고, 교통 사고도 빈번하거든요.."

<인터뷰> 전형준(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 "더 자신들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졌고, 각박해지다 보니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그런 개인들의 그런 측면도."

공익보단 소수 집단의 이익을 앞세우는 현상을 '님비' 라고 표현합니다.

집단 이기주의를 비난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익만큼 개인의 권리도 중요해지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님비와 권리 사이, 늘어나는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리포트>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소방서가 없는 금천구.

지난 95년 구로구에서 분리돼 독립했지만 화재 진압 등은 아직도 구로 소방서에서 맡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덕순(서울 독산동) : "소방서가 너무 멀리 있으니까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있죠. 가깝게 있어야지 신고를 하면 빨리 오죠. 멀리 있으면 아무래도 늦게 도착하니까."

실제로 현재 구로소방서에서 금천구 남부 지역까지 출동 시간은 평균 15분 남짓.

화재 초동 진압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5분'을 훌쩍 넘어서는 시간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 소방재난본부는 금천구 독산동 말미고개 일원에 금천 소방서 설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녹취> 소방재난본부 관계자 : "도시계획시설 결정 열람공고는 진행이 됐고요. 그 다음에 그에 따라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대해서 추진중입니다."

하지만 예상치못한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올 초 주민 설명회를 통해 소방서 신설 소식을 알게 된 일부 주민과 상인 등이 소방서 건립에 반발하고 나선겁니다.

예정부지 뒤편은 오래된 주택가와 인접해 있다보니 소음과 교통 혼잡 등으로 주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새로운 소방서 건물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단독 주택과 붙어 있어 안전상의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종철(서울시 독산동 주민) : "(오래된 집이니까) 지반이 너무 약해서 옆에서 뭘 한다고 하면 뭐 무너진다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까봐 좀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또, 왕복 12차선 대로변을 따라 상가가 밀집된 지역이기도 해, 혹시 상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상인들의 걱정도 큽니다.

<녹취> 소방서 예정부지 상가 세입자 : "어휴 힘들죠. 어디로 당장 나가야 되는데 우리는 안하고 있는게 좋죠. 이제 터 잡고 일하는데 어디 가라고 해서 뭘 하겠어 어디로 가서 새롭게 뭘 하겠어요 힘들지."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주민들이 대부분 소방서의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내 집 앞에 소방서가 들어선다고 하자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주민들이 직접 인근 지역에 대체 부지를 물색해 소방본부에 건의도 해봤지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영신(서울시 독산동 주민) : "현재까지 추진했던 그런 게 진행이 중단되면 재심의를 받아야 되는 그런 과정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하시는게 저희는 느껴지고 있거든요. 입주민도 생각하고 공공시설도 들어오면서 주민들이 환영할 수 있는 부지를, 대체 부지를 찾아주셨으면 하는게 주민들의 바람입니다."

결국 금천 소방서는 기존 계획대로 현재 예정 부지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가 이르면 2019년 하반기에는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 녹취> 소방재난본부 관계자 : "지금 뭐 사업이 중지되거나 그 정도는 아니고요. 사업은 진행되고 되고 있어요. 어느 사업이든지 민원은 발생을 하니까."

주민들은 공익만큼 인근 주민의 주거권과 생존권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영신(서울시 독산동 주민) : "금천구에 소방서 생기는 걸 반대한다고 하면 그 동네는 이제 화재 나도 출동하지 마라 이런 비난도 많고.. 물론 소방서가 생기면 좋겠지만 솔직한 입장에선 제 생활과 저희 집 식구들의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공익 추구와 함께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해진 만큼, 최근엔 특별히 기피할만한 시설이 아니어도 이해 관계에 따라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안고 나온 젊은 엄마들, 손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빨리 세워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인터뷰> 유영신(서울시 산천동) : "아이들이 안전하게 마음 놓고 다닐 공간이 많이 부족하고 또 실제로 많이 다른 타지역으로 나가야 돼요. 어린이집이 없어서."

서울 용산구는 지난해 말 한남동 응봉근린공원에 국. 공립 어린이집을 세울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원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은 반년째 멈춘 상태입니다.

이렇게 사업이 차일피일 기약 없이 미뤄지자 이번엔 엄마들이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수아(서울시 한남동) : "어린이집 생기는게 그렇게까지 싫어하실 일인가 그런 의문도 들기도 했는데, 또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집 앞에 있는 공원이니까 그런 마음 들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기피 시설도 아닌 어린이집을 이렇게까지 격렬하게 반대는 이유는 뭘까?

주민들은 근린 공원과 환경을 지키는 것도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공원을 지켜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근(응봉근린공원 인근 주민) : "주민들의 마음 모두가 어렵게 조성된 이 공원을 유지해 달라 이런 얘기예요. 북한남동 주민들이 아주 좋은 공원에서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그걸 갑자기 없앤다고 하니까 난리가 났죠."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중인 연합 기숙사 사업도 비슷한 종류의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함은형씨는 현재 학교 근처에서 월세 50만원을 내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방을 구했지만 금전적 부담이 큽니다.

대학생 연합 기숙사가 생긴다는 말에 희망을 걸어봤는데, 주민 반대로 이마저도 무산될까 걱정이 큽니다.

<인터뷰> 함은형(대학생) : "월세가 비싸다 보니까 계약기간 만료되기 전에 좀 더 싼 데를 찾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고요. 행복기숙사 거기도 좀 시급히 빨리 문제를 해결해서 주민들이랑 상의해서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사학재단이 추진중인 대학생 연합 기숙사 예정 부지는 대단지 아파트와 초등학교 사이 빈 공터, 협소한 2차선 도로에 가파른 오르막길, 학교까지 바로 인접해 있다보니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가 큽니다.

<인터뷰> 조연우(기숙사 인근 주민) : "주민들 편의도 그렇고 애들 안전도 그렇고 일단은 가까운데 초등학생 아이들도 걱정되는 면이 많고 그리고 교통량도 너무 많잖아요. 안그래도 아파트 단지가 크니까 굉장히 혼잡하고."

어린이 놀이터같은 시설조차 주민 민원에 따라 '기피'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오래된 아파트의 주차장 한편에 방치된 낡은 놀이터, 주민들은 아이도 줄어 잘 활용하지도 않는데다 심야엔 청소년들의 일탈 장소로 변질되고 있다며 철거를 원하고 있습니다.

<녹취> 주민 : "놀이터에 뭐 고등학생이나 애들이 놀고 이렇더라고요. 불량학생들이 거기 있다니까 담배 피고. 우리는 이거 치우고 주차장 하면 좋죠. 차 대기도 좋고."

이처럼 주민 민원에 의해 사라진 놀이터는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만 500곳이 넘습니다.

<녹취> 주민 : "놀이터는 독립되어 있는데 여기가 없어진다면 다른 데 놀수가 없으니까요. 놀 수 있는곳이 (부족해서 아쉬워요)."

단순히 보상을 요구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개인의 가치관도 존중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갈등은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갈등 해결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영진(한국갈등해결센터 대표) : "다수를 위해 필요한 거니까 해야지 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다보니까 갈등 상황에 부딪히게 되는 거죠. 이제 우리도 행정 절차법을 좀 더 선진화 시켜야 합니다. 왜나하면 시민들의 권리 의식이 그만큼 향상됐기 때문에 법 제도도 (시민 수준에 맞춰)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님비'의 대표적인 사례인 재산권과 관련된 분쟁 조차, 문제 해결을 위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인 최수희씨는, 지난 연말부터 고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 인근에 추진중인 5천 5백 세대 규모의 행복주택 사업에 반대하기 위해 이웃들과 뜻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최수희(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 "이렇게 많은 5천 5백 세대가 단일로 들어오는 지역은 제가 알기로는 없거든요. 이미 이 지역 자체가 교통상황이 포화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교통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밖에 없는 여건이거든요."

행복주택의 영향으로 지역이 낙후되고 집 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솔직한 심정도 털어 놓습니다.

<인터뷰> 최수희(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 "막말로 너네 집 값 떨어질 까봐 그러는거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저희도 맞벌이 하면서 힘들게 내 가족이랑 살려고 집 하나 샀는데 집 값 떨어지면 당연히 걱정될 수 밖에 없죠."

공익에 맞서는 개인을 무조건 이기주의로 몰아서는 더 이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개인의 권리도 존중하며 입장 차이를 좁혀 나가면서 갈등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영진(한국갈등해결센터 대표) : "(공공분야 사업이) 다수를 위해선 좋겠지만 특정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해선 안되지 않습니까?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납득할 수 없는 피해를 자신들로선 당할 수 없다 가만히 앉아서 그런 입장으로 이해를 하는 게 이제는 바람직할 테고요."

제도의 보완도 필요합니다.

'공공 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제정돼 있긴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보니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형준(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 "제도적으론 갈등 관리 기본법이 제정이 되는 게 도움이 분명히 될 거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현실에 맞게) 계속 수정 보완을 해나가야겠죠 그러니까 딱 제정되는게 끝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갈등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한 해에 2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제 옳고 그름으로 편을 가르고 싸우기보단, 다양해지는 갈등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 님비와 권리, 경계선은?
    • 입력 2017-05-21 22:45:34
    • 수정2017-05-21 23:12:53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소음이나 진동때문에 편안한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녹취> "공원을 없애지 말아달라는 거에요. 아이들의 쉼터, 진짜 유일한 곳인데."

<녹취> "지금 초등학교가 (기숙사) 바로 앞에 있고, 교통 사고도 빈번하거든요.."

<인터뷰> 전형준(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 "더 자신들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졌고, 각박해지다 보니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그런 개인들의 그런 측면도."

공익보단 소수 집단의 이익을 앞세우는 현상을 '님비' 라고 표현합니다.

집단 이기주의를 비난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익만큼 개인의 권리도 중요해지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님비와 권리 사이, 늘어나는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리포트>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소방서가 없는 금천구.

지난 95년 구로구에서 분리돼 독립했지만 화재 진압 등은 아직도 구로 소방서에서 맡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덕순(서울 독산동) : "소방서가 너무 멀리 있으니까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있죠. 가깝게 있어야지 신고를 하면 빨리 오죠. 멀리 있으면 아무래도 늦게 도착하니까."

실제로 현재 구로소방서에서 금천구 남부 지역까지 출동 시간은 평균 15분 남짓.

화재 초동 진압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5분'을 훌쩍 넘어서는 시간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 소방재난본부는 금천구 독산동 말미고개 일원에 금천 소방서 설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녹취> 소방재난본부 관계자 : "도시계획시설 결정 열람공고는 진행이 됐고요. 그 다음에 그에 따라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대해서 추진중입니다."

하지만 예상치못한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올 초 주민 설명회를 통해 소방서 신설 소식을 알게 된 일부 주민과 상인 등이 소방서 건립에 반발하고 나선겁니다.

예정부지 뒤편은 오래된 주택가와 인접해 있다보니 소음과 교통 혼잡 등으로 주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새로운 소방서 건물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단독 주택과 붙어 있어 안전상의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종철(서울시 독산동 주민) : "(오래된 집이니까) 지반이 너무 약해서 옆에서 뭘 한다고 하면 뭐 무너진다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까봐 좀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또, 왕복 12차선 대로변을 따라 상가가 밀집된 지역이기도 해, 혹시 상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상인들의 걱정도 큽니다.

<녹취> 소방서 예정부지 상가 세입자 : "어휴 힘들죠. 어디로 당장 나가야 되는데 우리는 안하고 있는게 좋죠. 이제 터 잡고 일하는데 어디 가라고 해서 뭘 하겠어 어디로 가서 새롭게 뭘 하겠어요 힘들지."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주민들이 대부분 소방서의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내 집 앞에 소방서가 들어선다고 하자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주민들이 직접 인근 지역에 대체 부지를 물색해 소방본부에 건의도 해봤지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영신(서울시 독산동 주민) : "현재까지 추진했던 그런 게 진행이 중단되면 재심의를 받아야 되는 그런 과정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하시는게 저희는 느껴지고 있거든요. 입주민도 생각하고 공공시설도 들어오면서 주민들이 환영할 수 있는 부지를, 대체 부지를 찾아주셨으면 하는게 주민들의 바람입니다."

결국 금천 소방서는 기존 계획대로 현재 예정 부지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가 이르면 2019년 하반기에는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 녹취> 소방재난본부 관계자 : "지금 뭐 사업이 중지되거나 그 정도는 아니고요. 사업은 진행되고 되고 있어요. 어느 사업이든지 민원은 발생을 하니까."

주민들은 공익만큼 인근 주민의 주거권과 생존권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영신(서울시 독산동 주민) : "금천구에 소방서 생기는 걸 반대한다고 하면 그 동네는 이제 화재 나도 출동하지 마라 이런 비난도 많고.. 물론 소방서가 생기면 좋겠지만 솔직한 입장에선 제 생활과 저희 집 식구들의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공익 추구와 함께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해진 만큼, 최근엔 특별히 기피할만한 시설이 아니어도 이해 관계에 따라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안고 나온 젊은 엄마들, 손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빨리 세워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인터뷰> 유영신(서울시 산천동) : "아이들이 안전하게 마음 놓고 다닐 공간이 많이 부족하고 또 실제로 많이 다른 타지역으로 나가야 돼요. 어린이집이 없어서."

서울 용산구는 지난해 말 한남동 응봉근린공원에 국. 공립 어린이집을 세울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원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은 반년째 멈춘 상태입니다.

이렇게 사업이 차일피일 기약 없이 미뤄지자 이번엔 엄마들이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수아(서울시 한남동) : "어린이집 생기는게 그렇게까지 싫어하실 일인가 그런 의문도 들기도 했는데, 또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집 앞에 있는 공원이니까 그런 마음 들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기피 시설도 아닌 어린이집을 이렇게까지 격렬하게 반대는 이유는 뭘까?

주민들은 근린 공원과 환경을 지키는 것도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공원을 지켜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근(응봉근린공원 인근 주민) : "주민들의 마음 모두가 어렵게 조성된 이 공원을 유지해 달라 이런 얘기예요. 북한남동 주민들이 아주 좋은 공원에서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그걸 갑자기 없앤다고 하니까 난리가 났죠."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중인 연합 기숙사 사업도 비슷한 종류의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함은형씨는 현재 학교 근처에서 월세 50만원을 내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방을 구했지만 금전적 부담이 큽니다.

대학생 연합 기숙사가 생긴다는 말에 희망을 걸어봤는데, 주민 반대로 이마저도 무산될까 걱정이 큽니다.

<인터뷰> 함은형(대학생) : "월세가 비싸다 보니까 계약기간 만료되기 전에 좀 더 싼 데를 찾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고요. 행복기숙사 거기도 좀 시급히 빨리 문제를 해결해서 주민들이랑 상의해서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사학재단이 추진중인 대학생 연합 기숙사 예정 부지는 대단지 아파트와 초등학교 사이 빈 공터, 협소한 2차선 도로에 가파른 오르막길, 학교까지 바로 인접해 있다보니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가 큽니다.

<인터뷰> 조연우(기숙사 인근 주민) : "주민들 편의도 그렇고 애들 안전도 그렇고 일단은 가까운데 초등학생 아이들도 걱정되는 면이 많고 그리고 교통량도 너무 많잖아요. 안그래도 아파트 단지가 크니까 굉장히 혼잡하고."

어린이 놀이터같은 시설조차 주민 민원에 따라 '기피'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오래된 아파트의 주차장 한편에 방치된 낡은 놀이터, 주민들은 아이도 줄어 잘 활용하지도 않는데다 심야엔 청소년들의 일탈 장소로 변질되고 있다며 철거를 원하고 있습니다.

<녹취> 주민 : "놀이터에 뭐 고등학생이나 애들이 놀고 이렇더라고요. 불량학생들이 거기 있다니까 담배 피고. 우리는 이거 치우고 주차장 하면 좋죠. 차 대기도 좋고."

이처럼 주민 민원에 의해 사라진 놀이터는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만 500곳이 넘습니다.

<녹취> 주민 : "놀이터는 독립되어 있는데 여기가 없어진다면 다른 데 놀수가 없으니까요. 놀 수 있는곳이 (부족해서 아쉬워요)."

단순히 보상을 요구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개인의 가치관도 존중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갈등은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갈등 해결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영진(한국갈등해결센터 대표) : "다수를 위해 필요한 거니까 해야지 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다보니까 갈등 상황에 부딪히게 되는 거죠. 이제 우리도 행정 절차법을 좀 더 선진화 시켜야 합니다. 왜나하면 시민들의 권리 의식이 그만큼 향상됐기 때문에 법 제도도 (시민 수준에 맞춰)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님비'의 대표적인 사례인 재산권과 관련된 분쟁 조차, 문제 해결을 위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인 최수희씨는, 지난 연말부터 고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 인근에 추진중인 5천 5백 세대 규모의 행복주택 사업에 반대하기 위해 이웃들과 뜻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최수희(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 "이렇게 많은 5천 5백 세대가 단일로 들어오는 지역은 제가 알기로는 없거든요. 이미 이 지역 자체가 교통상황이 포화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교통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밖에 없는 여건이거든요."

행복주택의 영향으로 지역이 낙후되고 집 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솔직한 심정도 털어 놓습니다.

<인터뷰> 최수희(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 "막말로 너네 집 값 떨어질 까봐 그러는거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저희도 맞벌이 하면서 힘들게 내 가족이랑 살려고 집 하나 샀는데 집 값 떨어지면 당연히 걱정될 수 밖에 없죠."

공익에 맞서는 개인을 무조건 이기주의로 몰아서는 더 이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개인의 권리도 존중하며 입장 차이를 좁혀 나가면서 갈등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영진(한국갈등해결센터 대표) : "(공공분야 사업이) 다수를 위해선 좋겠지만 특정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해선 안되지 않습니까?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납득할 수 없는 피해를 자신들로선 당할 수 없다 가만히 앉아서 그런 입장으로 이해를 하는 게 이제는 바람직할 테고요."

제도의 보완도 필요합니다.

'공공 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제정돼 있긴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보니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형준(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 "제도적으론 갈등 관리 기본법이 제정이 되는 게 도움이 분명히 될 거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현실에 맞게) 계속 수정 보완을 해나가야겠죠 그러니까 딱 제정되는게 끝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갈등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한 해에 2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제 옳고 그름으로 편을 가르고 싸우기보단, 다양해지는 갈등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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