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산촌으로 간다

입력 2017.05.21 (22:38) 수정 2017.05.2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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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돈보다는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갖고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치이니까, 여기저기서."

<녹취> "앞으로도 10년은 정년이 없다, 이 생각하면 굉장히 좋은 사업이고 좋은 식물이죠. 나를 살려주는 식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으로 이주하는 귀농에 이어, 최근엔 산촌에서 제2의 인생을 여는 '귀산촌'인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할 수 있고, 풍부한 산림자원으로 소득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탈 도시 행렬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실제 산촌생활은 어떨까요?

산 속으로 들어간 귀산촌인들의 삶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백산맥 산자락에 둘러싸인 강원도 홍천군의 한 산촌마을.

황토집에서 나온 차량 한 대가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어디론가 향합니다.

64살 강진홍,이금옥 씨 부부가 산비탈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살피고 있는 건 산양삼,

<녹취> 강진홍(귀산촌인) : "8개, 9개 되거든요, 이 부분이. 이게 이제 나이를 가리키는 거예요."

산으로 출근해 산양삼의 작황을 확인하는게 부부의 일입니다.

<인터뷰> 강진홍(귀산촌인) : "심어만 놓으면 저도 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모든 작물은 주인 발소리 들으며 큰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자주자주 돌봐줘야 하고요."

한 편에선 '산 속의 고기'라 불리는 표고버섯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녹취> 강진홍(귀산촌인) : "화고(버섯)가 나와요, 거의 다. 고생 덩어리예요, 고생 덩어리."

자영업을 했던 부부는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쳐 10년 전 서울을 떠났습니다.

평소 산을 좋아했기에 산지를 구입해 이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과를 마친 부부는 직접 딴 산나물로 식탁을 차려 따끈따끈한 식사를 합니다.

<인터뷰> 이금옥(귀산촌인) : "하우스에 재배한 거 이런 거보다는 우리는 자연 그대로인 것을 많이 먹으니까, 가지고 있는 향 있는 것을 다 먹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참 좋은 것 같아요."

도시에서보다 직접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이 많아 때론 고되기도 하지만 현재 삶에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녹취> 강진홍(귀산촌인) : "비가 딱 그치면 뜨거운 거하고 찬 물이 만났을 때 안개가 생성되잖아요. 그 안개가 수시로 막 1분 1초로 변해요. 아주 얼마나 좋은 동양화를 많이 감상할 수 있는지.. 후회 하나도 안 합니다, 저는."

이렇게 산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은 한해 10% 가까이 빠르게 늘어 6만 8천여 명에 이릅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층이 절반 이상이나 됩니다.

38살 이정호 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녹취> 이정호(귀산촌인) : "이건 고비인데, 고비 아세요? 고비 다큰 거, 고비거든요, 고비. 귀한 나물이에요이게. 약간 고사리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서울 강남에서 한정식 식당을 운영했던 그는 불황 속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34살이었던 4년 전 산촌으로 왔습니다.

<녹취> 이정호(귀산촌인) : "아토피도 있고 그리고 감기 이런 것도 잘 걸리는 편이고, 그래서 몸도 자주 안 좋아지고 그래서 옛날부터 생각을 했어요, 몸도 마음도 여유 있게 살고 싶다."

<녹취> "승연이, 이렇게 풀 뽑아."

귀산촌을 한 뒤 가정도 꾸리고, 어느덧 안정적인 산골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녹취> "맘마 먹으러 갑시다."

최근엔 부모님도 산촌으로 옮겨와 3대가 산촌인이 됐습니다.

<녹취> "이거 진짜 드셔보시면 사서 먹는 거하고 향이 정말 다른 걸 느끼실 텐데. 야생이니까."

이 씨가 산을 누비고 다니며 직접 캐는 야생 칡.

<녹취> "이 옆으로 붙은 거, 이런 걸 잘라내고 이걸 드러내는 거예요."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터라 처음엔 산촌 생활 그 자체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평생 할 삽질 다 한 것 같아요, 산에 와서. 삽질이 제일 힘들고 또 그 칡을 캐서 산 속에서 들고 매서 또 나와야 해요."

칡을 찾아 외딴 산속 움막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새로 시작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처음에 너무 돈 때문에 힘들어서. 생활이 안 되니까요. 힘들어서 대출을 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진정성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임산물 재배와 가공에 대한 노하우를 배워가며 노력한 끝에 고비를 넘겼습니다.

이어 창업까지 하게 돼 지금은 성공한 임업인으로 통합니다.

칡즙을 만들어 올리는 매출이 연 5억 원에 달합니다.

실제 수입도 연 3천 3백여 만원인 산촌가구의 평균 소득을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많은 분들이 이렇게 제가 직접 캐서 신선한 칡으로 생칡즙을 짜니까 좋아해 주시니까 저한테는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귀산촌 생활에서.. 너무 고마운 친구죠."

산촌은 산림 면적비율이 70% 이상, 인구밀도와 경지면적이 전국 읍면의 평균보다 낮은 지역을 말합니다.

산촌은 농지보다 땅값이 저렴하고 작물 재배도 수월한 편입니다.

이런 장점에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본격 은퇴가 시작되면서 귀산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호(임업진흥원 교육사업실) :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다가오고 있고, 그 다음에 청년층에서도 또 더 다양한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그런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에 그런 과정 속에서 어떤 산 속으로 가는 산촌, 귀산촌이 점점 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귀산촌을 고려 중인 사람들이 산촌학교 입학식에 모였습니다.

5주 동안 산촌 정보를 익히고 직접 현장에 나가 실습도 하게 됩니다.

40명 모집에 무려 400명이 몰렸습니다.

2년 전에 비해 경쟁률이 5배로 껑충 뛰었습니다.

<인터뷰> 정금숙(서울시 노원구) : "바다도 좋지만 산촌이 더 저한테는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침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제가 이렇게 참여하게 됐어요. 너무 기뻐요."

이렇게 수요가 늘면서 귀산촌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긍순(시민단체 '생명의 숲' 사무국장) : "실질적으로 귀산촌을 하게 될 때 필요한 내용들, 관련한 법령이나 제도 이런 것부터 귀산촌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들 같은 것도 보여주는 내용이 쭉 진행이 되고요."

하지만 환상과 낭만을 갖고 산촌으로 향했다가 낭패를 겪는 사례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아무것도 없이 그냥 남의 말만 듣고 하면 제가 봤을 때는 거의 90% 이상은 필패라고 봅니다."

귀산촌을 한 뒤 1년여 만에 다시 도시로 돌아간 한 60대 남성은 성급한 결정과 부족했던 정보를 실패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녹취> 귀산촌 포기 60대 : "여름에 수돗물도 안 나오지, 물이 안 나오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이거 안되겠다, 해서 손해를 보고 털고 나왔죠. 꼭 하고 싶으면 그 지역에 가서 1년 정도는 생활을 해보고 시작해도 늦지 않다."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귀산촌 17년차인 김은환 씨가 산나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김은환(부여 임산물교육센터장) : "고사리는 양지식물인데, 양지식물인데 뭐냐면 한참 올라올 때는 약간의 그늘이 있어야 돼요."

초보 귀산촌인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수업에 집중합니다.

산촌 생활을 막 시작한 초보자들은 종류가 많은 산나물들을 한눈에 구별하는 것이 아직 어렵기만 합니다.

<녹취> "(취나물 맞나?) 아냐, 이거 취나물 아냐."

임산물은 심고나서부터 수확까지 대부분 5년에서 10년씩 걸립니다.

그런만큼 작물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뜻입니다.

<인터뷰> 김은환(부여 임산물교육센터장) : "처음부터 그 지역에 없는 작목을 도입해서 가져가려고 하면, 너무 많은 면적을 한꺼번에 가면 실패 우려가 있으니까 조금씩 심어보고 환경에 맞아서 얘가 잘 자라면 넓혀가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만만치 않은 귀산촌 준비, 산촌 사람들은 계획을 세워 우선 종잣돈부터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산림자원을 만들기 위해 초기 자본이 필요한데다 첫 수확물이 나오기까지 생활비도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강진홍(귀산촌인) : "산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고, 이 삼 종자부터 구입해야 되고 또 빠르게 하려면 종묘도 구입해야 하고. 나 혼자 일할 수 있는 게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같이 일을 해서 2,3일 만에 끝내야 되는 그런 경우도 있기 때문에요. 초기 자본도 많이 들어가요."

산림청은 지난해부터 귀산촌인 창업자금을 신설해 최대 3억 원까지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담보, 신용 등의 조건이 있습니다.

정착하고 싶은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와 정보 파악도 필수입니다.

<인터뷰> 박선주(귀산촌 2년차) : "산은 내 마음대로 나무를 베거나 길을 하나 내거나 집을 짓거나, 일반 집짓는 것과 많이 달라요. 그런 데서 접근할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삭막한 도시 생활과 일상을 벗어나 산 속으로, 자연 속으로 가고 싶어하는 도시인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귀산촌 해서 힘들고, 시름도 누구나 다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탁 털어버리기 좋은 데다 이렇게 나만의 어떤 포인트 있잖아요. 조망 포인트라고 그래야 될까? 이게 산에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강진홍(귀산촌인) : "풀만 보고 나무 이파리만 보고 그늘 속에만 앉아 있어도 다 이게 사그라드는 그런 어머니 품 같은 존재라고 보시면 돼요. 산을 제가 굉장히 사랑해요."

경기침체 속 인생 2막을 서둘러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귀농,귀촌에 이어 귀산촌이 또다른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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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산촌으로 간다
    • 입력 2017-05-21 22:45:34
    • 수정2017-05-21 23:03:55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돈보다는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갖고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치이니까, 여기저기서."

<녹취> "앞으로도 10년은 정년이 없다, 이 생각하면 굉장히 좋은 사업이고 좋은 식물이죠. 나를 살려주는 식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으로 이주하는 귀농에 이어, 최근엔 산촌에서 제2의 인생을 여는 '귀산촌'인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할 수 있고, 풍부한 산림자원으로 소득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탈 도시 행렬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실제 산촌생활은 어떨까요?

산 속으로 들어간 귀산촌인들의 삶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백산맥 산자락에 둘러싸인 강원도 홍천군의 한 산촌마을.

황토집에서 나온 차량 한 대가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어디론가 향합니다.

64살 강진홍,이금옥 씨 부부가 산비탈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살피고 있는 건 산양삼,

<녹취> 강진홍(귀산촌인) : "8개, 9개 되거든요, 이 부분이. 이게 이제 나이를 가리키는 거예요."

산으로 출근해 산양삼의 작황을 확인하는게 부부의 일입니다.

<인터뷰> 강진홍(귀산촌인) : "심어만 놓으면 저도 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모든 작물은 주인 발소리 들으며 큰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자주자주 돌봐줘야 하고요."

한 편에선 '산 속의 고기'라 불리는 표고버섯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녹취> 강진홍(귀산촌인) : "화고(버섯)가 나와요, 거의 다. 고생 덩어리예요, 고생 덩어리."

자영업을 했던 부부는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쳐 10년 전 서울을 떠났습니다.

평소 산을 좋아했기에 산지를 구입해 이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과를 마친 부부는 직접 딴 산나물로 식탁을 차려 따끈따끈한 식사를 합니다.

<인터뷰> 이금옥(귀산촌인) : "하우스에 재배한 거 이런 거보다는 우리는 자연 그대로인 것을 많이 먹으니까, 가지고 있는 향 있는 것을 다 먹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참 좋은 것 같아요."

도시에서보다 직접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이 많아 때론 고되기도 하지만 현재 삶에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녹취> 강진홍(귀산촌인) : "비가 딱 그치면 뜨거운 거하고 찬 물이 만났을 때 안개가 생성되잖아요. 그 안개가 수시로 막 1분 1초로 변해요. 아주 얼마나 좋은 동양화를 많이 감상할 수 있는지.. 후회 하나도 안 합니다, 저는."

이렇게 산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은 한해 10% 가까이 빠르게 늘어 6만 8천여 명에 이릅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층이 절반 이상이나 됩니다.

38살 이정호 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녹취> 이정호(귀산촌인) : "이건 고비인데, 고비 아세요? 고비 다큰 거, 고비거든요, 고비. 귀한 나물이에요이게. 약간 고사리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서울 강남에서 한정식 식당을 운영했던 그는 불황 속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34살이었던 4년 전 산촌으로 왔습니다.

<녹취> 이정호(귀산촌인) : "아토피도 있고 그리고 감기 이런 것도 잘 걸리는 편이고, 그래서 몸도 자주 안 좋아지고 그래서 옛날부터 생각을 했어요, 몸도 마음도 여유 있게 살고 싶다."

<녹취> "승연이, 이렇게 풀 뽑아."

귀산촌을 한 뒤 가정도 꾸리고, 어느덧 안정적인 산골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녹취> "맘마 먹으러 갑시다."

최근엔 부모님도 산촌으로 옮겨와 3대가 산촌인이 됐습니다.

<녹취> "이거 진짜 드셔보시면 사서 먹는 거하고 향이 정말 다른 걸 느끼실 텐데. 야생이니까."

이 씨가 산을 누비고 다니며 직접 캐는 야생 칡.

<녹취> "이 옆으로 붙은 거, 이런 걸 잘라내고 이걸 드러내는 거예요."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터라 처음엔 산촌 생활 그 자체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평생 할 삽질 다 한 것 같아요, 산에 와서. 삽질이 제일 힘들고 또 그 칡을 캐서 산 속에서 들고 매서 또 나와야 해요."

칡을 찾아 외딴 산속 움막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새로 시작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처음에 너무 돈 때문에 힘들어서. 생활이 안 되니까요. 힘들어서 대출을 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진정성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임산물 재배와 가공에 대한 노하우를 배워가며 노력한 끝에 고비를 넘겼습니다.

이어 창업까지 하게 돼 지금은 성공한 임업인으로 통합니다.

칡즙을 만들어 올리는 매출이 연 5억 원에 달합니다.

실제 수입도 연 3천 3백여 만원인 산촌가구의 평균 소득을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많은 분들이 이렇게 제가 직접 캐서 신선한 칡으로 생칡즙을 짜니까 좋아해 주시니까 저한테는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귀산촌 생활에서.. 너무 고마운 친구죠."

산촌은 산림 면적비율이 70% 이상, 인구밀도와 경지면적이 전국 읍면의 평균보다 낮은 지역을 말합니다.

산촌은 농지보다 땅값이 저렴하고 작물 재배도 수월한 편입니다.

이런 장점에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본격 은퇴가 시작되면서 귀산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호(임업진흥원 교육사업실) :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다가오고 있고, 그 다음에 청년층에서도 또 더 다양한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그런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에 그런 과정 속에서 어떤 산 속으로 가는 산촌, 귀산촌이 점점 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귀산촌을 고려 중인 사람들이 산촌학교 입학식에 모였습니다.

5주 동안 산촌 정보를 익히고 직접 현장에 나가 실습도 하게 됩니다.

40명 모집에 무려 400명이 몰렸습니다.

2년 전에 비해 경쟁률이 5배로 껑충 뛰었습니다.

<인터뷰> 정금숙(서울시 노원구) : "바다도 좋지만 산촌이 더 저한테는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침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제가 이렇게 참여하게 됐어요. 너무 기뻐요."

이렇게 수요가 늘면서 귀산촌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긍순(시민단체 '생명의 숲' 사무국장) : "실질적으로 귀산촌을 하게 될 때 필요한 내용들, 관련한 법령이나 제도 이런 것부터 귀산촌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들 같은 것도 보여주는 내용이 쭉 진행이 되고요."

하지만 환상과 낭만을 갖고 산촌으로 향했다가 낭패를 겪는 사례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아무것도 없이 그냥 남의 말만 듣고 하면 제가 봤을 때는 거의 90% 이상은 필패라고 봅니다."

귀산촌을 한 뒤 1년여 만에 다시 도시로 돌아간 한 60대 남성은 성급한 결정과 부족했던 정보를 실패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녹취> 귀산촌 포기 60대 : "여름에 수돗물도 안 나오지, 물이 안 나오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이거 안되겠다, 해서 손해를 보고 털고 나왔죠. 꼭 하고 싶으면 그 지역에 가서 1년 정도는 생활을 해보고 시작해도 늦지 않다."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귀산촌 17년차인 김은환 씨가 산나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김은환(부여 임산물교육센터장) : "고사리는 양지식물인데, 양지식물인데 뭐냐면 한참 올라올 때는 약간의 그늘이 있어야 돼요."

초보 귀산촌인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수업에 집중합니다.

산촌 생활을 막 시작한 초보자들은 종류가 많은 산나물들을 한눈에 구별하는 것이 아직 어렵기만 합니다.

<녹취> "(취나물 맞나?) 아냐, 이거 취나물 아냐."

임산물은 심고나서부터 수확까지 대부분 5년에서 10년씩 걸립니다.

그런만큼 작물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뜻입니다.

<인터뷰> 김은환(부여 임산물교육센터장) : "처음부터 그 지역에 없는 작목을 도입해서 가져가려고 하면, 너무 많은 면적을 한꺼번에 가면 실패 우려가 있으니까 조금씩 심어보고 환경에 맞아서 얘가 잘 자라면 넓혀가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만만치 않은 귀산촌 준비, 산촌 사람들은 계획을 세워 우선 종잣돈부터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산림자원을 만들기 위해 초기 자본이 필요한데다 첫 수확물이 나오기까지 생활비도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강진홍(귀산촌인) : "산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고, 이 삼 종자부터 구입해야 되고 또 빠르게 하려면 종묘도 구입해야 하고. 나 혼자 일할 수 있는 게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같이 일을 해서 2,3일 만에 끝내야 되는 그런 경우도 있기 때문에요. 초기 자본도 많이 들어가요."

산림청은 지난해부터 귀산촌인 창업자금을 신설해 최대 3억 원까지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담보, 신용 등의 조건이 있습니다.

정착하고 싶은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와 정보 파악도 필수입니다.

<인터뷰> 박선주(귀산촌 2년차) : "산은 내 마음대로 나무를 베거나 길을 하나 내거나 집을 짓거나, 일반 집짓는 것과 많이 달라요. 그런 데서 접근할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삭막한 도시 생활과 일상을 벗어나 산 속으로, 자연 속으로 가고 싶어하는 도시인들.

<인터뷰> 이정호(귀산촌인) : "귀산촌 해서 힘들고, 시름도 누구나 다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탁 털어버리기 좋은 데다 이렇게 나만의 어떤 포인트 있잖아요. 조망 포인트라고 그래야 될까? 이게 산에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강진홍(귀산촌인) : "풀만 보고 나무 이파리만 보고 그늘 속에만 앉아 있어도 다 이게 사그라드는 그런 어머니 품 같은 존재라고 보시면 돼요. 산을 제가 굉장히 사랑해요."

경기침체 속 인생 2막을 서둘러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귀농,귀촌에 이어 귀산촌이 또다른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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