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인 보는 앞에서…비싼 자전거만 ‘슬쩍’

입력 2017.05.22 (08:32) 수정 2017.05.2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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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최근 대구의 자전거 상점에서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좀도둑으로 보기엔 범행 수법이 대담했습니다.

가게 안에 주인이 있는데도 태연히 자전거를 어깨에 둘러메고 사라졌습니다.

수천만 원이 넘는 수입 자전거 등, 어떻게 알고 고가의 자전거만 골라 훔쳐갔습니다.

용의자를 잡고 보니 자전거뿐만 아니라 오토바이와 자동차 등 주변에 있는 물품 대부분이 훔친 거였습니다.

전과도 없다는 이 남성이 어떻게 이런 간 큰 절도 행각을 벌인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대구의 한 자전거 가게입니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가에 앞으로 접근하더니 진열된 자전거를 들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5초도 안 돼 벌어진 일.

당시 가게 안에 손님과 직원들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신치수(자전거 상점 주인) : “(매장에) 사각지대가 있거든요. 밖에서 안 보이는 곳에서 얘기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저희 직원이 CCTV 모니터로 훔쳐가는 장면을 보고 뛰어나갔죠.”

<인터뷰> 홍민호(자전거 매장 직원) : “오토바이용 헬멧을 쓰고 있었고 어두운색 점퍼 비슷한 걸 입고 있었고요. 오토바이 뒤에 번호판도 없었고…….”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달아난 범인의 행동은 대담했습니다.

<인터뷰> 홍민호(자전거 매장 직원) : “그 당시에 제가 바로 쫓아 나갔었죠. 그런데 (범인이 몰던) 오토바이가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면서 가서 더는 쫓아가지 못했거든요.”

자전거 가게 주인이 곧바로 자전거를 타고 쫓아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녹취> 신치수(자전거 상점 주인) : “사이클용 자전거를 타고 따라갔는데 (범인이 탄) 오토바이가 코너를 돌면서 골목 안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져버렸어요. 그래서 못 쫓아갔죠.”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간 범인은 순식간에 종적을 감췄습니다.

유독 고가의 자전거를 훔쳐가 자전거 가게 주인은 더 속이 탔습니다.

<인터뷰> 홍민호(자전거 매장 직원) : “(자전거를) 잘 아는 사람 같아요. 차로 따지면 고가의 수입차 같은 그런 급의 자전거라고 보시면 돼요.”

범인이 훔쳐간 자전거는 해외에서 주문 제작한 상품.

국내에 한 대밖에 없는 희귀 자전거로 시가 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전쯤, 다른 자전거 가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녹취> 황한수(자전거 상점 주인) : “그날 저희가 택배로 물건을 팔기로 돼 있어서 택배 발송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밖에 내놨던 자전거가 사라졌더라고요.”

손님이 주문한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차량 블랙박스에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녹취> 황한수(자전거 상점 주인) : “오토바이를 근처에 세워 놓고, (매장) 바로 앞에 세워 놓고 (자전거가 든 상자를) 오토바이에 싣고 바로 간 거죠.”

이번에도 도둑맞은 자전거는 2백만 원이 넘는 고가였습니다.

<녹취> 황한수(자전거 상점 주인) : “접이식 자전거로는 매우 유명한 모델입니다. 자전거 좀 아시는 분들은 대부분 다 알고요. (자전거가 든) 상자를 보고 오토바이를 다시 돌려서 여기 세운 후 바로 집어서 간 거죠.”

잇따른 피해 신고 접수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절도범의 도주 경로를 역추적했지만, 범인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를 한 것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때는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이동할 때도 옷 같은 거나 검은색 마스크 같은 거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 거로 봐서는 준비를 좀 한 거 같습니다.”

오토바이로 자전거를 훔친 뒤, 중간에 버스로 갈아타는 등 이동 수단을 여러 차례 바꿔 타며 종적을 감췄습니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를 골라 도주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일반 도로보다는 농로나 차가 안 다니는 허허벌판인데 가끔가다 집이 있는 그런 데로 도주하니까…….”

CCTV를 분석하던 경찰은 도주 경로에 등장하는 승합차 한 대를 주목했습니다.

대구 인근 마을에서 문제의 승합차를 찾아낸 경찰.

지난 12일, 35살 A모 씨를 절도 피의자로 검거했습니다.

A씨는 승합차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동네 사람들은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검거될 경우 집에는 아버지가 계시니까 자기 집에서 먼 곳에 차를 둔 거죠.”

승합차는 렌터카 업체에서 훔친 거였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우리가 생활 범죄 수사팀이다 보니까 경미한 사건 신고가 많이 들어옵니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절도 신고도 들어왔는데 저희가 사건을 확인하다 보니까 피의자와 복장이 비슷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A씨는 지난 3월과 4월 사이 대구 일대를 돌며 모두 19차례에 걸쳐 7천4백만 원 상당의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차량 두 대하고 오토바이 다섯 대, 고가 자전거 두 대, 그 외는 오토바이 타고 다닐 때 쓰는 헬멧도 좀 훔쳤고 훔친 차에 설치할 내비게이션도 좀 훔쳤고…….”

훔친 물건은 버려진 농가에 숨겨뒀는데, 고가의 자전거는 해체한 다음 부품별로 포장해 둔 상태였습니다.

A씨는 과거 자전거 부품을 판매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비싼 자전거만 골라 훔쳐 가는 게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홍민호(자전거 매장 직원) : “(자전거) 프레임도 다 분해하고, 부품도 다 분류해놓고 포장도 정말 깔끔하게 해 놨더라고요. (프레임은) 어디에 버렸다고 해서 저희가 찾지 못했고요.”

경찰 조사 결과 절도 전과도 없던 A씨가 이런 대담한 절도 행각에 나선 이유가 황당했습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집을 나와 살면서. 훔친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하려고 절도 행각을 벌였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한 다음에 단순히 타고 여행 가고 싶었다. 그게 목적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A 씨를 구속하고, 추가 절도 피해가 없는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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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주인 보는 앞에서…비싼 자전거만 ‘슬쩍’
    • 입력 2017-05-22 08:34:04
    • 수정2017-05-22 09: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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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최근 대구의 자전거 상점에서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좀도둑으로 보기엔 범행 수법이 대담했습니다.

가게 안에 주인이 있는데도 태연히 자전거를 어깨에 둘러메고 사라졌습니다.

수천만 원이 넘는 수입 자전거 등, 어떻게 알고 고가의 자전거만 골라 훔쳐갔습니다.

용의자를 잡고 보니 자전거뿐만 아니라 오토바이와 자동차 등 주변에 있는 물품 대부분이 훔친 거였습니다.

전과도 없다는 이 남성이 어떻게 이런 간 큰 절도 행각을 벌인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대구의 한 자전거 가게입니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가에 앞으로 접근하더니 진열된 자전거를 들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5초도 안 돼 벌어진 일.

당시 가게 안에 손님과 직원들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신치수(자전거 상점 주인) : “(매장에) 사각지대가 있거든요. 밖에서 안 보이는 곳에서 얘기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저희 직원이 CCTV 모니터로 훔쳐가는 장면을 보고 뛰어나갔죠.”

<인터뷰> 홍민호(자전거 매장 직원) : “오토바이용 헬멧을 쓰고 있었고 어두운색 점퍼 비슷한 걸 입고 있었고요. 오토바이 뒤에 번호판도 없었고…….”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달아난 범인의 행동은 대담했습니다.

<인터뷰> 홍민호(자전거 매장 직원) : “그 당시에 제가 바로 쫓아 나갔었죠. 그런데 (범인이 몰던) 오토바이가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면서 가서 더는 쫓아가지 못했거든요.”

자전거 가게 주인이 곧바로 자전거를 타고 쫓아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녹취> 신치수(자전거 상점 주인) : “사이클용 자전거를 타고 따라갔는데 (범인이 탄) 오토바이가 코너를 돌면서 골목 안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져버렸어요. 그래서 못 쫓아갔죠.”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간 범인은 순식간에 종적을 감췄습니다.

유독 고가의 자전거를 훔쳐가 자전거 가게 주인은 더 속이 탔습니다.

<인터뷰> 홍민호(자전거 매장 직원) : “(자전거를) 잘 아는 사람 같아요. 차로 따지면 고가의 수입차 같은 그런 급의 자전거라고 보시면 돼요.”

범인이 훔쳐간 자전거는 해외에서 주문 제작한 상품.

국내에 한 대밖에 없는 희귀 자전거로 시가 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전쯤, 다른 자전거 가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녹취> 황한수(자전거 상점 주인) : “그날 저희가 택배로 물건을 팔기로 돼 있어서 택배 발송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밖에 내놨던 자전거가 사라졌더라고요.”

손님이 주문한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차량 블랙박스에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녹취> 황한수(자전거 상점 주인) : “오토바이를 근처에 세워 놓고, (매장) 바로 앞에 세워 놓고 (자전거가 든 상자를) 오토바이에 싣고 바로 간 거죠.”

이번에도 도둑맞은 자전거는 2백만 원이 넘는 고가였습니다.

<녹취> 황한수(자전거 상점 주인) : “접이식 자전거로는 매우 유명한 모델입니다. 자전거 좀 아시는 분들은 대부분 다 알고요. (자전거가 든) 상자를 보고 오토바이를 다시 돌려서 여기 세운 후 바로 집어서 간 거죠.”

잇따른 피해 신고 접수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절도범의 도주 경로를 역추적했지만, 범인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를 한 것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때는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이동할 때도 옷 같은 거나 검은색 마스크 같은 거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 거로 봐서는 준비를 좀 한 거 같습니다.”

오토바이로 자전거를 훔친 뒤, 중간에 버스로 갈아타는 등 이동 수단을 여러 차례 바꿔 타며 종적을 감췄습니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를 골라 도주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일반 도로보다는 농로나 차가 안 다니는 허허벌판인데 가끔가다 집이 있는 그런 데로 도주하니까…….”

CCTV를 분석하던 경찰은 도주 경로에 등장하는 승합차 한 대를 주목했습니다.

대구 인근 마을에서 문제의 승합차를 찾아낸 경찰.

지난 12일, 35살 A모 씨를 절도 피의자로 검거했습니다.

A씨는 승합차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동네 사람들은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검거될 경우 집에는 아버지가 계시니까 자기 집에서 먼 곳에 차를 둔 거죠.”

승합차는 렌터카 업체에서 훔친 거였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우리가 생활 범죄 수사팀이다 보니까 경미한 사건 신고가 많이 들어옵니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절도 신고도 들어왔는데 저희가 사건을 확인하다 보니까 피의자와 복장이 비슷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A씨는 지난 3월과 4월 사이 대구 일대를 돌며 모두 19차례에 걸쳐 7천4백만 원 상당의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차량 두 대하고 오토바이 다섯 대, 고가 자전거 두 대, 그 외는 오토바이 타고 다닐 때 쓰는 헬멧도 좀 훔쳤고 훔친 차에 설치할 내비게이션도 좀 훔쳤고…….”

훔친 물건은 버려진 농가에 숨겨뒀는데, 고가의 자전거는 해체한 다음 부품별로 포장해 둔 상태였습니다.

A씨는 과거 자전거 부품을 판매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비싼 자전거만 골라 훔쳐 가는 게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홍민호(자전거 매장 직원) : “(자전거) 프레임도 다 분해하고, 부품도 다 분류해놓고 포장도 정말 깔끔하게 해 놨더라고요. (프레임은) 어디에 버렸다고 해서 저희가 찾지 못했고요.”

경찰 조사 결과 절도 전과도 없던 A씨가 이런 대담한 절도 행각에 나선 이유가 황당했습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집을 나와 살면서. 훔친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하려고 절도 행각을 벌였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동현(대구 수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한 다음에 단순히 타고 여행 가고 싶었다. 그게 목적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A 씨를 구속하고, 추가 절도 피해가 없는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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