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해진 가계부채 대책…6∼7월 중 수시 발표

입력 2017.06.04 (09:52) 수정 2017.06.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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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자 관련 정부 부처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4일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지만, 8월 이전에라도 필요한 가계부채 대책은 그때그때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나 부동산 시장, 금리 변동 상황 등을 보고 대응책을 6∼7월 중에라도 발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 금융 차원의 접근은 물론 부동산 시장 안정, 한계 차주(빌린 돈을 상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 대한 채무 감면, 자영업자에 특화한 부채부담 완화 방안 등 여러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종합적 가계부채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가장 먼저 손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출 규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물들은 물론 김현미 새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가계부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 과열과 대출 규제 완화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8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DTI 규제를 완화했다. LTV는 50∼60%에서 70%로, DTI는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유효기간이 1년인 행정지도 형태로 시행한 LTV·DTI 규제 완화를 2차례 연장했다. 올해 7월 말 또다시 일몰을 맞기 때문에 정부는 적어도 이달 안으로 어떤 식으로든 LTV·DTI 조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LTV·DTI 규제를 푼 것이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고 언급해 새 정부가 이들 규제의 환원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통상 역대 정부에서 금융당국은 금융기관 건전성 관리를 위해 LTV·DTI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국토부는 주택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두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김 후보자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섣불리 LTV·DTI를 환원하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거나 정상적 대출 수요자마저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유지'를 주장하던 금융위의 입장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LTV·DTI와 관련한 여러 상황이 바뀌었다"며 "새 금융위원장과 경제수석 등 경제팀 후보자들이 지명되면 관련 부처들이 함께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국토부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한 신규분양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한 DTI 적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잔금대출에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중도금 대출에는 LTV·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금융회사들이 경쟁력 있는 금리로 '30년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게 유도하는 정책도 예상된다.

국내 은행들은 보통 만기가 3∼5년짜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만기가 길어야 10년이다. 그러나 은행이 30년짜리 장기 채권을 저리로 발행할 수 있다면 여기에 이자 마진을 조금만 더 붙인 순수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지금은 고정금리로 시작했다가 5년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도 고정금리 상품에 포함되기 때문에 차주들이 금리 인상에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돈줄을 조이는 정책만 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LTV·DTI·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모두 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이 덜 나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며 "돈줄을 조이라는 시그널을 받은 금융기관들이 안전한 차주에게만 돈을 빌려주면 결국 취약계층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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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4 09:52:10
    • 수정2017-06-04 10:32:03
    경제
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자 관련 정부 부처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4일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지만, 8월 이전에라도 필요한 가계부채 대책은 그때그때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나 부동산 시장, 금리 변동 상황 등을 보고 대응책을 6∼7월 중에라도 발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 금융 차원의 접근은 물론 부동산 시장 안정, 한계 차주(빌린 돈을 상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 대한 채무 감면, 자영업자에 특화한 부채부담 완화 방안 등 여러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종합적 가계부채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가장 먼저 손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출 규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물들은 물론 김현미 새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가계부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 과열과 대출 규제 완화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8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DTI 규제를 완화했다. LTV는 50∼60%에서 70%로, DTI는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유효기간이 1년인 행정지도 형태로 시행한 LTV·DTI 규제 완화를 2차례 연장했다. 올해 7월 말 또다시 일몰을 맞기 때문에 정부는 적어도 이달 안으로 어떤 식으로든 LTV·DTI 조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LTV·DTI 규제를 푼 것이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고 언급해 새 정부가 이들 규제의 환원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통상 역대 정부에서 금융당국은 금융기관 건전성 관리를 위해 LTV·DTI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국토부는 주택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두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김 후보자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섣불리 LTV·DTI를 환원하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거나 정상적 대출 수요자마저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유지'를 주장하던 금융위의 입장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LTV·DTI와 관련한 여러 상황이 바뀌었다"며 "새 금융위원장과 경제수석 등 경제팀 후보자들이 지명되면 관련 부처들이 함께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국토부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한 신규분양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한 DTI 적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잔금대출에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중도금 대출에는 LTV·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금융회사들이 경쟁력 있는 금리로 '30년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게 유도하는 정책도 예상된다.

국내 은행들은 보통 만기가 3∼5년짜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만기가 길어야 10년이다. 그러나 은행이 30년짜리 장기 채권을 저리로 발행할 수 있다면 여기에 이자 마진을 조금만 더 붙인 순수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지금은 고정금리로 시작했다가 5년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도 고정금리 상품에 포함되기 때문에 차주들이 금리 인상에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돈줄을 조이는 정책만 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LTV·DTI·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모두 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이 덜 나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며 "돈줄을 조이라는 시그널을 받은 금융기관들이 안전한 차주에게만 돈을 빌려주면 결국 취약계층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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