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小트] ① 골목대장 ‘대빡이’ 김대범의 제2무대

입력 2017.06.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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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가 너무나 짧아~♪"

2006년 '골목대장 마빡이'는 신드롬이었다. 두 손으로 이마를 치며 돌아다니는 꼬마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온라인에는 마빡이를 패러디한 웹툰, UCC가 쏟아졌다.

코너에서 '대빡이'를 맡았던 개그맨 김대범 역시 큰 인기를 누렸다. 데뷔 후 약 2년 만의 인기였다. 어디를 가도 자신을 알아보는 게 신기했다. 6년의 지망생 시절과 2년이 넘는 무명 생활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를 TV에서 보는 건 어렵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페이스북이 제2의 무대


김대범은 SNS를 제2의 무대로 삼고 개그맨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크게는 두 가지다. '착한 좋아요 공약'을 세워 실천하는 일과 '개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착한 좋아요 공약'은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에 맞는 선행을 베푸는 캠페인이다. 예를 들어 "좋아요 1만 개를 얻으면 한강 쓰레기를 1만 초간 청소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실천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치킨 200마리를 가지고 국군장병을 찾아가거나, 열심히 살아가는 자취생의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는 이벤트를 해 많은 이의 박수를 받았다.

사비로 해결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부담스러울 때도 많다. 하지만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 있음을 느끼고 사람들에게 흐뭇한 느낌을 전하는 것이 좋아서 계속한다고 했다. 그는 "착한 공약으로 유명세를 얻고 싶어서 그러냐는 오해를 많이 받아요. 개그맨으로서 대중에게 흐뭇한 웃음도 주고 싶은 마음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대범 인스타김대범 인스타

대담한 일도 했다. 한글, 영어, 일본어로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일본 여행을 떠났다. 어느 날은 저승사자 복장을 하고 번화가를 거닐며 "음주 운전하지 말자"라는 구호도 외쳤다.

그의 선행 콘텐츠를 보고 "가식적이다" "따봉충이다" 등의 비난을 퍼붓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공개적인 선행을 이어갔다. 지금은 비난을 일삼는 사람보다는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김대범 페이스북김대범 페이스북

'착한 일'은 재미없게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개그맨 김대범이 했을 땐 다르다. 그는 좋아요 수가 많을수록 실천하기 어려운 공약을 내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좋아요 1억 개'에 해당하는 공약은 항상 개그가 들어간다. "좋아요 1억 개를 받으면 김대범이 정종철+오지헌 얼굴로 성형하겠습니다"라는 식이다.


본업인 개그도 잊지 않았다. 후배들과 개그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한다. 풍자 개그가 많다. 대표적으로 '30초 만에 훈남 변신'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영상은 그가 30초 안에 외모를 가꾸려 하는데 그걸 지켜보던 한 남성이 그에게 못생겼다며 폭력을 가하고 심한 욕설을 퍼붓는 내용이다. 2013년부터 1인 미디어 개그를 해온 김대범은 악플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의 외모를 지적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때 체감한 악플 문화를 풍자했다.

그는 "'너무 심하다' 혹은 '마음 아프다'는 분들이 계시네요. 악플 문화를 풍자한 것입니다. 저에게 항상 달리던 악플을 그대로 대사화한 거예요. 제가 평소에 받던 악플 수준이 저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조회 수 1000만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김무성의 '노룩패스' 패러디 등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김대범은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불안했다. 그래서 '1인 미디어 개그'를 시작했다. "저희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에요. 개그콘서트의 경우 매주 제작진에게 코너를 보여주고 OK가 떨어져야 무대에 설 수 있어요. 매주 4~5번의 오디션을 거칠 정도로 치열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방송에서 저를 불러주지 않으면 뭐 먹고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KBS 공채 수석 개그맨

김대범은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 수석 출신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등학생 때부터 개그 노트를 만들어 연습했을 정도로 꿈이 명확했고 열정적이었다.

김대범의 개그 노트(위)와 지하철 공연 중인 안상태김대범의 개그 노트(위)와 지하철 공연 중인 안상태

6년간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개그맨 지망생 시절을 보냈다. 개그맨 황현희, 안상태와 '오장육부'라는 개그팀을 만들어 길거리, 지하철 공연도 했다. 공연 중에 구청 단속반에 잡혀가기도 했고,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행복했다고 말했다.

열심히 연습한 끝에 SBS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다. 하지만 KBS 공채 개그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만뒀다. 그리고 시험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연습을 하다가 '우리처럼 연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했을 때 100명 정도 될 것 같으면 또 연습하고. 그러다 또 '우리처럼 연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했을 때 10명 정도 될 것 같으면 또 연습했어요. '진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다' 싶을 때까지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안영미 등과 합격자 명단에 올랐고 그중 수석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동기들에 비해 유명세를 치르지 못했다. "공채 때 1등 한 것은 무식하게 열심히 한 덕입니다. 하지만 무대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무식하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친근함을 느껴야 하는데 저는 눈에 독기가 있었어요. '나는 꼭 성공할 거야. 꼭 웃길 거야' 이렇게요. 그러다보니 마음의 여유와 친근함을 가진 친구들을 이기지 못하더라고요. 깨닫고 나서 연기스타일을 바꿨어요"라고 말했다.

김대범 소극장

그가 가장 마음 편히 개그를 하는 곳은 따로 있다. '김대범 소극장'이다. 2009년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던 시절, 창고 같던 공간을 틈틈이 소극장으로 꾸렸다. 언젠간 회사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거란 불안함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누적 관객 50만 명이 훌쩍 넘은 인기 공연 '당신이 주인공'이 열리는 무대가 됐다. 관객이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는 코미디 연극이다. 김대범이 직접 기획했다.

김대범의 목표는 특별하지 않다. 계속해서 개그맨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SNS든지 소극장이든지 그가 서는 곳이면 모두가 무대가 된다. 그는 "진솔하게 다가가는 개그맨이 되고 싶습니다. 특히 토크쇼에서 많이 찾아주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원 없이 일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의지를 보였다.

K스타 김가영 kbs.ga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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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콘小트] ① 골목대장 ‘대빡이’ 김대범의 제2무대
    • 입력 2017-06-10 08:03:08
    방송·연예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가 너무나 짧아~♪"

2006년 '골목대장 마빡이'는 신드롬이었다. 두 손으로 이마를 치며 돌아다니는 꼬마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온라인에는 마빡이를 패러디한 웹툰, UCC가 쏟아졌다.

코너에서 '대빡이'를 맡았던 개그맨 김대범 역시 큰 인기를 누렸다. 데뷔 후 약 2년 만의 인기였다. 어디를 가도 자신을 알아보는 게 신기했다. 6년의 지망생 시절과 2년이 넘는 무명 생활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를 TV에서 보는 건 어렵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페이스북이 제2의 무대


김대범은 SNS를 제2의 무대로 삼고 개그맨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크게는 두 가지다. '착한 좋아요 공약'을 세워 실천하는 일과 '개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착한 좋아요 공약'은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에 맞는 선행을 베푸는 캠페인이다. 예를 들어 "좋아요 1만 개를 얻으면 한강 쓰레기를 1만 초간 청소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실천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치킨 200마리를 가지고 국군장병을 찾아가거나, 열심히 살아가는 자취생의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는 이벤트를 해 많은 이의 박수를 받았다.

사비로 해결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부담스러울 때도 많다. 하지만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 있음을 느끼고 사람들에게 흐뭇한 느낌을 전하는 것이 좋아서 계속한다고 했다. 그는 "착한 공약으로 유명세를 얻고 싶어서 그러냐는 오해를 많이 받아요. 개그맨으로서 대중에게 흐뭇한 웃음도 주고 싶은 마음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대범 인스타
대담한 일도 했다. 한글, 영어, 일본어로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일본 여행을 떠났다. 어느 날은 저승사자 복장을 하고 번화가를 거닐며 "음주 운전하지 말자"라는 구호도 외쳤다.

그의 선행 콘텐츠를 보고 "가식적이다" "따봉충이다" 등의 비난을 퍼붓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공개적인 선행을 이어갔다. 지금은 비난을 일삼는 사람보다는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김대범 페이스북
'착한 일'은 재미없게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개그맨 김대범이 했을 땐 다르다. 그는 좋아요 수가 많을수록 실천하기 어려운 공약을 내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좋아요 1억 개'에 해당하는 공약은 항상 개그가 들어간다. "좋아요 1억 개를 받으면 김대범이 정종철+오지헌 얼굴로 성형하겠습니다"라는 식이다.


본업인 개그도 잊지 않았다. 후배들과 개그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한다. 풍자 개그가 많다. 대표적으로 '30초 만에 훈남 변신'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영상은 그가 30초 안에 외모를 가꾸려 하는데 그걸 지켜보던 한 남성이 그에게 못생겼다며 폭력을 가하고 심한 욕설을 퍼붓는 내용이다. 2013년부터 1인 미디어 개그를 해온 김대범은 악플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의 외모를 지적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때 체감한 악플 문화를 풍자했다.

그는 "'너무 심하다' 혹은 '마음 아프다'는 분들이 계시네요. 악플 문화를 풍자한 것입니다. 저에게 항상 달리던 악플을 그대로 대사화한 거예요. 제가 평소에 받던 악플 수준이 저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조회 수 1000만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김무성의 '노룩패스' 패러디 등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김대범은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불안했다. 그래서 '1인 미디어 개그'를 시작했다. "저희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에요. 개그콘서트의 경우 매주 제작진에게 코너를 보여주고 OK가 떨어져야 무대에 설 수 있어요. 매주 4~5번의 오디션을 거칠 정도로 치열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방송에서 저를 불러주지 않으면 뭐 먹고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KBS 공채 수석 개그맨

김대범은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 수석 출신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등학생 때부터 개그 노트를 만들어 연습했을 정도로 꿈이 명확했고 열정적이었다.

김대범의 개그 노트(위)와 지하철 공연 중인 안상태
6년간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개그맨 지망생 시절을 보냈다. 개그맨 황현희, 안상태와 '오장육부'라는 개그팀을 만들어 길거리, 지하철 공연도 했다. 공연 중에 구청 단속반에 잡혀가기도 했고,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행복했다고 말했다.

열심히 연습한 끝에 SBS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다. 하지만 KBS 공채 개그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만뒀다. 그리고 시험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연습을 하다가 '우리처럼 연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했을 때 100명 정도 될 것 같으면 또 연습하고. 그러다 또 '우리처럼 연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했을 때 10명 정도 될 것 같으면 또 연습했어요. '진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다' 싶을 때까지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안영미 등과 합격자 명단에 올랐고 그중 수석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동기들에 비해 유명세를 치르지 못했다. "공채 때 1등 한 것은 무식하게 열심히 한 덕입니다. 하지만 무대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무식하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친근함을 느껴야 하는데 저는 눈에 독기가 있었어요. '나는 꼭 성공할 거야. 꼭 웃길 거야' 이렇게요. 그러다보니 마음의 여유와 친근함을 가진 친구들을 이기지 못하더라고요. 깨닫고 나서 연기스타일을 바꿨어요"라고 말했다.

김대범 소극장

그가 가장 마음 편히 개그를 하는 곳은 따로 있다. '김대범 소극장'이다. 2009년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던 시절, 창고 같던 공간을 틈틈이 소극장으로 꾸렸다. 언젠간 회사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거란 불안함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누적 관객 50만 명이 훌쩍 넘은 인기 공연 '당신이 주인공'이 열리는 무대가 됐다. 관객이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는 코미디 연극이다. 김대범이 직접 기획했다.

김대범의 목표는 특별하지 않다. 계속해서 개그맨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SNS든지 소극장이든지 그가 서는 곳이면 모두가 무대가 된다. 그는 "진솔하게 다가가는 개그맨이 되고 싶습니다. 특히 토크쇼에서 많이 찾아주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원 없이 일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의지를 보였다.

K스타 김가영 kbs.ga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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