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 청년들의 남다른 통일 준비

입력 2017.06.10 (08:10) 수정 2017.06.1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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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탈북민 수가 3만 명을 넘은지도 이제 꽤 됐는데요.

그만큼 신세대 탈북민들의 수도 늘면서, 과거와 달리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경우도 많다더군요.

네. 자신의 꽃제비 경험을 담은 영문 소설을 내기도 하고, 온 몸을 던져 세상에 관심을 호소하는 젊은이도 있습니다.

탈북민과 우리 사회가 먼저 마음의 통일을 이뤄야, 진정한 통일도 바라볼 수 있다는, 대견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더군요.

네. 남다른 방식으로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고 있는 신세대 탈북 청년들을 홍은지 리포터와 만나보시죠.

<리포트>

외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이태원의 한 외국서적 전문 서점.

해외에서 직수입한 다양한 책들을 팔고 있는데요.

조금 특별한 사연을 가진 책 한 권이 요즘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선기(서점직원) : "학생과 또 학부모님들도 관심이 되게 높아져가지고 상당히 이렇게 많이 물어보시고..."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눈높이로 쓴 책이지만 어른들도 많이 찾고 있는데요.

에브리 폴링 스타, 우리 말로 ‘별똥별’이라는 제목의 영문서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학부모협회가 선정한 ‘권장 도서상’을 받았는데요.

한국인 청년이 쓴 자전적인 소설이라 더 큰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내용일까요?

책을 쓴 사람은 이성주 씨.

한국에 온지 15년 된 탈북청년인데요.

대학을 조기졸업하고 영국 외무성 장학금으로 석사학위를 마친 꿈 많은 젊은이입니다.

캐나다 의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북한인권 결의안 논의에힘을 보태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북한인권운동 NGO에서 탈북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북한에서 고위 장교였던 아버지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인터뷰> 이성주(북한인권시민연합 컨설턴트/2002년 탈북) : "동료들하고 같이 술을 드시다가 아버지가 북한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라는 그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이제 국가에 보고가 된 거죠. 그래서 아버지가 직업을 잃고 함경북도 경성이라는 곳으로 추방이 된 거죠. 가족 전체가..."

식량을 구하러 간 부모님이 돌아오지 않자 살기 위해 시작한 꽃제비 생활.

그 비참했던 상황 속에서 가족처럼 서로 의지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기록한 겁니다.

<인터뷰> 이성주(북한인권시민연합 컨설턴트) : "별똥별이 떨어지면 그때 그 별똥별에 소원을 빌었죠. 제발 아버지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어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하늘에 있는 그 사람의 별이 떨어진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이 저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를 북한에서 굶어서 이름 없이 소리 없이 죽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책입니다."

글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동시에 그때의 자신처럼 힘든 상황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는 성주 씨.

그의 책은 이달 초 한국어판으로도 소개되었는데요.

<인터뷰> 남영하(출판사 대표) : "용범이라는 친구가 감자를 훔치다가 감시원에게 걸려서 맞아 죽어요. 그 친구를 땅에 묻는 장면에서는 참지 못하고 엉엉 울었어요, 저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라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아이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너무 절절하게 녹아져 있어서 그래서 더 뭉클했던 것 같습니다."

한 청년이 팻말을 옆에 세워둔 채 양 팔을 벌리고 서 있습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프리허그 캠페인을 하고 있는 건데요.

처음엔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들.

눈을 가린 청년은 어떤 기분일까요?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 : "안 다가오면 저도 정말 두렵고 저도 정말 무섭고, 좀 그렇잖아요. 혹시 나한테 상처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해 봤었는데..."

그러다가 사람들이 하나 둘 그에게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따뜻하게 그를 안아주는 사람들.

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다가와 그를 꼬옥 안아줍니다.

어느새 청년을 중심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

외국인 관광객이 선창한 노래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프리허그의 주인공은 대학생 허준 씨.

그 역시 성주 씨처럼 북한이 고향인 탈북 청년입니다.

지난 해 여름부터 두 달에 한 번 정도 프리허그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그는 왜 이런 기획을 했을까요?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 : "더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그리고 또 북한을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근데 알려면 우선 관심이 생겨야 되잖아요. 프리허그를 하면서 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시키고자 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17살이 되던 해 겨울, 두만강을 건너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서 한국에 온 허 준 씨.

지난해 5월부터 또래의 남북 청년들과 모임을 만들어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작은 통일을 이루어나가고 있는데요.

요즘은 일주일에 한 두 편 씩 북한의 실상과 탈북민에 대한 영상을 영어와 한국어로 제작해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 :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해서 알리고, 제 고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다 이야기 해 주고 싶어요."

먼저 온 통일이라는 사명감을 가진신세대 탈북 청년들!

남과 북을 모두 경험한 그들은 책과 SNS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 남북한 주민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 : "내가 북한 사람이다라고 말을 할 때 소개를 하면 우선은 음... 벽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보이지 않는 벽들이 조금은 허물어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이성주(북한인권시민연합 컨설턴트) : "(탈북민을 돕는) 봉사자가 되려고 하지 마시고, 친구가 되려고 노력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봉사자는 가르쳐 줄 수 있고 도와 줄 수는 있는데, 배우려고 하지 않거든요. 친구가 되면 도와줄 수 있고 또 탈북민을 통해서 배울 수가 있어요."

남북한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탈북민과 남한 주민이 먼저 마음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 두 청년.

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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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 청년들의 남다른 통일 준비
    • 입력 2017-06-10 08:12:42
    • 수정2017-06-10 08:22:39
    남북의 창
<앵커 멘트>

탈북민 수가 3만 명을 넘은지도 이제 꽤 됐는데요.

그만큼 신세대 탈북민들의 수도 늘면서, 과거와 달리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경우도 많다더군요.

네. 자신의 꽃제비 경험을 담은 영문 소설을 내기도 하고, 온 몸을 던져 세상에 관심을 호소하는 젊은이도 있습니다.

탈북민과 우리 사회가 먼저 마음의 통일을 이뤄야, 진정한 통일도 바라볼 수 있다는, 대견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더군요.

네. 남다른 방식으로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고 있는 신세대 탈북 청년들을 홍은지 리포터와 만나보시죠.

<리포트>

외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이태원의 한 외국서적 전문 서점.

해외에서 직수입한 다양한 책들을 팔고 있는데요.

조금 특별한 사연을 가진 책 한 권이 요즘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선기(서점직원) : "학생과 또 학부모님들도 관심이 되게 높아져가지고 상당히 이렇게 많이 물어보시고..."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눈높이로 쓴 책이지만 어른들도 많이 찾고 있는데요.

에브리 폴링 스타, 우리 말로 ‘별똥별’이라는 제목의 영문서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학부모협회가 선정한 ‘권장 도서상’을 받았는데요.

한국인 청년이 쓴 자전적인 소설이라 더 큰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내용일까요?

책을 쓴 사람은 이성주 씨.

한국에 온지 15년 된 탈북청년인데요.

대학을 조기졸업하고 영국 외무성 장학금으로 석사학위를 마친 꿈 많은 젊은이입니다.

캐나다 의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북한인권 결의안 논의에힘을 보태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북한인권운동 NGO에서 탈북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북한에서 고위 장교였던 아버지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인터뷰> 이성주(북한인권시민연합 컨설턴트/2002년 탈북) : "동료들하고 같이 술을 드시다가 아버지가 북한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라는 그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이제 국가에 보고가 된 거죠. 그래서 아버지가 직업을 잃고 함경북도 경성이라는 곳으로 추방이 된 거죠. 가족 전체가..."

식량을 구하러 간 부모님이 돌아오지 않자 살기 위해 시작한 꽃제비 생활.

그 비참했던 상황 속에서 가족처럼 서로 의지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기록한 겁니다.

<인터뷰> 이성주(북한인권시민연합 컨설턴트) : "별똥별이 떨어지면 그때 그 별똥별에 소원을 빌었죠. 제발 아버지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어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하늘에 있는 그 사람의 별이 떨어진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이 저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를 북한에서 굶어서 이름 없이 소리 없이 죽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책입니다."

글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동시에 그때의 자신처럼 힘든 상황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는 성주 씨.

그의 책은 이달 초 한국어판으로도 소개되었는데요.

<인터뷰> 남영하(출판사 대표) : "용범이라는 친구가 감자를 훔치다가 감시원에게 걸려서 맞아 죽어요. 그 친구를 땅에 묻는 장면에서는 참지 못하고 엉엉 울었어요, 저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라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아이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너무 절절하게 녹아져 있어서 그래서 더 뭉클했던 것 같습니다."

한 청년이 팻말을 옆에 세워둔 채 양 팔을 벌리고 서 있습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프리허그 캠페인을 하고 있는 건데요.

처음엔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들.

눈을 가린 청년은 어떤 기분일까요?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 : "안 다가오면 저도 정말 두렵고 저도 정말 무섭고, 좀 그렇잖아요. 혹시 나한테 상처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해 봤었는데..."

그러다가 사람들이 하나 둘 그에게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따뜻하게 그를 안아주는 사람들.

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다가와 그를 꼬옥 안아줍니다.

어느새 청년을 중심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

외국인 관광객이 선창한 노래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프리허그의 주인공은 대학생 허준 씨.

그 역시 성주 씨처럼 북한이 고향인 탈북 청년입니다.

지난 해 여름부터 두 달에 한 번 정도 프리허그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그는 왜 이런 기획을 했을까요?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 : "더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그리고 또 북한을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근데 알려면 우선 관심이 생겨야 되잖아요. 프리허그를 하면서 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시키고자 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17살이 되던 해 겨울, 두만강을 건너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서 한국에 온 허 준 씨.

지난해 5월부터 또래의 남북 청년들과 모임을 만들어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작은 통일을 이루어나가고 있는데요.

요즘은 일주일에 한 두 편 씩 북한의 실상과 탈북민에 대한 영상을 영어와 한국어로 제작해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 :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해서 알리고, 제 고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다 이야기 해 주고 싶어요."

먼저 온 통일이라는 사명감을 가진신세대 탈북 청년들!

남과 북을 모두 경험한 그들은 책과 SNS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 남북한 주민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 : "내가 북한 사람이다라고 말을 할 때 소개를 하면 우선은 음... 벽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보이지 않는 벽들이 조금은 허물어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이성주(북한인권시민연합 컨설턴트) : "(탈북민을 돕는) 봉사자가 되려고 하지 마시고, 친구가 되려고 노력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봉사자는 가르쳐 줄 수 있고 도와 줄 수는 있는데, 배우려고 하지 않거든요. 친구가 되면 도와줄 수 있고 또 탈북민을 통해서 배울 수가 있어요."

남북한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탈북민과 남한 주민이 먼저 마음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 두 청년.

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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