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시끄럽다”…아파트 외벽 작업자 밧줄 끊어

입력 2017.06.14 (08:35) 수정 2017.06.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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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고층 건물 외벽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밧줄에 의지한 채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경남 양산에서 아파트 외벽 보수 공사를 하던 인부 한 명이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처음에는 밧줄에 문제가 생겨 추락사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밧줄을 자른 흔적이 있었던 건데요.

범인을 잡고보니 밧줄을 자른 이유는 더 황당했습니다.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

지난 8일 오전 8시쯤, 아파트 내부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우린 그때 아침밥을 먹었어. 밥 먹을 때 보니까 뭔가 퉁 소리가 나서 뭐 엎어졌는가보다 싶었지.”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안에 있던 사람도 다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 다 들었다고…….”

아파트 뒤편 화단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녹취> 임성호(경남 양산소방서 소방교) : “환자분이 건물 뒤편 콘크리트 바닥에 반듯하게 누워있는 상태였습니다. 환자가 의식하고 호흡이 없었고…….”

다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숨진 남성은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보수공사를 진행하던 46살 김 모씨.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이분들이 실리콘 작업 따로 하시는 분들이거든요. 돌아가신 분은 출근한 지 3일째 바로 돌아가신 거예요.”

당시 현장에는 김 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이 외벽에 매달려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12층 높이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밧줄이 끊어지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비 문제로 일어난 추락사로 생각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저희는 전부 다 그냥 추락사인 줄 알았어요. 뭐 줄이 노후돼서 추락사한 줄 알고…….”

그런데, 조사에 나선 경찰이 단순 사고사가 아닐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합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현장에 출동해보니까 작업자들 밧줄이 자연스럽게 훼손된 게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절단한 단면이 확인됐습니다.”

김 씨를 지탱하던 지름 1.8cm 밧줄은 날카로운 물건에 잘린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인부들이 매달려 있던 4개의 밧줄 중 김 씨의 밧줄은 완전히 끊어졌고, 또 다른 동료 직원의 밧줄도 반쯤 잘린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다른 작업자가) 갑자기 ‘뚝’ 하는 느낌을 받았다. 줄이 끊겼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냥 자기가 조작을 잘못해서 그런 것 같다. 좀 이상하다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옆에서 소리가 들리면서…….”

누군가 밧줄을 잘랐을 가능성이 큰 상황.

CCT를 확인 결과, 사고가 일어난 시간을 전후로 아파트 내부로 들어간 사람은 따로 없었습니다.

경찰은 아파트 내부에 있던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던 중 이 아파트 주민 41살 서 모 씨를 피의자로 지목합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범행 현장에서 족적(발자국)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족적을 발견해서 그 족적과 유사한 동일한 신발이 있는지 세대를 탐문하던 중에 그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동일한 신발 문양이 있는 슬리퍼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의 추궁에 서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합니다.

숨진 김 씨와는 전혀 알지 못하던 사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걸까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서 씨가) 술을 먹고 동네를 배회한다거나 앞에 앉아있는다거나 (했죠.) 인상이 그렇다 보니까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꺼리는 그런 건 있었어요.”

그날 새벽에도 인력 사무실을 갔다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일감을 얻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잠을 청하려는 차에 인부들이 휴대전화로 음악을 틀어 놓고 외벽 작업을 하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시끄러우니까 음악을 끄라고 하니까 그 작업자는 음악을 껐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피의자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쪽에서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사망한 사람이죠.) 그 작업자가 음악을 계속 틀어놓고 있으니까…….”

화를 참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옥상으로 뛰어 올라간 서 씨.

인부들을 지탱하던 밧줄로 다가가 공업용 칼로 줄을 잘라버렸습니다.

<녹취> 손명섭(양산경찰서 형사과장) : “자기가 먼저 시비를 건 그쪽 라인에 계신 분 줄을 먼저 반쯤 끊다가 보니까 소리가 다른 쪽에서 들리는 거예요. 음악 소리가. 다른 쪽, 들리는 쪽으로 가서 그쪽에는 완전 절단을 해버려서 그 분이 돌아가셨고 이쪽은 미수에 그친 거죠.”

홧김에 저지렀다고 하기에는 이해가 힘든 상황.

주민들은 당시 음악소리가 크게 신경 쓰일 정도도 아니었다고 증언합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하시는 건 봤거든요. 그렇게 시끄럽진 않았어요. 지나가는 사람들 다 뭐 ”아,신나게 일한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경찰 조사 결과 서 씨는 과거 폭행죄로 치료감호시설에 수감된 적이 있는데, 이 때 조울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TV에서 뉴스에서 보던 그런 일들이 내 앞에서, 내 동네에서 벌어지니까 믿기지도 않고 소름 끼치고 무섭고 막 그렇죠. 불안하죠.”

숨진 김 씨는 다섯 아이를 키우는 가장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눈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다른) 작업자는 지금 그 상황 때문에 상당히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건 발생 당시 옥상에서 밧줄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은 짚어봐야 할 대목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옥상에는) 줄에 매달린 작업자 외에는 다른 작업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줄에 매달려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만한 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 좀 아쉽습니다.”

경찰은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서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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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시끄럽다”…아파트 외벽 작업자 밧줄 끊어
    • 입력 2017-06-14 08:37:38
    • 수정2017-06-14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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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고층 건물 외벽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밧줄에 의지한 채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경남 양산에서 아파트 외벽 보수 공사를 하던 인부 한 명이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처음에는 밧줄에 문제가 생겨 추락사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밧줄을 자른 흔적이 있었던 건데요.

범인을 잡고보니 밧줄을 자른 이유는 더 황당했습니다.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

지난 8일 오전 8시쯤, 아파트 내부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우린 그때 아침밥을 먹었어. 밥 먹을 때 보니까 뭔가 퉁 소리가 나서 뭐 엎어졌는가보다 싶었지.”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안에 있던 사람도 다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 다 들었다고…….”

아파트 뒤편 화단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녹취> 임성호(경남 양산소방서 소방교) : “환자분이 건물 뒤편 콘크리트 바닥에 반듯하게 누워있는 상태였습니다. 환자가 의식하고 호흡이 없었고…….”

다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숨진 남성은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보수공사를 진행하던 46살 김 모씨.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이분들이 실리콘 작업 따로 하시는 분들이거든요. 돌아가신 분은 출근한 지 3일째 바로 돌아가신 거예요.”

당시 현장에는 김 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이 외벽에 매달려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12층 높이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밧줄이 끊어지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비 문제로 일어난 추락사로 생각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저희는 전부 다 그냥 추락사인 줄 알았어요. 뭐 줄이 노후돼서 추락사한 줄 알고…….”

그런데, 조사에 나선 경찰이 단순 사고사가 아닐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합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현장에 출동해보니까 작업자들 밧줄이 자연스럽게 훼손된 게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절단한 단면이 확인됐습니다.”

김 씨를 지탱하던 지름 1.8cm 밧줄은 날카로운 물건에 잘린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인부들이 매달려 있던 4개의 밧줄 중 김 씨의 밧줄은 완전히 끊어졌고, 또 다른 동료 직원의 밧줄도 반쯤 잘린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다른 작업자가) 갑자기 ‘뚝’ 하는 느낌을 받았다. 줄이 끊겼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냥 자기가 조작을 잘못해서 그런 것 같다. 좀 이상하다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옆에서 소리가 들리면서…….”

누군가 밧줄을 잘랐을 가능성이 큰 상황.

CCT를 확인 결과, 사고가 일어난 시간을 전후로 아파트 내부로 들어간 사람은 따로 없었습니다.

경찰은 아파트 내부에 있던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던 중 이 아파트 주민 41살 서 모 씨를 피의자로 지목합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범행 현장에서 족적(발자국)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족적을 발견해서 그 족적과 유사한 동일한 신발이 있는지 세대를 탐문하던 중에 그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동일한 신발 문양이 있는 슬리퍼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의 추궁에 서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합니다.

숨진 김 씨와는 전혀 알지 못하던 사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걸까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서 씨가) 술을 먹고 동네를 배회한다거나 앞에 앉아있는다거나 (했죠.) 인상이 그렇다 보니까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꺼리는 그런 건 있었어요.”

그날 새벽에도 인력 사무실을 갔다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일감을 얻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잠을 청하려는 차에 인부들이 휴대전화로 음악을 틀어 놓고 외벽 작업을 하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시끄러우니까 음악을 끄라고 하니까 그 작업자는 음악을 껐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피의자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쪽에서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사망한 사람이죠.) 그 작업자가 음악을 계속 틀어놓고 있으니까…….”

화를 참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옥상으로 뛰어 올라간 서 씨.

인부들을 지탱하던 밧줄로 다가가 공업용 칼로 줄을 잘라버렸습니다.

<녹취> 손명섭(양산경찰서 형사과장) : “자기가 먼저 시비를 건 그쪽 라인에 계신 분 줄을 먼저 반쯤 끊다가 보니까 소리가 다른 쪽에서 들리는 거예요. 음악 소리가. 다른 쪽, 들리는 쪽으로 가서 그쪽에는 완전 절단을 해버려서 그 분이 돌아가셨고 이쪽은 미수에 그친 거죠.”

홧김에 저지렀다고 하기에는 이해가 힘든 상황.

주민들은 당시 음악소리가 크게 신경 쓰일 정도도 아니었다고 증언합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하시는 건 봤거든요. 그렇게 시끄럽진 않았어요. 지나가는 사람들 다 뭐 ”아,신나게 일한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경찰 조사 결과 서 씨는 과거 폭행죄로 치료감호시설에 수감된 적이 있는데, 이 때 조울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TV에서 뉴스에서 보던 그런 일들이 내 앞에서, 내 동네에서 벌어지니까 믿기지도 않고 소름 끼치고 무섭고 막 그렇죠. 불안하죠.”

숨진 김 씨는 다섯 아이를 키우는 가장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눈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다른) 작업자는 지금 그 상황 때문에 상당히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건 발생 당시 옥상에서 밧줄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은 짚어봐야 할 대목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최유인(경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팀) : “(옥상에는) 줄에 매달린 작업자 외에는 다른 작업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줄에 매달려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만한 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 좀 아쉽습니다.”

경찰은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서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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