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새끼 판다 ‘열풍’…경제 효과가 2,700억 원?

입력 2017.06.15 (11:21) 수정 2017.06.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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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새끼 판다 ‘열풍’…경제 효과가 2,700억 원?

[특파원리포트] 새끼 판다 ‘열풍’…경제 효과가 2,700억 원?

(화면제공: 도쿄 동물원협회)(화면제공: 도쿄 동물원협회)

새끼 판다 한 마리에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가뜩이나 인기를 한몸에 받는 동물이 5년여 만에 새끼까지 낳았다. 언론이 앞장 서고, 유통·관광업체가 잔뜩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관광업계와 지역주민들도 기대에 들떠 있다.

5년여 만에 새끼 판다가 태어나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새끼 판다가 태어났다. 부모는 2011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임대돼 건너온 수컷 '리리'와 암컷 '신신'이다. 이례적으로 인공수정이 아닌 자연수정으로 태어나 화제가 됐다. 판다의 자연교배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신은 10일 저녁부터 진통 조짐을 보였다. 12일 오전부터 이리저리 뒹둘며 산통을 견디다가 낮 12시쯤 건강한 새끼를 낳았다. 키는 14.3cm, 체중은 대략 147그램. 갓난 새끼를 입에 살짝 문 모습이 무인 카메라에 담겼다. 출생 직후 암수 판별은 어려웠다. 다 자란 판다의 키가 통상 120∼150cm, 체중이 70∼160kg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작은 크기인 지 알 수 있다.

동물원 측은 24시간 비상이 걸렸다. 출생 후 7∼10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갓난판다는 체온 유지 능력이 떨어지는 등 외부 자극에 매우 취약하다. 신신 부부는 2012년에도 새끼를 낳았지만, 엿새 만에 폐렴으로 폐사했다.


다행히 신신은 새끼의 몸을 핥기도 하고 안기도 하고 울음소리에 반응도 하면서 엄마로서 빠르게 적응했다. 물도 마시고 배변도 했다. 새끼 역시 밤 10시 무렵부터 어미의 젖꼭지를 무는 등 순조롭게 적응해나갔다.

처음도 아닌데...조금 과하다 싶은 열광

일본에서 판다의 출산은 한두 번이 아니다. 기존에 일본에서 사육하는 판다는 도쿄 2마리, 와카야마 현 5마리, 효고 현 1마리 등 8마리였다. 와카야마의 '어드벤처 월드'에서는 2003년 처음으로 쌍둥이가 태어나기도 했다. 이 곳에선 15마리가 건강하게 성장해, 이 가운데 11마리가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처음도 아닌 새끼 판다의 출생 소식에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축제 분위기를 앞장서 띄우는 곳은 언론이다. 이번에 새끼 판다가 태어나자마자, 동물원 측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NHK 등이 이를 생중계했다. 판다의 출산 소식과 건강상태, 향후 계획 등을 자세하게 알렸다.


이튿날 주요신문들 1면의 주인공은 단연 판다였다. 판다 관련 소식은 사흘 연속으로 방송의 주요뉴스 시간대를 장식했다. 건강 상태는 매일 매일 속보로 전해졌다. 정치인과 연예인들도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축하인사를 전해왔다.

당장 유통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인근 백화점 옥상에는 판다 문양의 대형 광고풍선이 떴다. 숙박업체들은 판다 문양으로 실내를 장식한 침실을 선보였다. 상점마다 갖가지 판다 캐릭터 상품이 진열대를 차지했다. 주민들은 판다에 대한 관심이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했다.



방문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물원 인근 음식점들도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일부 대형 음식점의 주가는 한때 상한선에 이르기도 했다.

새끼 판다가 가져올 경제효과가 2,700억원이라고?

신신과 리리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 도쿄에서 중국의 보호협회와 공동으로 자이언트 판다의 보호와 번식에 관한 연구를 한다는 명목으로 빌려왔다. 계약 기간은 10년이다. 해마다 95만 달러(약 10억원)를 중국측에 지불하기로 했다. 중국측이 요구하는 사육환경 기준에 맞추려면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 판다의 소유권도 중국에 있다. 양측의 협의에 따라 기간이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2년이 지나면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판다의 인기가 꺾일 것 같지는 않다.

NHK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새끼 판다가 가져올 경제 효과를 267억엔(약 2,700억원)으로 추산했다.


간사이 대학의 미야모토 명예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으로써 입장료와 음식값, 기념품 구매 등 증가하면서 도쿄에 가져올 직접 경제효과가 147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런저런 관련기업의 매출 증가 효과가 약 75억엔, 동물원 직원과 시간제 노동자 등의 수입이 늘면서 소비가 활발해지는 2차 파급 효과도 45억엔 이를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돈을 쓰게 만든다 ...판다의 경제학


판다는 모든 동물원의 마스코트 역할을 한다. 평소에도 가장 인기 있는 동물 중 하나이다. 관람객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판다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교통편에 돈을 쓰고,먹을 것에 돈을 쓰고, 캐릭터 상품에 돈을 쓴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풀린다. 비싼 비용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중국에서 판다를 유치하기 위해 정성을 쏟는 이유이다.

일본은 내수침체에 대한 고민이 깊다. 정부와 언론, 기업 등은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살려서 소비를 북돋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련의 새끼 판다 열풍은 동물 자체에 대한 호감 못지 않게, 경기 부양 효과에 목마른 일본의 처지를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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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5 11:21:14
    • 수정2017-06-15 11:22:38
    특파원 리포트
(화면제공: 도쿄 동물원협회) 새끼 판다 한 마리에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가뜩이나 인기를 한몸에 받는 동물이 5년여 만에 새끼까지 낳았다. 언론이 앞장 서고, 유통·관광업체가 잔뜩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관광업계와 지역주민들도 기대에 들떠 있다. 5년여 만에 새끼 판다가 태어나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새끼 판다가 태어났다. 부모는 2011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임대돼 건너온 수컷 '리리'와 암컷 '신신'이다. 이례적으로 인공수정이 아닌 자연수정으로 태어나 화제가 됐다. 판다의 자연교배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신은 10일 저녁부터 진통 조짐을 보였다. 12일 오전부터 이리저리 뒹둘며 산통을 견디다가 낮 12시쯤 건강한 새끼를 낳았다. 키는 14.3cm, 체중은 대략 147그램. 갓난 새끼를 입에 살짝 문 모습이 무인 카메라에 담겼다. 출생 직후 암수 판별은 어려웠다. 다 자란 판다의 키가 통상 120∼150cm, 체중이 70∼160kg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작은 크기인 지 알 수 있다. 동물원 측은 24시간 비상이 걸렸다. 출생 후 7∼10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갓난판다는 체온 유지 능력이 떨어지는 등 외부 자극에 매우 취약하다. 신신 부부는 2012년에도 새끼를 낳았지만, 엿새 만에 폐렴으로 폐사했다. 다행히 신신은 새끼의 몸을 핥기도 하고 안기도 하고 울음소리에 반응도 하면서 엄마로서 빠르게 적응했다. 물도 마시고 배변도 했다. 새끼 역시 밤 10시 무렵부터 어미의 젖꼭지를 무는 등 순조롭게 적응해나갔다. 처음도 아닌데...조금 과하다 싶은 열광 일본에서 판다의 출산은 한두 번이 아니다. 기존에 일본에서 사육하는 판다는 도쿄 2마리, 와카야마 현 5마리, 효고 현 1마리 등 8마리였다. 와카야마의 '어드벤처 월드'에서는 2003년 처음으로 쌍둥이가 태어나기도 했다. 이 곳에선 15마리가 건강하게 성장해, 이 가운데 11마리가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처음도 아닌 새끼 판다의 출생 소식에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축제 분위기를 앞장서 띄우는 곳은 언론이다. 이번에 새끼 판다가 태어나자마자, 동물원 측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NHK 등이 이를 생중계했다. 판다의 출산 소식과 건강상태, 향후 계획 등을 자세하게 알렸다. 이튿날 주요신문들 1면의 주인공은 단연 판다였다. 판다 관련 소식은 사흘 연속으로 방송의 주요뉴스 시간대를 장식했다. 건강 상태는 매일 매일 속보로 전해졌다. 정치인과 연예인들도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축하인사를 전해왔다. 당장 유통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인근 백화점 옥상에는 판다 문양의 대형 광고풍선이 떴다. 숙박업체들은 판다 문양으로 실내를 장식한 침실을 선보였다. 상점마다 갖가지 판다 캐릭터 상품이 진열대를 차지했다. 주민들은 판다에 대한 관심이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했다. 방문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물원 인근 음식점들도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일부 대형 음식점의 주가는 한때 상한선에 이르기도 했다. 새끼 판다가 가져올 경제효과가 2,700억원이라고? 신신과 리리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 도쿄에서 중국의 보호협회와 공동으로 자이언트 판다의 보호와 번식에 관한 연구를 한다는 명목으로 빌려왔다. 계약 기간은 10년이다. 해마다 95만 달러(약 10억원)를 중국측에 지불하기로 했다. 중국측이 요구하는 사육환경 기준에 맞추려면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 판다의 소유권도 중국에 있다. 양측의 협의에 따라 기간이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2년이 지나면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판다의 인기가 꺾일 것 같지는 않다. NHK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새끼 판다가 가져올 경제 효과를 267억엔(약 2,700억원)으로 추산했다. 간사이 대학의 미야모토 명예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으로써 입장료와 음식값, 기념품 구매 등 증가하면서 도쿄에 가져올 직접 경제효과가 147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런저런 관련기업의 매출 증가 효과가 약 75억엔, 동물원 직원과 시간제 노동자 등의 수입이 늘면서 소비가 활발해지는 2차 파급 효과도 45억엔 이를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돈을 쓰게 만든다 ...판다의 경제학 판다는 모든 동물원의 마스코트 역할을 한다. 평소에도 가장 인기 있는 동물 중 하나이다. 관람객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판다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교통편에 돈을 쓰고,먹을 것에 돈을 쓰고, 캐릭터 상품에 돈을 쓴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풀린다. 비싼 비용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중국에서 판다를 유치하기 위해 정성을 쏟는 이유이다. 일본은 내수침체에 대한 고민이 깊다. 정부와 언론, 기업 등은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살려서 소비를 북돋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련의 새끼 판다 열풍은 동물 자체에 대한 호감 못지 않게, 경기 부양 효과에 목마른 일본의 처지를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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