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미국·EU 투자시 우회덤핑 조사 주의해야”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투자 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우회덤핑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5일 '미국과 EU의 우회덤핑 방지규정에 대한 이해와 우리의 대응' 보고서에서 우회덤핑 방지규정을 운영 중인 미국과 EU의 우회덤핑 요건과 과거 한국산 컬러TV 사건 등 대표적 사례를 분석했다.

우회덤핑이란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제품의 생산과 선적 방법을 바꿔 기존 반덤핑 조치의 적용을 회피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기존 반덤핑 조치의 대상이었던 제품이 우회덤핑되고 있다고 판정되면 해당 제품뿐 아니라 그 구성부품에 대해서도 기존 반덤핑 조치가 확대 적용된다.

그러나 글로벌 가치사슬이 고도로 발달한 현 경제상황에서 경영 전략적 판단으로 결정된 생산기지 해외 이전과 반덤핑조치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우회덤핑 간 경계가 점점 모호해져 미국과 EU의 관련 규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의 우회덤핑 규정이 없어 각국이 자의적으로 우회덤핑 방지조치를 운영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우회덤핑을 수입국 우회, 제3국 우회, 사소한 변경이 가해진 제품, 추후 개발된 제품으로 구분해 각 유형마다 고유의 법적 요건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제3국 우회와 사소한 변경이 가해진 제품에 대한 조사가 가장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 사례가 1990년대 후반 벌어진 한국산 컬러TV 사건이다.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우리 컬러TV에 대해 미 상무부는 멕시코에서는 사소한 조립공정만 이뤄졌고 이는 한국산 TV에 대한 기존 반덤핑조치를 우회하는 것이라며 우회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을 WTO에 제소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으나, 미 정부가 우회덤핑 조사를 중지함에 따라 소를 취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