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당신의 아들도 맞아야 한다?

입력 2017.06.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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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0대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전암 환자는 지난 2010년 7만7천여 명에서 해마다 늘어 2015년 9만8천여 명으로 5년 새 28%나 늘었다. 특히 전암 3기 환자의 나이대를 분석해보면, 2~30대 젊은 층의 비율이 34%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암이기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건강여성 첫걸음 사업’ 홈페이지 메인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건강여성 첫걸음 사업’ 홈페이지 메인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자궁경부암 무료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무료 접종 대상은 2004년에서 2005년에 태어난 만 12세 여아로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여학생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대상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 같은 주장이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지게 된 건 올해 초 한 자궁경부암 백신 광고를 둘러싼 논란을 통해서였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대화를 웹툰 형식으로 그린 해당 광고에서 남학생은 "여자가 나중에 내 아(이)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라는 말로 여학생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광고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남자도 자궁경부암의 책임 있는 것을 모르냐"라는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이에 앞서 만화가 김풍은 지난 2015년 SNS를 통해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인 남자들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합시다"라며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고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여성들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이 걸리지 않는 남성들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하는 걸까?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그렇다'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예방하는 백신이다.

그런데 HPV는 남녀 모두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이상훈 교수는 "남성들의 경우 HPV 바이러스로 인해 성기 사마귀나 성기암, 항문암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남성들은 HPV 예방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HPV에 감염된 남자가 성관계를 통해 여자에게 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실제로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HPV 감염된 여성이 많고, 이에 대한 영국의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남자 아이들에게도 맞히길 권고했다. CDC는 "HPV 백신의 여성 접종률이 낮을 땐 남성도 함께 접종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호주 등에서는 남자아이들에게도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남성에 대한 백신 접종 지원은 안 되고 있는 걸까? 한 마디로 말하면 이른바 '가성비' 때문이다.

이상훈 교수는 "이론상으로는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하면, 국가가 남자아이에게 백신을 지원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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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궁경부암 백신, 당신의 아들도 맞아야 한다?
    • 입력 2017-06-15 15:33:26
    생활·건강
최근 2~30대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전암 환자는 지난 2010년 7만7천여 명에서 해마다 늘어 2015년 9만8천여 명으로 5년 새 28%나 늘었다. 특히 전암 3기 환자의 나이대를 분석해보면, 2~30대 젊은 층의 비율이 34%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암이기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건강여성 첫걸음 사업’ 홈페이지 메인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자궁경부암 무료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무료 접종 대상은 2004년에서 2005년에 태어난 만 12세 여아로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여학생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대상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 같은 주장이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지게 된 건 올해 초 한 자궁경부암 백신 광고를 둘러싼 논란을 통해서였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대화를 웹툰 형식으로 그린 해당 광고에서 남학생은 "여자가 나중에 내 아(이)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라는 말로 여학생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광고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남자도 자궁경부암의 책임 있는 것을 모르냐"라는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이에 앞서 만화가 김풍은 지난 2015년 SNS를 통해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인 남자들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합시다"라며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고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여성들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이 걸리지 않는 남성들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하는 걸까?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그렇다'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예방하는 백신이다.

그런데 HPV는 남녀 모두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이상훈 교수는 "남성들의 경우 HPV 바이러스로 인해 성기 사마귀나 성기암, 항문암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남성들은 HPV 예방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HPV에 감염된 남자가 성관계를 통해 여자에게 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실제로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HPV 감염된 여성이 많고, 이에 대한 영국의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남자 아이들에게도 맞히길 권고했다. CDC는 "HPV 백신의 여성 접종률이 낮을 땐 남성도 함께 접종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호주 등에서는 남자아이들에게도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남성에 대한 백신 접종 지원은 안 되고 있는 걸까? 한 마디로 말하면 이른바 '가성비' 때문이다.

이상훈 교수는 "이론상으로는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하면, 국가가 남자아이에게 백신을 지원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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