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소년단’ 공들이는 김정은 정권…이유는?

입력 2017.06.17 (08:08) 수정 2017.06.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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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6일은 북한이 조선소년단을 창립한 날이었는데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직 생활을 한다는 북한에서도 소년단은 각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기성 세대의 충성을 믿기 어려운 젊은 김정은으로선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지지를 다질 필요가 있는 만큼 틈날 때마다 소년단에 대한 관심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조선 소년단의 실태와 김정은 정권의 소년단 공들이기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비장한 느낌이 감도는 무대 위로 음악과 함께 등장한 소년 소녀들.

현란한 몸짓으로 군무는 물론 화려한 개인 동작까지 선보인다.

한편의 ‘전쟁 뮤지컬’ 같은 공연을 펼치는 어린이들.

북한의 ‘조선소년단’ 단원들이다.

<녹취> 조선중앙TV(‘조선소년단창립 71년 축하 종합공연’/지난 10일)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두리에(둘레에) 굳게 뭉친 300만 소년단 대열은 원수님의 소년 빨치산! 원수님의 소년 근위대! 하늘땅 끝까지 세월의 끝까지 언제나 곧바로 당을 따라 앞으로!"

자신들을 김정은의 '후비대’,즉 사업을 계승할 사람들이라 소개하며 김정은을 위해 항상 준비 하자고합창한다.

마치 잘 훈련된 기계처럼 충성을 외치는 조선소년단.

북한의 소년단은 어떻게 조직되고, 또 운영되고 있을까.

1946년 창설된 조선소년단은 만 7세에서 13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학생 ‘정치조직’이다.

김일성은 1994년 사망 직전까지 조선 소년단 창립행사를 직접 챙길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들이 김 씨 일가의 종신 지배 체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실제 소년단원들은 김씨 일가를 위한 사조직이라 할 만큼 학교 수업은 물론,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세뇌교육을 받는다.

추운 겨울, 허리까지 쌓인 눈길을 헤치며 행군에 나선 소년단원들.

평양에서 압록강 접경까지 총 400킬로의 거리를 보름에 걸쳐 걷고 있다.

<녹취> ‘광복의 천리길 답사 행군’ 참가 여학생(2015년 2월) : "우리는 다섯 개의 높고 험한 령을 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저 직령을 넘어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른바 ‘김일성 따라 배우기’수업.

1925년 김일성이 13살 때 만주까지 걸었다는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이다.

<녹취> 北기록영화 ‘세상에 부럼 없어라’ : "학생소년들이 위대한 수령님께서 어린 시절에 걸으셨던 배움의 천리길, 광복의 천리길을 답사하면서 백두의 혁명정신 우리당의 혁명전통을 더욱 깊이 간직하게 하자고 하셨습니다."

단원들은 김일성 생일이나 당대회 등 각종 기념일 행사에 동원되는 건 물론이고, 노동력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일 하기 운동’, ‘꼬마 계획’등의 이름으로 고철 모으기, 토끼 기르기, 나무 심기 등을 하는데, 그 결과물은 모두 당에 대한 충성이라는 명분으로 상납한다.

김정일 시대 이 같은 통치 방식은 소년단원들의 정치·사상 기반을 흔들어 놓았다는 평가다.

배급체제가 무너져 가는 가운데 이뤄진 가혹한 동원과 주입 교육이 충성심 보다는 반감을 불렀다는 것이다.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지금의 청년세대가 대표적인 예.

그래서 김정은이 어린 세대인 소년단에 더욱 공을 들인 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 북한의 청년세대는 장마당 세대거든요. 그러니까 사회주의의 내면화가 가장 취약한 고리입니다. 쉽게 말해서 국가가 책임져주는 데 익숙한 세대가 아니고 자기의 노력에 따라서 미래가 결정된다라고 믿는 세대, 그러니까 당성보다는 당에 대한 충성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세대거든요. 오히려 청년세대의 냉소가 더 커지는 거죠, 김정은의 성과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더 어린 세대로 내려가는 거죠."

김정은은 집권 초부터 소년단 챙기는 모습을 과시했다.

집권 직후였던 2012년 6월, 북한 전역에서 온 학생들이 속속 평양에 도착했다.

학생들을 수송하는 데 버스와 기차 뿐 아니라 비행기까지 동원했다. 김정은이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을 기념해 2만 명의 학생들을 평양으로 초대한 것.

소년단원들은 평양 곳곳을 둘러보며 옥류관과 청류관 등 평양의 이름난 식당에서 음식도 맛봤다.

<녹취> 김청일(조선소년단원) : "텔레비전에서 옥류관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와서 국수를 먹을 줄 몰랐습니다. 제가 국수를 먹는 모습을 아버지, 어머니, 동무들, 마을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대규모 국가 기념행사 때나 등장하던 은하수 관현악단이 소년단을 위해 연주를 하기도 했다.

<인터뷰>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노래가 있는데 이제 동무 동무 어디서 평양에 왔나요. 아름다운 삼지연 마을에서 왔어요~ 동무동무 평양에 뭘 타고 왔나요? 사랑의 비행기~ 타고 왔어요. 막 이런 식으로 노래가 학생들 속에서 인기가 많았어요. 엄청 이제 비행기를 타고 간 걸 과시하느라고. 그 친구들 이제 그거 그 엄마아빠한테 이제 옷도 그 한복도 이제 선물해주고..."

소년단 창립기념 행사 날, 소년단의 상징인 붉은 스카프를 목에 매고 직접 공개연설까지 한 김정은.

소년단원들이 북한의 미래를 이끌고 갈 계승자라고 강조했다.

<녹취> 김정은(2012년 조선소년단 창립 기념일) : "동무들은 선군혁명의 계승자들이며 미래의 주인공들입니다. 앞날의 조선은 우리 소년단원들의 것이며 동무들의 모습에 조국의 내일이 비껴(비추어) 있습니다."

이듬해엔 제7차 소년단 대회를 개최했다.

어린 학생들과 손을 잡고 포옹하며 친밀한 모습을 연출한 김정은.

이 역시 소년단원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다.

이후에도 소년단을 위한 야영소의 확대·보수를 지시 하는 등 소년단 챙기기 모습에서 소년단 세대를 지지기반으로 다지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의 근본적인 딜레마죠. 기성세대는 김정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김정은과 동세대인 장마당 세대는 이데올로기 작업이 어렵고. 1352 그렇게 본다고 하면 아직, 아직 자아가 형성이 미발달돼 있는 상태인 유소년에 대한 어떤 뭐라고 할까요. 이데올로기 작업의 필요성을 김정은이 강하게 느끼고 있는 거죠. 0843 쉽게 말하면 사회주의의 어떤 내면화가 덜 된 그런 소년단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인 김정은의 우상화를 시도함으로써 미래의 김정은에 대한 확고한 지지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러나 이런 모습들은 철저하게 연출된 이미지일 뿐, 실제로는 어린 소년단원들도 공포정치의 대상에서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인터뷰>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북한에서는 그 사형, 공개 사형이 있는데 그 현장을 학교에서 단체로 가서 무조건 봐야 돼요. 저도 이제 총살하는 걸 봤거든요. 총살하는 걸 보면 이제 보면 한국 드라마를 봤거나 한국 노래를 들었다 그런 것 때문에 총살을 하는데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 그런 게 더 심해졌어요. 그게 바로 공포정치잖아요. 너희도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 이런 걸 저희한테 박아두는 거죠."

소년단은 여전히 김정은의 우상화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녹취> 조선중앙TV(‘조선소년단창립 71년 축하 종합공연’/지난 10일) : "우리의 원수님 손을 높이 드시면 광명성 위성이 하늘 씩씩 날아요. 원수님 최고야 우리의 원수님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로 최고야~"

미사일 개발을 찬양하고 김정은이 방문했던 애육원을 자랑하는 등 체제 선전의 전위대 역할을 한다.

<녹취> 조선중앙TV(‘조선소년단창립 71년 축하 종합공연’/지난 10일) : "우리들은 애육원을 졸업하고 애육원이 너무 좋아 학원에 안가겠다고 엉엉 울었답니다.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 계시어 우리는 세상에 부럼 없습니다."

지난 6일, 조선소년단 창립 71년을 맞아 북한은 4년만에 다시 제 8차 대회를 열었다.

<녹취> 소년단 8차 대회 기록영화 ‘푸른 꿈과 희망안고 활짝 피여라’(지난 13일) : "세월이 흐를수록 더해만 가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후대 사랑, 미래 사랑이 얼마나 열렬하고 위대한가를 온 세상에 과시한 조선 소년단 제8차대회!"

북한 매체들은 소년단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을 대대적으로 포장하고 선전했다.

소년단 8차 대회 이후에도 서둘러 기록영화를 제작해 대회에 참석한 김정은의 모습과 그를 향해 감격해 하며 눈물 흘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선전한다 해도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효과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터뷰>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10세 후반부터는 진짜 안 믿어요. 그걸. 왜 안 믿냐면 이제 USB 같은 걸 이제 북한이 많이 들어오니까 그때 한국 노래나 드라마가 많이 들어와요. 그걸 보면서 이제 사상이 다 젖어있거든요. 젖어있으니까 아 저 말이 뭐 진실이겠냐. 그냥 맨날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니까 왜 우린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얘네는 이렇게 자유로운데? 그런 걸 보면서 좀 많이 삐뚤어져 나가요."

소년단이 세뇌 교육을 받았다고 청년기에 충성 기반이 될지도 미지수다.

실제 청년 세대들의 불만이 쉬쉬 하며 드러나지만 않을 뿐 체제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한범) : "일종의 선호위장이라고 그러죠. 속으로는 반발심이 크지만 그러나 반발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뿐인 거죠. 겉으로는 순응하는 것 같지만 내적인 불만은 더 커지는, 그것이 가장 위험한 상태입니다. 청년세대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변화의 주역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그건 이미 중동의 재스민혁명이나 동유럽 체제전환 과정에서 이미 입증이 된 이야기들입니다."

70년 넘게 북한 청소년들의 생활 조직, 정치조직 역할을 해 온 조선 소년단.

<녹취> 北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우리는 모두 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 없어라."

당장은 세상에 부러움이 없다며 김정은을 찬양하고 있지만 외부 정보의 유입과 의식변화 속에 실제 이들이 김씨 일가의 영원한 홍위병이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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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소년단’ 공들이는 김정은 정권…이유는?
    • 입력 2017-06-17 08:13:52
    • 수정2017-06-17 08: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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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6일은 북한이 조선소년단을 창립한 날이었는데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직 생활을 한다는 북한에서도 소년단은 각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기성 세대의 충성을 믿기 어려운 젊은 김정은으로선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지지를 다질 필요가 있는 만큼 틈날 때마다 소년단에 대한 관심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조선 소년단의 실태와 김정은 정권의 소년단 공들이기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비장한 느낌이 감도는 무대 위로 음악과 함께 등장한 소년 소녀들.

현란한 몸짓으로 군무는 물론 화려한 개인 동작까지 선보인다.

한편의 ‘전쟁 뮤지컬’ 같은 공연을 펼치는 어린이들.

북한의 ‘조선소년단’ 단원들이다.

<녹취> 조선중앙TV(‘조선소년단창립 71년 축하 종합공연’/지난 10일)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두리에(둘레에) 굳게 뭉친 300만 소년단 대열은 원수님의 소년 빨치산! 원수님의 소년 근위대! 하늘땅 끝까지 세월의 끝까지 언제나 곧바로 당을 따라 앞으로!"

자신들을 김정은의 '후비대’,즉 사업을 계승할 사람들이라 소개하며 김정은을 위해 항상 준비 하자고합창한다.

마치 잘 훈련된 기계처럼 충성을 외치는 조선소년단.

북한의 소년단은 어떻게 조직되고, 또 운영되고 있을까.

1946년 창설된 조선소년단은 만 7세에서 13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학생 ‘정치조직’이다.

김일성은 1994년 사망 직전까지 조선 소년단 창립행사를 직접 챙길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들이 김 씨 일가의 종신 지배 체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실제 소년단원들은 김씨 일가를 위한 사조직이라 할 만큼 학교 수업은 물론,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세뇌교육을 받는다.

추운 겨울, 허리까지 쌓인 눈길을 헤치며 행군에 나선 소년단원들.

평양에서 압록강 접경까지 총 400킬로의 거리를 보름에 걸쳐 걷고 있다.

<녹취> ‘광복의 천리길 답사 행군’ 참가 여학생(2015년 2월) : "우리는 다섯 개의 높고 험한 령을 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저 직령을 넘어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른바 ‘김일성 따라 배우기’수업.

1925년 김일성이 13살 때 만주까지 걸었다는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이다.

<녹취> 北기록영화 ‘세상에 부럼 없어라’ : "학생소년들이 위대한 수령님께서 어린 시절에 걸으셨던 배움의 천리길, 광복의 천리길을 답사하면서 백두의 혁명정신 우리당의 혁명전통을 더욱 깊이 간직하게 하자고 하셨습니다."

단원들은 김일성 생일이나 당대회 등 각종 기념일 행사에 동원되는 건 물론이고, 노동력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일 하기 운동’, ‘꼬마 계획’등의 이름으로 고철 모으기, 토끼 기르기, 나무 심기 등을 하는데, 그 결과물은 모두 당에 대한 충성이라는 명분으로 상납한다.

김정일 시대 이 같은 통치 방식은 소년단원들의 정치·사상 기반을 흔들어 놓았다는 평가다.

배급체제가 무너져 가는 가운데 이뤄진 가혹한 동원과 주입 교육이 충성심 보다는 반감을 불렀다는 것이다.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지금의 청년세대가 대표적인 예.

그래서 김정은이 어린 세대인 소년단에 더욱 공을 들인 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 북한의 청년세대는 장마당 세대거든요. 그러니까 사회주의의 내면화가 가장 취약한 고리입니다. 쉽게 말해서 국가가 책임져주는 데 익숙한 세대가 아니고 자기의 노력에 따라서 미래가 결정된다라고 믿는 세대, 그러니까 당성보다는 당에 대한 충성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세대거든요. 오히려 청년세대의 냉소가 더 커지는 거죠, 김정은의 성과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더 어린 세대로 내려가는 거죠."

김정은은 집권 초부터 소년단 챙기는 모습을 과시했다.

집권 직후였던 2012년 6월, 북한 전역에서 온 학생들이 속속 평양에 도착했다.

학생들을 수송하는 데 버스와 기차 뿐 아니라 비행기까지 동원했다. 김정은이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을 기념해 2만 명의 학생들을 평양으로 초대한 것.

소년단원들은 평양 곳곳을 둘러보며 옥류관과 청류관 등 평양의 이름난 식당에서 음식도 맛봤다.

<녹취> 김청일(조선소년단원) : "텔레비전에서 옥류관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와서 국수를 먹을 줄 몰랐습니다. 제가 국수를 먹는 모습을 아버지, 어머니, 동무들, 마을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대규모 국가 기념행사 때나 등장하던 은하수 관현악단이 소년단을 위해 연주를 하기도 했다.

<인터뷰>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노래가 있는데 이제 동무 동무 어디서 평양에 왔나요. 아름다운 삼지연 마을에서 왔어요~ 동무동무 평양에 뭘 타고 왔나요? 사랑의 비행기~ 타고 왔어요. 막 이런 식으로 노래가 학생들 속에서 인기가 많았어요. 엄청 이제 비행기를 타고 간 걸 과시하느라고. 그 친구들 이제 그거 그 엄마아빠한테 이제 옷도 그 한복도 이제 선물해주고..."

소년단 창립기념 행사 날, 소년단의 상징인 붉은 스카프를 목에 매고 직접 공개연설까지 한 김정은.

소년단원들이 북한의 미래를 이끌고 갈 계승자라고 강조했다.

<녹취> 김정은(2012년 조선소년단 창립 기념일) : "동무들은 선군혁명의 계승자들이며 미래의 주인공들입니다. 앞날의 조선은 우리 소년단원들의 것이며 동무들의 모습에 조국의 내일이 비껴(비추어) 있습니다."

이듬해엔 제7차 소년단 대회를 개최했다.

어린 학생들과 손을 잡고 포옹하며 친밀한 모습을 연출한 김정은.

이 역시 소년단원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다.

이후에도 소년단을 위한 야영소의 확대·보수를 지시 하는 등 소년단 챙기기 모습에서 소년단 세대를 지지기반으로 다지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의 근본적인 딜레마죠. 기성세대는 김정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김정은과 동세대인 장마당 세대는 이데올로기 작업이 어렵고. 1352 그렇게 본다고 하면 아직, 아직 자아가 형성이 미발달돼 있는 상태인 유소년에 대한 어떤 뭐라고 할까요. 이데올로기 작업의 필요성을 김정은이 강하게 느끼고 있는 거죠. 0843 쉽게 말하면 사회주의의 어떤 내면화가 덜 된 그런 소년단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인 김정은의 우상화를 시도함으로써 미래의 김정은에 대한 확고한 지지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러나 이런 모습들은 철저하게 연출된 이미지일 뿐, 실제로는 어린 소년단원들도 공포정치의 대상에서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인터뷰>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북한에서는 그 사형, 공개 사형이 있는데 그 현장을 학교에서 단체로 가서 무조건 봐야 돼요. 저도 이제 총살하는 걸 봤거든요. 총살하는 걸 보면 이제 보면 한국 드라마를 봤거나 한국 노래를 들었다 그런 것 때문에 총살을 하는데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 그런 게 더 심해졌어요. 그게 바로 공포정치잖아요. 너희도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 이런 걸 저희한테 박아두는 거죠."

소년단은 여전히 김정은의 우상화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녹취> 조선중앙TV(‘조선소년단창립 71년 축하 종합공연’/지난 10일) : "우리의 원수님 손을 높이 드시면 광명성 위성이 하늘 씩씩 날아요. 원수님 최고야 우리의 원수님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로 최고야~"

미사일 개발을 찬양하고 김정은이 방문했던 애육원을 자랑하는 등 체제 선전의 전위대 역할을 한다.

<녹취> 조선중앙TV(‘조선소년단창립 71년 축하 종합공연’/지난 10일) : "우리들은 애육원을 졸업하고 애육원이 너무 좋아 학원에 안가겠다고 엉엉 울었답니다.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 계시어 우리는 세상에 부럼 없습니다."

지난 6일, 조선소년단 창립 71년을 맞아 북한은 4년만에 다시 제 8차 대회를 열었다.

<녹취> 소년단 8차 대회 기록영화 ‘푸른 꿈과 희망안고 활짝 피여라’(지난 13일) : "세월이 흐를수록 더해만 가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후대 사랑, 미래 사랑이 얼마나 열렬하고 위대한가를 온 세상에 과시한 조선 소년단 제8차대회!"

북한 매체들은 소년단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을 대대적으로 포장하고 선전했다.

소년단 8차 대회 이후에도 서둘러 기록영화를 제작해 대회에 참석한 김정은의 모습과 그를 향해 감격해 하며 눈물 흘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선전한다 해도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효과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터뷰>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10세 후반부터는 진짜 안 믿어요. 그걸. 왜 안 믿냐면 이제 USB 같은 걸 이제 북한이 많이 들어오니까 그때 한국 노래나 드라마가 많이 들어와요. 그걸 보면서 이제 사상이 다 젖어있거든요. 젖어있으니까 아 저 말이 뭐 진실이겠냐. 그냥 맨날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니까 왜 우린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얘네는 이렇게 자유로운데? 그런 걸 보면서 좀 많이 삐뚤어져 나가요."

소년단이 세뇌 교육을 받았다고 청년기에 충성 기반이 될지도 미지수다.

실제 청년 세대들의 불만이 쉬쉬 하며 드러나지만 않을 뿐 체제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한범) : "일종의 선호위장이라고 그러죠. 속으로는 반발심이 크지만 그러나 반발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뿐인 거죠. 겉으로는 순응하는 것 같지만 내적인 불만은 더 커지는, 그것이 가장 위험한 상태입니다. 청년세대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변화의 주역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그건 이미 중동의 재스민혁명이나 동유럽 체제전환 과정에서 이미 입증이 된 이야기들입니다."

70년 넘게 북한 청소년들의 생활 조직, 정치조직 역할을 해 온 조선 소년단.

<녹취> 北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우리는 모두 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 없어라."

당장은 세상에 부러움이 없다며 김정은을 찬양하고 있지만 외부 정보의 유입과 의식변화 속에 실제 이들이 김씨 일가의 영원한 홍위병이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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