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인도 교과서에 한국사 수록…한국 체육에 요가 도입

입력 2017.06.17 (09:00) 수정 2017.06.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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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인도 교과서에 한국사 수록…한국 체육에 요가 도입

[특파원 리포트] 인도 교과서에 한국사 수록…한국 체육에 요가 도입

인도-호주 특사로 15일 (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왼쪽에서 2번째)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맨 왼쪽), 김철민 의원(오른쪽에서 2번째)인도-호주 특사로 15일 (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왼쪽에서 2번째)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맨 왼쪽), 김철민 의원(오른쪽에서 2번째)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는 15일(현지시간)매우 특별한 2건의 행사가 있었다. 오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특사인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이 뉴델리에 도착했고, 이에 앞서 오전에는 교육 관련 행사가 있었다. 인도 교과서에 한국 발전사와 관련된 내용을 대거 수록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 관련 양해각서 체결식이 열렸다. 최대 1억 명의 인도 학생들이 보는 초, 중, 고 교과서에 한국 발전사와 민주화 내용을 수록하게 된 것이다.

한국과 인도는 무역과 기업의 현지 진출을 통한 경제적인 파트너 관계를 이미 넘어섰다. 두 나라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큰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라는 의미이다.

한-인도 양국이 정치, 문화, 교육적으로 가까워지는 의미 있는 행사들은 이처럼 24시간이 멀다하고 숨가쁘게 벌어지고 있다.

한-인도 '특별' 관계…다음 달엔 양자회담

정동채 특사는 인도 뉴델리에 도착하자마자 특파원단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 경제, 안보 등 측면에서 세계 4강 수준으로 인도와 관계를 격상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후에 특사를 인도에 보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또 2005년 문화부 장관 재직 시절에 인도의 문화부 장관과 만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한류 등 문화협력과 종교 분야 교류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인도 방문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동채 인도-호주 특사정동채 인도-호주 특사

한- 인도 두 나라 정상은 다음 달에 처음 만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다음 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양자회담을 여는 것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양국의 움직임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지정학적으로도 묘하게 맞아떨어진 면이 있다. 한국은 외교적 시야를 서남아시아로 확장하는 상황이었고, 인도 역시 '신동방정책'(Act East Policy)을 통해 한국 등 동북아시아로 관심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 특사는 또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서도 "인도의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인도와 더 긴밀한 협력을 기대했다. 인도 특사단에는 전혜숙,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영배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포함됐다. 이들 인도를 떠난 뒤 호주도 방문한다.

"인도 교과서엔 한국이 없었다"

"인도 교과서에는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주인도 한국대사관에 근무했던 한 외교관의 설명이다. 과장이 아닌 것이 인도 세계사나 정치 교과서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 6·25 전쟁이나 고대사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시피 했다.

인도의 세계사와 정치학 교과서인도의 세계사와 정치학 교과서

근대화를 다룬 세계사에서도 1990년대 말까지를 연표로 정리했지만, 한국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 최근 양국 간의 교역량과 현지 진출 기업의 성과를 보더라도 더 많은 내용이 수록돼야 한다는데 한국 쪽 교육기관과 외교부의 입장이었다.

인도 중고등과정 학생들이 보는 세계사 교과서. 1990년대 말까지 근대화 과정에 중국과 일본의 역사만 기술하고 있다.인도 중고등과정 학생들이 보는 세계사 교과서. 1990년대 말까지 근대화 과정에 중국과 일본의 역사만 기술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 차원에서 접근했고, 외교부에서도 주인도 한국대사관에 담당자를 지정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매달렸다. 10년여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인도 정부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5일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 교과서 편찬 기관인 국립교육연구훈련원(NCERT)과 교육협력 증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신종원 한중연 부원장(왼쪽에서 2번째)이 후루시케시 세나파티 NCERT 원장과 인도 뉴델리에서 교육 관련 MOU를 체결하고 있다.신종원 한중연 부원장(왼쪽에서 2번째)이 후루시케시 세나파티 NCERT 원장과 인도 뉴델리에서 교육 관련 MOU를 체결하고 있다.

두 기관은 또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직업 교육, 체육, 특수교육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만간 두 기관은 공동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부문별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교육과정에 "인도 요가와 문화를 넣어야!"

인도 교육기관은 사회 교과서에 8세기 인도 지역을 방문하고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 승려 혜초,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 언급한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등을 기술할 예정이다. 또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 등을 교과서에 자세히 소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인도의 교류사를 보여주기 인도 교과서에 설화를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1세기 인도 야요디아로 추정되는 아유타국 허 왕후와 가야 김수로왕의 혼인 설화가 대표적이다.

인도 측이 원하는 것을 무엇일까. 인도 NCERT 측은 한국에서 체육교육과 관련해 요가를 확대하고 인도의 역사 깊은 문화를 교과서에 더 수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힌디어를 제2외국어 등으로 더 많이 배울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을 원하고 있다. 퇴직후 직업 교육과 장애인 교육, 체육 교육도 인도가 한국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앞선 분야다.

1억 명에게 파급효과…미래 관계 설정할 때

인도는 인구가 13억에 이르다 보니 교육 체계도 천차만별이다. 이른바 연방정부와 주 정부별로 교과체계에 차이가 있다. 언어와 문화 등이 지역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NCERT의 표준교과서를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학교들도 NCERT의 교과서를 모델로 삼아 만든 교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파급효과는 1억 명 가까운 학생들에게 미칠 것으로 주인도 한국대사관은 분석했다.

인도 델리의 대표적인 문화 유적 꾸뜹 미나르.인도 델리의 대표적인 문화 유적 꾸뜹 미나르.

한-인도 양국은 이미 또 다른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시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이며, 20대 젊은 층이 인구 대부분인 '젊은 인도'. 이제 K-POP을 뛰어넘는 문화 교류, 대학 차원의 교환 학술 프로그램, 현지 전문가 육성을 위한 기업차원의 연수기회를 더 넓혀서 인도의 미래를 공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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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7 09: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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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호주 특사로 15일 (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왼쪽에서 2번째)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맨 왼쪽), 김철민 의원(오른쪽에서 2번째)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는 15일(현지시간)매우 특별한 2건의 행사가 있었다. 오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특사인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이 뉴델리에 도착했고, 이에 앞서 오전에는 교육 관련 행사가 있었다. 인도 교과서에 한국 발전사와 관련된 내용을 대거 수록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 관련 양해각서 체결식이 열렸다. 최대 1억 명의 인도 학생들이 보는 초, 중, 고 교과서에 한국 발전사와 민주화 내용을 수록하게 된 것이다. 한국과 인도는 무역과 기업의 현지 진출을 통한 경제적인 파트너 관계를 이미 넘어섰다. 두 나라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큰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라는 의미이다. 한-인도 양국이 정치, 문화, 교육적으로 가까워지는 의미 있는 행사들은 이처럼 24시간이 멀다하고 숨가쁘게 벌어지고 있다. 한-인도 '특별' 관계…다음 달엔 양자회담 정동채 특사는 인도 뉴델리에 도착하자마자 특파원단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 경제, 안보 등 측면에서 세계 4강 수준으로 인도와 관계를 격상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후에 특사를 인도에 보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또 2005년 문화부 장관 재직 시절에 인도의 문화부 장관과 만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한류 등 문화협력과 종교 분야 교류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인도 방문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동채 인도-호주 특사 한- 인도 두 나라 정상은 다음 달에 처음 만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다음 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양자회담을 여는 것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양국의 움직임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지정학적으로도 묘하게 맞아떨어진 면이 있다. 한국은 외교적 시야를 서남아시아로 확장하는 상황이었고, 인도 역시 '신동방정책'(Act East Policy)을 통해 한국 등 동북아시아로 관심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 특사는 또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서도 "인도의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인도와 더 긴밀한 협력을 기대했다. 인도 특사단에는 전혜숙,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영배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포함됐다. 이들 인도를 떠난 뒤 호주도 방문한다. "인도 교과서엔 한국이 없었다" "인도 교과서에는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주인도 한국대사관에 근무했던 한 외교관의 설명이다. 과장이 아닌 것이 인도 세계사나 정치 교과서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 6·25 전쟁이나 고대사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시피 했다. 인도의 세계사와 정치학 교과서 근대화를 다룬 세계사에서도 1990년대 말까지를 연표로 정리했지만, 한국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 최근 양국 간의 교역량과 현지 진출 기업의 성과를 보더라도 더 많은 내용이 수록돼야 한다는데 한국 쪽 교육기관과 외교부의 입장이었다. 인도 중고등과정 학생들이 보는 세계사 교과서. 1990년대 말까지 근대화 과정에 중국과 일본의 역사만 기술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 차원에서 접근했고, 외교부에서도 주인도 한국대사관에 담당자를 지정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매달렸다. 10년여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인도 정부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5일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 교과서 편찬 기관인 국립교육연구훈련원(NCERT)과 교육협력 증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신종원 한중연 부원장(왼쪽에서 2번째)이 후루시케시 세나파티 NCERT 원장과 인도 뉴델리에서 교육 관련 MOU를 체결하고 있다. 두 기관은 또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직업 교육, 체육, 특수교육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만간 두 기관은 공동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부문별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교육과정에 "인도 요가와 문화를 넣어야!" 인도 교육기관은 사회 교과서에 8세기 인도 지역을 방문하고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 승려 혜초,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 언급한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등을 기술할 예정이다. 또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 등을 교과서에 자세히 소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인도의 교류사를 보여주기 인도 교과서에 설화를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1세기 인도 야요디아로 추정되는 아유타국 허 왕후와 가야 김수로왕의 혼인 설화가 대표적이다. 인도 측이 원하는 것을 무엇일까. 인도 NCERT 측은 한국에서 체육교육과 관련해 요가를 확대하고 인도의 역사 깊은 문화를 교과서에 더 수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힌디어를 제2외국어 등으로 더 많이 배울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을 원하고 있다. 퇴직후 직업 교육과 장애인 교육, 체육 교육도 인도가 한국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앞선 분야다. 1억 명에게 파급효과…미래 관계 설정할 때 인도는 인구가 13억에 이르다 보니 교육 체계도 천차만별이다. 이른바 연방정부와 주 정부별로 교과체계에 차이가 있다. 언어와 문화 등이 지역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NCERT의 표준교과서를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학교들도 NCERT의 교과서를 모델로 삼아 만든 교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파급효과는 1억 명 가까운 학생들에게 미칠 것으로 주인도 한국대사관은 분석했다. 인도 델리의 대표적인 문화 유적 꾸뜹 미나르. 한-인도 양국은 이미 또 다른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시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이며, 20대 젊은 층이 인구 대부분인 '젊은 인도'. 이제 K-POP을 뛰어넘는 문화 교류, 대학 차원의 교환 학술 프로그램, 현지 전문가 육성을 위한 기업차원의 연수기회를 더 넓혀서 인도의 미래를 공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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