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수술 자세 때문에 다리 마비?…병원은 ‘쉬쉬’
입력 2017.06.19 (13:21)
수정 2017.06.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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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수술 자세 때문에 다리 마비?…병원은 ‘쉬쉬’
"병원에서는 사과 한마디 없네요."
경기 의왕시에 거주하는 김 모(29, 여) 씨는 감정을 억누르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10일,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자궁의 혹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오른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의료진에게 수차례 문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수술 뒤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오른쪽 다리와 발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제야 병원 측은 김 씨에게 신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좌골 신경 중 오른발을 드는 신경의 90% 정도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신경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 통상 8주에서 10주 정도 걸린다고 본다. 김 씨 사례는 어떨까. 김 씨의 의무기록을 살펴본 김덕경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신경세포를 둘러싼 막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자체도 손상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 자세는 수술 외적인 문제" vs "자세도 수술의 일부"
두 달이 지난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 씨는 사실상 바깥 활동을 할 수 없다. 오른쪽 발을 들어 올리지 못해 신발을 신어도 자꾸만 벗겨지기 때문이다. 김 씨의 어머니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딸 아이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며 하소연했다.
김 씨는 병원 측에 왜 이런 부작용이 생겼는지 따져 물었다. 하지만 병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복강경 수술로 인해 다리 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는 김 씨에게 "수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술 외적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수술 자세로 인해 신경이 눌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주치의가 언급한 수술 자세는 광부가 돌을 부수는 자세라는 의미를 가진 이른바 '쇄석위 자세'다. 흔히 산모들이 아이를 낳을 때 취하는 자세로 수술대에 다리를 벌리고 눕는 자세를 말한다. 김 씨는 전신 마취를 받은 뒤 수술실에서 해당 자세로 3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이 눌리거나 무리가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병원 측이 주장한 것처럼 수술 자세는 '수술 외적인 문제'일까?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김덕경 교수는 "마취와 수술 자세 역시 수술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의료진이 환자 오금 주변에 패드를 깐다거나 고관절에 너무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박호균 의학전문 변호사도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면 김 씨가 다리를 못 쓸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병원 측의 해명을 비판했다.
석연찮은 의무기록 수정...가족 항의에 바로잡기도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병원 측은 김 씨가 수술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다리의 불편을 호소했음에도 수술 다음날인 4월 11일 작성한 의무기록과 간호기록일지에 환자의 상태를 '보행 가능'이라고 적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김 씨의 어머니가 항의하자 병원 측은 실수를 인정하며 '보행 불가'로 최초 기록을 수정했다.
의료법 22조 3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또는 수정해서는 안 된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 88조에 의해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은 관행적으로 의무기록을 수정하고 수정 전 기록을 은폐하기까지 한다.
병원 측은 취재진의 의료 과실 여부, 의무기록 수정 등에 대한 질문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추후 의료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김 씨가 의료 소송을 제기하려면 6개월~1년의 시간이 걸린다. 신경 손상이 '회복 불능 상태'라는 판정을 받아야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병원 측에 바라는 점은 '책임 있는 사과'와 '재활 치료 지원'이다. 김 씨는 "수술 도중 문제가 생겼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병원에서는 나를 짐짝처럼 취급해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는 집 주변 병원에서 신경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축 처진 오른발을 바라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연관 기사] [뉴스12] ‘자궁 혹 제거 수술’ 뒤 다리 마비
경기 의왕시에 거주하는 김 모(29, 여) 씨는 감정을 억누르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10일,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자궁의 혹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오른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의료진에게 수차례 문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수술 뒤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오른쪽 다리와 발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제야 병원 측은 김 씨에게 신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좌골 신경 중 오른발을 드는 신경의 90% 정도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신경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 통상 8주에서 10주 정도 걸린다고 본다. 김 씨 사례는 어떨까. 김 씨의 의무기록을 살펴본 김덕경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신경세포를 둘러싼 막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자체도 손상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 자세는 수술 외적인 문제" vs "자세도 수술의 일부"
두 달이 지난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 씨는 사실상 바깥 활동을 할 수 없다. 오른쪽 발을 들어 올리지 못해 신발을 신어도 자꾸만 벗겨지기 때문이다. 김 씨의 어머니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딸 아이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며 하소연했다.
김 씨는 병원 측에 왜 이런 부작용이 생겼는지 따져 물었다. 하지만 병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복강경 수술로 인해 다리 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는 김 씨에게 "수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술 외적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수술 자세로 인해 신경이 눌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흔히 산모들이 아이를 낳을 때 취하는 쇄석위 자세.
주치의가 언급한 수술 자세는 광부가 돌을 부수는 자세라는 의미를 가진 이른바 '쇄석위 자세'다. 흔히 산모들이 아이를 낳을 때 취하는 자세로 수술대에 다리를 벌리고 눕는 자세를 말한다. 김 씨는 전신 마취를 받은 뒤 수술실에서 해당 자세로 3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이 눌리거나 무리가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병원 측이 주장한 것처럼 수술 자세는 '수술 외적인 문제'일까?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김덕경 교수는 "마취와 수술 자세 역시 수술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의료진이 환자 오금 주변에 패드를 깐다거나 고관절에 너무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박호균 의학전문 변호사도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면 김 씨가 다리를 못 쓸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병원 측의 해명을 비판했다.
석연찮은 의무기록 수정...가족 항의에 바로잡기도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병원 측은 김 씨가 수술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다리의 불편을 호소했음에도 수술 다음날인 4월 11일 작성한 의무기록과 간호기록일지에 환자의 상태를 '보행 가능'이라고 적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김 씨의 어머니가 항의하자 병원 측은 실수를 인정하며 '보행 불가'로 최초 기록을 수정했다.
의료법 22조 3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또는 수정해서는 안 된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 88조에 의해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은 관행적으로 의무기록을 수정하고 수정 전 기록을 은폐하기까지 한다.
최초 의무기록에는 김 씨의 상태가 ‘보행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병원 측은 취재진의 의료 과실 여부, 의무기록 수정 등에 대한 질문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추후 의료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김 씨가 의료 소송을 제기하려면 6개월~1년의 시간이 걸린다. 신경 손상이 '회복 불능 상태'라는 판정을 받아야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병원 측에 바라는 점은 '책임 있는 사과'와 '재활 치료 지원'이다. 김 씨는 "수술 도중 문제가 생겼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병원에서는 나를 짐짝처럼 취급해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는 집 주변 병원에서 신경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축 처진 오른발을 바라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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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6-19 13:21:22
- 수정2017-06-19 17:02:52
"병원에서는 사과 한마디 없네요."
경기 의왕시에 거주하는 김 모(29, 여) 씨는 감정을 억누르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10일,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자궁의 혹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오른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의료진에게 수차례 문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수술 뒤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오른쪽 다리와 발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제야 병원 측은 김 씨에게 신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좌골 신경 중 오른발을 드는 신경의 90% 정도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신경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 통상 8주에서 10주 정도 걸린다고 본다. 김 씨 사례는 어떨까. 김 씨의 의무기록을 살펴본 김덕경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신경세포를 둘러싼 막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자체도 손상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 자세는 수술 외적인 문제" vs "자세도 수술의 일부"
두 달이 지난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 씨는 사실상 바깥 활동을 할 수 없다. 오른쪽 발을 들어 올리지 못해 신발을 신어도 자꾸만 벗겨지기 때문이다. 김 씨의 어머니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딸 아이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며 하소연했다.
김 씨는 병원 측에 왜 이런 부작용이 생겼는지 따져 물었다. 하지만 병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복강경 수술로 인해 다리 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는 김 씨에게 "수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술 외적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수술 자세로 인해 신경이 눌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주치의가 언급한 수술 자세는 광부가 돌을 부수는 자세라는 의미를 가진 이른바 '쇄석위 자세'다. 흔히 산모들이 아이를 낳을 때 취하는 자세로 수술대에 다리를 벌리고 눕는 자세를 말한다. 김 씨는 전신 마취를 받은 뒤 수술실에서 해당 자세로 3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이 눌리거나 무리가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병원 측이 주장한 것처럼 수술 자세는 '수술 외적인 문제'일까?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김덕경 교수는 "마취와 수술 자세 역시 수술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의료진이 환자 오금 주변에 패드를 깐다거나 고관절에 너무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박호균 의학전문 변호사도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면 김 씨가 다리를 못 쓸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병원 측의 해명을 비판했다.
석연찮은 의무기록 수정...가족 항의에 바로잡기도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병원 측은 김 씨가 수술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다리의 불편을 호소했음에도 수술 다음날인 4월 11일 작성한 의무기록과 간호기록일지에 환자의 상태를 '보행 가능'이라고 적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김 씨의 어머니가 항의하자 병원 측은 실수를 인정하며 '보행 불가'로 최초 기록을 수정했다.
의료법 22조 3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또는 수정해서는 안 된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 88조에 의해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은 관행적으로 의무기록을 수정하고 수정 전 기록을 은폐하기까지 한다.
병원 측은 취재진의 의료 과실 여부, 의무기록 수정 등에 대한 질문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추후 의료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김 씨가 의료 소송을 제기하려면 6개월~1년의 시간이 걸린다. 신경 손상이 '회복 불능 상태'라는 판정을 받아야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병원 측에 바라는 점은 '책임 있는 사과'와 '재활 치료 지원'이다. 김 씨는 "수술 도중 문제가 생겼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병원에서는 나를 짐짝처럼 취급해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는 집 주변 병원에서 신경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축 처진 오른발을 바라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연관 기사] [뉴스12] ‘자궁 혹 제거 수술’ 뒤 다리 마비
경기 의왕시에 거주하는 김 모(29, 여) 씨는 감정을 억누르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10일,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자궁의 혹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오른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의료진에게 수차례 문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수술 뒤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오른쪽 다리와 발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제야 병원 측은 김 씨에게 신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좌골 신경 중 오른발을 드는 신경의 90% 정도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신경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 통상 8주에서 10주 정도 걸린다고 본다. 김 씨 사례는 어떨까. 김 씨의 의무기록을 살펴본 김덕경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신경세포를 둘러싼 막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자체도 손상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 자세는 수술 외적인 문제" vs "자세도 수술의 일부"
두 달이 지난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 씨는 사실상 바깥 활동을 할 수 없다. 오른쪽 발을 들어 올리지 못해 신발을 신어도 자꾸만 벗겨지기 때문이다. 김 씨의 어머니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딸 아이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며 하소연했다.
김 씨는 병원 측에 왜 이런 부작용이 생겼는지 따져 물었다. 하지만 병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복강경 수술로 인해 다리 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는 김 씨에게 "수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술 외적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수술 자세로 인해 신경이 눌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주치의가 언급한 수술 자세는 광부가 돌을 부수는 자세라는 의미를 가진 이른바 '쇄석위 자세'다. 흔히 산모들이 아이를 낳을 때 취하는 자세로 수술대에 다리를 벌리고 눕는 자세를 말한다. 김 씨는 전신 마취를 받은 뒤 수술실에서 해당 자세로 3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이 눌리거나 무리가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병원 측이 주장한 것처럼 수술 자세는 '수술 외적인 문제'일까?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김덕경 교수는 "마취와 수술 자세 역시 수술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의료진이 환자 오금 주변에 패드를 깐다거나 고관절에 너무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박호균 의학전문 변호사도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면 김 씨가 다리를 못 쓸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병원 측의 해명을 비판했다.
석연찮은 의무기록 수정...가족 항의에 바로잡기도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병원 측은 김 씨가 수술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다리의 불편을 호소했음에도 수술 다음날인 4월 11일 작성한 의무기록과 간호기록일지에 환자의 상태를 '보행 가능'이라고 적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김 씨의 어머니가 항의하자 병원 측은 실수를 인정하며 '보행 불가'로 최초 기록을 수정했다.
의료법 22조 3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또는 수정해서는 안 된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 88조에 의해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은 관행적으로 의무기록을 수정하고 수정 전 기록을 은폐하기까지 한다.
병원 측은 취재진의 의료 과실 여부, 의무기록 수정 등에 대한 질문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추후 의료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김 씨가 의료 소송을 제기하려면 6개월~1년의 시간이 걸린다. 신경 손상이 '회복 불능 상태'라는 판정을 받아야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병원 측에 바라는 점은 '책임 있는 사과'와 '재활 치료 지원'이다. 김 씨는 "수술 도중 문제가 생겼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병원에서는 나를 짐짝처럼 취급해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는 집 주변 병원에서 신경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축 처진 오른발을 바라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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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락규 기자 rock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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