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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우리가 가면을 쓰는 이유
입력 2017.06.23 (15:40) 방송·연예
지난해 겨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등장한 가면이 있다. 바로 '가이포크스 가면'이다.

전 세계 사회운동에서 '저항'의 의미로 활용되고 있는 이 가면은 그래픽 노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왜 가면을 썼을까.


음식과 책이 있는 신개념 책 방송 KBS '서가식당'에서 '브이 포 벤데타'를 다룬다.

'브이 포 벤데타'는 감시와 통제로 물든 독재정부에 맞서는 영웅 브이(V)와 후계자인 16세 소녀인 이비의 이야기로, SF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들을 뒤섞어 그려낸 앨런 무어 작가의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픽 노블'은 소설과 결합한 형태의 만화를 의미하며 '그림으로 보는 소설'이라고 불릴 만큼 문학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브이 포 벤데타'는 실제 학술자료나 대학교재로 쓰이고 있으며, 앨런 무어의 다른 작품 '왓치맨'(1986)은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 이후 최고의 100대 소설로 꼽히기도 하는 등 그래픽 노블계의 전설로 불리고 있다.



브이는 영웅일까? 악당일까?

브이는 독재 정부가 만든 라크힐 재정착 캠프에서 감옥 생활을 하며 생체 실험을 당한다. 이 캠프에 끌려간 사람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동성애자나 피부색이 다른 동양인, 흑인, 급진주의자들이다. 브이는 평생 생체 실험 대상자로 살아야 할 운명이었지만 캠프를 폭파하고 탈출해 복수를 시작한다.

“침묵하는 대다수에 의존하는 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요함은 부서지기 쉬운 법이니까…한 번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그 고요함은 사라지지.”

'침묵하는 대다수에 의존하는 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브이는 캠프를 만든 독재 정권에 저항해 국회의사당과 중앙 형사재판소를 폭파한다. 브이는 전지전능하려고 애쓰는 일반적인 히어로들과 다르다. 브이는 개인적인 복수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브이는 복수를 위한 악당일까, 정의를 위한 승리의 영웅일까.


우리가 가면을 쓰는 이유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가면을 썼을 때 비로소 본인의 정체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가면은 얼굴을 감추는 대신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기능한다.

브이가 쓴 가면은 실존 인물인 '가이 포크스'의 얼굴이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의회의사당을 폭파해 잉글랜드 국왕과 대신들을 죽이려고 했다가 사형을 당한 인물이다. 대중들은 가이 포크스를 얼간이라고 비웃었지만 브이는 그를 저항했던 한 인물로 기록하고 저항과 혁명의 의미로 그의 얼굴 가면을 쓴다.


현재 가이 포크스 가면은 전 세계 사회 운동에 활용되고 있다. 2011년 '월가 시위(Occupy Wall Street)'에 참가한 사람들이 가이 포크스 가면을 착용하면서 가이 포크스는 '저항의 아이콘'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다른 국가에서 열린 시위에서도 가이 포크스 가면은 자주 이용됐다. 위키리크스 줄리언 어샌지가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시위에 참가했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2011년 월가 점거 운동에서 가면을 쓴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항심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가면 쓴 사회운동을 설명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독한 서재’

'브이 포 벤데타'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로 무엇이 있을까. 오찬호 사회학자는 오언 존스의 '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을 추천했다. 영국의 하층 노동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영국의 대처 시절부터 어떤 식으로 흘러내려 왔는지 세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김태권 만화가의 추천 도서는 마크 밀러의 그래픽노블 '슈퍼맨 : 레드 선'이다. '슈퍼맨이 미국이 아닌 소련에 떨어졌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과연 '아주 착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착한 마음을 품고 착한 일만 하면서 이상 사회를 만들었을 때 거기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국왕 암살자 가면을 쓴 채 불의에 저항하는 영웅 브이(V)의 혁명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픽 노블 계의 거장 앨런 무어의 '브이 포 벤데타'는 24일(토) 밤 11시 20분 KBS 1TV '서가식당'에서 방송된다. 만화가 김태권, 사회학자 오찬호, 배우 권해효, 배우 한은정, 아나운서 강승화, 셰프 박찬일 등이 출연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 ‘브이 포 벤데타’, 우리가 가면을 쓰는 이유
    • 입력 2017-06-23 15:40:40
    방송·연예
지난해 겨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등장한 가면이 있다. 바로 '가이포크스 가면'이다.

전 세계 사회운동에서 '저항'의 의미로 활용되고 있는 이 가면은 그래픽 노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왜 가면을 썼을까.


음식과 책이 있는 신개념 책 방송 KBS '서가식당'에서 '브이 포 벤데타'를 다룬다.

'브이 포 벤데타'는 감시와 통제로 물든 독재정부에 맞서는 영웅 브이(V)와 후계자인 16세 소녀인 이비의 이야기로, SF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들을 뒤섞어 그려낸 앨런 무어 작가의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픽 노블'은 소설과 결합한 형태의 만화를 의미하며 '그림으로 보는 소설'이라고 불릴 만큼 문학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브이 포 벤데타'는 실제 학술자료나 대학교재로 쓰이고 있으며, 앨런 무어의 다른 작품 '왓치맨'(1986)은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 이후 최고의 100대 소설로 꼽히기도 하는 등 그래픽 노블계의 전설로 불리고 있다.



브이는 영웅일까? 악당일까?

브이는 독재 정부가 만든 라크힐 재정착 캠프에서 감옥 생활을 하며 생체 실험을 당한다. 이 캠프에 끌려간 사람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동성애자나 피부색이 다른 동양인, 흑인, 급진주의자들이다. 브이는 평생 생체 실험 대상자로 살아야 할 운명이었지만 캠프를 폭파하고 탈출해 복수를 시작한다.

“침묵하는 대다수에 의존하는 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요함은 부서지기 쉬운 법이니까…한 번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그 고요함은 사라지지.”

'침묵하는 대다수에 의존하는 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브이는 캠프를 만든 독재 정권에 저항해 국회의사당과 중앙 형사재판소를 폭파한다. 브이는 전지전능하려고 애쓰는 일반적인 히어로들과 다르다. 브이는 개인적인 복수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브이는 복수를 위한 악당일까, 정의를 위한 승리의 영웅일까.


우리가 가면을 쓰는 이유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가면을 썼을 때 비로소 본인의 정체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가면은 얼굴을 감추는 대신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기능한다.

브이가 쓴 가면은 실존 인물인 '가이 포크스'의 얼굴이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의회의사당을 폭파해 잉글랜드 국왕과 대신들을 죽이려고 했다가 사형을 당한 인물이다. 대중들은 가이 포크스를 얼간이라고 비웃었지만 브이는 그를 저항했던 한 인물로 기록하고 저항과 혁명의 의미로 그의 얼굴 가면을 쓴다.


현재 가이 포크스 가면은 전 세계 사회 운동에 활용되고 있다. 2011년 '월가 시위(Occupy Wall Street)'에 참가한 사람들이 가이 포크스 가면을 착용하면서 가이 포크스는 '저항의 아이콘'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다른 국가에서 열린 시위에서도 가이 포크스 가면은 자주 이용됐다. 위키리크스 줄리언 어샌지가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시위에 참가했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2011년 월가 점거 운동에서 가면을 쓴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항심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가면 쓴 사회운동을 설명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독한 서재’

'브이 포 벤데타'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로 무엇이 있을까. 오찬호 사회학자는 오언 존스의 '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을 추천했다. 영국의 하층 노동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영국의 대처 시절부터 어떤 식으로 흘러내려 왔는지 세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김태권 만화가의 추천 도서는 마크 밀러의 그래픽노블 '슈퍼맨 : 레드 선'이다. '슈퍼맨이 미국이 아닌 소련에 떨어졌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과연 '아주 착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착한 마음을 품고 착한 일만 하면서 이상 사회를 만들었을 때 거기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국왕 암살자 가면을 쓴 채 불의에 저항하는 영웅 브이(V)의 혁명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픽 노블 계의 거장 앨런 무어의 '브이 포 벤데타'는 24일(토) 밤 11시 20분 KBS 1TV '서가식당'에서 방송된다. 만화가 김태권, 사회학자 오찬호, 배우 권해효, 배우 한은정, 아나운서 강승화, 셰프 박찬일 등이 출연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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