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장난감 삼킨 두 살배기…병원 찾다 중태

입력 2017.06.26 (08:33) 수정 2017.06.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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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두 살배기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장난감을 삼켜버렸습니다.

1분 1초라도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했던 상황이지만, 응급실에 도착한 건 한 시간 정도가 지난 뒤입니다.

소아 응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건데요.

결국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아이는 일주일 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 같은 대도시에서 조차 소아 응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한다면, 중소 도시의 사정은 더 열악하겠죠.

소아 응급 환자 치료 시스템에 허점이 없었던 건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어린 아이를 안고, 다급하게 뛰어갑니다.

몸이 축 늘어진 아이의 상태는 한 눈에 봐도 심각해 보입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갑자기 앉아있다 봤으니까 언제 올라간 지도 모르겠고. 아주머니가 막 뛰어서 저 아주머니 왜 저러나 했더니……."

아이를 안고 뛰어간 여성은 인근 어린이집 원장.

어린이집에서 두 살배기 한 모양이 장난감을 삼켜버리고, 의식을 잃었던 겁니다.

<녹취> 119 출동 대원 : "어린이집 내에서 아이가 장난감을 (삼켜서) 목에 걸렸다는 신고 건이었고요. 출동 도중에 아이 상태가 나빠져서 근처 내과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무전을 듣고 저희도 그 내과로 출동하게 되었습니다."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 어린이집 원장은 우선 인근 상가에 있는 내과 의원으로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본 의사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녹취> ○○내과의원 원장(음성변조) : "1, 2분 안에 환아가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을 했죠. 너무 심각해 보였기 때문에 환자가 들어올 당시부터 온몸이 축 쳐져 있었고,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죠."

곧이어 119구급 대원이 병원으로 도착하고, 아이의 목에 걸린 장난감을 빼내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녹취> 119 출동 대원 : "현장에서 최대한 기도 이물질에 의한 폐쇄니까 기도 이물질 제거를 시도했는데 의사선생님도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응급센터로) 이송을 하자."

큰 병원으로 한 시라도 빨리 옮겨야 하는 상황.

4km 정도 떨어져 있는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가려했지만, 방향을 돌려야했습니다.

소아 응급 환자는 받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소방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상황실 직원이 (이송할) 병원에 CPR(심폐소생술)이 가능한지 물었는데, 그쪽에서 영아 CPR(심폐소생술)이 불가능 하다. 안 된다고 하는데 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유까지는 안 묻고, 일단 되는 병원 최대한 빨리 섭외해서 그쪽으로 갔죠."

소아 전문의와 의료 장비가 없어 두 살배기 응급 환자를 치료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소아응급전문의가 없어요. 저희 쪽으로 괜히 오셨다가 시간만 지체하면 더 안 좋으시잖아요. 그래서 바로 권역 응급의료센터로 가시라고 안내해 드린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쩔수 없이 11km 떨어진 다른 병원에 도착해 기도에 걸린 이물질을 제거하고, 산소 치료 등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삼킨 지 한 시간 가량 지난 뒤였습니다.

한 양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주치의 말씀으로는 오늘이나 내일이 고비라고 하시더라고요. 뇌 같은 경우는 뇌파검사도 해봤지만 전혀 무반응이고. 심장은 조금씩 뛰지만 수혈이나 기계 없이는 뛰지도 못하고……."

한 양의 부모는 아침에 웃으면서 어린이집에 간 아이가 이런 사고를 당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등원한 지 얼마 안 됐죠. 8시 50분에 차가 와가지고 거기 도착한 것이 9시였을 텐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한 양의 부모는 사고 당시 응급 처치가 지체된 걸 원망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사고가 난 건 오전 10시 38분쯤, 119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건 10시 50분입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쓰러진 것이 (10시) 38분이라고 하더라고요. 119에 신고된 것은 10시 50분이라고 들었고. 그러면 그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시간이 계속 지체되는 와중에 4킬로미터 떨어진 가까운 병원을 두고, 두 배 이상 더 먼 병원으로 아이를 옮겨야해 했던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기도확보나 그런 것은 어느 병원에 가서든 다 할 순 있잖아요. 이것만 (목에서) 뺐어도 호흡은 되잖아요. 그러고 나서 큰 병원으로 가도 되고. 저는 그런 것이 안타까운 것이죠."

아이의 부모는 시간 지체 없이 가까운 응급실에서 우선 응급 치료를 받았다면 상태가 이렇게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병원을) 뱅뱅 돌지 않고 (응급실에) 왔더라면 우리 아이가 저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죠. 저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한고비 넘겼겠죠. 이 상황이 안 됐겠죠."

전문가들은 아이를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녹취> 김도균(교수/대한 소아응급의학회) : "원칙적으로는 119신고를 한 상황에서 그 자리에서 응급조치를 하면서 119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응급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응급조치거든요."

가까운 응급센터에 소아 응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인터뷰> 김도균(교수/대한 소아응급의학회) : "모든 응급센터는 소아 중환자, 소아 심정지에 대한 모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요. 소아 (응급환자) 같은 경우는 전문센터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서 가까운 곳에 (있는) 그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아이가 이송이 돼서 일단 (응급) 처치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인천 같은 대도시에서 조차, 두 살배기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야 했던 상황.

전국에 9곳인 '소아응급전문센터'로는 소아 응급 환자에 적극 대처하기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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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6 08:34:54
    • 수정2017-06-26 10: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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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두 살배기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장난감을 삼켜버렸습니다.

1분 1초라도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했던 상황이지만, 응급실에 도착한 건 한 시간 정도가 지난 뒤입니다.

소아 응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건데요.

결국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아이는 일주일 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 같은 대도시에서 조차 소아 응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한다면, 중소 도시의 사정은 더 열악하겠죠.

소아 응급 환자 치료 시스템에 허점이 없었던 건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어린 아이를 안고, 다급하게 뛰어갑니다.

몸이 축 늘어진 아이의 상태는 한 눈에 봐도 심각해 보입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갑자기 앉아있다 봤으니까 언제 올라간 지도 모르겠고. 아주머니가 막 뛰어서 저 아주머니 왜 저러나 했더니……."

아이를 안고 뛰어간 여성은 인근 어린이집 원장.

어린이집에서 두 살배기 한 모양이 장난감을 삼켜버리고, 의식을 잃었던 겁니다.

<녹취> 119 출동 대원 : "어린이집 내에서 아이가 장난감을 (삼켜서) 목에 걸렸다는 신고 건이었고요. 출동 도중에 아이 상태가 나빠져서 근처 내과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무전을 듣고 저희도 그 내과로 출동하게 되었습니다."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 어린이집 원장은 우선 인근 상가에 있는 내과 의원으로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본 의사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녹취> ○○내과의원 원장(음성변조) : "1, 2분 안에 환아가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을 했죠. 너무 심각해 보였기 때문에 환자가 들어올 당시부터 온몸이 축 쳐져 있었고,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죠."

곧이어 119구급 대원이 병원으로 도착하고, 아이의 목에 걸린 장난감을 빼내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녹취> 119 출동 대원 : "현장에서 최대한 기도 이물질에 의한 폐쇄니까 기도 이물질 제거를 시도했는데 의사선생님도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응급센터로) 이송을 하자."

큰 병원으로 한 시라도 빨리 옮겨야 하는 상황.

4km 정도 떨어져 있는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가려했지만, 방향을 돌려야했습니다.

소아 응급 환자는 받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소방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상황실 직원이 (이송할) 병원에 CPR(심폐소생술)이 가능한지 물었는데, 그쪽에서 영아 CPR(심폐소생술)이 불가능 하다. 안 된다고 하는데 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유까지는 안 묻고, 일단 되는 병원 최대한 빨리 섭외해서 그쪽으로 갔죠."

소아 전문의와 의료 장비가 없어 두 살배기 응급 환자를 치료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소아응급전문의가 없어요. 저희 쪽으로 괜히 오셨다가 시간만 지체하면 더 안 좋으시잖아요. 그래서 바로 권역 응급의료센터로 가시라고 안내해 드린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쩔수 없이 11km 떨어진 다른 병원에 도착해 기도에 걸린 이물질을 제거하고, 산소 치료 등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삼킨 지 한 시간 가량 지난 뒤였습니다.

한 양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주치의 말씀으로는 오늘이나 내일이 고비라고 하시더라고요. 뇌 같은 경우는 뇌파검사도 해봤지만 전혀 무반응이고. 심장은 조금씩 뛰지만 수혈이나 기계 없이는 뛰지도 못하고……."

한 양의 부모는 아침에 웃으면서 어린이집에 간 아이가 이런 사고를 당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등원한 지 얼마 안 됐죠. 8시 50분에 차가 와가지고 거기 도착한 것이 9시였을 텐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한 양의 부모는 사고 당시 응급 처치가 지체된 걸 원망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사고가 난 건 오전 10시 38분쯤, 119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건 10시 50분입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쓰러진 것이 (10시) 38분이라고 하더라고요. 119에 신고된 것은 10시 50분이라고 들었고. 그러면 그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시간이 계속 지체되는 와중에 4킬로미터 떨어진 가까운 병원을 두고, 두 배 이상 더 먼 병원으로 아이를 옮겨야해 했던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기도확보나 그런 것은 어느 병원에 가서든 다 할 순 있잖아요. 이것만 (목에서) 뺐어도 호흡은 되잖아요. 그러고 나서 큰 병원으로 가도 되고. 저는 그런 것이 안타까운 것이죠."

아이의 부모는 시간 지체 없이 가까운 응급실에서 우선 응급 치료를 받았다면 상태가 이렇게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녹취> 한○○양 아버지(음성변조) : "(병원을) 뱅뱅 돌지 않고 (응급실에) 왔더라면 우리 아이가 저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죠. 저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한고비 넘겼겠죠. 이 상황이 안 됐겠죠."

전문가들은 아이를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녹취> 김도균(교수/대한 소아응급의학회) : "원칙적으로는 119신고를 한 상황에서 그 자리에서 응급조치를 하면서 119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응급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응급조치거든요."

가까운 응급센터에 소아 응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인터뷰> 김도균(교수/대한 소아응급의학회) : "모든 응급센터는 소아 중환자, 소아 심정지에 대한 모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요. 소아 (응급환자) 같은 경우는 전문센터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서 가까운 곳에 (있는) 그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아이가 이송이 돼서 일단 (응급) 처치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인천 같은 대도시에서 조차, 두 살배기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야 했던 상황.

전국에 9곳인 '소아응급전문센터'로는 소아 응급 환자에 적극 대처하기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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