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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불평등’…피해도 소득따라 다른 이유는?
입력 2017.06.27 (10:05) 취재K
‘재난불평등’…피해도 소득따라 다른 이유는?

‘재난불평등’…피해도 소득따라 다른 이유는?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 대화재로 27일 현재까지 79명이 숨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1시간만에 아파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순식간에 24층 건물이 잿더미로 변했다. 사람이 갇혀있는 고층 아파트가 깜깜한 밤에 통째로 불타는 사진은 충격적이다.

그렌펠타워 아파트에는 북아프리카 등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이 거주해왔다. 영국 언론 등에 따르면 이 곳은 1974년 공공 임대 주택으로 완공됐고, 현재 총 120가구에 600여명의 주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구청 소유의 임대아파트다. 공공 임대 서민아파트 그렌펠타워는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첼시구역에 있다. 그러나 켄싱턴첼시구역에 대한 인터넷 백과사전의 설명은 '서민스럽지 않다'.


켄싱턴첼시구역은 런던의 최고 상류층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대체로 정원이 있는 단독 주택에 거주한다고 한다. 바로 이 '부자동네'에 24층 규모의 공공 임대 아파트가 지어져 600여명의 서민이 밀집해 살고 있었고, 새벽 1시에 불이 났다.

"고층건물에 당연히 있어야할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화재경보 사이렌이 전혀 울리지 않았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2012년부터 그렌펠타워 입주자대표단이 켄싱턴구 당국에 화재의 위험이 있다고 여러차례 진정을 했지만 소유주인 켄싱턴구 당국은 아무런 안전관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성토하고 있다.

"인종차별이 그렌펠타워를 불태웠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편집장인 다운 포스터는 21일 뉴욕타임즈에 '인종차별이 그렌펠타워를 불태웠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포스터 편집장은 입주자의 말을 빌어 "만약 호화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면 지역 의회가 곧바로 조치했을 것이지만, 자신들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묵살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 내 인종차별이 이번 참사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포스터는 이 칼럼에서 "현장에서 세입자 대부분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증언을 들었다"며 "이는 2015년 그렌펠타워 리모델링을 할 때 세입자들의 (안전문제)요구가 대부분 무시됐을 거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강물이 범람하면서 폐허가 된 미국 뉴올리언스(사진 왼쪽)와 10년 뒤인 2015년 복구된 뉴올리언스 주택가 풍경.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강물이 범람하면서 폐허가 된 미국 뉴올리언스(사진 왼쪽)와 10년 뒤인 2015년 복구된 뉴올리언스 주택가 풍경.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미시시피주를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공식적인 사망.실종자만 2천5백명이 넘는다. 당시 뉴올리언스시는 인근 폰차트레인호의 제방이 붕괴되면서 도시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그런데 범람한 물이 특히 흑인 밀집지역을 덮쳤다.

미시시피강이 굽이쳐흐르는 삼각지대인 뉴올리언스 지역은 80%가 해수면보다 낮다. 여기에서 가난은 지리적 구조를 띠고 저지대에 나타난다. 뉴올리언스의 로워 나인스 워드(Lower Ninth Ward), 지명에도 'Lower'가 들어간 저지대다. 바로 이곳에 흑인과 저임금 근로자 등 빈민층이 밀집해 살고 있었고, 범람한 호수의 물이 들이닥쳐 재앙이 됐다.

반면 뉴올리언스의 부유층은 자신만의 구역이 있다. 가든 디스트릭트(Garden District) 지역과 오듀본 공원 맞은편 오듀본 플레시스다. 당시 이곳은 거의 수해를 입지 않았다. 뉴올리언스에서 해수면 보다 높은, 몇 안되는 고지대다. 미시시피강은 주기적으로 범람해 저지대 삼각주 주변은 수시로 침수됐고, 부유층은 거의 대부분 고지대로 이동했다. 당연히 고지대는 부동산 가치가 상승해 단시간에 부자들의 구역으로 바뀌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도시 비극이었다. 뉴올리언스 빈민 지역에 인구가 밀집했던 현실은 카트리나 폭풍 해일의 위력과 결합해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을 불러왔다. 2005년 당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백인 가구 중 25%가 10만달러 이상 수입을 거둔 반면 1만5천달러 이하는 7%에 불과했다. 반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운데 10만 달러 이상 수입 가구는 7%에 불과했고 1만5천 달러 이하 수입 가구는 25%나 됐다.


"사람들은 흔히 재해로 인한 피해규모는 재난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사회 구조와 격차, 기존에 있던 부조리, 불평등이 재난피해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재난 불평등>을 쓴 저자 존 머터는 말한다. 머터는 "카트리나 사망자 대부분이 왜 빈민이었을까? 노인이 그렇게 많이 희생된 이유는 뭘까? 왜 아이티에서는 지진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야 했을까?"를 궁금해하면서 연구했다고 한다.

존 머터는 이 책에서 '재난은 선.후진국간에도 결과로서의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쓰고있다. 2010년 아이티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 최악의 자연재해를 불러왔다. 당시 사망자수는 30만 명 이상, 이재민수 백만명에 달했고 손해액은 아이티 연간 GDP의 100퍼센트에 해당하는 액수보다도 훨씬 컸다.

반면 20세기 최악의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규모 7.8(추정치)이었다. 아이티 지진보다 더 큰 규모로 도시를 덮쳤지만, 사망자수는 3천명 정도로 아이티 지진 피해자의 1%정도였고 복구는 고작 몇 달 정도가 소요되었다.

<재난불평등> 서문에 저자는 이렇게 썼다. "재난에는 언론 매체가 게걸스럽게 퍼부어 대는 거대한 참상보다 더욱 심각한 무언가가 있다...재난을 그토록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자연 그 자체보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지독한 결론에 도달한다."
  • ‘재난불평등’…피해도 소득따라 다른 이유는?
    • 입력 2017-06-27 10:05:07
    취재K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 대화재로 27일 현재까지 79명이 숨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1시간만에 아파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순식간에 24층 건물이 잿더미로 변했다. 사람이 갇혀있는 고층 아파트가 깜깜한 밤에 통째로 불타는 사진은 충격적이다.

그렌펠타워 아파트에는 북아프리카 등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이 거주해왔다. 영국 언론 등에 따르면 이 곳은 1974년 공공 임대 주택으로 완공됐고, 현재 총 120가구에 600여명의 주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구청 소유의 임대아파트다. 공공 임대 서민아파트 그렌펠타워는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첼시구역에 있다. 그러나 켄싱턴첼시구역에 대한 인터넷 백과사전의 설명은 '서민스럽지 않다'.


켄싱턴첼시구역은 런던의 최고 상류층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대체로 정원이 있는 단독 주택에 거주한다고 한다. 바로 이 '부자동네'에 24층 규모의 공공 임대 아파트가 지어져 600여명의 서민이 밀집해 살고 있었고, 새벽 1시에 불이 났다.

"고층건물에 당연히 있어야할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화재경보 사이렌이 전혀 울리지 않았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2012년부터 그렌펠타워 입주자대표단이 켄싱턴구 당국에 화재의 위험이 있다고 여러차례 진정을 했지만 소유주인 켄싱턴구 당국은 아무런 안전관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성토하고 있다.

"인종차별이 그렌펠타워를 불태웠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편집장인 다운 포스터는 21일 뉴욕타임즈에 '인종차별이 그렌펠타워를 불태웠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포스터 편집장은 입주자의 말을 빌어 "만약 호화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면 지역 의회가 곧바로 조치했을 것이지만, 자신들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묵살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 내 인종차별이 이번 참사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포스터는 이 칼럼에서 "현장에서 세입자 대부분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증언을 들었다"며 "이는 2015년 그렌펠타워 리모델링을 할 때 세입자들의 (안전문제)요구가 대부분 무시됐을 거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강물이 범람하면서 폐허가 된 미국 뉴올리언스(사진 왼쪽)와 10년 뒤인 2015년 복구된 뉴올리언스 주택가 풍경.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강물이 범람하면서 폐허가 된 미국 뉴올리언스(사진 왼쪽)와 10년 뒤인 2015년 복구된 뉴올리언스 주택가 풍경.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미시시피주를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공식적인 사망.실종자만 2천5백명이 넘는다. 당시 뉴올리언스시는 인근 폰차트레인호의 제방이 붕괴되면서 도시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그런데 범람한 물이 특히 흑인 밀집지역을 덮쳤다.

미시시피강이 굽이쳐흐르는 삼각지대인 뉴올리언스 지역은 80%가 해수면보다 낮다. 여기에서 가난은 지리적 구조를 띠고 저지대에 나타난다. 뉴올리언스의 로워 나인스 워드(Lower Ninth Ward), 지명에도 'Lower'가 들어간 저지대다. 바로 이곳에 흑인과 저임금 근로자 등 빈민층이 밀집해 살고 있었고, 범람한 호수의 물이 들이닥쳐 재앙이 됐다.

반면 뉴올리언스의 부유층은 자신만의 구역이 있다. 가든 디스트릭트(Garden District) 지역과 오듀본 공원 맞은편 오듀본 플레시스다. 당시 이곳은 거의 수해를 입지 않았다. 뉴올리언스에서 해수면 보다 높은, 몇 안되는 고지대다. 미시시피강은 주기적으로 범람해 저지대 삼각주 주변은 수시로 침수됐고, 부유층은 거의 대부분 고지대로 이동했다. 당연히 고지대는 부동산 가치가 상승해 단시간에 부자들의 구역으로 바뀌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도시 비극이었다. 뉴올리언스 빈민 지역에 인구가 밀집했던 현실은 카트리나 폭풍 해일의 위력과 결합해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을 불러왔다. 2005년 당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백인 가구 중 25%가 10만달러 이상 수입을 거둔 반면 1만5천달러 이하는 7%에 불과했다. 반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운데 10만 달러 이상 수입 가구는 7%에 불과했고 1만5천 달러 이하 수입 가구는 25%나 됐다.


"사람들은 흔히 재해로 인한 피해규모는 재난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사회 구조와 격차, 기존에 있던 부조리, 불평등이 재난피해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재난 불평등>을 쓴 저자 존 머터는 말한다. 머터는 "카트리나 사망자 대부분이 왜 빈민이었을까? 노인이 그렇게 많이 희생된 이유는 뭘까? 왜 아이티에서는 지진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야 했을까?"를 궁금해하면서 연구했다고 한다.

존 머터는 이 책에서 '재난은 선.후진국간에도 결과로서의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쓰고있다. 2010년 아이티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 최악의 자연재해를 불러왔다. 당시 사망자수는 30만 명 이상, 이재민수 백만명에 달했고 손해액은 아이티 연간 GDP의 100퍼센트에 해당하는 액수보다도 훨씬 컸다.

반면 20세기 최악의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규모 7.8(추정치)이었다. 아이티 지진보다 더 큰 규모로 도시를 덮쳤지만, 사망자수는 3천명 정도로 아이티 지진 피해자의 1%정도였고 복구는 고작 몇 달 정도가 소요되었다.

<재난불평등> 서문에 저자는 이렇게 썼다. "재난에는 언론 매체가 게걸스럽게 퍼부어 대는 거대한 참상보다 더욱 심각한 무언가가 있다...재난을 그토록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자연 그 자체보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지독한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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