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태풍 ‘루사’·‘베티’·‘올가’…태풍명에 얽힌 사연들

입력 2017.07.03 (15:20) 수정 2017.07.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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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태풍 ‘루사‘·‘베티’·‘올가’…태풍명에 얽힌 사연들

최악의 태풍 ‘루사‘·‘베티’·‘올가’…태풍명에 얽힌 사연들

장맛비로 곳곳에 피해가 생긴 상황에서 3호 태풍 ‘난마돌(NANMADOL)’이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어제(2일) 오전 타이완 남쪽에서 발생한 난마돌은 내일(4일) 새벽 제주 남동쪽 해상을 지난 뒤 일본 규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약한 소형 태풍이어서 추가 피해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태풍의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물난리 피해를 경계하게 된다. 기상청에 소속된 태풍 감시·예보 기관인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한 해 3개 정도의 태풍이 주로 7~9월에 한반도를 할퀴고 간 것으로 집계됐다. 태풍은 보통 연간 30여 개가 발생한다.

1904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낸 태풍은 1936년 ‘3693호’로 1천200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2002년 8월 한반도에 상륙한 ‘루사(RUSA)’는 5조가 넘는 재산 피해를 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밖에 사라(SARAH), 베티(BETTY), 셀마(THELMA), 매미(MAEMI), 올가(OLGA) 등의 태풍이 지난 110여 년간 발생한 태풍 중 최악의 인명·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기록됐다. 공교롭게도 여성의 이름을 본떠 명명한 태풍들이 악명을 떨쳤다.

큰 피해 없이 지나가 주기를 염원하며 여성의 이름을 붙였지만, 효과를 보진 못한 셈이다. 곤충이나 식물 이름을 붙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태풍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다. 당시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주로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1978년까지 여성 이름만 쓰이다 남녀차별 논란이 일자 남녀 이름이 번갈아 사용됐다.

태풍위원회는 2000년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과 경계심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서양식 태풍 이름을 아시아 14개 회원국의 고유 이름으로 변경해 사용했다.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이름 140개를 28개씩 5개 조로 구성해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여성의 이름이 다수고 동·식물명, 지명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큰 피해를 준 태풍의 이름은 ‘퇴출’의 운명을 맞이하기도 했다.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MAEMI)’는 4조 2천억여 원의 막대한 재산피해를 낸 뒤 ’무지개(MUJIGAE)’로 이름이 변경됐다. 앞선 2002년에는 ‘봉선화(PONGSONA)’가 ‘노을(NOUL)’로, 2004년 ‘수달(SUDAL)’은 은화수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미리내(MIRINAE)’, 2005년 ‘나비(NABI)’는 ‘독수리(DOKSURI)’, 2013년 소나무(SONAMU)는 참새목 조류 명인 종다리(JONGDARI)로 바뀌었다.

매년 11월에 개최되는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그해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의 경우 이름을 제출한 국가가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태풍 피해를 입은 회원국이 총회에서 특정 태풍 이름의 삭제를 요청할 수도 있다.

나라별로 선호하는 태풍 이름의 특성도 나타난다.

한국과 일본은 동물명을,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식물명, 중국은 ‘룽왕(용왕)’, ‘펑선(바람의 신)’ 등 신(神)의 이름을 선호한다.

2005년에는 홍콩천문대가 처음으로 태풍 이름을 민간에 공모하자 당시 드라마 ‘대장금’ 열풍의 영향으로 `대장금'이 `리샤오룽(이소룡)'과 함께 태풍 이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홍콩천문대는 공모된 이름이 홍콩의 특색을 부각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채택하지 않았다.

한편 북상 중인 태풍 '난마돌'은 미크로네시아가 제출한 이름으로 미크로네시아의 유명 해상 유적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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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태풍 ‘루사’·‘베티’·‘올가’…태풍명에 얽힌 사연들
    • 입력 2017-07-03 15:20:29
    • 수정2017-07-03 15:21:48
    취재K
장맛비로 곳곳에 피해가 생긴 상황에서 3호 태풍 ‘난마돌(NANMADOL)’이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어제(2일) 오전 타이완 남쪽에서 발생한 난마돌은 내일(4일) 새벽 제주 남동쪽 해상을 지난 뒤 일본 규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약한 소형 태풍이어서 추가 피해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태풍의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물난리 피해를 경계하게 된다. 기상청에 소속된 태풍 감시·예보 기관인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한 해 3개 정도의 태풍이 주로 7~9월에 한반도를 할퀴고 간 것으로 집계됐다. 태풍은 보통 연간 30여 개가 발생한다.

1904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낸 태풍은 1936년 ‘3693호’로 1천200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2002년 8월 한반도에 상륙한 ‘루사(RUSA)’는 5조가 넘는 재산 피해를 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밖에 사라(SARAH), 베티(BETTY), 셀마(THELMA), 매미(MAEMI), 올가(OLGA) 등의 태풍이 지난 110여 년간 발생한 태풍 중 최악의 인명·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기록됐다. 공교롭게도 여성의 이름을 본떠 명명한 태풍들이 악명을 떨쳤다.

큰 피해 없이 지나가 주기를 염원하며 여성의 이름을 붙였지만, 효과를 보진 못한 셈이다. 곤충이나 식물 이름을 붙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태풍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다. 당시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주로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1978년까지 여성 이름만 쓰이다 남녀차별 논란이 일자 남녀 이름이 번갈아 사용됐다.

태풍위원회는 2000년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과 경계심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서양식 태풍 이름을 아시아 14개 회원국의 고유 이름으로 변경해 사용했다.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이름 140개를 28개씩 5개 조로 구성해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여성의 이름이 다수고 동·식물명, 지명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큰 피해를 준 태풍의 이름은 ‘퇴출’의 운명을 맞이하기도 했다.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MAEMI)’는 4조 2천억여 원의 막대한 재산피해를 낸 뒤 ’무지개(MUJIGAE)’로 이름이 변경됐다. 앞선 2002년에는 ‘봉선화(PONGSONA)’가 ‘노을(NOUL)’로, 2004년 ‘수달(SUDAL)’은 은화수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미리내(MIRINAE)’, 2005년 ‘나비(NABI)’는 ‘독수리(DOKSURI)’, 2013년 소나무(SONAMU)는 참새목 조류 명인 종다리(JONGDARI)로 바뀌었다.

매년 11월에 개최되는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그해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의 경우 이름을 제출한 국가가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태풍 피해를 입은 회원국이 총회에서 특정 태풍 이름의 삭제를 요청할 수도 있다.

나라별로 선호하는 태풍 이름의 특성도 나타난다.

한국과 일본은 동물명을,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식물명, 중국은 ‘룽왕(용왕)’, ‘펑선(바람의 신)’ 등 신(神)의 이름을 선호한다.

2005년에는 홍콩천문대가 처음으로 태풍 이름을 민간에 공모하자 당시 드라마 ‘대장금’ 열풍의 영향으로 `대장금'이 `리샤오룽(이소룡)'과 함께 태풍 이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홍콩천문대는 공모된 이름이 홍콩의 특색을 부각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채택하지 않았다.

한편 북상 중인 태풍 '난마돌'은 미크로네시아가 제출한 이름으로 미크로네시아의 유명 해상 유적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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