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 운명”…길거리 가수 된 미국 청년

N서울타워가 보이는 이태원 경리단길 달동네, 주택가 오르막을 오르면 한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1만km가 넘는 한국까지 꿈을 좇아 온 미국인 데이브 벡(Dave Beck, 32)이다. 그가 한국에 온 지 3년이 됐다.

데이브는 과거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 커피숍 바리스타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그가 일하던 커피숍으로 촬영을 왔고, 걸그룹 '소녀시대'가 그의 모교에 나타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때마침 수석 바리스타 자격으로 한국에 올 기회가 생겼고, 그때 한국 사람과 한국 문화에 마음을 뺏겼다. 그래서 데이브는 한국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빵을 먹지 못한다는 데이브, 주식이 쌀인 한국은 정말 그의 말처럼 운명일까.

뉴욕 바리스타, 옥탑방에서 꿈을 키우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데이브가 사는 6평(19.8㎡)짜리 옥탑방은 이미 사우나로 변했다.

수석 바리스타였던 데이브는 이제 마트에서 사 온, 싸고 양 많은 커피를 주로 마실 만큼 커피 취향도 저렴해졌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북한 때문에 '전쟁'을 걱정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오히려 '황사'가 더 무섭다고 한다.

왜 데이브는 한국에서 사는 걸까. 바로 '음악'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영어 교사로 일하는 것도 음악할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음악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는 그는 오늘도 손바닥만 한 옥탑방에서 꿈을 키워간다.

데이브는 3년 째 내한공연 중

미국에서 앨범까지 낸 데이브는 왜 한국의 길거리 가수가 된 것일까. 고향 아이오와주는 시골이라서 관객이 없었고 뉴욕사람들은 다들 바빠 노래를 들어주지 않았다.

현재 데이브는 3년째 자발적으로 내한공연 중이다. 초청한 사람도, 제대로 된 무대도 없다. 인사동에서는 길 막지 말라고 쫓겨나면서도 계속 길거리 공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직 '관객'때문이다.

한국 관객은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팝송에도 가던 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준다. 데이브는 한국 노래를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그리고 버스커 버스커 '여수 밤바다', 김광석 '먼지가 되어'부터 한국어 자작곡까지 선보이며 우리에게 한 발짝 더 다가오고 있다.

내 음악은 배경음악이어도 좋아

데이브가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부산'이다. 이미 수차례 부산에 다녀온 그는 영감을 받아 한국에 대한 첫 번째 곡 '부산'까지 만들었다.

이번 버스킹에는 음악친구 미국인 딘토니 (Deanthony,32)도 함께했다. 딘토니는 한국에서 살며 오랜 드러머의 꿈을 이뤘다. 두 사람은 광안리 해수욕장을 맨발로 걸으면서 신중현의 '미인'을 공연했다.

앰프는 물론, 스피커도 없이 노래하는 그들은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면 생각지도 못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라며 "다들 똑같은 길을 가면 복잡하지 않나요?"라고 말한다.

데이브는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가 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데이브의 이야기는 7월 5일(수) 오후 7시 35분 KBS 1TV '사람과 사람들-데이브는 3년째 내한공연 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