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30대 엄마와 어린 남매 피살…범인은 또 경찰?

입력 2017.07.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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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30대 엄마와 어린 남매 피살…범인은 또 경찰?

[특파원리포트] 30대 엄마와 어린 남매 피살…범인은 또 경찰?

일본에서 30대 주부와 어린 자녀 2명이 피살됐다. 현직 경찰관인 남편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살인혐의로 기소되면서 구체적 신원과 얼굴이 공개됐다.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웃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비명에 간 30대 어머니와 어린 남매

지난 6월 6일 아침 9시 10분. 일본 후쿠오카 현 오고리 시 2층 주택에서 현직 경찰관의 아내(38세)와 아들(9세), 딸(6세)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시누이였다.


어린 남매의 시신은 2층 침실에서, 아이들 어머니의 시신은 1층 부엌에서 발견됐다. 불붙은 연탄도 함께 발견됐다. 아이들 시신에서는 끈 종류에 의한 질식사의 흔적이 뚜렷했다. 어머니의 시신에서는 특이한 외상이 없어 보였다. '자녀 살해 뒤 자살' 사건처럼 보였다.

감식 결과, 반전이 일어났다. 어머니의 목뼈에 금이 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한 압박을 받아 질식사한 정황이 뚜렷했다. 사건은 일가족 피살사건으로 급전환됐다. 경찰관 가족이 한꺼번에 희생된 살인 사건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감식 결과, 사건 현장에는 기름이 뿌려져 있었다. 경찰은 범인이 불을 질러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경찰관 남편'

경찰 조사 결과, 남편의 진술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다. 그는 사건 전날 저녁 일가족 4명이 모두 2층 침실에서 잠자리에 들었으며, 이튿날 아침 6시 45분쯤 평소대로 출근할 때 나머지 가족 3명은 잠을 자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침 8시 40분쯤 학교에서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뒤, 누나에게 연락해 집에 가볼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추정한 남매의 사망 시간은 0시∼5시 사이. 어머니의 사망 추정시간은 0시∼9시 사이였다. 아이들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과 남편이 집에 있었다고 진술한 시간이 겹친다.


사건 이틀 뒤인 6월 8일.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남편을 체포했다. 피살된 아내의 손톱에서 남편의 피부로 보이는 이물질이 검출됐고, 남편의 팔에서는 긁힌 상처가 발견됐다. 전형적인 저항흔적이었다. 손톱의 이물질에서 검출한 DNA는 남편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나왔다.

피의자 신원 공개. 경찰본부의 사과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이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가운데, 구체적 신원이 공개됐다.


체포된 사람은 후쿠오카 현 경찰본부 통신지령과의 순사부장(경사) 나카타(38세)였다. 15년 전에 후쿠오카 현 경찰에 채용된 뒤, 주로 파출소와 순찰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 근무했다. 지난해 8월부터 110번 신고 등을 담당하는 통신지령과에서 일했다.

후쿠오카 경찰본부 경무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직원이 중대범죄로 체포된 것과 관련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나카타 경사는 근무 태도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주변 사람들은 밝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닷새 뒤인 11일 오후. 희생자들의 영결식이 열렸다.

사건 발생 20여 일 뒤인 6월 29일. 나카타 경사가 아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그가 자녀 2명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혐의를 두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관의 잔혹 범죄. 불안한 사회

지난 2000년에는 가나가와 현의 40대 경찰관이 여성 부하 직원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2007년에는 도쿄 경시청의 40대 경찰관이 음식점 여종업원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4년에는 경시청의 20대 경찰관이 다른 여성 경찰관을 살해하고 자살했다.

2015년 1월에는 오사카의 경찰관이 사귀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8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같은 해 9월에는 사이타마 현의 경찰관이 강도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NHK는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1989년 이후 현직 경찰관에 의한 살인 사건만 7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경찰관의 범죄에 일본사회가 불안하다.

이번 경찰관 가족 피살 사건의 경우, 경찰의 수사결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 사회가 또 한 번 불안한 마음으로 살인사건 재판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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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30대 엄마와 어린 남매 피살…범인은 또 경찰?
    • 입력 2017-07-04 10:21:49
    특파원 리포트
일본에서 30대 주부와 어린 자녀 2명이 피살됐다. 현직 경찰관인 남편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살인혐의로 기소되면서 구체적 신원과 얼굴이 공개됐다.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웃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비명에 간 30대 어머니와 어린 남매

지난 6월 6일 아침 9시 10분. 일본 후쿠오카 현 오고리 시 2층 주택에서 현직 경찰관의 아내(38세)와 아들(9세), 딸(6세)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시누이였다.


어린 남매의 시신은 2층 침실에서, 아이들 어머니의 시신은 1층 부엌에서 발견됐다. 불붙은 연탄도 함께 발견됐다. 아이들 시신에서는 끈 종류에 의한 질식사의 흔적이 뚜렷했다. 어머니의 시신에서는 특이한 외상이 없어 보였다. '자녀 살해 뒤 자살' 사건처럼 보였다.

감식 결과, 반전이 일어났다. 어머니의 목뼈에 금이 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한 압박을 받아 질식사한 정황이 뚜렷했다. 사건은 일가족 피살사건으로 급전환됐다. 경찰관 가족이 한꺼번에 희생된 살인 사건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감식 결과, 사건 현장에는 기름이 뿌려져 있었다. 경찰은 범인이 불을 질러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경찰관 남편'

경찰 조사 결과, 남편의 진술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다. 그는 사건 전날 저녁 일가족 4명이 모두 2층 침실에서 잠자리에 들었으며, 이튿날 아침 6시 45분쯤 평소대로 출근할 때 나머지 가족 3명은 잠을 자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침 8시 40분쯤 학교에서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뒤, 누나에게 연락해 집에 가볼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추정한 남매의 사망 시간은 0시∼5시 사이. 어머니의 사망 추정시간은 0시∼9시 사이였다. 아이들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과 남편이 집에 있었다고 진술한 시간이 겹친다.


사건 이틀 뒤인 6월 8일.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남편을 체포했다. 피살된 아내의 손톱에서 남편의 피부로 보이는 이물질이 검출됐고, 남편의 팔에서는 긁힌 상처가 발견됐다. 전형적인 저항흔적이었다. 손톱의 이물질에서 검출한 DNA는 남편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나왔다.

피의자 신원 공개. 경찰본부의 사과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이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가운데, 구체적 신원이 공개됐다.


체포된 사람은 후쿠오카 현 경찰본부 통신지령과의 순사부장(경사) 나카타(38세)였다. 15년 전에 후쿠오카 현 경찰에 채용된 뒤, 주로 파출소와 순찰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 근무했다. 지난해 8월부터 110번 신고 등을 담당하는 통신지령과에서 일했다.

후쿠오카 경찰본부 경무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직원이 중대범죄로 체포된 것과 관련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나카타 경사는 근무 태도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주변 사람들은 밝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닷새 뒤인 11일 오후. 희생자들의 영결식이 열렸다.

사건 발생 20여 일 뒤인 6월 29일. 나카타 경사가 아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그가 자녀 2명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혐의를 두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관의 잔혹 범죄. 불안한 사회

지난 2000년에는 가나가와 현의 40대 경찰관이 여성 부하 직원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2007년에는 도쿄 경시청의 40대 경찰관이 음식점 여종업원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4년에는 경시청의 20대 경찰관이 다른 여성 경찰관을 살해하고 자살했다.

2015년 1월에는 오사카의 경찰관이 사귀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8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같은 해 9월에는 사이타마 현의 경찰관이 강도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NHK는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1989년 이후 현직 경찰관에 의한 살인 사건만 7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경찰관의 범죄에 일본사회가 불안하다.

이번 경찰관 가족 피살 사건의 경우, 경찰의 수사결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 사회가 또 한 번 불안한 마음으로 살인사건 재판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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