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친구야 미안해”, 영원할 것 같던 우정 8년 만에 마침표

입력 2017.07.0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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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후] “친구야 미안해”, 영원할 것 같던 우정 8년 만에 마침표

[사건후] “친구야 미안해”, 영원할 것 같던 우정 8년 만에 마침표

A(30)씨와 B(29)씨는 8년 전 같은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다.

당시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대화도 잘 통해 금세 절친이 되었다.

이후 둘은 각자 다른 곳에서 일했지만, 연락을 자주 하며 친분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던 중 A 씨와 B 씨는 지난 4월1일 전북 남원시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의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이들은 잠을 자기 위해 인근 모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A 씨는 모텔비를 계산하기 위해 B 씨가 꺼낸 지갑에 시선이 쏠렸다. B 씨 지갑에는 현금이 두둑이 들어 있었다.

모텔방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잠을 청했지만, A 씨는 조금 전 본 B 씨의 지갑 생각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A 씨는 B 씨가 잠이 들자 B 씨의 지갑에서 현금 20만 원을 훔치고 지갑은 창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후 4시쯤 잠에서 깬 B 씨는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고 지갑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하자 A 씨는 “내 지갑도 없어졌다”며 거짓말을 했다.

A 씨는 또 “우리가 잠을 자는 사이 모텔 직원이 몰래 들어와 지갑을 훔친 것 아니냐”며 모텔 직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친구 B 씨도 A 씨가 범인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하고 A 씨의 주장대로 모텔 직원을 의심했다.

심지어 A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모텔방에서 A 씨의 지갑만 찾았고 B 씨의 지갑은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너무나 태연하게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해 우리도 처음에는 모텔 직원들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수사를 했다”며 “하지만 모텔 CCTV와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직원들을 조사했지만, 절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난관에 봉착한 경찰은 결국 내부자 소행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모텔에서 일하는 청소부 아줌마까지 조사했지만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두 사람 중 한 명의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A 씨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벌여 거짓 반응이 나와 A 씨를 추궁하자 지난 6월28일 범행 발생 3달여 만에 시인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모텔비를 낼 당시 B 씨의 지갑을 보고 현금에 욕심이 생겼다”며 “친구인 B 씨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했다.

전북 남원 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범인을 잡기 위해 모텔 직원 등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입은 점, 또 3개월간 경찰력을 낭비한 점 등을 고려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지만 피해 금액이 적어 영장이 기각당해 불구속 입건했다”며 “돈 20만 원 때문에 우정을 잃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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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친구야 미안해”, 영원할 것 같던 우정 8년 만에 마침표
    • 입력 2017-07-04 14:06:07
    취재후·사건후
A(30)씨와 B(29)씨는 8년 전 같은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다.

당시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대화도 잘 통해 금세 절친이 되었다.

이후 둘은 각자 다른 곳에서 일했지만, 연락을 자주 하며 친분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던 중 A 씨와 B 씨는 지난 4월1일 전북 남원시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의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이들은 잠을 자기 위해 인근 모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A 씨는 모텔비를 계산하기 위해 B 씨가 꺼낸 지갑에 시선이 쏠렸다. B 씨 지갑에는 현금이 두둑이 들어 있었다.

모텔방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잠을 청했지만, A 씨는 조금 전 본 B 씨의 지갑 생각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A 씨는 B 씨가 잠이 들자 B 씨의 지갑에서 현금 20만 원을 훔치고 지갑은 창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후 4시쯤 잠에서 깬 B 씨는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고 지갑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하자 A 씨는 “내 지갑도 없어졌다”며 거짓말을 했다.

A 씨는 또 “우리가 잠을 자는 사이 모텔 직원이 몰래 들어와 지갑을 훔친 것 아니냐”며 모텔 직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친구 B 씨도 A 씨가 범인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하고 A 씨의 주장대로 모텔 직원을 의심했다.

심지어 A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모텔방에서 A 씨의 지갑만 찾았고 B 씨의 지갑은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너무나 태연하게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해 우리도 처음에는 모텔 직원들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수사를 했다”며 “하지만 모텔 CCTV와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직원들을 조사했지만, 절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난관에 봉착한 경찰은 결국 내부자 소행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모텔에서 일하는 청소부 아줌마까지 조사했지만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두 사람 중 한 명의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A 씨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벌여 거짓 반응이 나와 A 씨를 추궁하자 지난 6월28일 범행 발생 3달여 만에 시인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모텔비를 낼 당시 B 씨의 지갑을 보고 현금에 욕심이 생겼다”며 “친구인 B 씨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했다.

전북 남원 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범인을 잡기 위해 모텔 직원 등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입은 점, 또 3개월간 경찰력을 낭비한 점 등을 고려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지만 피해 금액이 적어 영장이 기각당해 불구속 입건했다”며 “돈 20만 원 때문에 우정을 잃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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