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사라진 비트코인…가상 화폐에도 보이스 피싱

입력 2017.07.04 (17:48) 수정 2017.07.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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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사라진 비트코인…가상 화폐에도 보이스 피싱

[취재후] 사라진 비트코인…가상 화폐에도 보이스 피싱

폭등하는 비트코인, 폭증하는 가상화폐 관련 범죄

오늘 자 1비트코인의 가격은 3백만 원. 지난해 7월 가격 78만 원에서 불과 1년 만에 4배 가까이 폭등했다. 덩달아 거래 규모도 폭증했다. 모 거래소는 일일 최대 거래량이 750억 원을 돌파했고, 국내 전체적으로는 2천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꽃이 있으면 벌이 꼬이는 법. 가상화폐를 둘러싼 범죄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급등하는 가상화폐의 시세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의 눈을 멀게 했다. 먼저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사기 사건부터 터져 나왔다.

[연관기사] 연 수익 180%?…범죄에 악용되는 ‘가상화폐’


가상화폐 세계에도 보이스피싱 상륙

최근에는 보이스피싱까지 나타났다. 가상화폐에 천만 원을 투자한 이 모 씨, 지난달 21일 자신을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안팀이라고 주장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해외 IP로 이 씨의 계정에 대한 로그인 시도가 있는 데다 일회용 비밀번호인 OTP생성기까지 해킹돼, 계정에 등록된 OTP생성기를 해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함정이었다. 등록된 OTP생성기 해지를 위해 일회용 비밀번호를 알려준 이 씨는 거래소에 예치한 천만 원이 인출된 뒤에야 보이스피싱인 것을 알았다.

가상화폐 투자자 권 모 씨 역시 지난달 17일 같은 전화를 받았지만, 사기임을 직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권 씨는 거래소에 예치된 천4백여만 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인출 확인 메일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누군가가 권 씨의 신분증을 위조해 거래소에 제출했고, 등록된 OTP생성기를 변경해 돈을 빼내 간 것이다. 거래소 측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제대로 된 본인 확인 절차도 없었다.


피해자들의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을까?

지금까지 피해를 봤다고 밝힌 투자자만 40여 명, 알려진 피해액만 2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거래소 측은 뒤늦게 직원의 '개인용 PC'가 해킹돼 회원 2만여 명의 정보가 유출됐음을 밝혔다. 직원이 집에서 사용하는 개인용 PC가 해킹돼, 전체 70만 회원 중 3%인 2만여 명의 이동전화번호와 이메일주소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거래소 측은 해당 직원이 개인용 PC에 암호화되지 않은 고객정보파일을 저장한 데 대해선 지난 4월에 이미 징계를 내렸으며, 유출된 개인 정보는 이번 예치금 인출피해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출 정보와 보이스피싱 범죄의 연관 여부가 핵심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가 이번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3일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공조를 통해서다. 업무용 문서에 들어있던 회원 정보와 보이스피싱 범죄의 연결고리가 수사의 핵심이다.

하지만 빼앗긴 가상화폐는 유통경로 추적도 쉽지 않아, 돈을 돌려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보이스피싱 범죄와 별도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고 거래소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보상액 10만 원의 무게와 책임

거래소 측은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유출 피해를 본 회원들에게 10만 원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사실의 투명한 공개와 추후 재발 방지책이다. 거래소 측은 왜 로그인하거나 가상화폐를 매매할 때도 OTP를 요구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출금할 때만 OTP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순서만 다를뿐이다."라는 안이한 보안 의식을 보였다. 더구나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보이스피싱 건에 대해서 "스타트업인 기업 특성상,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법적 제도적 측면이 미비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출금까지 OTP를 여러 번 입력하는 프로세스 개선과 본인 확인 절차 개선뿐만 아니라, 한 번 걸면 도대체 언제 받을지 모르는 고객센터 인력 확충도 필수적이다. 거래소 측은 이에 대해 3일부터 고객센터의 전화 상담원 숫자를 대기업 수준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제라도 피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광풍'을 걱정한 금융위원회

이번 사태에는 금융위원회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기재부, 금감원 등과 함께 가상화폐 TF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가상화폐의 규율 근거나 거래 안전성에 대한 대책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일에서야 업계 대표와 실무자들을 불러 가이드라인 논의를 시작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인가제를 도입하고 양도세를 부과하는 '가상화폐에 대한 법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물론 금융위원회가 조심스러운 것도 이해가 간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율과 거래를 도입하는 순간, 가상화폐는 실제로 통용되는 재화로 여겨져 그 가치가 더욱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렇게 '광풍'을 걱정하고 머뭇거리던 순간, 범죄는 일어나고 있었다.

투자자들도 각자가 조심해야 한다. 계정의 ID와 비밀번호를 다른 사이트와 다르게 바꾸고, 보안팀이나 경찰, 해킹을 언급하는 전화에 대해선 전화번호가 공식번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어떤 경우에도 OTP 번호를 불러주거나 SMS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함부로 불러줘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해킹이 의심될 경우엔 모든 것을 다 제쳐놓고 거래소에 계좌로 출금신청을 서둘러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연관 기사] 사라진 비트코인…가상화폐거래소 PC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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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4 17:48:04
    • 수정2017-07-04 17:49:37
    취재후
폭등하는 비트코인, 폭증하는 가상화폐 관련 범죄

오늘 자 1비트코인의 가격은 3백만 원. 지난해 7월 가격 78만 원에서 불과 1년 만에 4배 가까이 폭등했다. 덩달아 거래 규모도 폭증했다. 모 거래소는 일일 최대 거래량이 750억 원을 돌파했고, 국내 전체적으로는 2천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꽃이 있으면 벌이 꼬이는 법. 가상화폐를 둘러싼 범죄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급등하는 가상화폐의 시세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의 눈을 멀게 했다. 먼저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사기 사건부터 터져 나왔다.

[연관기사] 연 수익 180%?…범죄에 악용되는 ‘가상화폐’


가상화폐 세계에도 보이스피싱 상륙

최근에는 보이스피싱까지 나타났다. 가상화폐에 천만 원을 투자한 이 모 씨, 지난달 21일 자신을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안팀이라고 주장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해외 IP로 이 씨의 계정에 대한 로그인 시도가 있는 데다 일회용 비밀번호인 OTP생성기까지 해킹돼, 계정에 등록된 OTP생성기를 해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함정이었다. 등록된 OTP생성기 해지를 위해 일회용 비밀번호를 알려준 이 씨는 거래소에 예치한 천만 원이 인출된 뒤에야 보이스피싱인 것을 알았다.

가상화폐 투자자 권 모 씨 역시 지난달 17일 같은 전화를 받았지만, 사기임을 직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권 씨는 거래소에 예치된 천4백여만 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인출 확인 메일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누군가가 권 씨의 신분증을 위조해 거래소에 제출했고, 등록된 OTP생성기를 변경해 돈을 빼내 간 것이다. 거래소 측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제대로 된 본인 확인 절차도 없었다.


피해자들의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을까?

지금까지 피해를 봤다고 밝힌 투자자만 40여 명, 알려진 피해액만 2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거래소 측은 뒤늦게 직원의 '개인용 PC'가 해킹돼 회원 2만여 명의 정보가 유출됐음을 밝혔다. 직원이 집에서 사용하는 개인용 PC가 해킹돼, 전체 70만 회원 중 3%인 2만여 명의 이동전화번호와 이메일주소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거래소 측은 해당 직원이 개인용 PC에 암호화되지 않은 고객정보파일을 저장한 데 대해선 지난 4월에 이미 징계를 내렸으며, 유출된 개인 정보는 이번 예치금 인출피해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출 정보와 보이스피싱 범죄의 연관 여부가 핵심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가 이번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3일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공조를 통해서다. 업무용 문서에 들어있던 회원 정보와 보이스피싱 범죄의 연결고리가 수사의 핵심이다.

하지만 빼앗긴 가상화폐는 유통경로 추적도 쉽지 않아, 돈을 돌려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보이스피싱 범죄와 별도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고 거래소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보상액 10만 원의 무게와 책임

거래소 측은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유출 피해를 본 회원들에게 10만 원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사실의 투명한 공개와 추후 재발 방지책이다. 거래소 측은 왜 로그인하거나 가상화폐를 매매할 때도 OTP를 요구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출금할 때만 OTP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순서만 다를뿐이다."라는 안이한 보안 의식을 보였다. 더구나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보이스피싱 건에 대해서 "스타트업인 기업 특성상,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법적 제도적 측면이 미비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출금까지 OTP를 여러 번 입력하는 프로세스 개선과 본인 확인 절차 개선뿐만 아니라, 한 번 걸면 도대체 언제 받을지 모르는 고객센터 인력 확충도 필수적이다. 거래소 측은 이에 대해 3일부터 고객센터의 전화 상담원 숫자를 대기업 수준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제라도 피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광풍'을 걱정한 금융위원회

이번 사태에는 금융위원회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기재부, 금감원 등과 함께 가상화폐 TF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가상화폐의 규율 근거나 거래 안전성에 대한 대책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일에서야 업계 대표와 실무자들을 불러 가이드라인 논의를 시작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인가제를 도입하고 양도세를 부과하는 '가상화폐에 대한 법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물론 금융위원회가 조심스러운 것도 이해가 간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율과 거래를 도입하는 순간, 가상화폐는 실제로 통용되는 재화로 여겨져 그 가치가 더욱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렇게 '광풍'을 걱정하고 머뭇거리던 순간, 범죄는 일어나고 있었다.

투자자들도 각자가 조심해야 한다. 계정의 ID와 비밀번호를 다른 사이트와 다르게 바꾸고, 보안팀이나 경찰, 해킹을 언급하는 전화에 대해선 전화번호가 공식번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어떤 경우에도 OTP 번호를 불러주거나 SMS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함부로 불러줘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해킹이 의심될 경우엔 모든 것을 다 제쳐놓고 거래소에 계좌로 출금신청을 서둘러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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