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범죄는 없다”…15년 만에 붙잡힌 살인범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그 해 겨울 서울 구로구의 한 호프집에서는 주인 A(당시 50세)씨가 둔기에 맞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처음에는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수사는 예상과 다르게 장기화 됐다. 현장에서 범인의 신상을 특정할 단서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가게나 길거리 등에 CCTV가 충분히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사팀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든 몽타주 한 장만을 가지고 탐문 수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범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수사는 그렇게 영원히 미제로 남는 듯 했다.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건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5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법’이 통과되면서 부터였다.
* ‘태완이법’ : 1999년 5월 대구에서 일어난 김태완(당시 6세)군의 황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발의. 태완 군은 49일 간 투병하다 결국 숨졌으며, 태완 군에게 황산 테러를 가한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시효(15년)가 만료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2015년 3월 법 개정안이 발의돼 같은 해 7월 24일 통과됐다. 하지만 태완 군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같은 달 10일에 만료되면서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태완이법’ 이후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을 신설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제 사건들을 모아 수사 기록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해당 사건에서 감식반이 발견한 지문의 일부, 일명 ‘쪽지문’에 주목했다. 2002년 당시에는 지문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에 수사관이 지문을 일일이 대조하는 수밖에 없었고, 특히 이 같은 ‘쪽지문’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로는 지문을 데이터베이스와 자동으로 대조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됐고, 지문 일부만으로도 특징을 찾아내 신원을 특징하는 게 가능해졌다. 경찰은 이를 통해 장 모(52)씨의 신원을 특정해냈고, 5개월 간의 추적 수사 끝에 개인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던 장 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15년 만이다.
경찰에 체포된 장 씨는 해당 술집을 찾아간 적도 없고, 지문 등은 조작된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다른 증거들을 바탕으로 계속 추궁한 끝에 장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사건 당시 이미 강도상해 전과가 있던 장 씨는 생활고 등을 겪다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 미리 준비해 간 둔기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수사 기법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미제 사건이 하나둘 씩 해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18년 전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살해 사건과 15년 전 경기도 용인에서 일어난 교수 부부 살해 사건의 범인이 각각 붙잡히기도 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국내 최초로 방송사와 경찰청이 함께 장기 미제 사건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인 KBS 1TV ‘강력반 X-파일, 끝까지 간다’의 첫 방송 직전에 당일 방송 아이템이었던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5년 만에 극적으로 검거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을 이끄는 정지일 팀장은 “2012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경우 범인을 전원 검거했지만, 그 이전에 일어난 사건 가운데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경우가 몇 건 있다”며 “이 같은 미제 사건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나머지 미제 사건에 대해서도 반드시 범인을 잡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미제 사건은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처음에는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수사는 예상과 다르게 장기화 됐다. 현장에서 범인의 신상을 특정할 단서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가게나 길거리 등에 CCTV가 충분히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사팀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든 몽타주 한 장만을 가지고 탐문 수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범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수사는 그렇게 영원히 미제로 남는 듯 했다.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건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5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법’이 통과되면서 부터였다.
* ‘태완이법’ : 1999년 5월 대구에서 일어난 김태완(당시 6세)군의 황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발의. 태완 군은 49일 간 투병하다 결국 숨졌으며, 태완 군에게 황산 테러를 가한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시효(15년)가 만료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2015년 3월 법 개정안이 발의돼 같은 해 7월 24일 통과됐다. 하지만 태완 군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같은 달 10일에 만료되면서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태완이법’ 이후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을 신설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제 사건들을 모아 수사 기록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해당 사건에서 감식반이 발견한 지문의 일부, 일명 ‘쪽지문’에 주목했다. 2002년 당시에는 지문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에 수사관이 지문을 일일이 대조하는 수밖에 없었고, 특히 이 같은 ‘쪽지문’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로는 지문을 데이터베이스와 자동으로 대조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됐고, 지문 일부만으로도 특징을 찾아내 신원을 특징하는 게 가능해졌다. 경찰은 이를 통해 장 모(52)씨의 신원을 특정해냈고, 5개월 간의 추적 수사 끝에 개인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던 장 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15년 만이다.
경찰에 체포된 장 씨는 해당 술집을 찾아간 적도 없고, 지문 등은 조작된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다른 증거들을 바탕으로 계속 추궁한 끝에 장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사건 당시 이미 강도상해 전과가 있던 장 씨는 생활고 등을 겪다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 미리 준비해 간 둔기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수사 기법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미제 사건이 하나둘 씩 해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18년 전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살해 사건과 15년 전 경기도 용인에서 일어난 교수 부부 살해 사건의 범인이 각각 붙잡히기도 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국내 최초로 방송사와 경찰청이 함께 장기 미제 사건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인 KBS 1TV ‘강력반 X-파일, 끝까지 간다’의 첫 방송 직전에 당일 방송 아이템이었던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5년 만에 극적으로 검거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을 이끄는 정지일 팀장은 “2012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경우 범인을 전원 검거했지만, 그 이전에 일어난 사건 가운데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경우가 몇 건 있다”며 “이 같은 미제 사건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나머지 미제 사건에 대해서도 반드시 범인을 잡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미제 사건은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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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 범죄는 없다”…15년 만에 붙잡힌 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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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7-05 15:11:36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그 해 겨울 서울 구로구의 한 호프집에서는 주인 A(당시 50세)씨가 둔기에 맞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처음에는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수사는 예상과 다르게 장기화 됐다. 현장에서 범인의 신상을 특정할 단서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가게나 길거리 등에 CCTV가 충분히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사팀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든 몽타주 한 장만을 가지고 탐문 수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범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수사는 그렇게 영원히 미제로 남는 듯 했다.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건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5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법’이 통과되면서 부터였다.
* ‘태완이법’ : 1999년 5월 대구에서 일어난 김태완(당시 6세)군의 황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발의. 태완 군은 49일 간 투병하다 결국 숨졌으며, 태완 군에게 황산 테러를 가한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시효(15년)가 만료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2015년 3월 법 개정안이 발의돼 같은 해 7월 24일 통과됐다. 하지만 태완 군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같은 달 10일에 만료되면서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태완이법’ 이후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을 신설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제 사건들을 모아 수사 기록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해당 사건에서 감식반이 발견한 지문의 일부, 일명 ‘쪽지문’에 주목했다. 2002년 당시에는 지문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에 수사관이 지문을 일일이 대조하는 수밖에 없었고, 특히 이 같은 ‘쪽지문’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로는 지문을 데이터베이스와 자동으로 대조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됐고, 지문 일부만으로도 특징을 찾아내 신원을 특징하는 게 가능해졌다. 경찰은 이를 통해 장 모(52)씨의 신원을 특정해냈고, 5개월 간의 추적 수사 끝에 개인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던 장 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15년 만이다.
경찰에 체포된 장 씨는 해당 술집을 찾아간 적도 없고, 지문 등은 조작된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다른 증거들을 바탕으로 계속 추궁한 끝에 장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사건 당시 이미 강도상해 전과가 있던 장 씨는 생활고 등을 겪다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 미리 준비해 간 둔기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수사 기법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미제 사건이 하나둘 씩 해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18년 전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살해 사건과 15년 전 경기도 용인에서 일어난 교수 부부 살해 사건의 범인이 각각 붙잡히기도 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국내 최초로 방송사와 경찰청이 함께 장기 미제 사건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인 KBS 1TV ‘강력반 X-파일, 끝까지 간다’의 첫 방송 직전에 당일 방송 아이템이었던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5년 만에 극적으로 검거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을 이끄는 정지일 팀장은 “2012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경우 범인을 전원 검거했지만, 그 이전에 일어난 사건 가운데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경우가 몇 건 있다”며 “이 같은 미제 사건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나머지 미제 사건에 대해서도 반드시 범인을 잡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미제 사건은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처음에는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수사는 예상과 다르게 장기화 됐다. 현장에서 범인의 신상을 특정할 단서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가게나 길거리 등에 CCTV가 충분히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사팀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든 몽타주 한 장만을 가지고 탐문 수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범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수사는 그렇게 영원히 미제로 남는 듯 했다.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건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5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법’이 통과되면서 부터였다.
* ‘태완이법’ : 1999년 5월 대구에서 일어난 김태완(당시 6세)군의 황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발의. 태완 군은 49일 간 투병하다 결국 숨졌으며, 태완 군에게 황산 테러를 가한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시효(15년)가 만료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2015년 3월 법 개정안이 발의돼 같은 해 7월 24일 통과됐다. 하지만 태완 군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같은 달 10일에 만료되면서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태완이법’ 이후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을 신설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제 사건들을 모아 수사 기록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해당 사건에서 감식반이 발견한 지문의 일부, 일명 ‘쪽지문’에 주목했다. 2002년 당시에는 지문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에 수사관이 지문을 일일이 대조하는 수밖에 없었고, 특히 이 같은 ‘쪽지문’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로는 지문을 데이터베이스와 자동으로 대조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됐고, 지문 일부만으로도 특징을 찾아내 신원을 특징하는 게 가능해졌다. 경찰은 이를 통해 장 모(52)씨의 신원을 특정해냈고, 5개월 간의 추적 수사 끝에 개인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던 장 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15년 만이다.
경찰에 체포된 장 씨는 해당 술집을 찾아간 적도 없고, 지문 등은 조작된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다른 증거들을 바탕으로 계속 추궁한 끝에 장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사건 당시 이미 강도상해 전과가 있던 장 씨는 생활고 등을 겪다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 미리 준비해 간 둔기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수사 기법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미제 사건이 하나둘 씩 해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18년 전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살해 사건과 15년 전 경기도 용인에서 일어난 교수 부부 살해 사건의 범인이 각각 붙잡히기도 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국내 최초로 방송사와 경찰청이 함께 장기 미제 사건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인 KBS 1TV ‘강력반 X-파일, 끝까지 간다’의 첫 방송 직전에 당일 방송 아이템이었던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5년 만에 극적으로 검거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을 이끄는 정지일 팀장은 “2012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경우 범인을 전원 검거했지만, 그 이전에 일어난 사건 가운데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경우가 몇 건 있다”며 “이 같은 미제 사건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나머지 미제 사건에 대해서도 반드시 범인을 잡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미제 사건은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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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배 기자 newboa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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