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7시간 버스 운행…휴식은 그림의 떡

입력 2017.07.12 (21:21) 수정 2017.07.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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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말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버스 기사는 전날밤 5시간도 못잤다고 말했습니다.

법으로는 8시간 휴식이 의무화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하는데요.

홍성희 기자가 버스기사들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버스기사 경력 10년차인 한명섭씨.

오전 6시 45분 첫차를 몰고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강남역 노선을 한차례 왕복하고 나니 오전 10시 30분.

한 씨는 곧바로 근처 식당으로 향합니다.

다음 배차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구내식당에서 10분만에 이른 점심을 해결합니다.

<녹취> 한명섭(경기도 광역버스 기사) : "쉬려면 지금 먹고 나가야 돼요. 오늘은 쉴 수 있는 타임이 다음 타임밖에 없어요."

지난밤에도 밤 11시 넘어 퇴근했다가 새벽에 출근하다 보니 이렇게 하지 않고는 몰려오는 졸음을 견딜 수가 없다고 합니다.

<녹취> 한명섭(경기도 광역버스 기사) : "머리 지압도 하고요. 팔도 꼬집어 보고, 껌도 씹고 물도 마시고. 신호등 걸리면 계속 그러는 거죠."

하루 일하면 하루 쉬던 때도 있었지만 어느 땐가 부터 17시간씩 이틀 연속 일하고 하루 쉬는 게 관행이 됐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다른 버스회사를 찾았습니다.

이 회사의 사정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근무일지를 보면 하루 16시간씩 3일 또는 4일 연속 일하는 기사들이 수두룩합니다.

<녹취> 안경선(OO여객 노조 지부장) : "3일 하고 하루 쉬고 4일 하고 하루 쉬고...(한 달) 총근로가 30일 중에 5일 쉰 거예요. 25일 근무한 거니까 16시간을 곱하면 (한 달) 400시간이에요."

이 회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54개 노선에 74대.

격일제로 운행하려면 기사가 148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기사숫자는 95명 뿐입니다.

버스 준공영제로 근무여건이 좋은 서울, 인천 등으로 기사들이 빠져나가면서 경기도의 상당수 버스 회사는 1년 365일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기도 버스회사 직원 (음성변조) : "(채용) 공고는 365일 나가 있어요. 교차로라든지 벼룩시장, 인터넷 인쿠르트나 그런 데 다 내보내고 있거든요."

노선 운행 횟수를 줄이기도 쉽지 않아 법으로 정해진 8시간 휴식은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근무일지만 보면 배차 간격에 많게는 3-40분씩 쉬는 것 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딴판입니다.

<녹취> 버스기사 : "운행 한 번 종료 후에 주차를 하고 쉬어야 하는데 쉬는 시간 내 밥 먹고 가스 주입하고 ...계속 밀리다 보면 쉬는 시간이 사실 없다."

좁은 기사 휴게실은 틈을 내 쪽잠을 청하는 기사들로 늘 만원입니다.

<녹취> 버스기사 : "4명 드러누우면 땡이니까."

이러다 보니 며칠 전 경부고속도로 추돌사고는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녹취> 버스기사(음성변조) : "눈 뜨고 자는 거예요. 다 경험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갈 때 있잖아요. 그런 현상이죠."

경기지역 버스 기사들의 평균 시급은 7천 2백원 정도.

한 달에 270 시간을 일해야 월 2백만 원 정도 수입이 생깁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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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17시간 버스 운행…휴식은 그림의 떡
    • 입력 2017-07-12 21:21:26
    • 수정2017-07-12 21:51:07
    뉴스 9
<앵커 멘트>

지난 주말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버스 기사는 전날밤 5시간도 못잤다고 말했습니다.

법으로는 8시간 휴식이 의무화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하는데요.

홍성희 기자가 버스기사들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버스기사 경력 10년차인 한명섭씨.

오전 6시 45분 첫차를 몰고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강남역 노선을 한차례 왕복하고 나니 오전 10시 30분.

한 씨는 곧바로 근처 식당으로 향합니다.

다음 배차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구내식당에서 10분만에 이른 점심을 해결합니다.

<녹취> 한명섭(경기도 광역버스 기사) : "쉬려면 지금 먹고 나가야 돼요. 오늘은 쉴 수 있는 타임이 다음 타임밖에 없어요."

지난밤에도 밤 11시 넘어 퇴근했다가 새벽에 출근하다 보니 이렇게 하지 않고는 몰려오는 졸음을 견딜 수가 없다고 합니다.

<녹취> 한명섭(경기도 광역버스 기사) : "머리 지압도 하고요. 팔도 꼬집어 보고, 껌도 씹고 물도 마시고. 신호등 걸리면 계속 그러는 거죠."

하루 일하면 하루 쉬던 때도 있었지만 어느 땐가 부터 17시간씩 이틀 연속 일하고 하루 쉬는 게 관행이 됐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다른 버스회사를 찾았습니다.

이 회사의 사정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근무일지를 보면 하루 16시간씩 3일 또는 4일 연속 일하는 기사들이 수두룩합니다.

<녹취> 안경선(OO여객 노조 지부장) : "3일 하고 하루 쉬고 4일 하고 하루 쉬고...(한 달) 총근로가 30일 중에 5일 쉰 거예요. 25일 근무한 거니까 16시간을 곱하면 (한 달) 400시간이에요."

이 회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54개 노선에 74대.

격일제로 운행하려면 기사가 148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기사숫자는 95명 뿐입니다.

버스 준공영제로 근무여건이 좋은 서울, 인천 등으로 기사들이 빠져나가면서 경기도의 상당수 버스 회사는 1년 365일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기도 버스회사 직원 (음성변조) : "(채용) 공고는 365일 나가 있어요. 교차로라든지 벼룩시장, 인터넷 인쿠르트나 그런 데 다 내보내고 있거든요."

노선 운행 횟수를 줄이기도 쉽지 않아 법으로 정해진 8시간 휴식은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근무일지만 보면 배차 간격에 많게는 3-40분씩 쉬는 것 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딴판입니다.

<녹취> 버스기사 : "운행 한 번 종료 후에 주차를 하고 쉬어야 하는데 쉬는 시간 내 밥 먹고 가스 주입하고 ...계속 밀리다 보면 쉬는 시간이 사실 없다."

좁은 기사 휴게실은 틈을 내 쪽잠을 청하는 기사들로 늘 만원입니다.

<녹취> 버스기사 : "4명 드러누우면 땡이니까."

이러다 보니 며칠 전 경부고속도로 추돌사고는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녹취> 버스기사(음성변조) : "눈 뜨고 자는 거예요. 다 경험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갈 때 있잖아요. 그런 현상이죠."

경기지역 버스 기사들의 평균 시급은 7천 2백원 정도.

한 달에 270 시간을 일해야 월 2백만 원 정도 수입이 생깁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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