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00세 인생…“일자리를 찾습니다”

입력 2017.07.14 (08:33) 수정 2017.07.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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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황혼알바' 라는 말을 아시나요.

노인들이 은퇴 후에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걸 일컫는 신조어인데요.

수명은 길어지고 불황은 계속되니까, 노인들이 취업전선에 한 번 더 뛰어들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일자리 시장은 척박합니다.

'황혼알바'를 구하는 지원자는 지난해 40만 명을 훌쩍 넘겼는데, 일자린 너무 부족한 거죠.

또 겨우 일자리를 구했더라도 원하는 일자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

이곳 아르바이트생은 보통 카페에서 보던 모습과는 좀 다릅니다.

연세 지긋해 보이는 이 직원, 올해 나이 70살의 공덕구 씨입니다.

일주일에 세 번 이 카페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공덕구(70살/카페 아르바이트) : “바리스타 자격증 따고 1년 쉬고 여기 개업한 2015년부터 15년, 16년, 17년 3년째 근무하고 있어요.”

대기업 연구소에서 35년 동안 일하다 퇴직한 뒤,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일자리입니다.

처음엔 서툴던 일이 이제는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기까지, 능수능란합니다.

<인터뷰> 공덕구(70살/카페 아르바이트) : “은퇴하고 집에 있으면 무료하니까 뭔가 해야 하는데 커피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그러니까 공부를 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은퇴 전 다녔던 직장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돈을 벌고 있지만, 황혼에 얻은 새 일자리 덕분에 삶의 활력을 얻었습니다.

<인터뷰> 공덕구(70살/카페 아르바이트) : “마침 일할 기회가 돼서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일함으로써 활력과 건강이 좀 좋아진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지하철 역사로 향하는 76살 조용문 씨 역시 황혼 알바생입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집에서 8시에 나와서 1호선 타고 한 시간 정도 오면 동대문역에 도착하고 역에 내려서 대기를 하는 것입니다. 주문이 올 때까지.”

조 씨가 하는 일은 지하철 택배원.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서울 경기 일대에서 서류나 물품을 배달하는 일이 주요 업무입니다.

백발의 할아버지이지만 스마트폰 다루는 솜씨가 여느 젊은이 못지 않습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주문이 왔는데요. 서울역에 가서 물건을 받아서 압구정역까지 가는 주문입니다.”

사무직으로 35년 넘게 일한 조 씨는 은퇴 후 10년 만에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사업을 조금 하다가 망치고 몇천만 원 망쳤죠. 퇴직금에서. 이사하고 환경이 바뀌면서 내가 뭔가 해야겠다 생각이 들고…….”

하지만 나이 많은 은퇴자에게 허락된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때 조 씨가 접하게 된 일이 바로 지하철 택배입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지하철(택배)입니다.”

택배 경력 7년에 이제는 베테랑이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시작은 평탄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처음에 한 1년 정도는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정말로 힘들었으니까.”

배달 한 건당 중개 수수료로 40%까지 떼 가는 중개 업체도 있었고, 간혹 배송 사고가 나면 큰 돈을 물어 줘야 했습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의류를 배송할 때인데요. 의류가 몇 점이 됐었어요. 그중에 쇼핑백 하나가 끈이 떨어졌는데 하여튼 없어졌거든요. 의류값으로 약 이십몇만 원을 내가 개인적으로 변상해준 거죠.”

하루 평균 네다섯 건을 배달하고,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50만원 안팎입니다.

하루 반나절을 꼬박 지하철에서 보내고, 더울 때나 추울 때나 몇 킬로미터씩 걸어야 하는 일이지만 벌이가 넉넉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 씨는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우리 회사에 (노인 택배원이) 약 40명 정도가 있는데요. 거의 경제적인 이유라고 봐야 되겠죠. 나만 해도 일단 경제적 보탬이 상당히 되죠. 손자들 용돈도 줄 수 있고.”

이렇게 은퇴 후 황혼 알바에 뛰어드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 구직사이트 조사 결과, 50대 이상 아르바이트 지원자는 2014년 20만 명에서 지난해 45만 명으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실제로 노인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곳마다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청년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인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녹취> “지금 뽑는 데서는 다 나이가 젊으신 분들 뽑으시기 때문에…….”

74살 윤경상 씨는 퇴직 후 아파트 경비로 일했지만, 일을 그만 둬야 했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용 업체에서 계약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경상(74살) : “나이가 많다는 거로 취업이 잘 안 되더라고요. 산에 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 갈 순 없는 거고 무료함을 달래려고. 활동해야죠. 활동해야 되고…….”

황혼 알바에 뛰어드는 건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의미도 크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응옥(70살) : “돈이 중요한 것보다도 일하는 자리를 찾아야지. 돈도 중요하지만 움직여야 해요. 나이 먹을수록.”

<인터뷰> 천경순(79살) : “일한다는 건 우리가 살아있다는 거지. 살아있고, 마음은 지금도 아직 청춘인데 뭐 사회에서 우리 같은 사람 알아주기나 해? 나이가 80이 다 돼 가는데 내년에.”

그렇지만 원하는 일자리와 현실의 격차가 크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김동욱(과장/서울노인복지센터 취업상담지원과) : “구직자의 욕구와 고용 취업 시장의 환경이 매칭이 안 된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죠. 민간 취업 시장은 그분들을 위해서 오픈되어 있거나 활성화되어있지 않은데 그분들의 욕구나 양적인 수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니까…….”

65세 이상 인구가 올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황.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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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00세 인생…“일자리를 찾습니다”
    • 입력 2017-07-14 08:37:53
    • 수정2017-07-14 09: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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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황혼알바' 라는 말을 아시나요.

노인들이 은퇴 후에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걸 일컫는 신조어인데요.

수명은 길어지고 불황은 계속되니까, 노인들이 취업전선에 한 번 더 뛰어들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일자리 시장은 척박합니다.

'황혼알바'를 구하는 지원자는 지난해 40만 명을 훌쩍 넘겼는데, 일자린 너무 부족한 거죠.

또 겨우 일자리를 구했더라도 원하는 일자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

이곳 아르바이트생은 보통 카페에서 보던 모습과는 좀 다릅니다.

연세 지긋해 보이는 이 직원, 올해 나이 70살의 공덕구 씨입니다.

일주일에 세 번 이 카페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공덕구(70살/카페 아르바이트) : “바리스타 자격증 따고 1년 쉬고 여기 개업한 2015년부터 15년, 16년, 17년 3년째 근무하고 있어요.”

대기업 연구소에서 35년 동안 일하다 퇴직한 뒤,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일자리입니다.

처음엔 서툴던 일이 이제는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기까지, 능수능란합니다.

<인터뷰> 공덕구(70살/카페 아르바이트) : “은퇴하고 집에 있으면 무료하니까 뭔가 해야 하는데 커피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그러니까 공부를 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은퇴 전 다녔던 직장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돈을 벌고 있지만, 황혼에 얻은 새 일자리 덕분에 삶의 활력을 얻었습니다.

<인터뷰> 공덕구(70살/카페 아르바이트) : “마침 일할 기회가 돼서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일함으로써 활력과 건강이 좀 좋아진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지하철 역사로 향하는 76살 조용문 씨 역시 황혼 알바생입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집에서 8시에 나와서 1호선 타고 한 시간 정도 오면 동대문역에 도착하고 역에 내려서 대기를 하는 것입니다. 주문이 올 때까지.”

조 씨가 하는 일은 지하철 택배원.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서울 경기 일대에서 서류나 물품을 배달하는 일이 주요 업무입니다.

백발의 할아버지이지만 스마트폰 다루는 솜씨가 여느 젊은이 못지 않습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주문이 왔는데요. 서울역에 가서 물건을 받아서 압구정역까지 가는 주문입니다.”

사무직으로 35년 넘게 일한 조 씨는 은퇴 후 10년 만에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사업을 조금 하다가 망치고 몇천만 원 망쳤죠. 퇴직금에서. 이사하고 환경이 바뀌면서 내가 뭔가 해야겠다 생각이 들고…….”

하지만 나이 많은 은퇴자에게 허락된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때 조 씨가 접하게 된 일이 바로 지하철 택배입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지하철(택배)입니다.”

택배 경력 7년에 이제는 베테랑이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시작은 평탄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처음에 한 1년 정도는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정말로 힘들었으니까.”

배달 한 건당 중개 수수료로 40%까지 떼 가는 중개 업체도 있었고, 간혹 배송 사고가 나면 큰 돈을 물어 줘야 했습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의류를 배송할 때인데요. 의류가 몇 점이 됐었어요. 그중에 쇼핑백 하나가 끈이 떨어졌는데 하여튼 없어졌거든요. 의류값으로 약 이십몇만 원을 내가 개인적으로 변상해준 거죠.”

하루 평균 네다섯 건을 배달하고,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50만원 안팎입니다.

하루 반나절을 꼬박 지하철에서 보내고, 더울 때나 추울 때나 몇 킬로미터씩 걸어야 하는 일이지만 벌이가 넉넉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 씨는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용문(76살/지하철택배원) : “우리 회사에 (노인 택배원이) 약 40명 정도가 있는데요. 거의 경제적인 이유라고 봐야 되겠죠. 나만 해도 일단 경제적 보탬이 상당히 되죠. 손자들 용돈도 줄 수 있고.”

이렇게 은퇴 후 황혼 알바에 뛰어드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 구직사이트 조사 결과, 50대 이상 아르바이트 지원자는 2014년 20만 명에서 지난해 45만 명으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실제로 노인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곳마다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청년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인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녹취> “지금 뽑는 데서는 다 나이가 젊으신 분들 뽑으시기 때문에…….”

74살 윤경상 씨는 퇴직 후 아파트 경비로 일했지만, 일을 그만 둬야 했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용 업체에서 계약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경상(74살) : “나이가 많다는 거로 취업이 잘 안 되더라고요. 산에 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 갈 순 없는 거고 무료함을 달래려고. 활동해야죠. 활동해야 되고…….”

황혼 알바에 뛰어드는 건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의미도 크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응옥(70살) : “돈이 중요한 것보다도 일하는 자리를 찾아야지. 돈도 중요하지만 움직여야 해요. 나이 먹을수록.”

<인터뷰> 천경순(79살) : “일한다는 건 우리가 살아있다는 거지. 살아있고, 마음은 지금도 아직 청춘인데 뭐 사회에서 우리 같은 사람 알아주기나 해? 나이가 80이 다 돼 가는데 내년에.”

그렇지만 원하는 일자리와 현실의 격차가 크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김동욱(과장/서울노인복지센터 취업상담지원과) : “구직자의 욕구와 고용 취업 시장의 환경이 매칭이 안 된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죠. 민간 취업 시장은 그분들을 위해서 오픈되어 있거나 활성화되어있지 않은데 그분들의 욕구나 양적인 수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니까…….”

65세 이상 인구가 올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황.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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