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19금’, 동심 파괴하는 잔혹한 ‘그림동화’

입력 2017.07.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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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우리가 어려서부터 읽어온 그림동화가 알고 보면 '19금'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그림동화'는 16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마틴 루터의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독일의 민담집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등 200여 개의 민담을 모은 책으로, 현대에도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재해석 되고 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림동화엔 알고 보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그림동화라는 제목도 그림(picture)이 아닌 그림 형제가 쓴 동화라는 의미에서 '그림(Grimm)동화'로 불린다.

우리가 잘 몰랐던 그림동화의 민낯을 KBS 1TV '서가식당'(15일, 토요일 밤 11시 20분)에서 다룬다.


알고 보면 19금, 그림동화가 잔혹한 이유는?

'그림동화'의 원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와 다르다. 90년대 후반엔 기류 미사오의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라는 19금 잔혹 동화가 인기를 끌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근친상간, 식인, 시체 성애자 등 외설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을 경악시켰다.

눈처럼 하얀 피부와 피처럼 새빨간 입술, 흑단 나무처럼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는 아름답게 자랐죠. 그러던 어느 날 왕비는 공주의 방으로 들어가는 왕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왕은 왼팔로 소녀를 끌어안으며 오른손으로 소녀의 잠옷을 벗기기 시작했습니다. 왕은 거의 매일 밤 공주의 침실을 드나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만해진 백설공주는 왕까지도 자기 뜻대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던 왕비는 사냥꾼을 시켜 공주를 죽이고 간과 폐를 가져오라고 하였습니다. 공주의 것이라 믿은 왕비는 요리사에게 소금에 무쳐오라 시킨 뒤 그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림동화 백설공주 일본판 중 -

이것이 진짜 그림 동화의 원전일까.

그림동화는 그림 형제가 전래 민담에 자신들의 문학적 창작력을 더해 손질한 동화집이다. 그림 동화 초판본에는 지금보다 더 잔인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다. 아이들이 읽기에 너무 잔혹하고 기독교 정신에 반한다며 오스트리아에서는 증쇄 금지가 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동화가 나오기까지 7번에 걸쳐 수정·보완됐고, 그 과정에서 근친상간 등 부적절한 성적인 묘사와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위가 많이 걸러졌다. 악행을 저지르는 친엄마는 계모로 대치됐다.


그림동화가 이렇게 자극적인 이유는 뭘까. 1812년 12월 25일 그림 형제가 낸 초판본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는 유럽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민담집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민담 전파 방식은 마차의 유랑극단이나 시장통에서 인형극을 통해 전파됐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민담은 더 자극적으로 내용이 확대 재생산됐다.


그림동화가 출간된 19세기 독일은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해 참담한 시대였다.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였던 그림 형제는 독일 민족의 단합을 위해 '동화'로 사람들을 모으고자 한다. 하지만 당시 초판본의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많은 이에게서 외면을 받는다.


아돌프 히틀러는 나치 정권 당시, 민족정기를 드높인다는 명분으로 모든 가정에 그림동화를 한 권씩 비치하도록 의무화했을 만큼 그림동화를 사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아리안족의 도덕성과 용기, 결정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철학자 탁석산은 "그림동화를 읽는 땐 무질서와 혼돈의 세계에 초점을 맞춰 읽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잠깐의 일탈이 필요한 것처럼 질서있는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림동화에서 보여주는 무질서, 혼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탁석산은 "그림동화뿐만 아니라 도시 괴담이나, 신화도 그림동화같이 혼돈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림 동화에 숨겨져 있는 금기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에 숨겨져 있는 금기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는 여성에 대한 금기가 엿보인다. 제목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나는 '빨간색'은 보통 정신분석학에서 여성을 상징한다. 소녀가 늘 쓰고 있는 '빨간색 모자'와 할머니 집에 심부름 갈 때, 손에 들려있던 '포도주병' 모두 처녀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소녀가 집을 나설 때 엄마가 '병을 깰지도 모르는 거친 곳에 들어가지 말라'는 당부를 하는 것이다. 늑대는 소녀를 해칠지도 모르는 위험한 남자를 상징한다.




이는 여자를 소유물로 생각하던 당시 '절대왕정'의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요리사인 박찬일은 "그 시대에 소녀를 잡아먹은 게 정말 늑대일 리 없다. 거기서 늑대는 영주 같은 권력자를 의미한다"라며 당시 시대상을 드러낸 금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세 봉건주의 사회에는 영주가 자신의 영지에 사는 사람들이 결혼할 때 그 신부와 첫날밤을 보내는 권리인 '초야권'을 쥐고 있었다. 영주의 허락 없는 결혼은 금지되어 있었고,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서는 혼수세를 내야 했던 시대였던 만큼, 동화 속 늑대는 절대왕정의 분위기를 의미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동화

그림동화의 몇몇 이야기들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다. '라푼젤'은 중세 프랑스 부르고뉴공국의 마리 공작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권력의 화신'으로 불리던 프랑스 루이 11세는 부르고뉴공국을 지배하기 위해서 일곱 살짜리 아들을 20세인 마리 공작과 결혼시키고자 한다. 이에 마리 공작이 결혼을 거부하자 탑에 갇히게 되고, 오스트리아 왕 막시밀리안 1세에게 자신의 머리카락과 편지를 보내며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림 형제는 이 사건을 '라푼젤'로 각색한다.


이외에도 '피리 부는 사나이'는 13세기 독일 하멜른에서 130명의 아이가 사라진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백설공주'는 16세기 독일에서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독살당했던 시골 처녀 마르가레테와 펠리페 2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讀)한 서재'

독일 청년 다니엘 린데만이 '그림동화'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오기사의 '인생의 지도'를 꼽았다. 이 책은 우연들이 난무하는 인생의 길 위에서 누구나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수많은 선택과 희로애락의 여정을 지도로 담은 책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읽어봤을 이야기들이지만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림동화'의 숨겨진 뒷이야기는 '서가식당'에서 자세히 공개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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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 보면 ‘19금’, 동심 파괴하는 잔혹한 ‘그림동화’
    • 입력 2017-07-14 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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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우리가 어려서부터 읽어온 그림동화가 알고 보면 '19금'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그림동화'는 16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마틴 루터의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독일의 민담집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등 200여 개의 민담을 모은 책으로, 현대에도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재해석 되고 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림동화엔 알고 보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그림동화라는 제목도 그림(picture)이 아닌 그림 형제가 쓴 동화라는 의미에서 '그림(Grimm)동화'로 불린다.

우리가 잘 몰랐던 그림동화의 민낯을 KBS 1TV '서가식당'(15일, 토요일 밤 11시 20분)에서 다룬다.


알고 보면 19금, 그림동화가 잔혹한 이유는?

'그림동화'의 원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와 다르다. 90년대 후반엔 기류 미사오의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라는 19금 잔혹 동화가 인기를 끌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근친상간, 식인, 시체 성애자 등 외설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을 경악시켰다.

눈처럼 하얀 피부와 피처럼 새빨간 입술, 흑단 나무처럼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는 아름답게 자랐죠. 그러던 어느 날 왕비는 공주의 방으로 들어가는 왕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왕은 왼팔로 소녀를 끌어안으며 오른손으로 소녀의 잠옷을 벗기기 시작했습니다. 왕은 거의 매일 밤 공주의 침실을 드나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만해진 백설공주는 왕까지도 자기 뜻대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던 왕비는 사냥꾼을 시켜 공주를 죽이고 간과 폐를 가져오라고 하였습니다. 공주의 것이라 믿은 왕비는 요리사에게 소금에 무쳐오라 시킨 뒤 그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림동화 백설공주 일본판 중 -

이것이 진짜 그림 동화의 원전일까.

그림동화는 그림 형제가 전래 민담에 자신들의 문학적 창작력을 더해 손질한 동화집이다. 그림 동화 초판본에는 지금보다 더 잔인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다. 아이들이 읽기에 너무 잔혹하고 기독교 정신에 반한다며 오스트리아에서는 증쇄 금지가 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동화가 나오기까지 7번에 걸쳐 수정·보완됐고, 그 과정에서 근친상간 등 부적절한 성적인 묘사와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위가 많이 걸러졌다. 악행을 저지르는 친엄마는 계모로 대치됐다.


그림동화가 이렇게 자극적인 이유는 뭘까. 1812년 12월 25일 그림 형제가 낸 초판본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는 유럽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민담집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민담 전파 방식은 마차의 유랑극단이나 시장통에서 인형극을 통해 전파됐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민담은 더 자극적으로 내용이 확대 재생산됐다.


그림동화가 출간된 19세기 독일은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해 참담한 시대였다.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였던 그림 형제는 독일 민족의 단합을 위해 '동화'로 사람들을 모으고자 한다. 하지만 당시 초판본의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많은 이에게서 외면을 받는다.


아돌프 히틀러는 나치 정권 당시, 민족정기를 드높인다는 명분으로 모든 가정에 그림동화를 한 권씩 비치하도록 의무화했을 만큼 그림동화를 사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아리안족의 도덕성과 용기, 결정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철학자 탁석산은 "그림동화를 읽는 땐 무질서와 혼돈의 세계에 초점을 맞춰 읽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잠깐의 일탈이 필요한 것처럼 질서있는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림동화에서 보여주는 무질서, 혼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탁석산은 "그림동화뿐만 아니라 도시 괴담이나, 신화도 그림동화같이 혼돈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림 동화에 숨겨져 있는 금기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에 숨겨져 있는 금기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는 여성에 대한 금기가 엿보인다. 제목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나는 '빨간색'은 보통 정신분석학에서 여성을 상징한다. 소녀가 늘 쓰고 있는 '빨간색 모자'와 할머니 집에 심부름 갈 때, 손에 들려있던 '포도주병' 모두 처녀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소녀가 집을 나설 때 엄마가 '병을 깰지도 모르는 거친 곳에 들어가지 말라'는 당부를 하는 것이다. 늑대는 소녀를 해칠지도 모르는 위험한 남자를 상징한다.




이는 여자를 소유물로 생각하던 당시 '절대왕정'의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요리사인 박찬일은 "그 시대에 소녀를 잡아먹은 게 정말 늑대일 리 없다. 거기서 늑대는 영주 같은 권력자를 의미한다"라며 당시 시대상을 드러낸 금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세 봉건주의 사회에는 영주가 자신의 영지에 사는 사람들이 결혼할 때 그 신부와 첫날밤을 보내는 권리인 '초야권'을 쥐고 있었다. 영주의 허락 없는 결혼은 금지되어 있었고,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서는 혼수세를 내야 했던 시대였던 만큼, 동화 속 늑대는 절대왕정의 분위기를 의미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동화

그림동화의 몇몇 이야기들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다. '라푼젤'은 중세 프랑스 부르고뉴공국의 마리 공작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권력의 화신'으로 불리던 프랑스 루이 11세는 부르고뉴공국을 지배하기 위해서 일곱 살짜리 아들을 20세인 마리 공작과 결혼시키고자 한다. 이에 마리 공작이 결혼을 거부하자 탑에 갇히게 되고, 오스트리아 왕 막시밀리안 1세에게 자신의 머리카락과 편지를 보내며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림 형제는 이 사건을 '라푼젤'로 각색한다.


이외에도 '피리 부는 사나이'는 13세기 독일 하멜른에서 130명의 아이가 사라진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백설공주'는 16세기 독일에서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독살당했던 시골 처녀 마르가레테와 펠리페 2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讀)한 서재'

독일 청년 다니엘 린데만이 '그림동화'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오기사의 '인생의 지도'를 꼽았다. 이 책은 우연들이 난무하는 인생의 길 위에서 누구나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수많은 선택과 희로애락의 여정을 지도로 담은 책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읽어봤을 이야기들이지만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림동화'의 숨겨진 뒷이야기는 '서가식당'에서 자세히 공개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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