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세계화의 ‘거대한 후퇴’
입력 2017.07.14 (17:05)
수정 2017.07.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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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이이익!" 미사일이 공간을 압축하며 추진 가속도를 붙여나가다 정확히 후미를 때리자 무려 세 시간에 걸쳐 소련 상공을 비행하던 거대한 항공기는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연거푸 터지는 폭발음과 함께 두 줄기 검은 연기를 내뿜는 비행기가 나선을 그리며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순간 오시포비치는 아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새된 목소리를 무전기 마이크에 뱉어냈다. "적기 격추! 임무 완료!"~】(52쪽) 『예언』에 나오는 1983년 KAL007기 피격 순간이다.
김진명의 소설 『예언』은 미.소의 파워 게임이 한창이던 1980년 대 뉴욕과 베를린, 비엔나, 모스크바, 평양 등을 무대로 1983년에 발생한 KAL007기 피격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면서, 남북 통일까지 예언하는 광대한 스케일로 전개된다.

KAL007기 피격사건으로 시작한 소설은 이 사건으로 미국으로 입양간 여동생 '지현'을 잃은 오빠 '지민'이 여동생의 양부모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이어진다. 지민은 여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KAL기를 격추한 소련 전투기 조종사 오시포비치를 암살하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해 러시아 외교관의 딸 소피아에게 러시아 말을 배우며 러시아행을 계획하지만 갑작스럽게 미 연방수사국에 체포돼 댄버리 교도소에 구금된다. 이후 지민은 수감 생활 중 낯선 운명 속으로 내몰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에 휩싸인다.
소설은 레이건과 나카소네, 고르바초프 등 80년 대 당시 세계를 뒤흔든 지도자들을 등장시켜 지민이가 겪는 당시의 역사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의 본질인 '남북관계'와 '통일'의 중요성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부각시킨다.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여부가 국민투표 결과 찬성으로 결정 났고, 2016년 11월에는 반이민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다. 그 사이 프랑스 니스에서는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고 터키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불발 되었다.
브렉시트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의 부활과 트럼프로 대변되는 포퓰리즘의 거센 물결이 전 세계를 흔들어 놓았다. 여기에다 소수자 혐오주의의 부활, 자유주의 가치와 이상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최근 세계는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이 힘을 얻으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이 같은 현상을 '거대한 후퇴' '퇴행'으로 명명하고, 슬라보예 지젝, 지그문트 바우만, 아르준 아파두라이, 폴 메이슨 등 세계 유명 석학 15명의 독창적이면서도 열린 저술을 통해 '거대한 후퇴' 움직임에 대응할 길을 숙고하면서, 폭넓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현재 우리가처한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한다.

석학들은 '세계화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지만, 세계시민주의 공감대가 견고하게 확립되지 못한 가운데 국제테러리즘, 금융화폐위기, 대규모 이주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개별 국가의 주권, 특히 경제 주권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자, 세계는 전에 비해 인종과 국가, 종교를 기준으로 '우리와 타자'를 나누는 이른바 '민주주의 피로 증후군'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대중은 반세계화, 반동, 퇴행이라는 극단의 길을 선택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석학들은 '포용과 관용, 자유와 평등에 바탕을 둔 새로운 연결을 꿈꾸어야한다'고 역설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유전자공학 등의 신기술이 문명의 약진을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아마존.애플 같은 ICT 기업은 전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기존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제조업은 혁신적인 산업 분야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서비스업에도 인공지능 로봇의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무인 자동차가 인간 대신 운전하고 사물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된 초연결. 초현실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언한다.
이 책은 제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겨나는지, 현재 직업 중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짚어본다. 아울러 제4차 산업혁명을 추동한 인자와 변화를 가져온 핵심기술 그리고 그 기술의 발전방향을 이해할 수 있어야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또 직업의 개념자체가 변하는 것에도 유의할 것을 조언한다. 현재의 직업은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많은 부분에서 인공지능에 기대게 될 것이고, 인공지능과 새로운 기술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유리할 것이며, 시장 상황이나 기술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창의력과 대인 영향력,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 사회적 관계기술을 배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물질적 욕망'이 팽배한 세계에서 점차 시간이나 체험, 질 같은 비물질적 영역의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오늘날 세계를 살펴본다. 저자는 이윤 추군만을 일삼던 기업 집단에 사회적 공헌이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쇼핑을 위해 관광하던 사람들이 체험에 비중을 둔 여행을 즐긴다든지, 평생 직장 개념이 붕괴하면서 안정 대신 가치를 추구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현상 등을 '물욕 없음'이라고 표현한다.
소비 영역에서 '물욕 없음' 은 '가치 소비' 형태로 나타난다. 과잉생산, 과잉 소비 사회의 폐해를 체감한 사람들은 더 인간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유기농 먹거리의 부상, 공유경제의 일상화, 골목상권 회복을 통한 공동체의 복원 같은 움직임을 저자는 소비영역에서의 '물욕 없음'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포클랜드와 중국 상하이, 일본 토쿄를 넘나들며, 백화점 업계의 거물, 유기농 매장의 점주,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편집장, 싱크탱크 학자 등을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물욕 없음' 의 배경에는 '성장이 멈춘 자본주의와 물질 과잉에 따른 사람들의 피로감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근처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산 체험을 기록한 베스트셀러『월든』을 쓴 작가이다. 소로는 자신의 일기에서 월든 호숫가의 야생화를 평생 사랑했다고 적고 있다.
『소로의 야생화 일기』는 소로가 1850년부터 1860년까지 10년을 매일같이 월든 주변의 야생화를 찾아다니며 야생화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과 시시각각 변모하는 야생화의 피고 짐을 관찰하며 느낀 사유의 단편들을 기록한 야생화 관찰 일기다.

하루하루 꽃을 관찰하며 남긴 기록이지만 그 자체로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섬세한 묘사와 깊은 사색이 녹아 있다. 소로는 매일 같은 길을 다니며 단순히 보이는 꽃을 묘사하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철둑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바위틈에 피는 캐나다매말톱꽃과 버지니아범의귀를 찾기위해 위험한 절벽도 올랐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소로가 꽃의 피고 짐, 자연의 순환을 통해 언제나 새로운 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지금껏 자연주의 철학자, 시인, 사상가로 알았던 소로에게서 식물학자로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동물의 생존권이나 복지 등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권'논의가 정치적 의제로도 부상했지만, 인간의 감정과 그 메커니즘을 둘러싼 비밀조차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현시점에서 동물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동물의 감정이 인간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동물권'의 지평을 새롭게 보여준다.

30년 넘게 친환경적인 삼림을 조성하고 관리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관찰해 온 저자는 '입양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여겨지지만, 동물에게도 입양이 종종 일어난다'고 말한다. 다만, 인간의 입양은 능동적으로, 의식적으로 이뤄지는데 반해 동물의 입양은 상황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뤄진다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통증과 고통, 공포를 느낀다'고 주장한다. 동물의 고통과 통증은 단순한 생물학적 기제가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세대를 내려오며 이어지고 진화과정에 반영된다.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무리들은 고통을 느끼며 그로부터 살아남기위한 기술을 학습한다. 저자는 '인간이 시각이 아니라 후각으로 사냥했다면 동물이 진화를 거치면서 냄새를 잃었을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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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7-14 17: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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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이이익!" 미사일이 공간을 압축하며 추진 가속도를 붙여나가다 정확히 후미를 때리자 무려 세 시간에 걸쳐 소련 상공을 비행하던 거대한 항공기는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연거푸 터지는 폭발음과 함께 두 줄기 검은 연기를 내뿜는 비행기가 나선을 그리며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순간 오시포비치는 아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새된 목소리를 무전기 마이크에 뱉어냈다. "적기 격추! 임무 완료!"~】(52쪽) 『예언』에 나오는 1983년 KAL007기 피격 순간이다.
김진명의 소설 『예언』은 미.소의 파워 게임이 한창이던 1980년 대 뉴욕과 베를린, 비엔나, 모스크바, 평양 등을 무대로 1983년에 발생한 KAL007기 피격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면서, 남북 통일까지 예언하는 광대한 스케일로 전개된다.

KAL007기 피격사건으로 시작한 소설은 이 사건으로 미국으로 입양간 여동생 '지현'을 잃은 오빠 '지민'이 여동생의 양부모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이어진다. 지민은 여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KAL기를 격추한 소련 전투기 조종사 오시포비치를 암살하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해 러시아 외교관의 딸 소피아에게 러시아 말을 배우며 러시아행을 계획하지만 갑작스럽게 미 연방수사국에 체포돼 댄버리 교도소에 구금된다. 이후 지민은 수감 생활 중 낯선 운명 속으로 내몰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에 휩싸인다.
소설은 레이건과 나카소네, 고르바초프 등 80년 대 당시 세계를 뒤흔든 지도자들을 등장시켜 지민이가 겪는 당시의 역사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의 본질인 '남북관계'와 '통일'의 중요성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부각시킨다.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여부가 국민투표 결과 찬성으로 결정 났고, 2016년 11월에는 반이민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다. 그 사이 프랑스 니스에서는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고 터키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불발 되었다.
브렉시트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의 부활과 트럼프로 대변되는 포퓰리즘의 거센 물결이 전 세계를 흔들어 놓았다. 여기에다 소수자 혐오주의의 부활, 자유주의 가치와 이상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최근 세계는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이 힘을 얻으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이 같은 현상을 '거대한 후퇴' '퇴행'으로 명명하고, 슬라보예 지젝, 지그문트 바우만, 아르준 아파두라이, 폴 메이슨 등 세계 유명 석학 15명의 독창적이면서도 열린 저술을 통해 '거대한 후퇴' 움직임에 대응할 길을 숙고하면서, 폭넓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현재 우리가처한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한다.

석학들은 '세계화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지만, 세계시민주의 공감대가 견고하게 확립되지 못한 가운데 국제테러리즘, 금융화폐위기, 대규모 이주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개별 국가의 주권, 특히 경제 주권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자, 세계는 전에 비해 인종과 국가, 종교를 기준으로 '우리와 타자'를 나누는 이른바 '민주주의 피로 증후군'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대중은 반세계화, 반동, 퇴행이라는 극단의 길을 선택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석학들은 '포용과 관용, 자유와 평등에 바탕을 둔 새로운 연결을 꿈꾸어야한다'고 역설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유전자공학 등의 신기술이 문명의 약진을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아마존.애플 같은 ICT 기업은 전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기존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제조업은 혁신적인 산업 분야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서비스업에도 인공지능 로봇의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무인 자동차가 인간 대신 운전하고 사물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된 초연결. 초현실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언한다.
이 책은 제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겨나는지, 현재 직업 중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짚어본다. 아울러 제4차 산업혁명을 추동한 인자와 변화를 가져온 핵심기술 그리고 그 기술의 발전방향을 이해할 수 있어야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또 직업의 개념자체가 변하는 것에도 유의할 것을 조언한다. 현재의 직업은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많은 부분에서 인공지능에 기대게 될 것이고, 인공지능과 새로운 기술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유리할 것이며, 시장 상황이나 기술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창의력과 대인 영향력,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 사회적 관계기술을 배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물질적 욕망'이 팽배한 세계에서 점차 시간이나 체험, 질 같은 비물질적 영역의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오늘날 세계를 살펴본다. 저자는 이윤 추군만을 일삼던 기업 집단에 사회적 공헌이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쇼핑을 위해 관광하던 사람들이 체험에 비중을 둔 여행을 즐긴다든지, 평생 직장 개념이 붕괴하면서 안정 대신 가치를 추구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현상 등을 '물욕 없음'이라고 표현한다.
소비 영역에서 '물욕 없음' 은 '가치 소비' 형태로 나타난다. 과잉생산, 과잉 소비 사회의 폐해를 체감한 사람들은 더 인간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유기농 먹거리의 부상, 공유경제의 일상화, 골목상권 회복을 통한 공동체의 복원 같은 움직임을 저자는 소비영역에서의 '물욕 없음'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포클랜드와 중국 상하이, 일본 토쿄를 넘나들며, 백화점 업계의 거물, 유기농 매장의 점주,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편집장, 싱크탱크 학자 등을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물욕 없음' 의 배경에는 '성장이 멈춘 자본주의와 물질 과잉에 따른 사람들의 피로감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근처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산 체험을 기록한 베스트셀러『월든』을 쓴 작가이다. 소로는 자신의 일기에서 월든 호숫가의 야생화를 평생 사랑했다고 적고 있다.
『소로의 야생화 일기』는 소로가 1850년부터 1860년까지 10년을 매일같이 월든 주변의 야생화를 찾아다니며 야생화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과 시시각각 변모하는 야생화의 피고 짐을 관찰하며 느낀 사유의 단편들을 기록한 야생화 관찰 일기다.

하루하루 꽃을 관찰하며 남긴 기록이지만 그 자체로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섬세한 묘사와 깊은 사색이 녹아 있다. 소로는 매일 같은 길을 다니며 단순히 보이는 꽃을 묘사하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철둑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바위틈에 피는 캐나다매말톱꽃과 버지니아범의귀를 찾기위해 위험한 절벽도 올랐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소로가 꽃의 피고 짐, 자연의 순환을 통해 언제나 새로운 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지금껏 자연주의 철학자, 시인, 사상가로 알았던 소로에게서 식물학자로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동물의 생존권이나 복지 등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권'논의가 정치적 의제로도 부상했지만, 인간의 감정과 그 메커니즘을 둘러싼 비밀조차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현시점에서 동물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동물의 감정이 인간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동물권'의 지평을 새롭게 보여준다.

30년 넘게 친환경적인 삼림을 조성하고 관리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관찰해 온 저자는 '입양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여겨지지만, 동물에게도 입양이 종종 일어난다'고 말한다. 다만, 인간의 입양은 능동적으로, 의식적으로 이뤄지는데 반해 동물의 입양은 상황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뤄진다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통증과 고통, 공포를 느낀다'고 주장한다. 동물의 고통과 통증은 단순한 생물학적 기제가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세대를 내려오며 이어지고 진화과정에 반영된다.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무리들은 고통을 느끼며 그로부터 살아남기위한 기술을 학습한다. 저자는 '인간이 시각이 아니라 후각으로 사냥했다면 동물이 진화를 거치면서 냄새를 잃었을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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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태 기자 ji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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