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왜 ‘곰돌이 푸’가 불법 콘텐츠일까?

입력 2017.07.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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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지난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등장했던 사진이다. 시진핑 주석은 곰돌이 푸로 오바마 대통령은 호랑이 친구 티거로 표현됐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시 주석을 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늙은 당나귀 '이요'로 빗대는 그림이 나타났다.

또 2015년에는 시 주석이 오픈카를 타고 사열하는 장면을 푸가 장난감 자동차를 탄 모습과 비교한 사진이 등장하는 등 '곰돌이 푸'가 시진핑 주석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됐다. 곰돌이 푸는 영국 작가 AA 밀른이 1926년 출판된 동화에서 창작한 캐릭터로 원래 이름은 '위니 더 푸'(Winnie-the-Pooh)다.


"시진핑과 비교 금지"…웨이보·위챗 등에서 '곰돌이 푸' 삭제·차단

그런데 만화 영화 캐릭터인 '곰돌이 푸'가 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사라지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각) 푸를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최근 한 주 동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모바일 메신저 위챗 등 소셜미디어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푸의 이름을 웨이보에 입력하면 "불법 콘텐츠"라는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통한 캐릭터 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희화화하는 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푸에 대한 이번 검열이 국가 지도부를 임명하는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시사평론가인 차오무 베이징외국어대 부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보면 당 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세력 규합과 정치적 행동이 금지됐는데 올해는 시 주석에 대한 언급이 추가되고 시 주석에 대해 논평을 했다가 구속된 온라인 평론가도 있다며 곰돌이 검열 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간 대형 정치행사 기간에 중국 검열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어들은 대체로 직접 관련이 된 것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캡처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캡처

[바로 가기]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

시진핑 주석, 공산당 대회 앞두고 절대권력 강화 박차

중국 정부의 온라인 검열 강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암 치료를 받다 숨진 중국인 첫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를 기리는 단어도 온라인에서 금지했다. 'RIP’(Rest in peace·평안하게 잠드소서)이라는 단어는 웨이보에서 차단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유골 단지가 15일(현지시각) 중국 랴오닝 성 다롄 앞바다 물속으로 내려지는 모습을 아내 류샤(오른쪽)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AP)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유골 단지가 15일(현지시각) 중국 랴오닝 성 다롄 앞바다 물속으로 내려지는 모습을 아내 류샤(오른쪽)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AP)

이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올가을 지도부를 선출하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온라인 검열 강화, 경쟁자 제거 등 권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각) 시 주석이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되던 쑨정차이 중국 충칭 서기를 해임하고 후임에는 자신의 핵심 측근인 천민얼 구이저우성 서기를 기용한 게 가장 눈에 띄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쑨 전 서기는 후춘화 광둥성 서기와 함께 시 주석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5년마다 열리는 올가을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중국 정부는 쑨 전 서기를 교체하면서 당내에서 새로운 자리를 부여할 것임을 시사하는 ‘별도임용’ 표기를 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 조처가 시 주석이 자신의 권력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쑨 전 서기가 복권하지 못할 경우 시 주석은 올가을 당 대회에서 자신의 측근·동맹자들로 최고 지도부를 꾸릴 기회를 얻게 된다고 WSJ은 진단했다.

일부 정계 인사들은 시 주석이 그의 권한을 강화하고 2022년 두 번째 임기가 만료될 때 연임 기회를 높이기 위해 잠재적인 차기 지도자로 평가받은 인사의 승진을 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쑨 전 서기에 대한 해임과 당국 조사설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은 아울러 시 주석의 1인 체제 권력을 권위주의적으로 강화하면서 시 주석이 주창한 이론을 '시진핑 사상'으로 승격시켜 당장(黨章·당헌)과 헌법에 삽입시키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펴내는 월간 이론지인 '당건연구(黨建硏究)' 최신호는 한 글에서 "18차 당 대회 이래의 혁신이론을 '시진핑 사상'으로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간행물에서 처음으로 '시진핑 사상'을 공식 언급한 것으로 19차 당 대회에서 당장 삽입을 공식화하기 위한 선전전으로 여겨진다. 이는 시진핑 주석을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반열의 권위를 갖춘 최고 지도자로 옹립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중국 내부의 움직임으로 볼 때 올가을 19차 공산당 대회 이후의 시진핑 주석의 위상은 현재 집단 지도 체제에서 훨씬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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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에서는 왜 ‘곰돌이 푸’가 불법 콘텐츠일까?
    • 입력 2017-07-17 15:58:28
    취재K
위 사진은 지난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등장했던 사진이다. 시진핑 주석은 곰돌이 푸로 오바마 대통령은 호랑이 친구 티거로 표현됐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시 주석을 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늙은 당나귀 '이요'로 빗대는 그림이 나타났다.

또 2015년에는 시 주석이 오픈카를 타고 사열하는 장면을 푸가 장난감 자동차를 탄 모습과 비교한 사진이 등장하는 등 '곰돌이 푸'가 시진핑 주석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됐다. 곰돌이 푸는 영국 작가 AA 밀른이 1926년 출판된 동화에서 창작한 캐릭터로 원래 이름은 '위니 더 푸'(Winnie-the-Pooh)다.


"시진핑과 비교 금지"…웨이보·위챗 등에서 '곰돌이 푸' 삭제·차단

그런데 만화 영화 캐릭터인 '곰돌이 푸'가 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사라지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각) 푸를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최근 한 주 동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모바일 메신저 위챗 등 소셜미디어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푸의 이름을 웨이보에 입력하면 "불법 콘텐츠"라는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통한 캐릭터 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희화화하는 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푸에 대한 이번 검열이 국가 지도부를 임명하는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시사평론가인 차오무 베이징외국어대 부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보면 당 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세력 규합과 정치적 행동이 금지됐는데 올해는 시 주석에 대한 언급이 추가되고 시 주석에 대해 논평을 했다가 구속된 온라인 평론가도 있다며 곰돌이 검열 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간 대형 정치행사 기간에 중국 검열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어들은 대체로 직접 관련이 된 것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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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공산당 대회 앞두고 절대권력 강화 박차

중국 정부의 온라인 검열 강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암 치료를 받다 숨진 중국인 첫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를 기리는 단어도 온라인에서 금지했다. 'RIP’(Rest in peace·평안하게 잠드소서)이라는 단어는 웨이보에서 차단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유골 단지가 15일(현지시각) 중국 랴오닝 성 다롄 앞바다 물속으로 내려지는 모습을 아내 류샤(오른쪽)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AP)
이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올가을 지도부를 선출하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온라인 검열 강화, 경쟁자 제거 등 권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각) 시 주석이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되던 쑨정차이 중국 충칭 서기를 해임하고 후임에는 자신의 핵심 측근인 천민얼 구이저우성 서기를 기용한 게 가장 눈에 띄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쑨 전 서기는 후춘화 광둥성 서기와 함께 시 주석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5년마다 열리는 올가을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중국 정부는 쑨 전 서기를 교체하면서 당내에서 새로운 자리를 부여할 것임을 시사하는 ‘별도임용’ 표기를 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 조처가 시 주석이 자신의 권력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쑨 전 서기가 복권하지 못할 경우 시 주석은 올가을 당 대회에서 자신의 측근·동맹자들로 최고 지도부를 꾸릴 기회를 얻게 된다고 WSJ은 진단했다.

일부 정계 인사들은 시 주석이 그의 권한을 강화하고 2022년 두 번째 임기가 만료될 때 연임 기회를 높이기 위해 잠재적인 차기 지도자로 평가받은 인사의 승진을 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쑨 전 서기에 대한 해임과 당국 조사설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은 아울러 시 주석의 1인 체제 권력을 권위주의적으로 강화하면서 시 주석이 주창한 이론을 '시진핑 사상'으로 승격시켜 당장(黨章·당헌)과 헌법에 삽입시키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펴내는 월간 이론지인 '당건연구(黨建硏究)' 최신호는 한 글에서 "18차 당 대회 이래의 혁신이론을 '시진핑 사상'으로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간행물에서 처음으로 '시진핑 사상'을 공식 언급한 것으로 19차 당 대회에서 당장 삽입을 공식화하기 위한 선전전으로 여겨진다. 이는 시진핑 주석을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반열의 권위를 갖춘 최고 지도자로 옹립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중국 내부의 움직임으로 볼 때 올가을 19차 공산당 대회 이후의 시진핑 주석의 위상은 현재 집단 지도 체제에서 훨씬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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