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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태국을 흔든 ‘승려 스캔들’…‘제트족 승려’의 귀환(?)
입력 2017.07.24 (08:42) 수정 2017.07.24 (10:13) 특파원 리포트
“가장 기다려온 파계승 돌아오다”

요즘 태국 언론에서는 한 불량(?) 스님의 본국 송환과 향후 처리 전망이 연일 기사거리이다. 승려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깊은 존경심을 표시하고 승려에 대한 사회적 대우를 당연시하는 불교 국가 태국이지만 이 38세의 전직 고위 승려에 대해서는 태국 국민들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넨캄(Nen Kham)이라는 법명으로 더 잘 알려진 위라폰 쑥폰(Wirapol Sukphol, 38)의 행적을 살펴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간다. 그는 태국 북동부 시사켓 주(州)의 한 사원 수도원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에게 사람들의 과거를 알아내는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신도들을 미혹하면서 거액의 재산을 모았고,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사원과 불상 등의 건립 명목으로 막대한 기부금까지 받아 챙겼다. 하지만 그의 부적절한 행적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가 개인 전용 제트기에 명품 선글래스와 가방을 들고 타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이다.

고가 선글래스를 낀 채 명품 가방을 들고 개인 전용 제트기로 해외 여행을 다닌 넨캄의 동영상 화면 캡처. 이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태국에서는 넨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고가 선글래스를 낀 채 명품 가방을 들고 개인 전용 제트기로 해외 여행을 다닌 넨캄의 동영상 화면 캡처. 이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태국에서는 넨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그는 또 벤츠 22대 등 자동차 70여 대를 구입해 자신이 타거나 고위인사에게 선물하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했고, 자신의 호화 생활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서 '제트족 승려', ‘명품 승려’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그의 재산이 10억 바트(한화 약 33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넨캄은 당시 10여 년 전 자신이 돌보던 14세 여자 아이와 성관계를 갖고 아들을 낳게 하는 등 문란한 사생활이 폭로되고, 사기 행각도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자 2013년 미국으로 도피했다. 태국 불교계는 넨캄을 영구 제명했지만 미국으로 도피한 넨캄은 캘리포니아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불교 교단을 만들고 사원을 5개나 차려 사기 행각을 계속했다.

미국 도피 중 고급 승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넨캄. 페이스북 사진.미국 도피 중 고급 승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넨캄. 페이스북 사진.

태국 특별수사국(Department of Special Investigation)은 넨캄을 사기와 돈세탁, 컴퓨터범죄법 위반, 어린이 유괴와 15세 이하 여성과의 성관계 등의 혐의로 수배하고 미국에 넨캄의 송환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체포된 넨캄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지난 7월 19일 도피 4년 만에 태국으로 송환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 19일 밤 방콕 공항에 도착한 넨캄의 모습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이 있는데 바로 넨캄이 승복(僧服)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넨캄은 이미 2013년 태국 불교계로부터 승적을 박탈당했고 더 이상 승려의 신분이 아니다. 승려든 아니든 승복을 입는 건 자유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불교 국가 태국에서 승려가 아닌 사람이 승복을 입으면 위법이며 처벌을 받는다. 태국 불교를 모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왼쪽은 넨캄이 공항도착 직후 경찰로 압송되는 모습. 오른쪽은 다음날 경찰에 조사받기 위해 출두하는 모습왼쪽은 넨캄이 공항도착 직후 경찰로 압송되는 모습. 오른쪽은 다음날 경찰에 조사받기 위해 출두하는 모습

넨캄은 현재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을 태국 불교계에서 제명시킨 것은 잘못된 결정이며 따라서 자신은 여전히 승려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항 도착 이튿날 구치소에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사진에서는 그는 승복이 아닌 흰색 옷을 입고 있다. 경찰이 강제로 승복을 벗게 한 것이다.

전국민의 95%가 불교신도인 태국에서는 승려에게 후한 대접을 한다. 많은 태국 국민들은 이른 아침 사원 주변에 직접 가거나 아니면 마을을 찾는 탁발 승려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나눈다. 음식 뿐 아니라 돈도 시주한다. 승려들은 심지어 태국 국왕에게도 절을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승려가 아니지만 종종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은 채 가짜 승려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과 돈을 쉽게 받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 경찰들이 이들을 단속하는데 일단 가짜 승려로 판명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승복을 벗기는 일이다. 태국에서 승복은 단순히 승려가 입는 옷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태국 승려들은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대우를 받지만 일단 승려가 되면 여성과의 신체적 접촉 조차 금기시 할 정도로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 특히 맨발의 탁발이 상징하듯 낮고 겸손한 자세를 평생 가질 것을 요구받는다. 이것이 불교 국가 태국 국민들이 ‘제트기 승려’, ‘명품 승려’에 분노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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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태국을 흔든 ‘승려 스캔들’…‘제트족 승려’의 귀환(?)
    • 입력 2017-07-24 08:42:11
    • 수정2017-07-24 10:13:46
    특파원 리포트
“가장 기다려온 파계승 돌아오다”

요즘 태국 언론에서는 한 불량(?) 스님의 본국 송환과 향후 처리 전망이 연일 기사거리이다. 승려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깊은 존경심을 표시하고 승려에 대한 사회적 대우를 당연시하는 불교 국가 태국이지만 이 38세의 전직 고위 승려에 대해서는 태국 국민들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넨캄(Nen Kham)이라는 법명으로 더 잘 알려진 위라폰 쑥폰(Wirapol Sukphol, 38)의 행적을 살펴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간다. 그는 태국 북동부 시사켓 주(州)의 한 사원 수도원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에게 사람들의 과거를 알아내는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신도들을 미혹하면서 거액의 재산을 모았고,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사원과 불상 등의 건립 명목으로 막대한 기부금까지 받아 챙겼다. 하지만 그의 부적절한 행적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가 개인 전용 제트기에 명품 선글래스와 가방을 들고 타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이다.

고가 선글래스를 낀 채 명품 가방을 들고 개인 전용 제트기로 해외 여행을 다닌 넨캄의 동영상 화면 캡처. 이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태국에서는 넨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고가 선글래스를 낀 채 명품 가방을 들고 개인 전용 제트기로 해외 여행을 다닌 넨캄의 동영상 화면 캡처. 이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태국에서는 넨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그는 또 벤츠 22대 등 자동차 70여 대를 구입해 자신이 타거나 고위인사에게 선물하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했고, 자신의 호화 생활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서 '제트족 승려', ‘명품 승려’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그의 재산이 10억 바트(한화 약 33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넨캄은 당시 10여 년 전 자신이 돌보던 14세 여자 아이와 성관계를 갖고 아들을 낳게 하는 등 문란한 사생활이 폭로되고, 사기 행각도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자 2013년 미국으로 도피했다. 태국 불교계는 넨캄을 영구 제명했지만 미국으로 도피한 넨캄은 캘리포니아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불교 교단을 만들고 사원을 5개나 차려 사기 행각을 계속했다.

미국 도피 중 고급 승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넨캄. 페이스북 사진.미국 도피 중 고급 승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넨캄. 페이스북 사진.

태국 특별수사국(Department of Special Investigation)은 넨캄을 사기와 돈세탁, 컴퓨터범죄법 위반, 어린이 유괴와 15세 이하 여성과의 성관계 등의 혐의로 수배하고 미국에 넨캄의 송환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체포된 넨캄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지난 7월 19일 도피 4년 만에 태국으로 송환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 19일 밤 방콕 공항에 도착한 넨캄의 모습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이 있는데 바로 넨캄이 승복(僧服)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넨캄은 이미 2013년 태국 불교계로부터 승적을 박탈당했고 더 이상 승려의 신분이 아니다. 승려든 아니든 승복을 입는 건 자유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불교 국가 태국에서 승려가 아닌 사람이 승복을 입으면 위법이며 처벌을 받는다. 태국 불교를 모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왼쪽은 넨캄이 공항도착 직후 경찰로 압송되는 모습. 오른쪽은 다음날 경찰에 조사받기 위해 출두하는 모습왼쪽은 넨캄이 공항도착 직후 경찰로 압송되는 모습. 오른쪽은 다음날 경찰에 조사받기 위해 출두하는 모습

넨캄은 현재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을 태국 불교계에서 제명시킨 것은 잘못된 결정이며 따라서 자신은 여전히 승려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항 도착 이튿날 구치소에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사진에서는 그는 승복이 아닌 흰색 옷을 입고 있다. 경찰이 강제로 승복을 벗게 한 것이다.

전국민의 95%가 불교신도인 태국에서는 승려에게 후한 대접을 한다. 많은 태국 국민들은 이른 아침 사원 주변에 직접 가거나 아니면 마을을 찾는 탁발 승려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나눈다. 음식 뿐 아니라 돈도 시주한다. 승려들은 심지어 태국 국왕에게도 절을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승려가 아니지만 종종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은 채 가짜 승려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과 돈을 쉽게 받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 경찰들이 이들을 단속하는데 일단 가짜 승려로 판명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승복을 벗기는 일이다. 태국에서 승복은 단순히 승려가 입는 옷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태국 승려들은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대우를 받지만 일단 승려가 되면 여성과의 신체적 접촉 조차 금기시 할 정도로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 특히 맨발의 탁발이 상징하듯 낮고 겸손한 자세를 평생 가질 것을 요구받는다. 이것이 불교 국가 태국 국민들이 ‘제트기 승려’, ‘명품 승려’에 분노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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