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인도, 목숨 건 모래 채취

입력 2017.07.27 (20:35) 수정 2017.07.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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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모래가 고갈 위기 자원이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건설 자재용 모래를 확보하기 위해 강바닥에 있는 모래를 퍼내고 있는데요.

인도에서는 이 모래를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하다 살인 사건이 난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뉴델리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질문>
김종수 특파원, 준설선으로 모래를 퍼올리는 게 아니라, 맨몸으로 직접 물속으로 잠수 해서 모래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많다고요?

<답변>
네. 최근 인도에서 건설 붐이 일면서 모래 수요가 많아지자, 개울이나 강 등지에서 불법으로 모래를 채취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뭄바이에서 북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바사이 크리크 지역입니다.

강물에 몸을 담근 채 양동이를 받아든 남성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이 남성과 함께 물밖으로 올라온 양동이에는 모래가 가득 차 있습니다.

이들은 교대로 6시간씩, 물속을 최대 2백 번까지 내려갑니다.

<녹취> 락쉬만 보레(모래 채취자) : "이 일을 시작하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귀와 코에서 피도 나왔어요. 가슴 통증도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산소통이나 안전 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물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야말로 목숨을 건 위험한 작업입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숨지는 사람들도 상당수인데, 얼마나 많은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모래를 채취해 돈을 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답변>
네.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만드는 모든 공정에는 모래가 꼭 필요한데요,

건설용으로 쓰이는 모래는 거의 다 고갈된 상탭니다.

그런데 강물 속 모래도 사용할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면서 모래가 곧 돈이 된 겁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에서만 매일 7만 5천 명이 돈을 벌기 위해 강물 속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생계가 막막한 가난한 지역 출신들입니다.

1인당 매일 3백 양동이씩 모래를 퍼 올려 배 한 척을 가득 채우면 1000루피, 우리 돈 만 7천 원을 벌 수 있는데요.

이는 인도의 평균 일당인 270루피보다 4배 가량 많습니다.

<질문>
모래를 차지하기 위해 범죄 조직이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도 있다고요?

<답변>
네. 인도에선 모래가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다 보니, 모래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모래를 훔쳐서 파는 범죄 조직, 이른바 '샌드 마피아'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샌드 마피아들은 강이나 해안 등지에서 닥치는 대로 모래를 쓸어 담고 있습니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불법 모래 채취로 벌어 들이는 수익이 연간 1억 5천만 달러, 우리 돈 천6백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모래 확보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 남성의 아버지도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녹취> 아키쉬 츄한(피해자의 아들) : "그들(샌드 마피아)이 아버지에게 (모래를 채취하면)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어요. 일주일 후에 아버지가 살해당하셨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의 불법 모래 채취로 농지와 습지가 파괴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막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으면서, 샌드 마피아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질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인도 정부의 입장은 뭔가요?

<답변>
네. 지난해 인도 정부가 샌드 마피아의 모래 불법채굴을 막기 위해 '합법화'라는 회유책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샌드 마피아들 입장에선, 정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불법으로 모래를 가져다 파는 게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디그비자이 싱(인도인민당 의원) : "모래 채굴은 불법입니다. 이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정부가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모래 채취 외엔 생계를 꾸려갈 형편이 안 되는 빈민들에겐 당국이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젭니다.

지금까지 뉴델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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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인도, 목숨 건 모래 채취
    • 입력 2017-07-27 20:37:32
    • 수정2017-07-27 20:53:30
    글로벌24
<앵커 멘트>

모래가 고갈 위기 자원이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건설 자재용 모래를 확보하기 위해 강바닥에 있는 모래를 퍼내고 있는데요.

인도에서는 이 모래를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하다 살인 사건이 난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뉴델리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질문>
김종수 특파원, 준설선으로 모래를 퍼올리는 게 아니라, 맨몸으로 직접 물속으로 잠수 해서 모래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많다고요?

<답변>
네. 최근 인도에서 건설 붐이 일면서 모래 수요가 많아지자, 개울이나 강 등지에서 불법으로 모래를 채취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뭄바이에서 북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바사이 크리크 지역입니다.

강물에 몸을 담근 채 양동이를 받아든 남성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이 남성과 함께 물밖으로 올라온 양동이에는 모래가 가득 차 있습니다.

이들은 교대로 6시간씩, 물속을 최대 2백 번까지 내려갑니다.

<녹취> 락쉬만 보레(모래 채취자) : "이 일을 시작하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귀와 코에서 피도 나왔어요. 가슴 통증도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산소통이나 안전 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물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야말로 목숨을 건 위험한 작업입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숨지는 사람들도 상당수인데, 얼마나 많은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모래를 채취해 돈을 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답변>
네.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만드는 모든 공정에는 모래가 꼭 필요한데요,

건설용으로 쓰이는 모래는 거의 다 고갈된 상탭니다.

그런데 강물 속 모래도 사용할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면서 모래가 곧 돈이 된 겁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에서만 매일 7만 5천 명이 돈을 벌기 위해 강물 속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생계가 막막한 가난한 지역 출신들입니다.

1인당 매일 3백 양동이씩 모래를 퍼 올려 배 한 척을 가득 채우면 1000루피, 우리 돈 만 7천 원을 벌 수 있는데요.

이는 인도의 평균 일당인 270루피보다 4배 가량 많습니다.

<질문>
모래를 차지하기 위해 범죄 조직이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도 있다고요?

<답변>
네. 인도에선 모래가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다 보니, 모래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모래를 훔쳐서 파는 범죄 조직, 이른바 '샌드 마피아'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샌드 마피아들은 강이나 해안 등지에서 닥치는 대로 모래를 쓸어 담고 있습니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불법 모래 채취로 벌어 들이는 수익이 연간 1억 5천만 달러, 우리 돈 천6백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모래 확보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 남성의 아버지도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녹취> 아키쉬 츄한(피해자의 아들) : "그들(샌드 마피아)이 아버지에게 (모래를 채취하면)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어요. 일주일 후에 아버지가 살해당하셨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의 불법 모래 채취로 농지와 습지가 파괴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막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으면서, 샌드 마피아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질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인도 정부의 입장은 뭔가요?

<답변>
네. 지난해 인도 정부가 샌드 마피아의 모래 불법채굴을 막기 위해 '합법화'라는 회유책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샌드 마피아들 입장에선, 정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불법으로 모래를 가져다 파는 게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디그비자이 싱(인도인민당 의원) : "모래 채굴은 불법입니다. 이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정부가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모래 채취 외엔 생계를 꾸려갈 형편이 안 되는 빈민들에겐 당국이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젭니다.

지금까지 뉴델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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