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입력 2017.08.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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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500만 시대, 2017년 대한민국에서 결혼이란 어떤 의미일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결혼의식에 대한 통계를 보면 미혼남녀 두 명 중 한 명은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면서 우리 사회의 비혼(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인구가 늘고 있다.


결혼이 선택이 된 사회, 서른다섯 살 주인공 수짱을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담은 마스다 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KBS 1TV '서가식당'(5일, 토요일 밤 11시 20분)에서 다룬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이 책은 일본을 넘어 국내에서도 2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 셀러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즐거움. 어른이 되어서야 겨우 손에 넣었어. 그래서 더는 잃고 싶지 않아. 어?!! (발바닥 뒤꿈치 보며), 내 뒤꿈치 왜 이렇게 버석버석해.
(절망, 심각) 이런!!! 내 삶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밝아지며) 걱정해서 뭐해... 목욕이나 하자. -수짱의 독백-


주인공 수짱(35)은 카페 점장으로 조그만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결혼에 대해 고민하긴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진 않다. 새롭게 선보일 메뉴를 고안하면서 행복해하고, 노후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미루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요가를 배운다.


수짱은 인생의 고민을 하루의 즐거움으로 털어버린다. 그렇지만 가끔은 혼자인 데서 오는 허무함과 고독감을 느끼는 수짱의 진솔한 고민은 젊은 층의 공감을 사고 있다.




수짱에겐 좋아하는 일과 취미 생활이 있다 보니 연애와 결혼은 '귀찮은 일'이 되어 버린다. 비단 수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에 자신이 누리던 것들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하는 순간 좋아하는 취미 생활도, 취향도 온전하게 누릴 수 없게 된다. 결혼이 주는 '불편함'은 결혼을 택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갑자기 결혼에 의문을 던지게 됐을까.

정신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행동경제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보면 결혼이 나의 삶을 보호해주고 안정감을 주는 이득보다 그것을 유지하는 비용이 더 크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며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결혼이라는 것이 나의 족쇄가 된다고 생각하면 결혼에 대해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한다.


배우 권해효는 '피로사회'인 데서 이유를 찾는다. "직장인 미혼남녀 10명 중 8명은 과로로 인한 번 아웃 증후군(몸과 마음의 탈진 상태)을 경험하며 연애에 어려움을 토로한다."라며 "이성을 만나려고 꾸미고 나가기엔 너무 피곤하다 보니 그냥 밀린 드라마나 보고, 잠이나 푹 자는 것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혼을 택하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명절 때면 며느리보다 더 괴로운 게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비혼자들이다. '너 더 늦으면 애 못 낳는다', '멀쩡하게 생겨서 왜 그러냐?', '네가 결혼 안 하니까 우리나라가 저출산이다.' 등의 말들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성적 취향을 묻는 사람도 있다.

이에 하 교수는 "일정 나이가 되면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사는 것이 '정답'이고 나머지는 '오답'이라는 생각을 버릴 때가 됐다."라고 말하며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답이 있으며 그 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각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결혼에 대한 남녀 시각차

결혼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은 결혼을 고민하는 이유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결혼을 고민하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분석 결과를 보면 월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남성은 89.5%,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인 남성은 67.7%가 결혼했지만, 1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결혼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여성들은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라는 이유가 32%로 가장 많았다. 결혼보다 자신에 일에 더 충실해지고 싶다는 이유도 9.2%를 차지했다. 여성들이 결혼을 고민하는 건 주로 '결혼할 만한 이유가 없어서'인 셈이다.

여성에게 결혼은 '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혼 여성의 행복도가 가장 낮기 때문이다. 2015년 행복지수를 보면 미혼남성, 미혼여성, 기혼남성, 기혼여성 순으로 행복지수가 높다. 많은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내조, 양육에 시달리며 '나'가 사라지는 경험을 겪기 때문이다.


혼자서 살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는 것을 택하고 있다. 방송인 사유리는 "최근 일본에선 '결혼보다 아이'라고 말하는 여성들이 늘기 시작했다."라며 "가족이 있어야 한다면 남편보다는 아이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현상에 대해 하 교수는 "남편은 딸린 식구들과 함께 오기 때문에 피곤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이는 내 피가 섞인 나와 닮은 생명체인 데다 인간에겐 기본적인 모성애가 있어서 내가 가진 것을 물려주고 싶은 욕망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讀)한 서재'

정신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와 함께 읽어볼 만한 책으로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를 꼽으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마스다 미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유리는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시대(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를 추천했다. "'졸혼시대'는 이미 결혼했지만, 비혼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결혼 탈출서"라며 "책을 읽다 보면 행복하게 졸혼하는 법을 알 수 있다."라며 함께 읽어볼 것을 권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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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입력 2017-08-04 08:00:07
    방송·연예
1인 가구 500만 시대, 2017년 대한민국에서 결혼이란 어떤 의미일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결혼의식에 대한 통계를 보면 미혼남녀 두 명 중 한 명은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면서 우리 사회의 비혼(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인구가 늘고 있다.


결혼이 선택이 된 사회, 서른다섯 살 주인공 수짱을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담은 마스다 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KBS 1TV '서가식당'(5일, 토요일 밤 11시 20분)에서 다룬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이 책은 일본을 넘어 국내에서도 2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 셀러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즐거움. 어른이 되어서야 겨우 손에 넣었어. 그래서 더는 잃고 싶지 않아. 어?!! (발바닥 뒤꿈치 보며), 내 뒤꿈치 왜 이렇게 버석버석해.
(절망, 심각) 이런!!! 내 삶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밝아지며) 걱정해서 뭐해... 목욕이나 하자. -수짱의 독백-


주인공 수짱(35)은 카페 점장으로 조그만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결혼에 대해 고민하긴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진 않다. 새롭게 선보일 메뉴를 고안하면서 행복해하고, 노후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미루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요가를 배운다.


수짱은 인생의 고민을 하루의 즐거움으로 털어버린다. 그렇지만 가끔은 혼자인 데서 오는 허무함과 고독감을 느끼는 수짱의 진솔한 고민은 젊은 층의 공감을 사고 있다.




수짱에겐 좋아하는 일과 취미 생활이 있다 보니 연애와 결혼은 '귀찮은 일'이 되어 버린다. 비단 수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에 자신이 누리던 것들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하는 순간 좋아하는 취미 생활도, 취향도 온전하게 누릴 수 없게 된다. 결혼이 주는 '불편함'은 결혼을 택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갑자기 결혼에 의문을 던지게 됐을까.

정신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행동경제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보면 결혼이 나의 삶을 보호해주고 안정감을 주는 이득보다 그것을 유지하는 비용이 더 크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며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결혼이라는 것이 나의 족쇄가 된다고 생각하면 결혼에 대해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한다.


배우 권해효는 '피로사회'인 데서 이유를 찾는다. "직장인 미혼남녀 10명 중 8명은 과로로 인한 번 아웃 증후군(몸과 마음의 탈진 상태)을 경험하며 연애에 어려움을 토로한다."라며 "이성을 만나려고 꾸미고 나가기엔 너무 피곤하다 보니 그냥 밀린 드라마나 보고, 잠이나 푹 자는 것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혼을 택하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명절 때면 며느리보다 더 괴로운 게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비혼자들이다. '너 더 늦으면 애 못 낳는다', '멀쩡하게 생겨서 왜 그러냐?', '네가 결혼 안 하니까 우리나라가 저출산이다.' 등의 말들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성적 취향을 묻는 사람도 있다.

이에 하 교수는 "일정 나이가 되면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사는 것이 '정답'이고 나머지는 '오답'이라는 생각을 버릴 때가 됐다."라고 말하며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답이 있으며 그 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각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결혼에 대한 남녀 시각차

결혼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은 결혼을 고민하는 이유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결혼을 고민하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분석 결과를 보면 월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남성은 89.5%,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인 남성은 67.7%가 결혼했지만, 1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결혼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여성들은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라는 이유가 32%로 가장 많았다. 결혼보다 자신에 일에 더 충실해지고 싶다는 이유도 9.2%를 차지했다. 여성들이 결혼을 고민하는 건 주로 '결혼할 만한 이유가 없어서'인 셈이다.

여성에게 결혼은 '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혼 여성의 행복도가 가장 낮기 때문이다. 2015년 행복지수를 보면 미혼남성, 미혼여성, 기혼남성, 기혼여성 순으로 행복지수가 높다. 많은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내조, 양육에 시달리며 '나'가 사라지는 경험을 겪기 때문이다.


혼자서 살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는 것을 택하고 있다. 방송인 사유리는 "최근 일본에선 '결혼보다 아이'라고 말하는 여성들이 늘기 시작했다."라며 "가족이 있어야 한다면 남편보다는 아이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현상에 대해 하 교수는 "남편은 딸린 식구들과 함께 오기 때문에 피곤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이는 내 피가 섞인 나와 닮은 생명체인 데다 인간에겐 기본적인 모성애가 있어서 내가 가진 것을 물려주고 싶은 욕망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讀)한 서재'

정신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와 함께 읽어볼 만한 책으로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를 꼽으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마스다 미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유리는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시대(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를 추천했다. "'졸혼시대'는 이미 결혼했지만, 비혼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결혼 탈출서"라며 "책을 읽다 보면 행복하게 졸혼하는 법을 알 수 있다."라며 함께 읽어볼 것을 권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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