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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고싶다” 탈북민 ‘보호’의 명과 암
입력 2017.08.09 (10:58) 수정 2017.08.09 (10:58) 취재K
탈북민 박철수 씨(가명)가 경찰서 앞에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제 “더는 감시받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탈북민 박철수 씨(가명)가 경찰서 앞에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제 “더는 감시받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

탈북민 박철수 씨(가명).

10대였던 1990년대 중반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살다 11년 전 대한민국으로 들어왔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 지금은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이제 자리도 잡고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지만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경찰의 전화 때문이다.

"어떤 때는 모르는 전화 안 받거든요. 안 받으면 출근하고 귀가하면 집에 쪽지 붙여놓고, 뭐라 붙여놓았느냐면 '경찰서에서 왔다 갑니다. 부재중이므로 쪽지 보는 즉시 연락 바랍니다." 집 문짝에다가.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이 그거 보고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이 집에는 범죄자가 사나?"

그도 처음부터 반발했던 것은 아니다.

"경찰이 전화하면 받고 부르면 가고 집에 오면 커피 타주고... (신변보호 기간으로 정해진) 5년 동안은 그랬어요. 저도 법은 따라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5년 지나자마자 전화 또 오는 거에요. 그때부터는 화를 냈죠. 법에 5년 동안 하도록 돼 있고 교육도 그렇게 받았는데 내가 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동네에 큰 사건이 나면 탈북민을 가장 먼저 찾는다고도 말한다.

"동네에서 불쾌한 일이 발생하잖아요. 탈북민들이 조사대상 1순위에요. 2012년도로 기억하고 있는데 해외출장을 다녀오니 집 문에 또 쪽지가 붙어 있는 거에요. 주변에서 불쾌한 일이 발생해서 그러니 부재중임으로 연락을 달라. 또 붙였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주변에서 살인사건 났다고 경찰들이 수소문하러 다닌다고 들으니까 진짜 막 화가 나는 거에요."

때로 취업에 방해되기도 한다.

"업체 사장이 그러더라고요. 북에서 온 사람들 일을 잘해서 회사에서 쓰고 싶은데 경찰에서 전화가 온다는 거에요. 이런 사람 일하고 있는지 고용주 입장에서는 찝찝한 거에요. 일을 잘해도 나가라고 한다는 거죠. 이게 오히려 저희를 정착 못 하게 만든다는 거죠."


경찰, 국정원, 통일부에 항의도 했다.

"(경찰이) 당신들은 사상이 다르지 않느냐. 그래서 당신들은 그럴 자유가 있어서 남쪽에서 출생했냐고. 국정원에 항의했더니 경찰이 과하게 연락하고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전화해줄 테니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다 했는데 개선된 게 전혀 없습니다."

경찰 '신변보호 탈북민' 2만 8천여 명…법적 대상의 약 4배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실과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기준으로 '신변보호' 대상인 탈북민은 28,218명이다.

전국에서 이를 담당하는 경찰은 모두 841명.

경찰 1명이 평균 33.5명의 탈북민을 맡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5조 3항은 "보호대상자를 정착지원시설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1년 이내로 하고, 거주지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5년으로 한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제6조에 따른 북한이탈주민 대책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그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보호대상인 탈북민 교육기관인 하나원 5년 이내 졸업자는 모두 7,816명.

북한이탈주민 대책협의회 심의를 거쳐 163명이 보호기간 단축 조치를 받아, 법적 관리대상은 7,653명이다.

보호기간 연장 사례는 관련 제도 시행 이후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수치에 따르면 2만여 명의 탈북민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감시'인가 '보호'인가…"사실상 사찰" VS "관리 불가피"

보호 활동이라고 해서 경찰이 24시간 신변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주로 정기적으로 전화해 연락을 받는지 확인한다.

전화가 안 되면 집이나 직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보호라기보다는 탈북민이 경찰이 알고 있는 장소에서 살고 있는지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냥 가끔 연락이 오는가보다 하고 여기는 탈북민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탈북민들 가운데는 이를 사찰·감시로 여기거나 또 본의 아니게 자신의 신분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피해를 보고, 심지어 직장을 잃었다는 사례도 존재한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탈북민은 넘어오는 순간부터 국정원으로 감시받고 있고, 하나원을 졸업한 뒤에도 경찰에 의해서 뒷조사 당하고 있다고 하면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착 지원은 필요하지만,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감시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재입북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탈북자 출신 정치학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민 가운데 중국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북한에 10여 명씩 가고 있고 그러니까 경찰이 신변 안전한가 잘 있나 확인하는데 인권침해다 뭐다 해서 싫어하는 탈북민들이 있지만, 사실상 그 정도 까지도 관리를 안 하면 이게 정말 어디로 갔는지 몇 명이 현존하고 있는지 통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화되는 경찰 보안 기능…갈림길에 서다

경찰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지현 씨 재입북 사건 이후 탈북자 3만여 명 가운데 실제 9백여 명의 소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나 경찰은 실태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탈북민에 대한 실질적인 보안 업무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 보안 업무 담당자는 "탈북민들은 대개 북한에 가족, 친지가 있다. 때문에 재입북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법으로 금지된 북한 주민과의 개인적인 연락, 대북 송금 등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또 북한 측이 탈북민 네트워크를 통해 대남활동을 펼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이에 대한 관리를 완전히 내려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경찰의 보안 기능 강화는 최근 시작된 일은 아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까지 21곳이던 일선 경찰서 보안과는 지난해까지 90여 곳으로 늘어났고, 각 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도 확충됐다.

정권 교체로 보안 기능이 축소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그 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 기능과 대공 수사 기능이 축소되면 현실적으로 해당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기관은 경찰 외에는 없다. 반드시 경찰의 정보·보안 기능이 축소되리라고 보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제기되는 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탈북민들은 평생 '탈북민'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 하는가?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이렇게 말한다.

"재입북 등 혐의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 한정해서 수사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 혹시나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태를 계속 감시하겠다는 접근방법은 옳지 않다. 탈북민이 아닌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뒷조사를 하겠다는 논리로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평범하게 살고싶다” 탈북민 ‘보호’의 명과 암
    • 입력 2017-08-09 10:58:00
    • 수정2017-08-09 10:58:26
    취재K
탈북민 박철수 씨(가명)가 경찰서 앞에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제 “더는 감시받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탈북민 박철수 씨(가명)가 경찰서 앞에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제 “더는 감시받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

탈북민 박철수 씨(가명).

10대였던 1990년대 중반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살다 11년 전 대한민국으로 들어왔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 지금은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이제 자리도 잡고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지만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경찰의 전화 때문이다.

"어떤 때는 모르는 전화 안 받거든요. 안 받으면 출근하고 귀가하면 집에 쪽지 붙여놓고, 뭐라 붙여놓았느냐면 '경찰서에서 왔다 갑니다. 부재중이므로 쪽지 보는 즉시 연락 바랍니다." 집 문짝에다가.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이 그거 보고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이 집에는 범죄자가 사나?"

그도 처음부터 반발했던 것은 아니다.

"경찰이 전화하면 받고 부르면 가고 집에 오면 커피 타주고... (신변보호 기간으로 정해진) 5년 동안은 그랬어요. 저도 법은 따라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5년 지나자마자 전화 또 오는 거에요. 그때부터는 화를 냈죠. 법에 5년 동안 하도록 돼 있고 교육도 그렇게 받았는데 내가 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동네에 큰 사건이 나면 탈북민을 가장 먼저 찾는다고도 말한다.

"동네에서 불쾌한 일이 발생하잖아요. 탈북민들이 조사대상 1순위에요. 2012년도로 기억하고 있는데 해외출장을 다녀오니 집 문에 또 쪽지가 붙어 있는 거에요. 주변에서 불쾌한 일이 발생해서 그러니 부재중임으로 연락을 달라. 또 붙였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주변에서 살인사건 났다고 경찰들이 수소문하러 다닌다고 들으니까 진짜 막 화가 나는 거에요."

때로 취업에 방해되기도 한다.

"업체 사장이 그러더라고요. 북에서 온 사람들 일을 잘해서 회사에서 쓰고 싶은데 경찰에서 전화가 온다는 거에요. 이런 사람 일하고 있는지 고용주 입장에서는 찝찝한 거에요. 일을 잘해도 나가라고 한다는 거죠. 이게 오히려 저희를 정착 못 하게 만든다는 거죠."


경찰, 국정원, 통일부에 항의도 했다.

"(경찰이) 당신들은 사상이 다르지 않느냐. 그래서 당신들은 그럴 자유가 있어서 남쪽에서 출생했냐고. 국정원에 항의했더니 경찰이 과하게 연락하고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전화해줄 테니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다 했는데 개선된 게 전혀 없습니다."

경찰 '신변보호 탈북민' 2만 8천여 명…법적 대상의 약 4배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실과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기준으로 '신변보호' 대상인 탈북민은 28,218명이다.

전국에서 이를 담당하는 경찰은 모두 841명.

경찰 1명이 평균 33.5명의 탈북민을 맡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5조 3항은 "보호대상자를 정착지원시설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1년 이내로 하고, 거주지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5년으로 한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제6조에 따른 북한이탈주민 대책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그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보호대상인 탈북민 교육기관인 하나원 5년 이내 졸업자는 모두 7,816명.

북한이탈주민 대책협의회 심의를 거쳐 163명이 보호기간 단축 조치를 받아, 법적 관리대상은 7,653명이다.

보호기간 연장 사례는 관련 제도 시행 이후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수치에 따르면 2만여 명의 탈북민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감시'인가 '보호'인가…"사실상 사찰" VS "관리 불가피"

보호 활동이라고 해서 경찰이 24시간 신변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주로 정기적으로 전화해 연락을 받는지 확인한다.

전화가 안 되면 집이나 직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보호라기보다는 탈북민이 경찰이 알고 있는 장소에서 살고 있는지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냥 가끔 연락이 오는가보다 하고 여기는 탈북민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탈북민들 가운데는 이를 사찰·감시로 여기거나 또 본의 아니게 자신의 신분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피해를 보고, 심지어 직장을 잃었다는 사례도 존재한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탈북민은 넘어오는 순간부터 국정원으로 감시받고 있고, 하나원을 졸업한 뒤에도 경찰에 의해서 뒷조사 당하고 있다고 하면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착 지원은 필요하지만,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감시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재입북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탈북자 출신 정치학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민 가운데 중국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북한에 10여 명씩 가고 있고 그러니까 경찰이 신변 안전한가 잘 있나 확인하는데 인권침해다 뭐다 해서 싫어하는 탈북민들이 있지만, 사실상 그 정도 까지도 관리를 안 하면 이게 정말 어디로 갔는지 몇 명이 현존하고 있는지 통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화되는 경찰 보안 기능…갈림길에 서다

경찰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지현 씨 재입북 사건 이후 탈북자 3만여 명 가운데 실제 9백여 명의 소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나 경찰은 실태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탈북민에 대한 실질적인 보안 업무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 보안 업무 담당자는 "탈북민들은 대개 북한에 가족, 친지가 있다. 때문에 재입북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법으로 금지된 북한 주민과의 개인적인 연락, 대북 송금 등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또 북한 측이 탈북민 네트워크를 통해 대남활동을 펼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이에 대한 관리를 완전히 내려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경찰의 보안 기능 강화는 최근 시작된 일은 아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까지 21곳이던 일선 경찰서 보안과는 지난해까지 90여 곳으로 늘어났고, 각 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도 확충됐다.

정권 교체로 보안 기능이 축소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그 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 기능과 대공 수사 기능이 축소되면 현실적으로 해당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기관은 경찰 외에는 없다. 반드시 경찰의 정보·보안 기능이 축소되리라고 보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제기되는 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탈북민들은 평생 '탈북민'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 하는가?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이렇게 말한다.

"재입북 등 혐의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 한정해서 수사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 혹시나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태를 계속 감시하겠다는 접근방법은 옳지 않다. 탈북민이 아닌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뒷조사를 하겠다는 논리로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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