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면 안 돼! 한날한시에 죽어”…90년 죽마고우 이야기

입력 2017.08.2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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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90년 우정을 쌓아 온 특별한 인연이 있다.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연화 마을의 터줏대감 김홍림(90), 이삼덕(90) 할머니다.

"친구! 90살 먹은 내 친구! 깨복쟁이 친구(옷을 다 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함께 자란 허물없는 친구)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함께한 세월만 90년, 곡절 많은 인생 고비를 함께 넘으면서 할머니들은 피붙이만큼 깊은 정을 나눴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치르는 동안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도 한 번도 마주 잡은 손을 놓은 적이 없다. 절친했던 동갑내기 친구 넷도 떠나고 이제는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이다.



닮은 듯 다른 두 친구의 90년

"영감님! 잘 잡수시오. 나 내버리고 하늘나라에 가서 각시 많이 얻어서 사시오?"


작은 키에 자그마한 얼굴, 꼼꼼한 성격까지 닮은 점도 많지만, 이들이 살아온 인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제 강점기 당시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으려 13살 많은 남자와 서둘러 혼인한 이삼덕 할머니는 채 10년도 못 가 남편을 떠나보냈다. 애틋하고 살가운 부부의 정도 쌓지 못한 짧은 시간이었다. 남은 두 딸을 키우느라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는 남들 다 있는 번듯한 아들 하나 없는 게 인생의 한이 됐다.

김홍림 할머니는 14살에 12살이나 많은 몸 약하고 무뚝뚝한 남편에게 시집와 하루도 쉬어 본 적 없을 만큼 일에만 매달려 살아왔다. 가난한 살림을 일궈내느라 고생스런 세월을 보냈지만, 잘 키운 6남매는 할머니의 가장 큰 재산이자 더없는 복이다.

90년 지기 단짝 친구의 특별한 여행

"사랑이 뭐야? 친구랑 같이 여행 온 것이 사랑이야! 먼저 죽으면 큰일 나. 나한테! 한날한시에 죽어."


가진 것 없는 시골에서 한 생을 일궈낸 두 할머니. 그저 부지런한 손이 제일 큰 재산인 줄 알고 제 몸도 돌보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약해져 가는 서로를 보니 날이 갈수록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늘어간다.


먹고 살기 바빠 아흔이 되도록 바다 한 번을 본 적 없다는 이삼덕 할머니를 위해 김홍림 할머니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생애 처음으로 바다를 보니 참 좋아진 세상이다 싶어 좋다가도, 녹록지 않은 삶에 지쳐 바깥세상 구경 한 번 못했던 것이 서러워진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두 사람의 여행길. 그 끝엔 어떤 추억이 기다리고 있을까. 26일(토) 방송되는 KBS '다큐공감-연화리 우정연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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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 가면 안 돼! 한날한시에 죽어”…90년 죽마고우 이야기
    • 입력 2017-08-26 08:03:29
    방송·연예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90년 우정을 쌓아 온 특별한 인연이 있다.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연화 마을의 터줏대감 김홍림(90), 이삼덕(90) 할머니다.

"친구! 90살 먹은 내 친구! 깨복쟁이 친구(옷을 다 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함께 자란 허물없는 친구)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함께한 세월만 90년, 곡절 많은 인생 고비를 함께 넘으면서 할머니들은 피붙이만큼 깊은 정을 나눴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치르는 동안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도 한 번도 마주 잡은 손을 놓은 적이 없다. 절친했던 동갑내기 친구 넷도 떠나고 이제는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이다.



닮은 듯 다른 두 친구의 90년

"영감님! 잘 잡수시오. 나 내버리고 하늘나라에 가서 각시 많이 얻어서 사시오?"


작은 키에 자그마한 얼굴, 꼼꼼한 성격까지 닮은 점도 많지만, 이들이 살아온 인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제 강점기 당시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으려 13살 많은 남자와 서둘러 혼인한 이삼덕 할머니는 채 10년도 못 가 남편을 떠나보냈다. 애틋하고 살가운 부부의 정도 쌓지 못한 짧은 시간이었다. 남은 두 딸을 키우느라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는 남들 다 있는 번듯한 아들 하나 없는 게 인생의 한이 됐다.

김홍림 할머니는 14살에 12살이나 많은 몸 약하고 무뚝뚝한 남편에게 시집와 하루도 쉬어 본 적 없을 만큼 일에만 매달려 살아왔다. 가난한 살림을 일궈내느라 고생스런 세월을 보냈지만, 잘 키운 6남매는 할머니의 가장 큰 재산이자 더없는 복이다.

90년 지기 단짝 친구의 특별한 여행

"사랑이 뭐야? 친구랑 같이 여행 온 것이 사랑이야! 먼저 죽으면 큰일 나. 나한테! 한날한시에 죽어."


가진 것 없는 시골에서 한 생을 일궈낸 두 할머니. 그저 부지런한 손이 제일 큰 재산인 줄 알고 제 몸도 돌보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약해져 가는 서로를 보니 날이 갈수록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늘어간다.


먹고 살기 바빠 아흔이 되도록 바다 한 번을 본 적 없다는 이삼덕 할머니를 위해 김홍림 할머니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생애 처음으로 바다를 보니 참 좋아진 세상이다 싶어 좋다가도, 녹록지 않은 삶에 지쳐 바깥세상 구경 한 번 못했던 것이 서러워진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두 사람의 여행길. 그 끝엔 어떤 추억이 기다리고 있을까. 26일(토) 방송되는 KBS '다큐공감-연화리 우정연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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