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브이아이피’…평점 테러로 몸살 앓는 영화계

입력 2017.08.26 (10:00) 수정 2017.08.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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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가 '평점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평점 테러는 해당 영화에 고의로 악평을 남기고 최하점을 줌으로써 전체 평점을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이런 행위는 잠재 관객의 판단을 왜곡시키고, 개봉 초기 입소문에 의해 좌우되는 영화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최근 평점 테러의 직격탄을 맞은 영화는 '군함도'다.

이 작품은 개봉 당일에만 네티즌 평점(네이버) 1만399개가 쏟아졌다. '부산행', '설국열차'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가운데 최하점인 1점은 4천54개로 39%를 차지했다. 개봉 이튿날에도 총 9천913개의 평점이 올라왔고, 이 중 절반이 넘는 5천440개가 1점이었다. 1점을 준 네티즌들은 대체로 역사 왜곡, 스크린 독과점과 관련한 악평을 쏟아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개봉일에 1만 개가 넘는 평점이 달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특히 개봉하자마자 영화 만족도가 1점에 불과한 관객들이 몰렸다는 것도 예외적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특정세력이 조직적으로 악평과 함께 최저점을 준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심증만 있을 뿐 확증은 없어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군함도'는 결국 손익분기점(700만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657만명에 머물렀다.

김형호 분석가는 "(낮은 평점의) 절대량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관객들의 선택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어느 선까지는 평점 '관리'가 가능하지만, 평점 개수가 3천개를 넘어가면 그 뒤부터는 흐름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사실 영화계의 평점테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변호인'이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26년' 등 역사나 정치 관련 소재 영화가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다.

영화 외적인 이유로 평점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의 경우 변성현 감독이 'SNS 막말 파문'에 휩싸이면서 평점 테러에 시달렸다. 지난해 '해어화'는 주연인 한효주의 동생이 군대 가혹행위 가해자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평점 테러의 대상이 됐다.

최근에는 '여혐(여성 혐오)', '남혐(남성 혐오)'으로 대표되는 성별갈등이 평점 테러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3일 개봉한 '브이아이피'는 여성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극 중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 장면이 문제가 됐다. "여자는 남자캐릭터를 위한 성적 폭력의 대상이며 그저 남자캐릭터의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혐 영화'라는 프레임에 반대하는 남자 네티즌들도 목소리를 내면서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논란을 반영하듯 '브이아이피'의 평점 1점 개수는 개봉 첫날 209개에서 둘째 날 643개로 3배 가까이 뛰었다.

박훈정 감독은 이런 논란에 대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여성에 대해 무지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됐다"라며 "젠더적 감수성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점테러는 아니지만, '청년경찰'은 중국동포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재한동포총연합회 등 중국동포 관련 단체들은 '청년경찰'이 중국동포 이미지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대림동 등 중국동포 밀집지역 상권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또 영화 제작사 등을 상대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및 사과와 해명 등을 요구하는 법적 절차도 곧바로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청년경찰'을 만든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는 "영화 속 내용은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에서 나온 설정은 아니다"면서 "혹시라도 불편함을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영화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창작의 자유라는 틀 안에서 용인된 측면이 있지만, 최근 관객들은 젠더(성)나 특정계층에 대한 편견에 민감하고, 본인들이 느낀 불편함을 가감 없이 표현하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때 관습에 의존하기보다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영화에 대한 무차별적인 별점테러는 창착자의 창작의욕을 꺾고, 영화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관객과 네티즌들도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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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함도’ ‘브이아이피’…평점 테러로 몸살 앓는 영화계
    • 입력 2017-08-26 10:00:39
    • 수정2017-08-26 11:12:56
    연합뉴스
영화계가 '평점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평점 테러는 해당 영화에 고의로 악평을 남기고 최하점을 줌으로써 전체 평점을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이런 행위는 잠재 관객의 판단을 왜곡시키고, 개봉 초기 입소문에 의해 좌우되는 영화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최근 평점 테러의 직격탄을 맞은 영화는 '군함도'다.

이 작품은 개봉 당일에만 네티즌 평점(네이버) 1만399개가 쏟아졌다. '부산행', '설국열차'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가운데 최하점인 1점은 4천54개로 39%를 차지했다. 개봉 이튿날에도 총 9천913개의 평점이 올라왔고, 이 중 절반이 넘는 5천440개가 1점이었다. 1점을 준 네티즌들은 대체로 역사 왜곡, 스크린 독과점과 관련한 악평을 쏟아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개봉일에 1만 개가 넘는 평점이 달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특히 개봉하자마자 영화 만족도가 1점에 불과한 관객들이 몰렸다는 것도 예외적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특정세력이 조직적으로 악평과 함께 최저점을 준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심증만 있을 뿐 확증은 없어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군함도'는 결국 손익분기점(700만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657만명에 머물렀다.

김형호 분석가는 "(낮은 평점의) 절대량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관객들의 선택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어느 선까지는 평점 '관리'가 가능하지만, 평점 개수가 3천개를 넘어가면 그 뒤부터는 흐름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사실 영화계의 평점테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변호인'이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26년' 등 역사나 정치 관련 소재 영화가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다.

영화 외적인 이유로 평점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의 경우 변성현 감독이 'SNS 막말 파문'에 휩싸이면서 평점 테러에 시달렸다. 지난해 '해어화'는 주연인 한효주의 동생이 군대 가혹행위 가해자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평점 테러의 대상이 됐다.

최근에는 '여혐(여성 혐오)', '남혐(남성 혐오)'으로 대표되는 성별갈등이 평점 테러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3일 개봉한 '브이아이피'는 여성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극 중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 장면이 문제가 됐다. "여자는 남자캐릭터를 위한 성적 폭력의 대상이며 그저 남자캐릭터의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혐 영화'라는 프레임에 반대하는 남자 네티즌들도 목소리를 내면서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논란을 반영하듯 '브이아이피'의 평점 1점 개수는 개봉 첫날 209개에서 둘째 날 643개로 3배 가까이 뛰었다.

박훈정 감독은 이런 논란에 대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여성에 대해 무지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됐다"라며 "젠더적 감수성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점테러는 아니지만, '청년경찰'은 중국동포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재한동포총연합회 등 중국동포 관련 단체들은 '청년경찰'이 중국동포 이미지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대림동 등 중국동포 밀집지역 상권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또 영화 제작사 등을 상대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및 사과와 해명 등을 요구하는 법적 절차도 곧바로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청년경찰'을 만든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는 "영화 속 내용은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에서 나온 설정은 아니다"면서 "혹시라도 불편함을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영화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창작의 자유라는 틀 안에서 용인된 측면이 있지만, 최근 관객들은 젠더(성)나 특정계층에 대한 편견에 민감하고, 본인들이 느낀 불편함을 가감 없이 표현하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때 관습에 의존하기보다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영화에 대한 무차별적인 별점테러는 창착자의 창작의욕을 꺾고, 영화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관객과 네티즌들도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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