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 “테러 ‘시간문제’…맞설 준비 돼”

교황과 교황청의 안전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의 수장이 로마와 바티칸 일대의 테러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예상하며 테러 공격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25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스위스 근위대의 크리스토프 그라프 대장은 최근 스위스 가톨릭 웹사이트인 'Cath.ch'에 "로마가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서 일어난 방식의 공격을 받는 것은 아마도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출신 병력 110명으로 구성된 스위스 근위대는 16세기 초 이래 교황의 안위를 지키고, 사도궁을 비롯한 바티칸 시국 내부의 치안을 유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로마와 바티칸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의 지속적인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된 테러가 일어난 주변국과는 달리 아직 직접적인 테러에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IS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테러 직후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다음 목표는 이탈리아"라고 천명하고, 지난 24일에도 친(親) IS 텔레그램에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에게 차량 등을 이용해 이탈리아에서 테러를 저지를 것을 선동하는 글을 이탈리아어로 써서 올리는 등 이탈리아에 대한 위협의 강도를 최근 부쩍 높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자 교황청의 서열 2위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도 우려를 나타냈다.

파롤린 추기경은 26일 바티칸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황을 겨냥하는 듯한 IS의 선동 비디오를 봤다"며 "무엇보다 그들의 무분별한 증오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황청은 이미 높은 보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테러 예방 대책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의 경우 2015년 말 '자비의 희년'이 선포되기 전부터 성베드로 광장으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의 차량 출입을 원천 봉쇄해 바르셀로나나 프랑스 니스처럼 차량을 이용한 테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한편, 바티칸을 로마 일부에 품고 있는 이탈리아 당국은 IS의 잇단 위협에 대응해 테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바티칸을 포함한 전국의 종교 시설과 대표적 문화 유산, 인파가 몰리는 쇼핑 구역, 콘서트장, 축구 경기장 등 '소프트 타깃'에 경계 병력을 증강하고, 차량 테러에 대비한 방호벽을 보강하는 등 테러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