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텍사스 50년 만의 최악 태풍…카트리나 악몽 재현 우려

입력 2017.08.28 (10:19) 수정 2017.08.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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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이자 텍사스주 주도인 인구 650만의 휴스턴은 물에 잠겨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휴스턴 곳곳에선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집이 침수되자 지붕 위 또는 고지대로 대피한 주민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바로 며칠 전까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길은 진회색 흙탕물에 잠겨 길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으며 주요 도로는 침수 또는 침수 우려로 통행이 중단됐다.

악천후로 공항 두 곳이 모두 폐쇄되고 8만2천 가구가 단전된 가운데 지역 방송국까지 방송 송출을 중단하자 휴스턴 전체는 부지불식간에 주민들이 대피하고 이들을 구하기 위한 구출작전이 펼쳐지는 재난현장의 중심이 됐다.

지난 2005년 1천200명의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가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 당국은 곧바로 전방위적인 구조활동에 나섰다.

재난 당국은 일단 헬리콥터, 비행선부터 차체가 높은 차량까지 총동원해 구조에 나섰다. 일찌감치 전시회장은 이재민을 위한 대피장소로 개방했다. 밤사이 방위군이 3천명 급파됐으며 다른 주에서도 구조대를 보내 인명구조 활동을 지원했다.

자원봉사자들도 응급구조대를 조직, 주민들을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가 하면 집 2층이나 다락으로 대피했다가 추가 범람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붕 위로 대피한 뒤 이불이나 수건을 활용해 조난신호를 보내도록 안내했다.

악천후에도 헬리콥터 20대가 계속해서 상공을 비행하며 지붕 위에 발이 묶인 주민들을 구조했다. 해리슨 카운티 보안관은 트위터를 활용해 구조 요청을 접수했다. 한 여성은 "아이들 2명과 있는데 물이 곧 우리를 삼킬 것 같다"며 트위터로 조난을 요청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폭우로 피해 지역이 확대되면서 당국의 구조활동은 한계를 드러냈다. 실버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이날 들어온 구조요청만 2천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911콜센터도 15시간 사이에 걸려온 전화만 5만6천건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재난당국은 현재까지 1천건 이상의 긴급구조활동이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사망자만도 이미 최소 5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당국이 대피 명령을 조금 더 일찍 내렸어야 한다며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휴스턴시의 터너 시장은 "대피 명령을 내렸다면 230만명이 도로 위로 쏟아져나오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비가 가장 먼저 휩쓸고 간 해안도시 락포트 인근 빅토리의 한 주민은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미리 대피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난 당국 한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해 생사가 달린 지역 구조를 최우선시했다고 밝혔다.

목이 빠져라 구조를 기다리던 주민 상당수는 자력으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이날 아침 일어나서 보니 집 1층이 물에 잠겨있었다는 한 여성은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해 창문을 부수고 탈출했다"고 말했다. 집에 보관하던 고무보트와 물놀이용품, 공기 주입식 매트리스 등이 모두 동원됐다. 애완동물을 전용 상자에 담아 나오거나, 생필품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손에 쥔 채로 튜브에 매달린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하비가 텍사스주에서 빠져나가기 전 누적 강우량만 1.3m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텍사스주는 1961년 허리케인 칼라가 상륙한 이후 50여년만에 카테고리 4등급 허리케인을 맞았다. NWS는 성명에서 "이번 폭우의 범위와 강도는 이전의 그 어떤 경험도 뛰어넘는다"고 밝혔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피해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역대급 재난"이라며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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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8 10:19:08
    • 수정2017-08-28 10:20:41
    국제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이자 텍사스주 주도인 인구 650만의 휴스턴은 물에 잠겨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휴스턴 곳곳에선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집이 침수되자 지붕 위 또는 고지대로 대피한 주민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바로 며칠 전까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길은 진회색 흙탕물에 잠겨 길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으며 주요 도로는 침수 또는 침수 우려로 통행이 중단됐다.

악천후로 공항 두 곳이 모두 폐쇄되고 8만2천 가구가 단전된 가운데 지역 방송국까지 방송 송출을 중단하자 휴스턴 전체는 부지불식간에 주민들이 대피하고 이들을 구하기 위한 구출작전이 펼쳐지는 재난현장의 중심이 됐다.

지난 2005년 1천200명의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가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 당국은 곧바로 전방위적인 구조활동에 나섰다.

재난 당국은 일단 헬리콥터, 비행선부터 차체가 높은 차량까지 총동원해 구조에 나섰다. 일찌감치 전시회장은 이재민을 위한 대피장소로 개방했다. 밤사이 방위군이 3천명 급파됐으며 다른 주에서도 구조대를 보내 인명구조 활동을 지원했다.

자원봉사자들도 응급구조대를 조직, 주민들을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가 하면 집 2층이나 다락으로 대피했다가 추가 범람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붕 위로 대피한 뒤 이불이나 수건을 활용해 조난신호를 보내도록 안내했다.

악천후에도 헬리콥터 20대가 계속해서 상공을 비행하며 지붕 위에 발이 묶인 주민들을 구조했다. 해리슨 카운티 보안관은 트위터를 활용해 구조 요청을 접수했다. 한 여성은 "아이들 2명과 있는데 물이 곧 우리를 삼킬 것 같다"며 트위터로 조난을 요청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폭우로 피해 지역이 확대되면서 당국의 구조활동은 한계를 드러냈다. 실버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이날 들어온 구조요청만 2천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911콜센터도 15시간 사이에 걸려온 전화만 5만6천건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재난당국은 현재까지 1천건 이상의 긴급구조활동이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사망자만도 이미 최소 5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당국이 대피 명령을 조금 더 일찍 내렸어야 한다며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휴스턴시의 터너 시장은 "대피 명령을 내렸다면 230만명이 도로 위로 쏟아져나오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비가 가장 먼저 휩쓸고 간 해안도시 락포트 인근 빅토리의 한 주민은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미리 대피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난 당국 한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해 생사가 달린 지역 구조를 최우선시했다고 밝혔다.

목이 빠져라 구조를 기다리던 주민 상당수는 자력으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이날 아침 일어나서 보니 집 1층이 물에 잠겨있었다는 한 여성은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해 창문을 부수고 탈출했다"고 말했다. 집에 보관하던 고무보트와 물놀이용품, 공기 주입식 매트리스 등이 모두 동원됐다. 애완동물을 전용 상자에 담아 나오거나, 생필품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손에 쥔 채로 튜브에 매달린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하비가 텍사스주에서 빠져나가기 전 누적 강우량만 1.3m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텍사스주는 1961년 허리케인 칼라가 상륙한 이후 50여년만에 카테고리 4등급 허리케인을 맞았다. NWS는 성명에서 "이번 폭우의 범위와 강도는 이전의 그 어떤 경험도 뛰어넘는다"고 밝혔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피해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역대급 재난"이라며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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