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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인 ‘리디아’가 제주에 정착한 이유?
입력 2017.08.29 (11:24) 방송·연예
영국에서 좋은 연봉에,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폴란드인 리디아(36)는 "휴가차 찾은 이집트에서 운명이 바뀌었다"라고 회상한다. 이집트에서 '카이트서핑'을 하는 권기환(41) 씨를 만난 것이다.


'카이트서핑(kite surfing)'은 파도를 타는 서핑보드와 바람을 타는 대형 카이트(연)를 연결한 것으로 패러글라이딩과 서핑을 접목한 새로운 레포츠다. 기환 씨는 카이트서핑이 좋아 20대부터 오랜 해외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기환 씨와 사랑에 빠진 리디아는 영국의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바람 따라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긴 여행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5년 동안 50개가 넘는 나라의 바다를 누볐다. 하지만 20대와 30대를 넘겨 어느새 40대가 된 기환 씨는 고민이 생겼다. 언제까지 해외에서 카이트서핑을 할 수 있을지, 언제쯤 자리 잡고 가정을 이룰 수 있을지도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두 사람은 바람 같은 생활을 멈추고, 제주에 정착하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해 5월, 두 사람은 제주도에 들어왔다. '삼다도'라는 별명답게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고 바다가 좋아 카이트서핑을 하는 두 사람에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박박 긁어모은 두 사람의 전 재산은 800만 원뿐. 카이트서핑 장비를 실을 중고차부터 사고 보니,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두 사람은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수리해 첫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가끔은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산다는 게 집시처럼 느껴졌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행복한 정착을 꿈꿨던 두 사람의 단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가'는 하룻밤 사이에 두 사람의 보금자리를 집어삼켰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태풍을 맞은 두 사람은 지붕이 찢겨 뚫리고, 문이 날아가는 아비규환 속에서 죽음의 공포를 마주해야 했다. 리디아는 강력한 태풍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폐허가 된 집. 제주도를 떠날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제주에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했다.


'6개국어 능통자'도 "한국어는 어려워"

기환 씨는 제주도에서 카이트서핑 센터를 운영한다. 지난해 5명으로 출발해, 어느덧 회원 수는 35명으로 늘어났다. 신이 난 기환 씨는 친목 도모를 위해 숨겨뒀던 수다 실력을 뽐낸다. 하지만 회식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질수록, 리디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폴란드어, 영어는 기본. 여기에 러시아어, 체코어, 독일어, 슬로바키아 어까지 무려 6개 국어에 능통한 리디아지만 한국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회원들은 "리디아에게 한국어를 빨리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지만, 리디아는 이 말조차도 알아듣지 못한다. 리디아는 기환 씨에게 통역을 요청하지만, "이야기 중에 통역은 곤란하다"라며 기환 씨는 통역을 거절한다. 리디아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홀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간다.

다행히 리디아의 한국어 실력은 나날이 늘어 제주 사투리로 홀로 장보기 정도는 가능하다. 해녀를 만나, 된장찌개 끓일 조개도 얻으며 리디아는 자신감을 되찾는 중이다.

제주도 유일 여성 서퍼, 리디아

카이트서핑은 1990년대 유럽과 하와이에서 시작돼, 해외에선 인기 레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다음 달 열리는 전국 카이트서핑 대회 제주 예선전에 참가할 여성 참가자가 없는 실정이다. 리디아는 유일한 여성 참가자로 남자 회원들을 상대로 카이트서핑을 겨뤘다. 리디아는 과연 남자 서퍼들과의 대결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집에선 손 까딱 안 하는 남자친구?!

한국 전통 입맛을 가진 남자친구를 위해 리디아는 매 끼니 한식을 차린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는 기본, 불고기에 갈치조림까지. 여기에 폴란드 음식과 집에서 수제 피자까지 굽는다. 매번 상다리 부러지게(?) 한식을 차려내는 동안, 기환 씨는 손 하나 까딱 않고 밥상을 받는다. 거기에 여자친구의 정성은 생각하지 않고 '짜다'라며 맛 타박을 하기 일쑤다. 리디아가 강아지 목욕부터 청소, 식사 준비, 빨래까지 혼자 집안일에 동분서주하는 동안, 기환 씨는 망부석처럼 거실을 지킨다. 기환 씨가 집에서 하는 일이란 강아지와 놀아주는 게 전부다.


하지만 리디아가 집을 비우면 기환 씨는 달라진다. 리디아가 갖고 싶어 하던 커피 선반을 땡볕 아래서 짠하고 만들어 낸다. 리디아의 얼굴이 많이 탔다며 직접 오이를 잘라 팩까지 해 준다.

폴란드에서 온 '인어 서퍼' 리디아와 '상남자' 서퍼 기환 씨의 제주살이는 KBS '이웃집 찰스'(29일, 화요일 저녁 7시 35분)'에서 공개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 폴란드인 ‘리디아’가 제주에 정착한 이유?
    • 입력 2017-08-29 11:24:10
    방송·연예
영국에서 좋은 연봉에,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폴란드인 리디아(36)는 "휴가차 찾은 이집트에서 운명이 바뀌었다"라고 회상한다. 이집트에서 '카이트서핑'을 하는 권기환(41) 씨를 만난 것이다.


'카이트서핑(kite surfing)'은 파도를 타는 서핑보드와 바람을 타는 대형 카이트(연)를 연결한 것으로 패러글라이딩과 서핑을 접목한 새로운 레포츠다. 기환 씨는 카이트서핑이 좋아 20대부터 오랜 해외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기환 씨와 사랑에 빠진 리디아는 영국의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바람 따라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긴 여행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5년 동안 50개가 넘는 나라의 바다를 누볐다. 하지만 20대와 30대를 넘겨 어느새 40대가 된 기환 씨는 고민이 생겼다. 언제까지 해외에서 카이트서핑을 할 수 있을지, 언제쯤 자리 잡고 가정을 이룰 수 있을지도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두 사람은 바람 같은 생활을 멈추고, 제주에 정착하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해 5월, 두 사람은 제주도에 들어왔다. '삼다도'라는 별명답게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고 바다가 좋아 카이트서핑을 하는 두 사람에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박박 긁어모은 두 사람의 전 재산은 800만 원뿐. 카이트서핑 장비를 실을 중고차부터 사고 보니,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두 사람은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수리해 첫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가끔은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산다는 게 집시처럼 느껴졌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행복한 정착을 꿈꿨던 두 사람의 단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가'는 하룻밤 사이에 두 사람의 보금자리를 집어삼켰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태풍을 맞은 두 사람은 지붕이 찢겨 뚫리고, 문이 날아가는 아비규환 속에서 죽음의 공포를 마주해야 했다. 리디아는 강력한 태풍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폐허가 된 집. 제주도를 떠날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제주에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했다.


'6개국어 능통자'도 "한국어는 어려워"

기환 씨는 제주도에서 카이트서핑 센터를 운영한다. 지난해 5명으로 출발해, 어느덧 회원 수는 35명으로 늘어났다. 신이 난 기환 씨는 친목 도모를 위해 숨겨뒀던 수다 실력을 뽐낸다. 하지만 회식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질수록, 리디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폴란드어, 영어는 기본. 여기에 러시아어, 체코어, 독일어, 슬로바키아 어까지 무려 6개 국어에 능통한 리디아지만 한국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회원들은 "리디아에게 한국어를 빨리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지만, 리디아는 이 말조차도 알아듣지 못한다. 리디아는 기환 씨에게 통역을 요청하지만, "이야기 중에 통역은 곤란하다"라며 기환 씨는 통역을 거절한다. 리디아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홀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간다.

다행히 리디아의 한국어 실력은 나날이 늘어 제주 사투리로 홀로 장보기 정도는 가능하다. 해녀를 만나, 된장찌개 끓일 조개도 얻으며 리디아는 자신감을 되찾는 중이다.

제주도 유일 여성 서퍼, 리디아

카이트서핑은 1990년대 유럽과 하와이에서 시작돼, 해외에선 인기 레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다음 달 열리는 전국 카이트서핑 대회 제주 예선전에 참가할 여성 참가자가 없는 실정이다. 리디아는 유일한 여성 참가자로 남자 회원들을 상대로 카이트서핑을 겨뤘다. 리디아는 과연 남자 서퍼들과의 대결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집에선 손 까딱 안 하는 남자친구?!

한국 전통 입맛을 가진 남자친구를 위해 리디아는 매 끼니 한식을 차린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는 기본, 불고기에 갈치조림까지. 여기에 폴란드 음식과 집에서 수제 피자까지 굽는다. 매번 상다리 부러지게(?) 한식을 차려내는 동안, 기환 씨는 손 하나 까딱 않고 밥상을 받는다. 거기에 여자친구의 정성은 생각하지 않고 '짜다'라며 맛 타박을 하기 일쑤다. 리디아가 강아지 목욕부터 청소, 식사 준비, 빨래까지 혼자 집안일에 동분서주하는 동안, 기환 씨는 망부석처럼 거실을 지킨다. 기환 씨가 집에서 하는 일이란 강아지와 놀아주는 게 전부다.


하지만 리디아가 집을 비우면 기환 씨는 달라진다. 리디아가 갖고 싶어 하던 커피 선반을 땡볕 아래서 짠하고 만들어 낸다. 리디아의 얼굴이 많이 탔다며 직접 오이를 잘라 팩까지 해 준다.

폴란드에서 온 '인어 서퍼' 리디아와 '상남자' 서퍼 기환 씨의 제주살이는 KBS '이웃집 찰스'(29일, 화요일 저녁 7시 35분)'에서 공개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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