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문학 대가’ 정철, 유일한 결점은 ‘술’?

입력 2017.09.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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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성산별곡'. 고등학교 때 한 번쯤 공부해봤을 송강 정철의 작품이다.

1580년(선조 13) 정철이 지은 가사 ‘관동별곡’. (KBS ‘한국사 傳(전)’, 2008.01.19)1580년(선조 13) 정철이 지은 가사 ‘관동별곡’. (KBS ‘한국사 傳(전)’, 2008.01.19)

가사문학 대가로 알려진 정철은 사실 정치가였다. 당파 싸움이 한창이던 조선 중기,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었던 정치판에서 서인의 우두머리였던 정철은 반대파 동인의 숱한 공격을 받았다. 그때마다 왕 선조는 나서서 감싸줄 정도로 정철을 총애했다. 그런데 그런 선조도 말릴 수 없었던 정철의 결점이 있었다. 바로 '술'이다.

정철은 원래 술을 사랑하기로 유명했다. 술을 제재로 삼은 작품만 수십 편에 달할 정도다. 실제 동인들이 정철을 공격한 이유 중 하나도 그의 술버릇이었다.

정철을 두고는 엇갈린 평가가 있다. ‘사독한 정철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청렴하고 강직한 정철이 모함을 받았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KBS ‘한국사 傳(전)’, 2008.01.19)정철을 두고는 엇갈린 평가가 있다. ‘사독한 정철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청렴하고 강직한 정철이 모함을 받았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KBS ‘한국사 傳(전)’, 2008.01.19)

정철은 복잡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정한 원칙과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인이었고, 임금의 간청에도 법대로 종친을 처벌할 만큼 강단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살기 위해 격렬하게 다투던 상대에게 칼을 겨눠야 하는 시대,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이 즐거울 리 없었다.


정철의 은잔은 선조가 그에게 하사한 것이다. 실제 왕들은 신하들에게 술잔을 하사하기도 했다. 야사에 따르면, 선조는 술 때문에 공격받는 정철을 딱하게 여겨 소주잔같이 작은 은잔을 주면서 "앞으로 하루에 이 잔으로 딱 석 잔만 마시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은잔은 마치 사발처럼 널찍하게 펴진 모양새다. 이에 대해 석 잔 술로 만족할 수 없었던 정철이 이 잔을 두드려 늘려 사발같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반면, 정철 후손은 "임금이 내린 하사품을 함부로 두드려 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동인 측 모함일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정철이 이 잔을 두드려 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철과 함께해 온 잔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쩌면 당쟁으로 지친 정철의 유일한 친구가 이 은잔은 아니었을까?



오는 2일 방송되는 KBS '천상의 컬렉션'(저녁 7시 10분 방송, 1TV)에서 배우 박철민은 '정철 은잔'을 소개한다. 배우 김수로는 '송하맹호도'를, 뮤지컬 배우 김소현은 '나전 칠 모란넝쿨무늬 경전함'을 소개할 예정이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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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사문학 대가’ 정철, 유일한 결점은 ‘술’?
    • 입력 2017-09-01 16:28:17
    방송·연예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성산별곡'. 고등학교 때 한 번쯤 공부해봤을 송강 정철의 작품이다.

1580년(선조 13) 정철이 지은 가사 ‘관동별곡’. (KBS ‘한국사 傳(전)’, 2008.01.19)
가사문학 대가로 알려진 정철은 사실 정치가였다. 당파 싸움이 한창이던 조선 중기,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었던 정치판에서 서인의 우두머리였던 정철은 반대파 동인의 숱한 공격을 받았다. 그때마다 왕 선조는 나서서 감싸줄 정도로 정철을 총애했다. 그런데 그런 선조도 말릴 수 없었던 정철의 결점이 있었다. 바로 '술'이다.

정철은 원래 술을 사랑하기로 유명했다. 술을 제재로 삼은 작품만 수십 편에 달할 정도다. 실제 동인들이 정철을 공격한 이유 중 하나도 그의 술버릇이었다.

정철을 두고는 엇갈린 평가가 있다. ‘사독한 정철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청렴하고 강직한 정철이 모함을 받았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KBS ‘한국사 傳(전)’, 2008.01.19)
정철은 복잡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정한 원칙과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인이었고, 임금의 간청에도 법대로 종친을 처벌할 만큼 강단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살기 위해 격렬하게 다투던 상대에게 칼을 겨눠야 하는 시대,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이 즐거울 리 없었다.


정철의 은잔은 선조가 그에게 하사한 것이다. 실제 왕들은 신하들에게 술잔을 하사하기도 했다. 야사에 따르면, 선조는 술 때문에 공격받는 정철을 딱하게 여겨 소주잔같이 작은 은잔을 주면서 "앞으로 하루에 이 잔으로 딱 석 잔만 마시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은잔은 마치 사발처럼 널찍하게 펴진 모양새다. 이에 대해 석 잔 술로 만족할 수 없었던 정철이 이 잔을 두드려 늘려 사발같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반면, 정철 후손은 "임금이 내린 하사품을 함부로 두드려 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동인 측 모함일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정철이 이 잔을 두드려 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철과 함께해 온 잔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쩌면 당쟁으로 지친 정철의 유일한 친구가 이 은잔은 아니었을까?



오는 2일 방송되는 KBS '천상의 컬렉션'(저녁 7시 10분 방송, 1TV)에서 배우 박철민은 '정철 은잔'을 소개한다. 배우 김수로는 '송하맹호도'를, 뮤지컬 배우 김소현은 '나전 칠 모란넝쿨무늬 경전함'을 소개할 예정이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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