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당신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인가요?”…‘탈남’하는 탈북민들

입력 2017.09.02 (09:01) 수정 2017.09.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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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당신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인가요?”…‘탈남’하는 탈북민들

[시사기획 창] “당신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인가요?”…‘탈남’하는 탈북민들

캐나다에서 만난 탈북민 박창민(가명) 씨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 북한에서 대남 공작원으로 활동했던 박 씨는 탈북 이후 한국에서 반대로 대북 정보를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가 한국 생활을 접고 캐나다로 온 건 북한 친구의 죽음 때문이다. 박 씨에게 정보를 넘긴 사실이 발각된 친구는 북한 당국의 모진 고문을 받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를 알게 된 그는 심한 죄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일회용으로 이용 당하는 자신의 업무에 회의를 느꼈다. 박 씨는 한국 생활 내내 마음의 정착은커녕 정신적 스트레스만 쌓여 갔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 씨는 캐나다로 와서 난민 신청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탈북을 반대하며 한국에 오지 말라고 했다. 못 살고 못 먹더라도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만큼은 가족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남(脫南) 행렬 그 후…'불법 체류' 전락하기도

KBS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올여름 영국과 캐나다에 사는 많은 탈북민을 만났다. 이들은 배가 고파서 자유를 찾아서,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을 밟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이들이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기는 어려웠다. 한국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했다는 한 탈북민 부부는 TV 다큐멘터리에 사연이 방영된 후 손님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해 결국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탈북민들의 탈남(脫南) 행렬은 2010년을 전후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목숨을 걸고 북한에서 탈출해 정착했던 한국을 제 발로 떠나는 것이다.

초창기 한국을 떠난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숨기고 난민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졌다. 한때 영국이나 캐나다에는 각각 천 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살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4년 무렵부터 영국과 캐나다 이민 당국이 한국 정부에 탈북민 지문 정보를 받아 난민 심사를 강화했다. 이른바 '위장 난민'을 걸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탈북민들의 난민 신청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많은 탈북민이 해외에서 생계비 지원도 끊긴 채 '불법 체류' 상태로 떠돌고 있다. 누가 이들을 제3국으로 내몬 것일까?

정체성 흔들리는 新디아스포라…그들의 조국은?


다시 선택한 해외 난민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영국에서는 몇 년씩 걸리는 난민 심사 동안 일을 할 수도, 이사를 할 수도 없다.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한국을 거쳐왔다는 이유로 강제 추방을 당하는 탈북민들이 줄을 이었다.

분단의 현실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탈북민의 탈남은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된 통계조차 없다. 한국 사회의 무관심 속에 그들은 우리 곁을 떠났고, 언제 끝날지 모를 방랑을 거듭하고 있다. 취재진은 인터뷰 과정에서 탈북민들에게 공통된 질문 한 가지를 던졌다. "당신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인가요?"

KBS 1TV '시사기획 창-분단의 방랑자들'은 9월 5일(화) 밤 9시 40분에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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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2 09:01:19
    • 수정2017-09-04 09:29:52
    정치
캐나다에서 만난 탈북민 박창민(가명) 씨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 북한에서 대남 공작원으로 활동했던 박 씨는 탈북 이후 한국에서 반대로 대북 정보를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가 한국 생활을 접고 캐나다로 온 건 북한 친구의 죽음 때문이다. 박 씨에게 정보를 넘긴 사실이 발각된 친구는 북한 당국의 모진 고문을 받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를 알게 된 그는 심한 죄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일회용으로 이용 당하는 자신의 업무에 회의를 느꼈다. 박 씨는 한국 생활 내내 마음의 정착은커녕 정신적 스트레스만 쌓여 갔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 씨는 캐나다로 와서 난민 신청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탈북을 반대하며 한국에 오지 말라고 했다. 못 살고 못 먹더라도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만큼은 가족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남(脫南) 행렬 그 후…'불법 체류' 전락하기도

KBS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올여름 영국과 캐나다에 사는 많은 탈북민을 만났다. 이들은 배가 고파서 자유를 찾아서,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을 밟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이들이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기는 어려웠다. 한국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했다는 한 탈북민 부부는 TV 다큐멘터리에 사연이 방영된 후 손님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해 결국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탈북민들의 탈남(脫南) 행렬은 2010년을 전후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목숨을 걸고 북한에서 탈출해 정착했던 한국을 제 발로 떠나는 것이다.

초창기 한국을 떠난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숨기고 난민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졌다. 한때 영국이나 캐나다에는 각각 천 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살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4년 무렵부터 영국과 캐나다 이민 당국이 한국 정부에 탈북민 지문 정보를 받아 난민 심사를 강화했다. 이른바 '위장 난민'을 걸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탈북민들의 난민 신청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많은 탈북민이 해외에서 생계비 지원도 끊긴 채 '불법 체류' 상태로 떠돌고 있다. 누가 이들을 제3국으로 내몬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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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택한 해외 난민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영국에서는 몇 년씩 걸리는 난민 심사 동안 일을 할 수도, 이사를 할 수도 없다.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한국을 거쳐왔다는 이유로 강제 추방을 당하는 탈북민들이 줄을 이었다.

분단의 현실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탈북민의 탈남은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된 통계조차 없다. 한국 사회의 무관심 속에 그들은 우리 곁을 떠났고, 언제 끝날지 모를 방랑을 거듭하고 있다. 취재진은 인터뷰 과정에서 탈북민들에게 공통된 질문 한 가지를 던졌다. "당신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인가요?"

KBS 1TV '시사기획 창-분단의 방랑자들'은 9월 5일(화) 밤 9시 40분에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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