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바라본 ‘전술핵 재배치’…실현 가능성 ‘제로(0%)’

입력 2017.09.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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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바라본 ‘전술핵 재배치’…실현 가능성 ‘제로(0%)’

미국에서 바라본 ‘전술핵 재배치’…실현 가능성 ‘제로(0%)’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부와 의회, 그리고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일련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현재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 문제였습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가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면서 힘의 균형을 위해 한국도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등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 쪽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전술핵 배치를 주장했다가 다시 이를 철회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미국을 방문해 전술핵 배치를 요구하기도 했었지요.

한국에서는 지난 1992년 철수했던 950여 개의 다양한 전술핵 무기가 다시 한반도에 배치되면 북한의 핵무장에 대항할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던 시기이기도 하죠.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정부나 의회, 민간 연구기관 할 것 없이 모두 같았습니다.


한목소리로 미군이 가진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가능성은 '제로(0%)'라고 일축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우리가 원하면 당장 미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적지 않지만 한마디로 미국의 시각과 입장을 전혀 모르는 우리만의 엄청난 착각이었던 셈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한반도에 들여와서 쓸 수 있는 '전술 핵무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옛 소련과의 '핵무기 감축 협상'을 통해 전술 핵무기의 상당량을 이미 폐기하였고, 그 이후로는 군사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전술 핵무기의 개발과 생산도 중단된 상태라서 한반도로 배치할 만한 '전술핵'이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본토에 일부 남아 있는 전술 핵무기도 낡고 오래돼서 (심지어는 '플로피 디스크'로 가동할 정도로 구식 무기) 굳이 관리 인력과 비용을 들여 한반도에 다시 들여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런 연유때문인지 핵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다는 '비핵화 원칙 준수' 같은 거창한 반대 명분은 아예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옛 소련과의 핵무기 군축협정 때문입니다.

아직도 러시아에 대한 핵전략 논리가 유효한 상황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다시 들여 놓으면 러시아에 핵무기를 늘릴 구실만 준다는 논리입니다.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가 재배치됐을 때 이를 갖고 있는 미군 기지가 북한은 물론, 중국의 첫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대목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괌'과 미국 본토의 전략 자산을 통해 한국과 한국민들에게 충분한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 남쪽에 둘 군사적 이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북한의 핵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민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령인 '괌'에서 초음속 폭격기 B-1B로 핵무기를 탑재하고 북한을 공격하더라도 거리만 3,200km에 2시간 이상 걸려 이것만 믿고 있을 수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핵확산 금지조약(NPT)'를 탈퇴하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 또한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나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냉엄한 국제 현실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현시점에서 북한의 핵과 ICBM 위협이 트럼프 행정부의 큰 현안인 것은 틀림없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전 세계를 상대로 전략을 짜서 실행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북아의 일부인 한국만을 위해 전술핵을 배치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도 순진한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한 냉혹한 현실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동북아 질서와 힘의 균형은 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한-미-일 동맹으로 확대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전술핵 재배치도 어렵고,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도 어렵고... 그렇다고 이미 수명이 다해 보이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만 매달리기도 그렇고.. 미국의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 충동적이며 어디로 튈지 몰라 통제도 어려운 두 정상이 정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핵위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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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서 바라본 ‘전술핵 재배치’…실현 가능성 ‘제로(0%)’
    • 입력 2017-09-21 07:01:22
    취재K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부와 의회, 그리고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일련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현재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 문제였습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가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면서 힘의 균형을 위해 한국도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등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 쪽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전술핵 배치를 주장했다가 다시 이를 철회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미국을 방문해 전술핵 배치를 요구하기도 했었지요.

한국에서는 지난 1992년 철수했던 950여 개의 다양한 전술핵 무기가 다시 한반도에 배치되면 북한의 핵무장에 대항할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던 시기이기도 하죠.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정부나 의회, 민간 연구기관 할 것 없이 모두 같았습니다.


한목소리로 미군이 가진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가능성은 '제로(0%)'라고 일축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우리가 원하면 당장 미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적지 않지만 한마디로 미국의 시각과 입장을 전혀 모르는 우리만의 엄청난 착각이었던 셈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한반도에 들여와서 쓸 수 있는 '전술 핵무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옛 소련과의 '핵무기 감축 협상'을 통해 전술 핵무기의 상당량을 이미 폐기하였고, 그 이후로는 군사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전술 핵무기의 개발과 생산도 중단된 상태라서 한반도로 배치할 만한 '전술핵'이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본토에 일부 남아 있는 전술 핵무기도 낡고 오래돼서 (심지어는 '플로피 디스크'로 가동할 정도로 구식 무기) 굳이 관리 인력과 비용을 들여 한반도에 다시 들여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런 연유때문인지 핵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다는 '비핵화 원칙 준수' 같은 거창한 반대 명분은 아예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옛 소련과의 핵무기 군축협정 때문입니다.

아직도 러시아에 대한 핵전략 논리가 유효한 상황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다시 들여 놓으면 러시아에 핵무기를 늘릴 구실만 준다는 논리입니다.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가 재배치됐을 때 이를 갖고 있는 미군 기지가 북한은 물론, 중국의 첫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대목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괌'과 미국 본토의 전략 자산을 통해 한국과 한국민들에게 충분한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 남쪽에 둘 군사적 이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북한의 핵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민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령인 '괌'에서 초음속 폭격기 B-1B로 핵무기를 탑재하고 북한을 공격하더라도 거리만 3,200km에 2시간 이상 걸려 이것만 믿고 있을 수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핵확산 금지조약(NPT)'를 탈퇴하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 또한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나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냉엄한 국제 현실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현시점에서 북한의 핵과 ICBM 위협이 트럼프 행정부의 큰 현안인 것은 틀림없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전 세계를 상대로 전략을 짜서 실행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북아의 일부인 한국만을 위해 전술핵을 배치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도 순진한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한 냉혹한 현실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동북아 질서와 힘의 균형은 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한-미-일 동맹으로 확대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전술핵 재배치도 어렵고,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도 어렵고... 그렇다고 이미 수명이 다해 보이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만 매달리기도 그렇고.. 미국의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 충동적이며 어디로 튈지 몰라 통제도 어려운 두 정상이 정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핵위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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