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온다”…밥상을 감칠맛 나게 만드는 묘수

입력 2017.09.28 (08: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소금이 온다”…밥상을 감칠맛 나게 만드는 묘수

“소금이 온다”…밥상을 감칠맛 나게 만드는 묘수

소금은 햇볕과 바람이 만나고 긴 기다림을 지나야 비로소 하얀 눈처럼 피어난다. 소금이 잘 걷히려면 닷새 동안은 날이 맑고 하루쯤은 비가 와야 한다. 얼마나 귀한 지 염부들은 소금 얻는 때를 "소금이 온다"고 표현할 정도다.


영광 염산 삼부자, 기다림의 밥상을 만나다

천일염 생산은 하늘이 내리는 농사로 여겨진다. 햇볕과 바람이 소금을 내어줄 때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은 예부터 소금이 많이 나는 곳이었다. 땅 이름도 '소금 염(鹽)'자에 '뫼 산(山)'자를 쓴다.


이곳에는 대를 이어 소금을 캐는 정종만 씨 삼부자가 있다. 세 사람은 염전에서 부지런히 손과 발을 움직인다.

삼부자 밥상에는 어느 음식이든 소금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밥솥 가득 천일염을 깔고, 수박물에 담가뒀던 마늘을 보름 동안 숙성시키면 영양 간식 흑마늘이 완성된다.

천일염과 함초를 섞어 만든 함초 소금은 어떤 음식에 넣어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백합으로 만든 백합죽에도 함초 소금이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오이에다 팔팔 끓인 소금물을 붓고 일주일간 숙성시켜 만든 오이지는 매일 식탁에 오른다. 소금을 만나는 긴 시간 만큼이나 오랜 정성이 들어간 밥상이다.

해풍 맞은 조기와 천일염이 만나다


'밥 도둑'인 영광 굴비는 대부분 영광에서 생산한 천일염을 사용해 염장한다. 이때 소금물로 간을 하지 않고, 조기 아가미에 소금을 직접 채워 넣는 '섶간'을 고수한다. 1년 넘게 보관해 간수가 완전히 빠진 천일염을 사용하면, 굴비가 짜지 않고 육질이 단단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업이 영광 굴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다.

상처 난 조기는 천일염으로 재워뒀다가 1~2년 가량 지나면 살을 잘게 찢어 갖은 양념에 무쳐 젓갈로 먹는다. 바짝 마른 굴비는 구이로 먹어도 맛있고, 잘게 찢어 고추장 양념해 먹어도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느리게 익는 소금, 토판염

전남 신안군은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목포에서도 배로 2시간 걸리는 신안군 신의도에는 대를 이어 토판염(土板鹽)을 하는 박성춘 씨 부부와 큰아들 박세윤 씨가 있다.


토판염은 갯벌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갯벌을 다져 생산하는 소금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소금은 PVC 장판으로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킨 뒤 얻은 천일염이다.

토판염은 청소부터 바닥을 다지는 과정까지 일반 천일염보다 손 가는 일이 많다. 토판 염전은 바닥을 갯벌 흙으로 만들어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지 않다. 그만큼 토판염은 귀한 소금이다. 갯벌 양분을 먹고 느리게 익는 소금이라 유기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짠맛 뒤에 단맛이 나는 비결이다.

참기름, 식초, 소금으로 간을 해 차게 먹는다는 신의도 낙지 연포. 소금과 고추, 마늘을 넣고 칠게를 통째로 갈아 만드는 칠게장. 소금으로 간한 참외를 갖은 양념과 함께 버무린 참외 김치까지 토판염으로 맛을 낸 푸짐한 상은 과연 어떤 맛일까?

임자도 전장포 젓갈 엄마, 김긴순 씨 밥상

신안군 임자도는 우리나라 최대 새우젓 산지다. 임자도 전장포에서는 1년 내내 새우젓을 비롯해 다양한 젓갈을 만들고 있다.


깊은 젓갈 맛을 내려면 천일염은 필수다. 각종 생선을 모아 천일염으로 만드는 '잡어젓'은 반찬으로도 먹고 김장할 때도 넣는다. 새우젓은 보통 간을 할 때 쓰는데, 김긴순 씨는 독특하게 짠맛을 빼고 고춧가루와 설탕으로 양념해 반찬으로 내놓는다.

이맘때쯤 전장포에는 신안군만의 독특한 향토 자원, 천일염으로 염장해 말리는 '민어 건정'이 곳곳에 걸린다. 우리나라 최초 어류도감인 '자산어보(玆山魚譜)'는 민어 건정을 민어에서도 최고라고 평가했다.

꾸덕꾸덕하게 마른 민어는 쪄서 먹거나 양념해 구워 먹는다. 찜에는 특별한 양념 없이 참기름만 바르면 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소금에 절여 부패를 막고 두고두고 먹기 위해 고안한 전통 방식이다.

음식 맛을 완성하는 소금, 천일염이 만드는 감칠맛 나는 밥상을 KBS '한국인의 밥상'(28일 저녁 7시 35분, 1TV)에서 볼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소금이 온다”…밥상을 감칠맛 나게 만드는 묘수
    • 입력 2017-09-28 08:12:27
    방송·연예
소금은 햇볕과 바람이 만나고 긴 기다림을 지나야 비로소 하얀 눈처럼 피어난다. 소금이 잘 걷히려면 닷새 동안은 날이 맑고 하루쯤은 비가 와야 한다. 얼마나 귀한 지 염부들은 소금 얻는 때를 "소금이 온다"고 표현할 정도다.


영광 염산 삼부자, 기다림의 밥상을 만나다

천일염 생산은 하늘이 내리는 농사로 여겨진다. 햇볕과 바람이 소금을 내어줄 때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은 예부터 소금이 많이 나는 곳이었다. 땅 이름도 '소금 염(鹽)'자에 '뫼 산(山)'자를 쓴다.


이곳에는 대를 이어 소금을 캐는 정종만 씨 삼부자가 있다. 세 사람은 염전에서 부지런히 손과 발을 움직인다.

삼부자 밥상에는 어느 음식이든 소금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밥솥 가득 천일염을 깔고, 수박물에 담가뒀던 마늘을 보름 동안 숙성시키면 영양 간식 흑마늘이 완성된다.

천일염과 함초를 섞어 만든 함초 소금은 어떤 음식에 넣어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백합으로 만든 백합죽에도 함초 소금이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오이에다 팔팔 끓인 소금물을 붓고 일주일간 숙성시켜 만든 오이지는 매일 식탁에 오른다. 소금을 만나는 긴 시간 만큼이나 오랜 정성이 들어간 밥상이다.

해풍 맞은 조기와 천일염이 만나다


'밥 도둑'인 영광 굴비는 대부분 영광에서 생산한 천일염을 사용해 염장한다. 이때 소금물로 간을 하지 않고, 조기 아가미에 소금을 직접 채워 넣는 '섶간'을 고수한다. 1년 넘게 보관해 간수가 완전히 빠진 천일염을 사용하면, 굴비가 짜지 않고 육질이 단단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업이 영광 굴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다.

상처 난 조기는 천일염으로 재워뒀다가 1~2년 가량 지나면 살을 잘게 찢어 갖은 양념에 무쳐 젓갈로 먹는다. 바짝 마른 굴비는 구이로 먹어도 맛있고, 잘게 찢어 고추장 양념해 먹어도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느리게 익는 소금, 토판염

전남 신안군은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목포에서도 배로 2시간 걸리는 신안군 신의도에는 대를 이어 토판염(土板鹽)을 하는 박성춘 씨 부부와 큰아들 박세윤 씨가 있다.


토판염은 갯벌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갯벌을 다져 생산하는 소금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소금은 PVC 장판으로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킨 뒤 얻은 천일염이다.

토판염은 청소부터 바닥을 다지는 과정까지 일반 천일염보다 손 가는 일이 많다. 토판 염전은 바닥을 갯벌 흙으로 만들어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지 않다. 그만큼 토판염은 귀한 소금이다. 갯벌 양분을 먹고 느리게 익는 소금이라 유기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짠맛 뒤에 단맛이 나는 비결이다.

참기름, 식초, 소금으로 간을 해 차게 먹는다는 신의도 낙지 연포. 소금과 고추, 마늘을 넣고 칠게를 통째로 갈아 만드는 칠게장. 소금으로 간한 참외를 갖은 양념과 함께 버무린 참외 김치까지 토판염으로 맛을 낸 푸짐한 상은 과연 어떤 맛일까?

임자도 전장포 젓갈 엄마, 김긴순 씨 밥상

신안군 임자도는 우리나라 최대 새우젓 산지다. 임자도 전장포에서는 1년 내내 새우젓을 비롯해 다양한 젓갈을 만들고 있다.


깊은 젓갈 맛을 내려면 천일염은 필수다. 각종 생선을 모아 천일염으로 만드는 '잡어젓'은 반찬으로도 먹고 김장할 때도 넣는다. 새우젓은 보통 간을 할 때 쓰는데, 김긴순 씨는 독특하게 짠맛을 빼고 고춧가루와 설탕으로 양념해 반찬으로 내놓는다.

이맘때쯤 전장포에는 신안군만의 독특한 향토 자원, 천일염으로 염장해 말리는 '민어 건정'이 곳곳에 걸린다. 우리나라 최초 어류도감인 '자산어보(玆山魚譜)'는 민어 건정을 민어에서도 최고라고 평가했다.

꾸덕꾸덕하게 마른 민어는 쪄서 먹거나 양념해 구워 먹는다. 찜에는 특별한 양념 없이 참기름만 바르면 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소금에 절여 부패를 막고 두고두고 먹기 위해 고안한 전통 방식이다.

음식 맛을 완성하는 소금, 천일염이 만드는 감칠맛 나는 밥상을 KBS '한국인의 밥상'(28일 저녁 7시 35분, 1TV)에서 볼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